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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철의 뒷담화>성형 미니멀리즘(Minimalism)
<윤근철의 뒷담화>성형 미니멀리즘(Minimalism)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3.04.02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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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근철의 뒷담화>는 ‘성형 권하는 사회’라는 부끄러운 현실 앞에서 의사들 스스로 자성해야 한다고 자아 비판하는 윤근철 원장의 생생한 독설 뒷담화를 연재한다. 윤근철 박사는 ‘양악수술 1세대’ 성형외과 전문의로 대학에서 성형외과학 교수로 재직하며 수많은 성형외과 전문의를 길러냈다. 30년 가까운 시간동안 현업에서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집도를 하면서, ‘성형’만큼 ‘전문의’로서의 가치와 철학에 집중했다.

 ‘성형’의 영어표기인 ‘플라스틱(Plastic)은 고대 그리스에서 ‘주물, 조형을 맞추다’라는 뜻을 가진 플라스틱코스(Plastikos)'에서 유래했다.

초기 성형외과의 역할은 신체의 결함을 교정, 재건한다는 의미로 더 많이 쓰여 왔다. 하지만 오늘날 성형은 ‘미용’적인 측면을 더욱 부각시켜 상업성에 찌든 하나의 사업으로 보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어 성형외과 의사의 입장에서 부끄러움을 감출 수 없다.

의료 보험의 범위 밖에 있는 미용성형외과는 고객(이제 성형외과에서 ‘환자’라는 표현이 사라진지 오래다), 시행자(의사)는 물론 제3자의 시선에서도 ‘의학’로서의 본질보다는 ‘상업’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기도 하다.

이런 분위기에 대한 책임을 정부도 피해나가기 어렵다. 정부역시 미용성형외과의 대상자를 정신적 열등감을 가진 환자로 보지 않고 성형 서비스를 구매하는 고객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1년부터 일부 성형수술 항목에 적용하는 ‘부가세’를 그 방증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성형외과는 의학이라는 것이다.
개인의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수술을 통해 개선 혹은 교정해주는 ‘외과’다. 예방 의학이나 치료 의학과는 다르지만 개인의 행복을 위한 ‘행복 의학’이라고 말할 수 있다.
다만 의학으로서 실행하기 위해서는 고대의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계승한 의학의 정의성, 공공성이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한다.

성형외과 전문의는 ‘미용 성형’이 의학의 한 분야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며, 환자에게 해가 되거나 돈의 논리에 따라 불필요한 시술이나 수술을 권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작금의 미용 성형외과는 대형화, 기업화의 그릇된 시대 흐름에 흔들리고 있다. 본연의 성형외과의 의학적 사명보다는 영리를 위한 방향으로 치닫고 있는 것이다.

필자가 성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1980년대~ 90년대 전후까지만 해도 미용 성형외과는 개인이 운영하는 의원이 대부분이었다. 그 시절의 성형외과 전문의 들은 그들이 모교나 모 병원에서 수련 받은 ‘의사’로서의 소명에 충실했으며, 지나친 상업주의에 대한 경계를 염두에 두었다고 자부할 수 있다.

‘의사’로서의 신념이 무너진 대한민국 성형외과

소위 밀레니엄 시대라고 불리는 2000년대를 전후해 성형외과 개원가에서 ‘무한’경쟁이 심화되면서 의원의 수가 급격히 늘면서 위기가 찾아왔다.

의사들의 윤리의식이 진보적(?)해석과 상업주의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의사들 사이에서 윤리의식이 무너지면서 최소한의 ‘상업적인 성공’에 대한 열망이 의사로서의 명망을 얻는 것이란 분위기까지 감돌기 시작했다.

이후 젊은 의사들은 더욱 더 상업화와 대규모화에 열을 올리면서 수십 개에서 수백 개 가까운 ‘성형’외과가 몰려들면서 강남구 압구정동에 성형외과 거리가 조성되기 시작했다.

이런 배경에는 국내 미용 성형외과를 의학 본연의 기능보다는 세수의 확대와 중국 시장을 겨냥한 의료 수입을 노린 정부의 무분별한 규제의 완화도 보탬이 되었다고 본다. 그 증거로 타 진료 과에는 영리 의료 법인을 허용하지 않는 것을 이유를 들 수 있겠다.

요즘의 젊은 성형외과 전문의들에게 고한다. 미용 성형수술은 상업적으로 훈련 받은 상담 직원의 견적에 따라 즉 병원의 금전적인 이득을 위해 결정 되어지는 것은 아니다.

성형외과 전문의 스스로가 ‘의학’으로서의 명예를 잃으면, 단순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스테틱’으로 전락한 다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 사진=윤근철 박사

윤근철 원장 프로필,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동대학원 박사 학위취득
서울 아산병원(구 서울 중앙병원), 울산의대교수
서울 아산병원(구 서울 중앙병원) 성형외과 과장
서울대학교 성형외과 초빙교수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병원 성형외과 교환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종신회원
대한 두개 안면 성형외과 학회 운영위원
아시아 태평양 두개악안면 학회 정회원
한일 성형외과 국제 학술대회 조직위원회 부회장
대만 성형외과 정기 학술대회 초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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