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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조 추경, 경기부양 효과는 ‘글쎄’
17조 추경, 경기부양 효과는 ‘글쎄’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04.16 15: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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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이 세입 부족분 메우기
재정건전성 악화 대비 ‘저효율’

▲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추경예산 편성 논의를 위한 국무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부가 총 20조원 대에 이르는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안을 들고 나오면서 재정건전성과 집행효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추경은 17조3000억원으로 올해 세입부족분으로 예상되는 12조원을 메우는 세입경정예산과 경기부양을 위한 5조3000억원 규모의 세출경정예산으로 구성된다. 여기에 국회 동의절차가 필요없는 2조원 규모의 기금운용계획 변경과 공공기관의 사회간접자본(SOC) 분야 투자액 1조원 확대방안을 포함하면 추경을 포함한 재정지출규모는 20조원대로 늘어난다.
 
추경 재원은 작년 세입 중에서 지출하고 남은 돈인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 3000억원, 세출 감액 3000억원, 한국은행 잉여금 추가액 2000억원 등과 16조원에 달하는 적자국채로 조달한다.

문제는 ‘경기침체에 대한 대응’을 위해 짠 추경예산의 70%가 세수 구멍을 메우는 세입경정추경에 투입된다는 데 있다.

먼저 정부가 장밋빛 경기예측과 성장전망, 그리고 무리한 세외수입계획으로 애초부터 불가능한 세수입을 세워놓고 뒤늦게 국채를 발행해 이를 수정하려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국가부채를 늘려 정부의 실수를 감추려 한다는 것.

정부는 올해 성장률을 3.0%로 내다봤지만 지난달 수정전망에서는 2.3%로 크게 하향조정했다. 이로 인해 올해만 약 6조원의 국세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인해 국내 주요기업들의 사업전망이 불투명하고 부동산경기침체와 내수침체까지 겹친 상황에서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에 따라 세수를 짠 대가다.

올해 안에 가능하다던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지분매각도 사실상 힘들어졌다. 이를 통해 마련한다는 세외수입 6조원도 메워야 한다. 이 역시 정부의 무리한 사업추진에 따른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기까지 좋지 않아 지분매각을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는 견해가 다수였다”며 “시간이 필요한데 정부가 어떤 근거로 자신만만한지 모르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재원마련을 위해 적자국채를 발행함에도 추경예산의 대부분을 세입결손보전에 쓴다면 재정건전성이 악화됨에도 경기부양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비등하고 있다.  

이번 추경 편성에 따른 국고채 발행 순증가 규모는 15조8000억원이다. 이에 따라 국고채 총발행 규모도 79조7000억원에서 95조5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채무를 합친 국가채무는 464조6000억원에서 480조5000억원으로 증가한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수지는 -0.3%에서 -1.8%로, 국가채무는 34.3%에서 36.2%로 올라간다. 여기에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 연금충당부채를 포함하면 900조원으로 GDP대비 국가채무비율이 70.9%로 급등한 상태다. 

이처럼 적자국채를 발행하는 추경은 재정건전성을 악화시키기 때문에 과거에도 경기부양을 위한 세출경정예산에 집중되는 것이 보통이었다.
 
2006년과 2008년은 각각 2조2000억원과 4조6000억원의 추경예산을 전액 세출조정에만 사용했고, 역대 최대규모 추경이던 2009년에도 세출경정예산이 17조2000억원으로 세입경정 11조2000억원을 크게 앞질렀다.

이번 추경을 통한 효과는 올해 0.3%포인트, 내년에 0.4%포인트 수준의 경제성장률 제고 효과가 있을 것이란 게 정부측 분석이다. 

7조3000억원의 지출확대를 통한 성장률 제고 효과도 올해 0.1%포인트에 그친다. 나머지 0.2%포인트는 세입경정을 통한 수비적 조치로 향후 잠재성장률 및 성장률 증가 효과와는 거리가 있다는 평가다.

2009년 17조원이 넘는 세출증액으로 1.5%포인트 수준의 성장률 제고를 전망했던 것에 비해 경기부양 기대효과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전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있었던 기획재정부의 4월 국회 업무보고에서도 이번 추경이 경제성장에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가면 당분간 2%대 저성장이 지속될텐데 여기에 복지수요가 계속 증가한다면 국채발행이 올해로 끝이 나지 않을 수도 있다“며 ”매년 추경하고 메울 게 아니라 증세문제를 고민해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벌써 3월에 세입이 3조원이 구멍이라고 하는데 6조원으로 세입부족을 막을 수 있겠냐“며 "지금 숫자맞추기에 급급하면 여러가지로 차질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편, 정치권에서는 국채발행규모를 줄이고 증세를 통해 재원조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본질적 해법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조정식 민주당 의원은 "최근 5년간 국가부채비율이 굉장히 높아졌고, 부채 증가속도도 굉장히 빨라졌다"면서 "국채발행을 통해 추경을 하게 되면 나중에 정부가 난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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