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1-20 22:28 (수)
'산재보험 가입제외' 신청 '절대 금지'
'산재보험 가입제외' 신청 '절대 금지'
  • 원종욱 연세대 의대교수
  • 승인 2013.02.06 14:56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땅에서 산재환자로 살아남기②

#27세 이선화(가명)씨는 일반적으로 ‘캐디’라 부르는 골프장 경기보조원이다. 4~5시간 동안 뛰어다니면서 골퍼들을 도와주고 나면 10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선화씨가 골프 경기 중에 카트를 운전하다가 카트가 넘어지면서 왼쪽 다리가 골절됐다. 선화씨는 자신이 카트를 운전하다가 잘못했기 때문에 어디다 호소하지도 못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데, 캐디도 산재보상을 받을 수 있다고 들었다. 자기가 부주의해서 다쳐도 산재보상 대상이 된다고 해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상 신청을 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에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을 들었다. 선화씨는 이미 ‘산재보험 적용 제외 신청’을 해서 산재보상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선화씨는 캐디가 산재보험이 된다는 것도 이제야 알았는데, 언제 ‘적용제외’ 신청을 했다는 것인가? 곰곰이 생각해 보니 얼마 전 골프장 사무실에서 캐디가 다칠 일이 뭐 있냐며, 산재보험 들어봐야 생돈만 나간다고 서명하라고 해서 무심코 서명했는데, 그것이 ‘적용 제외’신청이었던 것 같다. 선화씨는 너무 억울했다.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우리나라는 모든 근로자들이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산재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당연적용 대상이 되는 사업장 근로자는 사업주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보상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선화씨는 보상을 받을 수 없다니 무슨 말인가?

 

우리나라의 근로자 중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소위 특수고용형태 근로자들인데, 이들은 사업주로부터 임금은 받지 않고, 골프장의 캐디와 같이 손님에게 서비스료를 받기 때문에 근로자로 인정을 받지 못한다.

이런 종류의 특수고용형태 근로자로는 골프장의 캐디 외에도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레미콘 등 화물차 운전자 등이다. 이들은 모두 근로자로서 인정을 받지 못하기 때문에 산재보험 가입할 수 없었다.

그러나 2008년에 산재보험법이 개정되면서 이들 특수고용형태 근로자들이 산재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였다. 2012년부터는 택배기사와 퀵서비스 기사, 스턴트맨과 같은 예술인들이 포함되었다.

그러나 이들이 근로자로 인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험료를 사업주와 1/2씩 분담하도록 하였다. 또한 근로자 자신들이 1/2을 부담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산재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하였다. 즉, 근로자 본인이 ‘산재보험 가입 제외’를 신청하면 가입하지 않을 수 있다.

선화씨 같은 경우가 본의든 아니든 산재보험 적용제외 신청을 했기 때문에 산재보상을 받을 길이 없다. 산재보험 가입을 위해서는 적용제외 신청을 한 차기 년도에 다시 산재보험 재적용 신청을 하면 되지만 이전에 받은 재해에 대해서는 보상 받지 못한다.

사실 근로자들 입장에서 보험료의 부담은 적지 않다. 더욱이 산재보험의 보상 내용을 생각하면 보험료 부담으로 보험 가입을 꺼릴 수도 있다. 그러면 도대체 근로자가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는 얼마나 될까?

이들 특수형태근로자들은 임금이 정해져 있기 않기 때문에 매년 고용노동부에서 이들의 기준보수액(월급여)를 고시하고 이 급여를 기준으로 보험료가 책정되고, 산재 발생 시 보상금 결정된다.

선화씨를 예로 들어 골프장 캐디의 산재보험에 대해 알아보자. 2012년 고시한 캐디의 월급여는 194만3080 원이다. 골프장의 보험료율이 10/1000이기 때문에 보험료는 1만9400원이고 이를 사업주와 1/2씩 부담하기 때문에 선화씨가 부담해야할 금액은 매월 9715원이다.
그런데 만일 선화씨가 산재보험 적용제외를 신청하지 않았다면 선화씨는 치료비 전액을 보상 받을 수 있고, 치료 받는 동안 일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으로 매달 136만원을 휴업급여로 받을 수 있다. 만일 장해가 남는다면 장해보상을 또 받을 수 있다. 다른 특수형태근로자들도 대동소이하다. 물론 한번 납입한 보험료는 되돌려 받지 못한다.

자, 이제 한번 따져보자. 매달 1만원 정도의 보험료를 내고, 산재에 대해 철저히 대비할 것인지, 아니면 적용 제외를 신청해 매달 1만원을 저금할 것인지. 본인에게 어느 것이 더 유리할지는 본인이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산재는 언제 누구에게 발생할지 모른다. 나만 조심한다고 해서 벗어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캐디, 레미콘 운전자, 보험모집인, 학습지교사, 택배기사, 퀵서비스 기사, 예술인 등 특수형태 근로자들은 자기가 내야할 보험료와 산재 발생 시 받을 수 있는 보상을 잘 살펴서 선화씨같이 억울한 손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손정원 2013-04-04 17:24:24
이제는 이런 환자들을 만나면 어느정도 얘기해줄수 있는 좋은 팁을 얻은것 같습니다. 또한, 공사장 및 다중이용시설 소방안전교육을 나갈때 이런내용도 얘기해 줘야 겠습니다. 좋은내용 담아 갑니다. ^^

손정원 2013-04-04 17:22:39
소방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공사현장에서 다치는 외상환자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 이들 대부분은 일용직 혹은 특수고용직 근로자들 입니다. 병원으로 이송되는 구급차 안에서 이들은 본인의 건강보다 당장 내일부터 일하지 못함을 걱정하고, 그로인해 부담되는 치료비 및 앞으로의 임금을 받지 못할 것을 걱정합니다. 가끔은 우리에게도 산재에 관하여 물어보곤 하는데, 아는바가 없어 회사에 물어보라고 대답했던 기억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