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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재병원이 좋을까
어느 산재병원이 좋을까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 승인 2013.04.11 11: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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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땅에서 산재 환자로 살아남기⑤

산재 환자 뿐 아니라 모든 환자들이 꼭 알고 싶은 것이 '좋은 병원'이다.

'어느 병원이 좋을까?' 이 질문의 답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치료 결과가 좋은 병원이 뛰어난 병원이겠지만,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다.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이 치료를 잘 한다는 것은 알지만 거리가 멀고, 병원비도 비싸고, 입원하기도 어렵다고 하니 보통 서민들은 쉽게 가기 어렵다. 또 단순한 고혈압을 치료 받기 위해서 이런 대학병원에 가는 것이 좋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병은 치료했는데, 가산을 탕진했다면 그 치료가 좋은 치료일까?

보통 사람에게 좋은 병원은 가기 쉽고, 진료 받기 쉽고, 친절하고, 합리적인 비용으로 좋은 치료를 해 주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그러나 산재 환자는 보통 환자와는 다른 두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일반 환자는 병만 치료하면 되지만, 산재 환자는 원래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가서 일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 일반 환자에 비해 병원비 부담이 적다. 물론 이전에 필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산재보험에도 본인 부담금이 존재하기 때문에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일반 환자보다는 부담이 훨씬 적다.

이 두 가지 특징 때문에 병원이 환자를 치료하는 목적이나 과정이 달라야 한다.

먼저 환자를 치료함에 있어 직장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염두에 두고 치료해야 한다. 일반적인 환자 치료야 동일하겠지만, 그에 더 해서 직장에서 산재 근로자에게 더 필요한 기능은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 기능을 더 잘 회복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병원비에 대해서 환자의 부담이 없으니까 환자의 기능 회복을 위해서 일반 환자보다 더 많은 치료를 할 수 있다.

만일 최선을 다해서 치료했음에도 불구하고 장애 남는다면, 장애를 낮추기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또한 갖고 있는 장애를 극복하고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재활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물론 직업재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병원은 많지 않지만 근로복지공단이나 다른 전문 기관과 협조해서 그렇게 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제 현실적으로 어떤 병원이 산재 환자에게 좋은 병원인가? 어떤 병원을 택해야 할까? 생각해 보자.

먼저 산재보험 지정 병원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물론 산재지정 병원이 더 의료기술이 훌륭하다는 것은 아니다. 산재지정 병원을 선택하는 이유는 편리성이다. 산재지정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 환자는 병원비에 관해서는 아무런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된다. 비 지정병원을 이용할 경우 산재환자가 먼저 병원비를 지불하고, 근로복지공단에 청구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둘째, 자기 지역에서 환자치료를 잘 하는 것으로 명망 있는 병원 중에서 선택하는 것이 좋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우수기관으로 인증 받은 병원이면 더 좋다. 앞서 산재환자는 일반 환자와 다르다고 했지만, 질병의 치료 원칙은 동일하다.

또한 한 가지 상병을 잘 치료하면, 다른 병도 잘 치료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지역에서 특정 질병이나 손상을 잘 치료하는 것으로 인정 받은 병원이 있다면 그 병원을 선택하는 것도 좋다.

셋째, 산재 환자를 위해 특별 배려를 해 주는 병원이 좋다. 여기서 산재환자를 위한 특별 배려는 재활서비스를 말한다. 산재환자의 치료는 직장복귀를 목적으로 해야 하고, 일반 환자와 다른 점이 재활서비스에 있다. 재활서비스는 운동치료와 같은 의료재활 뿐 아니라 직업재활을 포함한다.

자체적으로 운동치료 시설과 서비스가 잘 제공되는 병원이 제일 좋고, 근로복지공단이나 재활인증기관(근로복지공단이 인증한 45개 재활병원이 있음)과 연계해서 직업재활이나 사회재활 서비스를 잘 제공하는 병원이 좋은 병원이다.

가끔 요양기간을 길게 하고, 재활치료를 등한시 하는 것이 나중에 장해등급을 좋게 받는다는 논리로 허접한 병원을 선택하게 하는 브로커들이 있다. 이는 당장은 좋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산재환자가 직장에 복귀하지 못하고 영원히 직장에서 버림받아 패배자의 길을 가게하는 독배가 된다.

산재지정 의료기관은 약 5600여개이다. 산재보험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이나 다른 유럽국가들에 비해 너무 많은 숫자이다. 이들 의료기관 중에서 정말로 산재 환자에게 좋은 의료기관을 찾는 것은 전문가들에게도 쉽지 않다.

근로복지공단은 법에 따라 산재보험 지정 의료기관을 평가해야 한다. 이 평가를 통해서 산재 환자가 마음 놓고 자신을 맡길 수 있는 진정 산재환자를 위한 좋은 병원을 잘 선별해서 모든 근로자에게 알려주어야 하고, 이런 좋은 의료기관들을 육성 발전시킬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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