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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프로] 시큐어소프트 보안컨설턴트 안혜연
[나는프로] 시큐어소프트 보안컨설턴트 안혜연
  • 김윤지
  • 승인 2001.03.2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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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 지키는 수호천사
시큐어소프트 안혜연(43) 기획본부장은 미소를 머금은 채 마냥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새로운 지식을 끊임없이 받아들이는 일이 즐겁기만 하단다.
하루가 다르게 쏟아지는 정보들이 적잖은 스트레스로 다가올 법한데, 그에겐 이런 긴장이 늘 ‘동기 부여’로 다가온다.
기술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보안 분야가 오히려 ‘새로움의 화수분’처럼 느껴진다.


그는 우리나라 보안 1세대 중에선 보기 드문 여성 전문가다.
이화여대 수학과를 졸업하고 데이콤에 입사하면서 네트워크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네트워크라는 게 학교 과목에도 없었던 분야였어요. 회사에서 새롭게 공부를 한다는 게 너무 재미있었죠. 데이콤 공채 2기로 입사했는데 회사 규모도 크지 않아 분위기도 마음에 들었고요.” 하지만 4년여 동안 회사생활을 하다보니 새로움도 가시고 좀 지루해졌다.
회사도 덩치가 커져 예전과 같은 분위기가 아니었다.
남편과 함께 다시 공부하기로 마음을 먹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아이를 낳으며 시작한 미국 유학생활은 생각처럼 만만하지 않았다.
딸아이가 겨우 젖을 떼자 탁아소 종일반에 맡겨놓고 네트워크 공부에 매달렸다.
그러고도 4년 만에 박사를 따냈으니 그야말로 “제정신이 아닐 정도로” 공부를 한 셈이다.
당시 그의 전공은 무선 네트워크 프로토콜이었다.
국내에선 아직 써먹을 데가 많지 않은 기술이었는데 마침 삼성SDS의 인력관리부서에서 연락이 왔다.
“제 전공이 그 회사에서 필요한 기술이 아닌 것 같아 거절을 했어요. 그런데 그 사람들 정말 대단하더군요. 해외에 있는 사람에게 1년 동안 계속 연락을 하면서 오라고 하니 거기에 감동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어요?” 다시 회사생활을 시작하면서 그의 인생에 조금씩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예상했던 일이지만 막상 삼성SDS에 와보니 전공을 써먹을 일이 없었다.
그는 하는 수 없이 혼자 IT의 새로운 경향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접하게 된 것이 바로 보안이었다.
주위에 보안에 대해 제대로 아는 사람이 없어 독학으로 공부할 수밖에 없었다.
한달 공부하면 남들보다 딱 한달 앞서는 그런 상황이었다.
그렇게 늦깎이 공부를 한 2~3년 하면서 보안에 푹 빠지고 말았다.
“계속 보안전문가로 나갈 것인가를 결정해야 했어요. 그렇게 되면 미국까지 가서 공부한 전공을 완전히 버리게 되는 거잖아요. 고민을 많이 했는데 네트워크를 하게 되면 계속 대기업에 속하게 된다는 생각이 들었죠. 보안을 하게 되면 내 일을 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요. 대기업은 오래 있을 곳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에 내 것을 가지는 쪽을 택했죠.” 우리나라에서 대기업에 계속 남는다는 것은 관리자로 성장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상당히 정치적(?)인 변모도 요구되는 일이다.
그는 그것이 썩 내키지 않았다.
그저 ‘엔지니어’로서 자신의 자리를 갖고 싶었다.
그런 생각에서 내린 판단에 지금도 만족하고 있다.
보안의 제1덕목은 신뢰 보안은 IT에서도 까다로운 분야로 손꼽힌다.
네트워크, 시스템, 애플리케이션 등 IT 전 분야를 총체적으로 꿰뚫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보안은 어느 한부분에서 허점이 드러나도 구멍이 뚫리는 탓에 더욱 전문적인 컨설팅이 필요한 분야이기도 하다.
안 본부장은 90년대 초반부터 시스템의 취약성을 파악하고 알맞은 보안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보안컨설턴트에 발을 담갔다.
“네트워크 하나만 아는 것도 어려운데 보안을 하려면 IT 전반을 꿰고 있어야 해요. IT는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에 정말 끝이 없죠. 오늘은 전문가이지만 내일도 전문가라는 보장이 없어요. 그래서 어렵다고들 하는 것 같아요.” 지금은 보안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산되어 다르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보안컨설팅을 하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왜 그렇게 많은 솔루션이 필요하냐, 그 가운데 하나만 설치하면 되는 게 아니냐는 고객의 볼멘소리에 차근차근 설명을 해주다 보면 숨이 턱에 찼다.
그렇게 해도 100% 보안이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하면 그럼 그걸 왜 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시달려야만 했다.
그래서 안 본부장은 보안 전문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으로 ‘신뢰감’을 꼽는다.
고객을 이해시켜 일을 맡기 위해선 신뢰감을 주는 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시큐어소프트에 합류한 것은 지난해였다.
입버릇처럼 ‘나가서 사업하고 싶다’는 말을 되뇌었는데, 그게 씨가 됐다.
같은 보안 1세대로 얼굴을 익혀온 김홍선 사장의 제의를 받게 된 것이다.
수호신이라는 방화벽을 개발해 판매하던 시큐어소프트는 그를 받아들이면서 보안컨설팅 분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안 본부장은 기획본부장과 연구·개발을 총괄하는 연구소장을 함께 맡아 현재 진행하고 있는 7~8개의 보안제품 개발과 컨설팅을 직접 챙긴다.
안 본부장이 일해온 분야에는 늘 여성이 드물었다.
네트워크건 보안이건 여성이라고 특별히 하기 어려운 건 하나도 없었는데 늘 주위엔 여성이 없었다.
“이제 일을 시켜보니까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조금 보이기도 해요. 여성들은 일은 열심히 하는데 도전의식이 조금 부족한 것 같더군요. 주어진 틀에서 좀처럼 벗어나려 하지 않고요. 그런 것에서 이젠 좀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새로움에 대한 도전 그리고 그것을 즐기는 마음. 안 본부장을 이제까지 끌어온 것은 바로 그런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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