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9 16:34 (금)
[칼럼]백척간두에 선 공공의료
[칼럼]백척간두에 선 공공의료
  • 뉴미디어팀
  • 승인 2013.04.11 18:1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민식 이코노미21 편집기획위원

설훈 의원 "내가 도지사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
홍준표 경남지사 "그럼 당선되고 나서 해보라"
김문수 경기도지사 "단 1%라도 도민이 원한다면, 도립병원을 운영하겠다."
홍준표 경남지사 "그러니까 경기도 살림이 엉망이지, 경기도나 잘해라..."

홍 지사가 최근 내놓는 발언들을 보면,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진주의료원 폐쇄결정을 두고 벌어지는

▲ 최민식 이코노미21 편집기획위원
언전(言戰)이다. 지난 2010 지방선거부터 '복지국가'은 단연 화두였다. 2012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생에는 '아버지의 꿈은 복지국가였다'라는 나름 진정성 있는 좌클릭 전략이 있었다. 그런데 경남지사 홍준표의 결단은 정반대 방향이다. 도대체 왜 그럴까.

홍준표 지사는 지난 3월 18일 <진주의료원 폐업 불가피합니다>라는 성명을 통해 첫째 이유, 강성노조의 해방구, 진주의료원, 둘째 이유, 신의 직장 진주의료원, 도민에게는 혈세가 줄줄 새는 구멍, 셋째 이유, 진정한 공공의료의 실현 등 세 가지 폐업결정 사유를 들었다. 동시에 홍 지사는 이 성명을 통해 노조의 경영개선요구 거부 이외에도 노조의 법을 무시하는 수준의 단체협약 체결과 두 명의 원장을 중도 사퇴시킨 경영권 개입 등을 지적했다.

무엇보다도 강성노조의 횡포 때문에 문을 닫겠단 의미다. 공공의료와는 아무 상관없고 오로지 귀족노조의 놀이터였기 때문에 폐쇄가 불가피했다는 발언도 있다. 그런데 홍준표가 귀족노조라고 주장하는 진주의료원 직원들의 임금이 실제로는 다른 지방의료원의 80% 수준이라고 한다. 귀족노조로 몰린 진주의료원 노조는 명예회복을 위해 소송을 준비중이다. 첫째 이유가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둘째 이유인 혈세가 줄줄이 샌다는 점에 대해서는 관점이 완전히 다르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장이 8일 진주의료원을 방문해 기자들과 만나 "직접 방문해 보니 이곳에 있어야 할 환자들이 내몰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공공의료기관의 폐업은 경영성과가 아니라 경제·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취약자들을 위해 역할을 얼마만큼 했는지를 분석한 뒤 판단해야 한다"며 폐업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사실 문제의 본질은 '경영'이 아니다. 왜냐하면, 도립병원 나아가 보건소 국립대학병원 근로복지공단 보훈병원등 공공의료기관들은 '비영리 목적'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공공의료기관은 민간병원을 찾기 어려운 저소득층을 지원하기 위한 기관이다. 따라서 도립병원이 민간병원만큼의 수익을 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런데 홍준표 지사에게는 '민간 영리 병원이었다면 더 수익을 낼 수 있었을 텐데...'라는 생각이 지배적인 모양이다. 바로 이러한 관점의 차이가 공공의료기관파괴사건의 근원이다. 셋째 이유로 든 진정한 공공의료의 실현은 모양좋게 붙인 사족인 듯해서 따지지 않겠다.

최근 보건복지부의 대통령 보고내용을 보면, 의료기기/의약품 산업 활성화를 위해 복지부예산으로 회사를 직접 지원하고 임상시험, 허가심사, 약가결정 구조를 조정하겠다고 한다. 해외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영리병원을 도입하고 보험회사의 환자유인알선 행위도 허용하고자 한다. 박근혜 정부가 이명박 전정부의 정책방향을 그대로 이어받고 있다.

실제로 보건복지산업 육성 파트의 핵심 내용은 이명박 정부에서 내놓았던 복지부 업무계획과 동일하다. 그 내용은 의료서비스의 상업화를 더 강화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의료산업육성이라는 명목 하에 진행했던 의료민영화 정책을 그대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의료민영화 논쟁은 오래되었다. 민간 병원들이 아우성이었다. 애초 국민건강보험의 수가제나 약가통제로 인해 구조적으로 수익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경기불황이 지속되면서 병영경영도 어려워졌다. 보건소 같은 공공의료기관들이 늘어나면 지역 민간 병원들의 경영난이 더 악화된다고 인식한다. 이 상황에서 민간병원들이 눈을 돌린 것은 바로 '미국 의료영리 시스템'이다. 정부와 정치권 일각에서 이를 수용하면서 '의료민영화 정책'이 추진되었던 것이다.

그러나 미국 의료영리 시스템의 잔혹사는 영화 '식코'가 적나라하게 그리고 있다. 환자는 모름지기 가난할 자유가 없다. 가난하면 환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바마가 의료개혁을 제 1호 공약으로 앞세웠던 이유는 바로 '의료의 공공성 회복' 때문이었다. 오바마의 미국이 부러워하는 국민건강보험제도와 부족하나마 의료사각지대를 좁혀가는 공공의료기관을 갖춘 대한민국, 그런데 대한민국 홍준표 경남도지사에게는 부끄러운 모양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문제가 있다. 진주의료원을 둘러싼 홍준표 지사의 행정에는 공공의료를 요구하는 경남도민에 대한 고려가 빠져 있다는 점이다. 민주주의자의 입장에서 김문수 지사의 표현을 발전시키자면, '단 한 명이라도 공공의료기관을 필요로 하는 도민이 계시다면, 도립병원을 유지할 것입니다'이어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