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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銀, 거래내역 외부유출 '황당사고'
하나銀, 거래내역 외부유출 '황당사고'
  • 뉴미디어팀
  • 승인 2013.02.01 1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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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역서 발송오류 걸러내는 안저전장치 없어 재발 우려

누군가가 자신의 은밀한 금융거래 내역을 들여다 봤다고 생각하면 과연 당사자의 기분은 어떨까.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2년 동안 거래한 통장 입출금 거래 내역이 송두리째 제3자에게 흘러가는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최근 모 기업 임원인 A씨는 하나은행(은행장 김종준)으로부터 이메일 한통을 받고 깜짝 놀랐다. 생전 처음 보는 계좌의 몇 년 치 입출금거래내역이 모두 담긴 '과거거래 내역조회'가 자신에게 전송된 것.

▲ 하나은행 전경.
"잘못 보냈겠지"라는 생각으로 메일을 삭제하려던 A씨는 'OOO고객님'이라며 자신의 이름이 정확히 적혀있는 것을 발견하고 메일 내용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혹시 자신도 모르게 명의를 도용당해 이른바 '대포통장'이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기 때문이다.

거래내역을 천천히 훑어본 A씨는 더욱 의구심이 들었다. 하나은행이 보내준 거래내역대로라면 이 계좌의 실제 주인은 사업주로 보이며, 법인의 각종 비용 수천만원이 매달 결제되고 있어서였다.

A씨가 조회한 것으로 돼있는 2년간 이 계좌를 통해 출금된 액수는 무려 8억7000여만원, 반면 입금된 돈은 0원이었다.

A씨는 "이대로라면 언젠가는 내 금융거래 내역도 누군가 훤히 들여다볼 수 있겠다"라는 생각에 "식은땀이 흘렀다"고 말했다.

설로만 나돌던 '제3자 입출금 거래내역 유출 사건' 이 현실화 된 것이다. 하나은행이 고객의 입출금 거래내역을 엉뚱한 사람에게 통째로 넘겨준 것으로 나타나 물의를 빚고 있다. 특히 단순한 '배달사고'가 아니라 고객정보 유출을 막는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을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여 고객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A씨가 받은 거래내역서에는 해당 회사의 거래처로 보이는 다른 법인들에게 보낸 대금내역과 국민연금, 전기료 등은 물론 카드대금까지 노출돼 있다. 또 임직원들의 개인별 급여까지 실명과 함께 고스란히 적혀있다. 개인정보 노출 수위가 상당히 높은 셈이다.

하나은행측은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묻는 A씨의 문의를 받고도 한동안 원인을 제대로 파악조차 못했다. A씨는 자신이 받은 메일에 "궁금한 점이 있을 경우 문의하라"고 안내된 하나은행 고객센터로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말하고 설명을 요구했다.

은행측은 "고객 본인이 전화로 통장번호와 비밀번호까지 입력한 뒤 거래내역을 요청한 것으로 돼 있다"며 별일 아닌 것처럼 반응했다. 하나은행측은 "전화로 이메일 주소를 불러주다 보니 이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했을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상담원이 잘못 알아듣거나 입력과정에서 일어난 단순 실수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였다.

하지만 당시 하나은행에서는 전산에 문제가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계좌의 실제 주인으로부터 “거래내역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고 이를 처리하는 도중에 컴퓨터가 다운됐던 것.

문제는 전산이 복구된 뒤였다. 컴퓨터가 먹통이 된 동안 계좌의 주인이 아닌 사람에게 은행거래 내역이 발송되는 오류가 발생했는데도 이를 알려주거나 걸러내는 등의 안전장치는 없었다. 언제라도 비슷한 사안이 재발할 수 있는 셈이다.

하나은행측은 "이런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이번 일을 계기로 시스템을 보완하는 등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감독당국은 세부 내용에 따라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개인고객 한 명에 국한해 일어난 일이라면 은행과 해당 고객이 협의해서 원만히 해결하는 것이 옳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반면 다수의 고객에게 같은 일이 일어났거나 보안시스템이 허술한 것이라면 이는 개인정보보호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뜻이기 때문에 조사가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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