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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상과 산재, 어떻게 해야 하나?
공상과 산재, 어떻게 해야 하나?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 승인 2013.02.27 14: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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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땅에서 산재환자로 살아남기③

#나성실(45세, 남자)씨는 중견 전자업체에 다니고 있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회사 분위가가 좋고, 급여도 대기업보다는 못하지만 다른 중견기업보다는 조금 낫고, 종업원에 대한 복지 혜택도 괜찮은 편이다. 교대 작업은 하지 않지만 항상 일이 많아 잔업과 야근이 조금 많은 것이 불만이라면 불만이지만, 이 회사에 다니는 것에 만족하고 있다. 그런데 나성실씨가 작업 중 자재 더미가 무너지면서 깔려서 발목 인대에 손상을 당했다. 의사의 말로는 2~3주 동안 기브스를 하면 잘 나을 거라고 했다. 회사에서 산재 담당자가 산재 신청 때문에 찾아왔다. 담당자는 산재 신청을 회사에서 대신 해주려고 하는데, 산재를 신청하는 것보다는 회사에서 공상으로 처리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다. 회사에서 공상으로 처리하면 병원비를 모두 회사에서 내주고, 일하지 못하는 동안 급여를 100%를 주겠다고 했다. 회사에 그 동안 산재 건수가 조금 많아서 산재 신청을 하면 회사가 어려움을 겪는다고 하면서 부탁했다. 그러면서 산재 신청을 하면 휴업급여는 70% 밖에 주지 않으니까 더 이익이라고 설명해 주었다. 담당자가 가고 난 다음 옆에 입원한 다른 산재 환자는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산재로 처리하라고 한다. 나성실씨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다. 회사 말을 듣지 않으면 회사와 관계가 껄끄러워질 것 같고, 공상으로 하면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나성실씨는 어떻게 하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까?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우리나라에는 ‘공상’이란 것이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에 급여 대상은 산재는 요양기간이 4일 이상이 것만 해당된다. 즉, 요양기간 3일까지는 산재보험에서 급여를 해주지 않기 때문에 사업주 부담으로 치료하고, 휴업급여를 해 주어야 한다. 이것을 산재와 구분해서 공상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회사 입장에서는 5일이나 1주일 정도 치료 받으면 될 산재 근로자를 반드시 산재보험 청구를 해야 할 것인가 하는 고민이 있다. 이런 고민은 우리가 자동차 사고가 났을 때 보험에 신고할 것인가 하는 것과 비슷하다.

자동차 보험에 신고하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산재보험도 비슷한 성격이 있다. 산재보험 중 산재사고를 반영해서 보험료를 인상 또는 인하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산재 사고가 많으면 고용노동부의 감사 대상이 될 수 있고, 건설업은 관급 공사 수주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이유들로 회사에서는 가급적 산재보험에 청구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래서 보통 7일 내외의 사소한 질병이나 손상은 산재보험에 청구하지 않고, 공상으로 처리하여 회사가 치료비와 휴업급여를 준다. 그런데 이런 공상이 경상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고 골절과 같이 1~2개월 동안 치료를 받는 경우도 공상으로 처리하는 경우도 있다.

자, 이제 공상을 재해 근로자 입장에서 살펴보자. 재해 근로자 입장에서 보면 별로 손해 날 일이 아니다. 치료비는 회사에서 내 주고, 휴업급여도 100% 준다면 별 손해가 아닐 것이다. 더욱이 회사에 계속 다녀야 하는 입장에서는 괜히 회사에 부담스러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나성실씨 같은 경우를 보면, 비록 중견기업이지만 나름대로 복지혜택도 있고, 근로자에게 우호적인 기업이어서 계속 다니고 싶은 마음이 크다. 이런 경우 회사의 권유를 무시하고 산재를 신청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 공상으로 처리하는 것이 산재 신청을 하는 것보다 나을까? 만일 공상으로 처리한다면 어떤 점을 따져 봐야 할까?

먼저 손상이나 질병의 상태가 어떤지 살펴보아야 한다. 장차 장애가 생기지는 않을지, 또는 후유증은 없을지 등이다. 회사에서 잘 처리해 준다고는 하지만 장애나 후유증이 생길 먼 훗날까지 잘 처리해 줄지는 판단하기 어렵다.

다음은 휴업급여의 문제이다. 보통 회사에서 휴업급여를 100% 준다고 하는데, 회사마다 다르겠지만 대부분은 본봉의 100%를 지급한다. 우리나라의 급여체계는 본봉보다 수당이 더 많은 회사들이 많다. 특히 생산직 근로자들은 잔업이나 야근 수당이 본봉보다 훨씬 더 많은 경우가 많다. 산재보험의 휴업급여는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한다. 평균임금은 재해 직전 받은 3개월의 총임금의 평균을 말한다. 여기에는 본봉은 물론이고 각종 수당이 모두 포함된다. 잔업수당과 야근 및 특근 수당은 물론이고, 상여금도 모두 포함된다.

그럼 본봉의 100%와 평균임금의 70% 중 어느 것이 더 큰 금액인지는 본인이 스스로 판단할 일이다. 물론 회사에서 지급하는 어떤 것인지(휴업급여가 본봉인지 아니면 평균임금인지)도 확인해 봐야 한다.

물론 경제적으로는 약간 손해가 있더라도 회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산재 신청을 하지 않고, 공상으로 처리할 수는 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손상이나 질병이 얼마나 중한지 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상처나 질병이라면 공상으로 처리해도 무방하겠지만, 조금이라도 장애나 후유증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면 산재보험에 요양신청하는 것이 낫다.

이런 결정은 본인을 위해서도 옳고, 회사를 위해서도 옳다. 회사에서 좋은 뜻으로 시작해도 후에 장애가 생기거나 후유증이 생기면 서로 곤란한 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의 고뇌. 이런 문제가 있을 때 항상 곤란한 것은 원칙과 현실 사이의 고민이다. 원칙적으로 4일 이상 모든 업무상 질병은 산재보험 요양 신청을 해야 한다. 산재 요양신청을 하지 않으면 산재은폐에 해당한다. 산재보험 요양 신청을 해야 재해 근로자도 제대로 보호 받을 수 있고, 산재를 정확히 파악해서 올바른 정책을 세울 수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약자인 근로자가 회사의 요청을 무시하기 어렵다. 경우에 따라서는 공상으로 처리하는 것이 근로자에게 더 유리한 때가 있다. 이럴 때는 원칙보다는 현실을 따라 자문하지만, 언제나 원칙을 지키지 못한 찜찜함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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