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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주치의-이비인후과] 혀 짧은 소리 '설소대 단축증'의심
[건강 주치의-이비인후과] 혀 짧은 소리 '설소대 단축증'의심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3.02.22 0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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혀 위치 잘못돼 발음ㆍ목소리 질환에도 영향
▲ 혀의 아랫부분에 볼펜을 끼워 물고, 책을 읽는 습관은 정확한 발음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요즘 SBS드라마 ‘야왕’에서 사랑을 잃고 복수를 꿈꾸는 남자 하류와 변호사 하재웅의 1인2역을 맡아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이는 권상우에겐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다.

과거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날렵한 외모, 근육질 몸매에도 불구하고 ‘혀 짧은 소리’로 인한 남모르는 고충을 겪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혀 짧은 소리'가 느껴지지 않을 만큼 완벽한 발음과 발성을 선보이고 있다. 아마 부던한 노력으로 자신의 단점을 극복했을 것이다. 

이처럼 혀가 짧아 ‘ㄹ’ 발음이 부정확할 경우 ‘설소대 단축증’이라고 진단할 수 있다.
설소대 단축증은 혀의 아랫면과 입의 바닥(구강저)을 연결하는 막인 설소대가 짧아 혀의 운동이 제한되는 증상을 말한다.
대부분 선천적으로 나타나며, 드물게는 수술이나 외상 등으로 생기기도 하는데, 보통 혀를 길게 내밀거나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고, ‘ㄷ’, ‘ㄹ’ 발음에 문제가 생겨 혀 짧은 소리를 내게 된다.

이에 혀가 짧으면 발음이 잘 안 된다고 생각하고 혀를 길게 만드는 설소대 수술을 받으려는 사람이 많다. 특히 조기 교육의 열풍으로 혀가 영어 발음에 문제를 준다는 핑계로 수술을 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물론, 혀를 길게 하는 수술은 발음 개선에 도움이 된다. 그러나 단순히 수술만으로 발음이 완벽해지는 것은 아니다.

혀를 이용하는 자음 발음, 혀 위치 정확해야 바른 소리 낼 수 있어
혀를 이용하는 자음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먼저, ㄴ, ㄷ, ㅌ, ㄹ 과 같은 혀끝자음이 있다. 이는 혀의 윗부분이 입천장의 가장 앞부분에서 혀끝과 입천장이 만나는 자음이다. 그리고 ㅅ, ㅈ, ㅊ 과 같이 마찰, 파찰을 하는 혀끝자음이 있다. ㅅ, ㅈ, ㅊ은 혀 끝 보다 약간 뒤쪽에 위치한 혀 상부가 입천장과 만나는 소리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자음들을 잘 발음하지 못해 거의 모든 혀끝자음을 동일한 혀 위치로 발음을 하는 오류를 범한다.

반면, ㄱ, ㅋ, ㅇ 은 혀 안쪽 뿌리 부분이 입천장의 후방에 붙어서 내는 자음이며, ㅁ, ㅂ, ㅍ 은 입술이 서로 붙었다 떨어지면서 내는 자음이다. 이러한 자음들은 대부분 목소리를 동반하지 않기 때문에 순간적으로 정확하고 빨리, 짧은 순간 접촉이 일어나야 정확한 발음으로 들리고 명료하게 들리게 된다. 또한 입을 충분히 벌릴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준다.

그리고 목소리는 성대에서 만들어진 후, 입과 코를 통해 나오고 공기를 통해서 상대방의 귀로 전달되어 소리로 느껴지는 것이다. 따라서 ㄴ, ㅁ, ㅇ 의 비음만이 적절하게 코로 소리가 빠져 나갈 때 정확하고 명료한 소리로 들리게 된다. 그러나 입을 벌리지 않고 발음을 하게 될 때는 혀의 위치가 부정확해지고, 연구개가 열리게 되어 자연스럽게 비음이 더 증가한다.

이와 함께 비음을 낼 때는 연구개가 상승하면서 코로 통하는 구강이 열리고, 이어서 성대 주변의 근육이 긴장되어 성대 역시 위쪽으로 상승된다. 이것은 발성할 때 성대를 긴장시키고 양측 성대가 서로 열리게 하는 작용을 해 자연스럽게 목소리의 음정이 올라가게 한다. 그리고 성대가 벌어지면서 상승하게 되면 폐에서 나오는 공기는 폐에서 더 멀어지고 힘이 들어가 있는 성대를 떨리게 만들기 위하여 더 많고 강한 바람을 불어 주어야 한다. 당연히 호흡은 강하고 거칠어 질 수밖에 없다.

이런 현상이 반복되면 성대는 점점 강하고 거친 호흡으로 마르게 되고, 불규칙한 호흡으로 성대 점막의 진동이 불규칙해져서 점막의 손상이 생긴다. 즉, 목소리가 변하는 목소리 질환인 성대부종, 성대결절, 성대폴립과 같은 병이 생기기 쉽다.

이처럼 단순히 발음에만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던 설소대 단축증은 성대결절, 성대폴립 등 목소리 질환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설소대 수술 후에 혀의 정확한 운동을 위해서는 정확한 조음점을 기초로 해 혀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음성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설소대에 의해 수년, 수십 년 간 묶여 있던 혀의 근육들은 설소대가 끊어졌다고 갑자기 사용하지 않던 방향, 위치로 근육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수술 후에 꾸준한 훈련으로 정확한 조음점을 찾게 만들어야 한다. 이렇게 혀의 충분한 길이를 만들어 주고 정확한 조음점을 찾아서 움직일 수 있는 혀가 되면 정확한 발음이 가능해질 수 있다.

도움말:이비인후과 전문의 안철민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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