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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통상권’ 이관 국제흐름 위배
[진단] ‘통상권’ 이관 국제흐름 위배
  • 한상오 기자
  • 승인 2013.01.30 06: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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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통부서 떼어야 한다면 별도 ‘독립기구’ 바람직

'17부 3처 17청' 체제의 박근혜 정부조직 개편안이 곧 국회에서 본격 논의된다. 물론 그 판단의 잣대는 얼마나 효율성이 있는가이다. 이에 따라 인수위의 원안대로 정부조직법이 통과될지 아니면 수정을 해야 할지 결정되게 된다. 이에 <이코노미21>에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주요 쟁점이 될 문제들을 점검한다.<편집자주>

<정부조직법 개편1>외교통상부 통상권 제외

새누리당은 30일 의원총회를 열어 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정부조직개편안을 논의한 후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개정안은 경제부총리제 부활과 미래창조과학부, 해양수산부 신설 등을 골자로 기존의 15부2처18청을 17부3처17청으로 개편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전하고, 교육과학기술부는 교육부, 국토해양부는 국토교통부, 농림수산식품부는 농림축산부로 개편하는 방안을 담았다. 정부조직 개편을 위해서는 개별법 37개를 개정하는 등 모두 790개의 법률을 개정해야 한다.

현재 여당 내부에선 외교통상부의 통상과 교섭 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하는 문제 등을 놓고 반대 의견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조직개편안이 제출되면 소관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등이 민주당과 함께 본격적인 법안 심의에 나선다.

 

▲ 진영 인수위부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정부조직개편 후속조치 발표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개정안에 따르면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 및 총괄조정 기능이 산업통상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 이관되고, 경제외교 및 국제경제협력 기능만 유지하게 된다. 외교통상부의 통상교섭 기능이 신설되는 산업통상자원부로 넘어가면서 산업통상자원부가 통상정책과 교섭권, 통상조약 체결권까지 총괄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인수위가 표면적으로 내놓은 개편 원칙은 '효율성'이다. 유민봉 인수위 총괄간사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통상교섭과 이후 대책까지 종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국민들께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석훈 인수위원은 “통상교섭본부장을 따로 둘 계획이 없다.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겸임한다고 보면 된다”면서 “외교부 장관에게 위임돼 있는 대통령 권한인 조약체결권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에게 이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진영 부위원장은 22일 정부조직개편 후속조치와 관련 “통상교섭의 전문성과 실효성 강화를 위해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의 통상교섭 및 통상교섭 총괄조정기능을 산업통상자원부에 이관하고 기획재정부의 자유무역협정(FTA) 국내대책 수립 기능도 산업통상자원부로 옮긴다”고 밝혔다.

이처럼 인수위는 산업통상자원부에 통상교섭본부를 따로 두지 않고 통상교섭실로 축소할 계획이다. 현재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은 통상교섭 대표 자격을 잃으면서 차관 또는 실장급(1급)으로 격하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를 비롯한 각종 통상장관회담과 한중 FTA를 비롯한 통상협정에서 정부 통상대표 자격으로 해당국과 상대하게 된다. 국정기획조정분과 옥동석 위원은 “통상교섭본부는 잠정적으로는 차관보급인 통상교섭실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인수위는 “외교부의 고유 기능인 다자·양자 경제외교와 국제경제 협력 기능은 외교부에 존치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국제경제기구 관련 업무와 녹색성장, 기후변화, 에너지 외교 등은 외교부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외통부는 ‘반발’, 지경부는 ‘반색’

 

▲ 인수위의 조직개편안에 따라 외교통상부의 통상 기능을 타 부처로 이관하게 된 가운데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통상부에서 직원들이 점심식사를 하러 나가고 있다. 사진=뉴시스

통상업무 이관을 두고 외교통상부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지경부는 ‘환영' 한다는 분위기다.

 

외교부 관계자는 "산업과 통상을 분리하는 것이 국익과 협상에 유리하다는 것을 인수위가 모르는 것 같다"며 "이런 발상은 차기 정부가 우리 기업 위주의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통상 업무가 타 부처로 가더라도 외교부의 각 재외공관 통상업무 기능과 역할을 조정해야하는데 경제외교와 통상외교를 어떻게 나눌지 난감하다"고 토로했다.

반면 지경부는 숙원이었던 통상전담 조직으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반기는 분위기다. 지경부 한 관계자는 통상분야는 국내 산업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있어야 한다"면서 “국내 산업 보호와 국익을 잘 챙길 수 있도록 조직 정비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의견 엇갈리지만 우려 목소리 높아

하지만 정치권이나 통상전문가들은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우려의 목소리가 더 높다. 특히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는 외교와 통상을 이원화 하는 것이 바람직한 지에 대해서는 고민하고 있다.

새누리당인 안홍준 외교통상위원장은 이미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표명했고, 민주통합당은 당 차원에서 반대의견을 분명히 하고 있다. 대부분 외교통상위원들은 정부조직법이 국회로 넘어오면 재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안 위원장은 “산업적 시너지 효과를 위해 통상업무를 산업통상자원부로 넘기는 것과 실제 교섭 추진과정에서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별개 문제”라고 선을 그으면서 “산업과 농·어업 분야 간의 이해조정이 중요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서 산업을 주관하는 산업통상자원부가 협상 주체가 되는 게 맞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새누리당 외통위 간사인 정문헌 의원도 “통상 기능을 산업부처 아래 두는 것은 1970년대 산업발전 시기에서는 적절했을지 몰라도 최근 통상이 복잡한 외교·정치적 상황과 결합하는 추세에서 볼 때 외교부나 독립기구에서 다루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FTA 업무가 산업통산자원부로 옮겨지면 수출 대기업 중심의 FTA가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민주당 외통위 간사인 김영록 의원은 “개도국은 통상 기능이 미분화되어 외교·통상이 함께 다뤄지지만 선진국은 통상을 독립적 부처로 떨어뜨려 놓는 게 추세”라면서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대표적 예”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미 정책위원회 차원에서 반대 의견을 명시한 데 이어 외통위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쪽에서는 크게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지경위 관계자는 “통상교섭의 효율성과 집중도 측면에서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김종훈 의원 “국무총리 소관의 ‘통상교섭처’ 신설” 요구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냈던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은 "외교부가 안보 문제에 역량을 집중토록 하기 위해 통상 기능을 분리한다면 이를 국무총리 소관 하에 통상교섭처(가칭)로 할 것을 건의한다"고 밝혔다.

김 의원은 지난 28일 보도자료 및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 김종훈의원은의원은 외교부에서 통상 기능을 분리한다면 이를 국무총리 소관 하에 통상교섭처(가칭)로 할 것을 건의했다.

김 의원은 "1998년 통상교섭본부가 생긴지 15년이 지났는데 당시 많은 논의를 거쳐 내렸던 결론"이라며 "15년 동안의 업무 평가, 문제점 진단, 문제 개선을 위한 논의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개편안 마련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또 "통상과 산업을 붙여놓은 형태는 동남아나 중남미 등 좀 더 경제개발이 필요한 개발도상국이 많이 쓰는 형태"라며 "결국 통상 정책을 통해 제조업을 보호하면서 키워가겠다는 의도인데 그런 측면에서 보면 우리나라 제조업은 보호받아야 할 위치라기보다는 오히려 국제시장에서 공세적으로 나가야 할 부분인 만큼 통상 정책으로 국익을 보호한다는 것은 좀 오래된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우리나라가 이런 유형을 취할 경우 의도치 않게 국제사회에 그릇된 시그널(신호)을 보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마지막 이유는 최근 통상 문제들이 서비스시장 개방, 공정거래, 사법제도와 관련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투자자국가소송제(ISD) 등 제조업 자체와는 무관한 것들이 많다"며 "제조업에 국한된 전문성을 갖춘 부서가 이런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든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대부분 선진국은 통상을 별도의 조직(미국-USTR, EU-통상집행위원)으로 갖고 있거나 외교+통상형(호주, 캐나다, 뉴질랜드, 칠레) 조직을 두고 있다"며 "특히 캐나다는 2003년 외교부·통상부를 분리했지만 국익 저해를 이유로 2006년 외교통상부로 재통합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통상권’의 부처 이관은 일부 부처의 이기주의나 조직의 편의성만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통상’ 업무가 과연 산통부 아래에서 국익에 부합하는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가의 문제이다.

앞에서 김 종훈 의원이 지적했듯이 지난 1998년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통상교섭본부를 외교부로 편입시키는 과정에서는 적어도 수많은 공청회 등을 거치며 국민 의견을 수렴하고 명분을 설득하려는 노력을 했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조직개편에서 이 같은 노력을 했는지 묻고 싶다. 조직을 두고 이런저런 실험을 하는데 드는 비용은 고스란히 국민이 부담한다는 것을 유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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