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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매가 통제는 산업 혁신 저해"
"판매가 통제는 산업 혁신 저해"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3.01.18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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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도서정가제 반대 청원운동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 9일 발의된 도서정가제 강화 법안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17일부터 자사 사이트에 도서정가제 반대 서명 페이지를 개설했다.

알라딘 측은 성명서를 통해 “도서관 예산의 증액 등의 입법지원은 환영하지만, 도서정가제처럼 단순히 도서의 판매가를 올리는 방법으로 위기를 대처해 나가겠다는 취지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판매가 통제로 출판시장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과보호가 될 것이며, 스마트폰·게임·영화 등에 대한 도서의 경쟁력을 저하시킴과 전자책 시장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알라딘은 “어려운 경제 현실에 주머니 사정 때문에 책을 더 사보고 싶어도 마음껏 사지 못하는 게 독자들의 현실이고, 불경기에 정가제까지 강화되면 국민들의 독서량 감소를 초래하게 될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완전 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일본도 소형서점 숫자의 감소와 서점의 대형화 추세를 막지는 못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2년 한국출판연감에서 낸 통계자료를 보면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는 프랑스, 스페인, 일본과 도서정가제를 실시하고 있지 않고 있는 미국, 영국의 출판시장 성장률에는 큰 차이가 없다.

 

특히 완전 도서정가제를 시행하고 있는 일본 출판 시장의 경우, 2005년 이후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해 왔으며, 완전 도서정가제가 실시된 2003년 이후 서점이 매일 평균 1.2개씩 폐업, 지난 10년간 서점 수가 28%나 감소해 왔다. 이는 동일 기간 기준 한국 서점 수의 감소 비율인 22%보다도 높은 수치이다.

 

 

한편 알라딘은, “독자들을 대상으로 한 서명 운동을 시작했으며, 추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해당 법안 저지를 호소해나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음은 알라딘이 공개한 성명서의 전문이다.

< 성명서 전문 >

알라딘은 도서정가제법 강화에 반대합니다.

도서정가제 대폭 강화법안이 국회에 상정되었습니다. 출간 18개월이 지난 구간에 대해서도 신간처럼 할인율을 10%로 제한하겠다는 것입니다. 어떤 책이 어느 서점에서나 9천원에 팔린다면 그 책의 정가가 1만원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이것은 완전 정가제와 다를 바 없습니다.

도서관 예산 대폭증액처럼 긍정적 효과가 명백한 입법지원은 절대 환영하지만, 도서정가제처럼 책 판매가를 올려서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발상에는 찬동할 수 없습니다. 판매가 통제로 출판시장을 보호하려는 시도는 산업의 혁신을 저해하는 과보호가 될 것이며, 스마트폰이나 게임, 영화 등에 대한 책의 경쟁력을 더욱 떨어뜨릴 것입니다. 이제 막 싹을 내리기 시작한 전자책 시장에도 버거운 짐이 될 것입니다.

물론 출판시장이 어렵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어렵습니다. 주머니 사정 때문에 책을 더 사보고 싶어도 못사는 것이 다수 독자들의 현실입니다. 출판산업 보호의 명분이 아무리 좋더라도, 불경기에 정가제까지 강화되면 책이 한 권이라도 덜 팔리지 더 팔리겠습니까. 도서정가제로 출판사와 서점의 사정이 나아질지도 의문이지만 조금 나아진다 해도 책을 덜 보게 하면서 나아진다면 그 장래가 어찌 밝겠습니까.

이번 개정안에는 ‘10% 할인에 마일리지까지 포함’한다며, 사실상 마일리지를 금지하는 조항까지 끼워 넣어졌습니다. 마일리지 금지 조항마저 통과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마일리지는 허용해 줄 테니 ‘신구간 모두 10% 할인’을 받아들이라는 요구와 협상이 진행될지 모르겠습니다. 과거와 달리 대형 온라인 서점들의 반대 목소리도 약해져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습니다.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의원님들에게 호소합니다. 도서정가제를 강화하는 개정안에 찬성하지 말아 주십시오. 일본은 완전도서정가제 국가이지만 소형서점 숫자의 감소와 서점의 대형화 추세를 막지 못하고 있습니다. 신간에 대한 할인 제한을 구간에까지 확대하면 독자의 손해는 물론이고 판매 권수 감소로 저자의 인세수입도 감소합니다. 독자와 저자에게 돌아갈 피해는 명백한 데 비해 일부 대형서점을 제외한 소형서점과 출판사에 돌아갈 이득은 너무나 모호하고 불확실합니다. 의원님의 현명한 판단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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