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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처럼 다가온 결단의 순간들
운명처럼 다가온 결단의 순간들
  • 뉴미디어팀
  • 승인 2013.01.2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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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박원순의 백두대간 종주기 '희망을 걷다'

성공한 사회운동가에서 시민의 지지를 받는 서울특별시장으로 변신한 박원순 시장. 정치와 벽을 쌓고 살던 그는 어떻게 마음을 바꿨을까.

정치부기자들조차 충격으로 받아들인 그의 변신에는 백두대간을 걷는 힘겨운 여정이 있었다. 2011년 7월 19일 지리산에서 시작하여 꼬박 49일간 백두대간을 종주하며 박원순 시장은 자신 앞에 놓인 길이 무엇인지를 깨달았다. 단조롭고 험하며 꼬박 장맛비를 맞고 모기에 뜯기며 걸었던 쉽지 않은 길. 박 시장은 자신의 삶이 백두대간 종주 이전과 이후로 나눌 수 있다고 고백했다.

산을 사랑하는 이들이 모두 꿈꾼다는 백두대간 종주, 그러나 아무나 이룰 수 없다는 그 험한 장정 속에서 그가 보고 느끼고 마음에 새긴 모든 것이 한 권의 책으로 나왔다.

'희망을 걷다(박원순, 도서출판 하루헌)'은 심한 평발의 50대 지식인이 무모하게 시작한 백두대간 종주의 기록이다. '무식한 자가 일을 저지른다'는 책의 첫 장 제목처럼 산에 대해 별다른 지식이 없었기에 그는 자신의 꿈을 향해 첫발을 내딛을 수 있었다. 그와 함께 종주길을 나선 '다섯손가락' 대원 중 석락희 대장을 빼고는 모두 산행에 초보인 사람들이다. 그런 이들이 모여 전문가도 힘들다는 백두대간 종주를 해냈다.

이 책은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박 시장과 그의 동료들이 흘린 땀 냄새가 가득하다. 발톱이 빠지고 신발은 닳아 해지며 어렵사리 걸은 여정의 기록이다. 이 힘든 여정을 통해서 박 시장이 본 것은 한반도의 역사와 민족의 운명과 우리 앞의 현실이었다. 한 발자국, 하루, 한 문장, 한 페이지에 그 생생한 기록들이 모두 기록되어 있다. 독자는 책 속의 문장을 통해 박 시장이 느꼈던 백두대간의 자연을 고스란히 만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가장 생생한 백두대간 여행 안내서이며, 현실에 대한 냉정한 기록서이다.

우리들은 모두가 선택의 번민과 불확실한 미래를 두려워하며 살아간다. 여행길에 나선 박 시장도 예외는 아니어서, 희망제작소를 비롯하여 이제껏 이루었던 사회 운동의 성공을 뒤로 두고 무엇인가 시작할 미지의 사업을 위해 사색과 고민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

젊은 대원들은 불안한 미래를 두려워하고,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따라 나선 대원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백두대간을 걸으며 자신을 마주보고 미래를 향한 길을 발견해 간다. 능선을 오르내리는 문장 속에서 박 시장은 사념의 바다를 건너 정신의 성숙을 보여 준다. 젊은이는 자신의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박 시장으로부터 배워간다. 그러므로 이 책은 성숙과 성장의 기록이기도 하다. 독자들은 박 시장의 발걸음을 따라 함께 정신적 성장을 공유할 수 있을 것이다.

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상태를 아는 일부터 시작해야 정확한 치유가 가능하다고 한다. 박 시장은 백두대간의 깊은 산속에서도 우리가 어떤 아픔을 겪으며 무엇 때문에 고통 받는지 생생한 현실을 경험한다. 산정에 버려진 헬기장부터 거창한 조각상까지, 자연이 파괴되고 인간이 앓고 있는 현장에서 어떻게 그 아픔을 치유할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최근 시정의 현장에서 갈등을 넘는 치유의 해법, 분열을 아우르는 화합의 방법으로 시민들에게 꼭 필요한 행정을 펼치는 것은 이런 현실 경험과 깊은 사색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에 기록된 여정은 치유의 경과이다.

독자들은 박시장과 함께 치유의 여행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책을 쓰기 위해 머리에서 빚어낸 미사여구가 아니라, 발이 부르트도록 걸으며 겪은 생생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치 산티아고의 길을 걸으며 영혼의 정화를 갈구하듯, 우리들은 박 시장과 함께 백두대간을 걸으며 현실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다. 그것이 이 책이 갖는 또 다른 의미이다.

많은 이들이 아직까지 궁금해 하는 것은 정치와 소원하던 소셜 디자이너 박원순이 어떻게 서울시장 선거에 나섰는가 하는 점이다. 단편적인 추측이 난무하지만 그 깊은 심경의 변화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이 책에서 박원순 시장은 최초로 시장 출마에 나서게 된 그간의 경위를 소상히 밝히고 있다.

한 인간이 민족과 역사 앞에 가져야 했던 절박한 결정의 순간을 독자들은 고스란히 공유하게 될 것이다. 특히 안철수 씨와 있었던 후보 단일화의 과정과 주고받았던 메일을 최초로 공개하여 시대정신에 부응하는 한 인간의 고뇌를 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책은 현대정치사의 소중한 사실을 적고 있다. 거짓 없이 마음으로 현실 문제를 대하는 두 거대한 정치 초보자의 위대한 실험의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박원순 시장의 백두대간 종주는 모두 49일의 기록이다. 동양에서는 한 인간이 새로운 삶을 향해 여행하는 기간을 49일로 보고 있다. 백두대간의 49일은 박원순 시장이 새로운 운명, 새로운 실험, 새로운 직책을 시작하기 위한 경건한 기간이었다.

그 기간 동안 질문만을 안고 떠난 여행은 스스로의 발 앞에 새로운 길을 열어 주었고, 우리는 또 다른 희망의 공동체를 기대할만한 역사의 순간을 맞게 됐다. 때문에 박원순 시장과 함께 백두대간을 걷는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성장을 경험하고, 치유의 영감을 얻으며, 희망을 꿈꾸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경험의 기회를 느끼게 될 것이다. 내일을 번민하는 젊은이나 혁신을 꿈꾸는 기업가, 국민을 생각하는 정치인, 새로운 세상을 기대하는 시민 모두가 읽어야할 필독서이다.

허리춤에 쓰레기봉투를 차고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엉키는 발걸음을 수습해 가며 쓰레기를 줍는 모습, 뭇 생명들의 삶의 질서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애쓰는 모습, 작은 물웅덩이에서 지렁이 한 마리 구하고는 운이 좋은 날이라 여기는 모습을 통해 전해지는 따듯함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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