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복지, 환경적 책임은 물론 기업의 위기대응 방식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은 불산 용액이 유출된 후 하루가 지나도록 유관기관은 물론 직원들에게도 알리지 않았다.
화성사업장 DS부문 커뮤니케이션팀장 이승백 상무는 불산누출 사실을 파악한 지 30시간 만인 28일 오후 7시30분 사업장 앞에서 연 현장 브리핑을 통해 "현장(11라인)에는 50여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었다"며 "대피명령은 하지 않은 이유는 불산 유출 지점이 생산라인(11라인)과는 별도의 공간이어서 위험성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삼성전자 직원은 "불산이 유출됐다는 걸 뉴스를 통해 알게 됐다"며 "유해성 여부를 떠나 인근 작업장의 직원들을 대피시키지 않았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그간 일류기업 구성원이라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직원을 소모품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마음이 무겁다”고 전했다..
사람이 죽어야 신고 의무?
삼성전자가 사고 사실을 제때 알리지 않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삼성전자측은 자의적 판단만으로 경찰이나 소방당국, 경기도, 한강유역환경청 등 유관기관에 누출사실 신고를 미뤘다. 이미 수개월전 구미에서 불산 누출로 인해 인명피해와 환경피해가 발생했음에도 ‘통상적 유지보수’로 사안을 가볍게 판단했다는 지적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소방서 등 당국에 불산 누출 사실을 신고하지 않고 있다가 사망자가 발생하자 누출 발견 하루가 지난 28일 오후 2시 42분쯤 경기도와 경찰에 사고 발생 사실을 통보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는 29일 “불산 희석액이 일부 누수된 것이라 통상적인 유지보수 작업으로 판단했으나 28일 13시 30분경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신고의 의무가 발생됐다”며 “사망 이후 한 시간 경과 후인 14시 40분경 인허가 관청인 경기도청에 신고하는 등 은폐한 사실이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삼성전자의 해명은 네티즌들의 큰 공분을 사고 있다. 특히 포털에는 ‘사망자가 발생함으로써 신고의 의무가 발생됐다’는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삼성을 비하•조롱하는 댓글이 넘쳐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삼성전자 측은 적어도 불산이 2차로 누출된 28일 새벽 3시 45분 무렵에는 관계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즉시 신고했어야 했다”고 말했다.
언론 및 외부 대응 적절했나?
삼성은 최초 "설비에 '묻을 정도만' 유출됐다"고 밝혔지만 이것이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면서 은폐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유출된 불산용액이 저장용기 아래에 설치돼 있는 감지센터까지 흘러 센서 알람도 울렸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유출을 삼성측이 발견해 협력업체에 통보했고 이를 본 협력업체가 구체적 작업방식을 제안, 삼성측이 용인했다는 삼성의 최초 설명과 전혀 다르다.
장하나 민주통합당의원은 "사고은폐의혹에 대해 철저한 진상규명을 통해 책임자 처벌 등의 법적 책임을 분명히 물어야 한다"며 "기업경쟁력을 이유로 화학물질안전관리에 대한 안전관리강화, 정보공개강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더 이상은 미루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일반적으로 맹독성 물질 누출이나 환경오염, 인사사고가 일어날 경우 기업이 취하는 대응태도는 사건개요를 재빨리 파악해 정확하고 정직한 정보를 외부에 제공하는 것이다. 사안을 감추기 위한 거짓말을 했음이 드러날 경우 각종 의혹이 증폭되고 기업이미지가 추락하는 등 후폭풍이 거세기 때문이다.
한 경영컨설턴트는 사견임을 전제로 “이번 삼성의 대응은 사회구성원들에게 (기업의 부주의에 대한)이해를 구하기 보다 책임 회피의 뉘앙스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 적지 않다”며 “일반적인 리스크 메니지먼트가 아니라 공격적 해명인 셈”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사회구성원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해명할지는 기업의 선택이지만 어떤 경우에도 고압적 자세는 금물”이라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