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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기업, 정부와 힘겨루기 시작됐나
재벌기업, 정부와 힘겨루기 시작됐나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02.20 11: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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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등기임원 회피, 투자계획도 감감무소식
재계, CSR 강화ㆍ대응논리 개발 ‘강온 양면책’

▲ 재벌 총수에 대한 사법부의 양형기준에 무관용원칙이 적용되면서 재계는 큰 압박을 느끼고 있다.

새 정부의 대기업정책이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과 투명경영을 강조하는 분위기로 흐르자 재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재계는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고 윤리경영에 매진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새 정부에 협력하는 제스쳐를 취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응논리를 개발하는 등 적당한 실력행사를 통해 타협점을 모색하고 있다.

일단 새 정부의 재벌 개혁 드라이브는 그 진정성 여부를 떠나 현재 진행형이다. 새 정부 출범 후 사정당국의 수사나 조사를 받을 기업이 어디라더라 하는 루머가 나돌 정도다.
 
달라진 분위기는 총수일가에 대한 경영책임을 과거에 비해 엄격히 추궁했다는 점에서 출발한다. 사법부는 그간 국가 경제에 미치는 여파 등을 고려했던 재벌 총수에 대한 양형기준에 무관용 원칙을 적용키로 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과 최태원 SK 회장의 법정구속, 실형 선고 등으로 재계 총수의 집행유예 관행이 깨졌다.

신세계그룹은 검찰, 공정거래위, 고용노동부 등으로부터 압박을 받아 사면초가 상태다. 정용진 부회장이 베이커리 계열사를 부당 지원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고 동생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은 국회의 국정감사와 청문회에 불응했다는 이유로 정식 재판에 회부됐다. 여기에 노동조합 직원을 사찰했다는 내용의 문건까지 폭로되면서 고용노동부의 부당노동행위 특별감독을 받고 압수수색까지 당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에 재벌 조사 전담조직(옛 조사국)의 부활도 추진되고 있다. 부당내부거래 등 재벌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행위를 막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전담해 조사하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게 박 당선인 측 입장이다.

재계가 강력히 반대하고 있지만 야당도 조사국 부활에 동의하고 있어 '경제민주화'의 바람을 잠재우기엔 역부족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오너 등기임원 회피까지, 재계 논리개발 분주

이처럼 총수 일가의 경영행태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이뤄지자 재계는 ‘강온 양면책’을 들고 나왔다.

한화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 하고 삼성이 준법경영을 강화하는 등 재계는 ‘경제민주화’라는 사회적 요구에 부응하는 자세를 취했다. 일단 몸을 낮춰 소나기를 피해 가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전략은 경영책임 회피 전략으로 이어지고 있다. 그룹의 경영전면에 전문경영인을 내세우면서 총수 일가가 한발 물러서고 있다.

SK그룹은 최 회장의 구속 전후로 전면적인 지배구조 개편을 단행했다.

▲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등기이사직에서 전격 사퇴하면서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 회피 논란이 거세질 전망이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장남 이재용 부회장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등기이사를 맡을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 달리 최근 인사에서 등기임원으로 선임되지 않았고,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등기이사에서 사퇴했다.

대외적으로 발표한 이유 외에 '등기이사가 아니더라도 실제 회사경영과 관련한 주요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굳이 법적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직을 유지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내부 의견이 있었다는 전언이다.

매년 사상 최대 규모라는 수식어구와 함께 등장했던 투자액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실제로 19일까지 투자계획을 발표한 그룹은 20대 그룹 중 LG·SK·포스코·CJ 등 4곳에 불과하다.

이처럼 재벌기업들이 투자규모를 밝히지 않고 있다는 점도 해석이 분분하다. 단순히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 아니라 일자리와 직결된 기업투자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큰 비중을 두고 있는 새 정부와 미묘한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 임원은 “대외적으로는 경기 전망이 불투명해 투자규모를 확정치 못했다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정부가 산업진흥 정책이나 세제해택 등의 당근 없이 책임경영만 강조하고 있는 데 대한 재계의 반발이라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설명이다. 

이런 시점에 전국경제인연합회의 CEO라 할 수 있는 상근부회장직에 이승철 전무가 내부 승진한 것도 관심거리다. 이 부회장은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출신으로 석박사 전공분야가 산업조직론이다. 공정거래와 정부규제 방면에서는 재계의 대표적 이론가로 통한다.

재계 관계자는 “이미 재계와 정관계에 폭넓은 인맥을 형성한 이 부회장이 대기업 규제에 대한 대응논리 개발에 일정부분 역할을 할 것”이라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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