아침과 밤으로 시원한 가을바람이 불지만, 세상은 번잡하다. 대선을 앞두고 병풍이네, 뭔풍이네 하는 바람이 공기를 흐리고, 미국에선 이라크에 선전포고를 한다고 난리다. 태풍피해는 복구되지 않고, 수재민들은 힘들다. 그래도 추석은 찾아온다. 어김없이 1년마다 돌아오는 절기는, 아무리 세상사가 힘과 잇속에 찌들어도 우리네 삶을 송두리째 정복할 수는 없다고 말해준다. 매일 보아오던 자연 앞에 낯설게 절대 개체로 마주 서서 숨 한번 돌릴 수 있게 해주는 추석 연휴는 반갑지만, 아, 또 가족이네, 친지네, 은사네, 회사 상사네, 인간들이 모여야 하고 그러면 또…. 혼자 훌쩍 떠날 수 없는 이들에게 극장은 그래도 좀 나은 곳일 수 있다. 올 추석 극장가 메뉴가 지난 여름시즌보다 화려하진 못하지만, 혼자 가든 누굴
라이프 | 임범/ <씨네21> 기자 | 2002-09-20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