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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삼성전자의 탁월한 생존 전략
[칼럼]삼성전자의 탁월한 생존 전략
  • 임형록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3.04.22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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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 수년간 우리에게 일상이 된 단어가 바로 글로벌 경제 위기이다. 하지만 이와는 대조적으로 또 하나의 일상화된 표현이 있다. 바로 ‘삼성전자의 대약진’이다. 삼성전자는 한 마디로 전자산업으로 대표되던 일본을 일거에 제압한 절대강자의 전설을 쌓아가고 있다.

▲ 한양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현 시점에서 삼성전자에 대하여 누구나가 우려 반 진심 반으로 품고 있는 공통적인 질문이 존재한다. 그것은 바로 ‘삼성전자가 진정 뛰어나기 때문에 그렇게 기업성과가 탁월한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는 궁극적으로 삼성전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의문이라고 정의해도 무방하다.

일단 삼성전자의 1세대 스마트폰인 ‘옴니아’가 성공적이지 못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했던 삼성전자가 경천동지(驚天動地) 할 정도의 엄청난 성과를 창출하고 있다는 점은 논리적으로나 심정적으로 쉽게 이해하기 힘들다.

한 가지 의문점을 품어 보자. 만약 삼성전자의 성공이 일종의 선택된 경쟁의 산물이라면 어떠한가?

일단 세계 양대 서비스 플랫폼은 애플과 구글이다. 애플과 달리 구글은 하드웨어 플랫폼 즉, 스마트 이동단말을 보유하지 못했었다. 따라서 구글은 모토로라를 인수하면서 하드웨어 플랫폼 시장으로 진입을 도모하게 된다. 이로써 구글은 개방형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대한 이분화 전략(two-way track) 즉, 자사의 모토로라용 안드로이드와 라이선스용 안드로이드로 차별화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셈이다.

애플의 입장에서 형세를 판단해 보자. 단연코 가장 위협적인 경쟁자는 스마트 홈, 스마트 TV, 그리고 스마트 카로까지 그 세력을 확장하는 구글이다. 구글의 최대 강점인 개방형 안드로이드는 이미 확산일로를 걷고 있다. 거기에 구글이 스마트 이동단말 시장으로까지 확장할 경우 애플로써는 쉽지 않는 상황이 전개될 것이다.

애플의 반격이 기대되는 그 시점부터 묘한 흐름이 감지된다. 즉, 애플이 삼성전자를 특정하여 소송전에 돌입한 것이다. 그 과정을 돌이켜 보면 마치 애플의 유일한 경쟁 파트너가 바로 삼성전자라고 공표하는 듯한 모양새였다. 결과적으로 양사의 소송전이 국제적 이슈가 되면서 구글의 모토로라는 관심 밖으로 멀어지게 된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구글을 제압하기 위하여 이이제이(以夷制夷) 전법을 사용한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옳다. 애플은 구글 견제용 경쟁 파트너 기업의 선정 시 몇 가지 명확한 기준을 사용하였다. 첫째, 플랫폼 생태계를 구축할 능력이 없을 것. 둘째, 상당한 수준의 생산능력을 가지고 있을 것. 셋째, 시장 추종자적 성향을 가지고 있을 것.

이 세 가지 요건에 모두 부합하는 기업이 바로 삼성전자였다. 즉, 삼성전자는 비록 ‘바다’라는 자체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으나 자체 생태계 구축은 요원한 상황이다. 옴니아의 실패를 경험한 삼성전자는 이건희 회장의 복귀를 통하여 철저한 스펙 위주의 시장 추종자 전략으로 재무장하게 된다. 물론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생산능력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점차 애플과 삼성전자의 소송전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각 국의 소비자들은 삼성전자가 바로 애플의 유일한 경쟁기업으로 인식하기 시작하였다. 동시에 노키아가 몰락하고 구글의 모토로라는 시장에서 언급될 기회마저 상실하고 만다.

결과적으로 애플의 전략은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바로 애플이 과거 니콘(Nikon)의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기 때문이다. 수동 초점 시절 니콘의 명성은 말 그개로 ‘명불허전(名不虛傳)이었다.

특히 니콘의 최상위 기종인 F시리즈는 8년을 주기로 출시됐다. 아폴로 11호가 달에서 사용한 카메라가 바로 F2일 정도로 니콘의 명성은 확고부동했다. 하지만 F시리즈는 F5를 끝으로 단종 되고 만다. 반면 만년 2인자 신세였던 캐논은 EOS 시리즈로 자동 초점 시대를 선점하게 된다. 이후 캐논은 니콘에 비하여 짧은 제품수명주기를 이용한 ‘치고 빠지기’ 전법을 적극적으로 구사했다.

애플의 아이폰 시리즈는 기본적으로 제품수명주기가 길다. 가장 최신 기종인 아이폰5 역시 긴 공백기를 거쳐 탄생한 것이다. 이에 반하여 삼성전자는 갤럭시 S1, S2, S3 모두 짧은 제품 수명주기를 유지하고 있다. 즉, 애플의 아이폰이 긴 준비기간을 통하여 혁신적 기능을 준비한 반면 삼성전자는 아주 짧게 기능을 끊어 담아냄으로써 시장을 선점하는 중이다.

그런 와중에서도 대규모 물량공세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삼성전자의 압도적인 생산능력이다. 이러한 삼성전자의 기법은 ‘짧은 볼륨 생산전략(short volume production strategy)’으로 명명할 수 있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갤럭시 노트1과 노트2를 통하여 패드와 스마트폰의 하이브리드 시장을 창출하였고, 이들은 이미 삼성전자의 기함이 되었다.

삼성전자의 짧은 볼륨 생산전략은 철저히 효율적인 코디네이션(coordination) 능력에 의존한다. 즉, 삼성전자는 설계부터 조립까지 모든 공정을 내부화시킨 상황이다. 한 마디로 다양한 제품의 조합이 단기간에 가능하다. 결과적으로 애플은 삼성전자의 ‘짧은 볼륨 생산전략’에 압도당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애플에 비하여 컨셉 디자이닝(concept designing) 능력이 부족할 수 있다. 어쩌면 컨셉 디자이닝은 영어를 사용하고 신개념을 창출하는 미국의 몫일지도 모른다. 다만 스마트 이동단말기의 경우 이미 표준화 영역에 진입한 상태이다. 이 시기 접어든 이상 삼성전자의 ‘짧은 볼륨 생산전략’을 당해낼 만한 기업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이는 역으로 스마트 이동단말의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기 전까지 삼성전자의 독주체제가 굳어질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분명 경영권 승계과정과 사회적 책임 부분에 있어 삼성전자의 실책사유는 분명하다. 하지만 삼성전자를 통한 국부(國富)창출은 숫자로만 평가하기 힘든 우리의 자존심의 문제이기도 하다.

보통 우리는 한반도라는 물리적 영토에 대한 콤플렉스로 ‘아! 고구려’를 외치며 아쉬워한다. 삼성전자는 바로 그 콤플렉스를 사이버 영토의 확장으로 달래주는 ‘힐링캠프’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임형록 교수는 한양대 상경대학 무역과를 졸업하고, 미국 위스콘신 주립대학에서 경제학 석사를 취득한 후 2006년 미국 클레어몬트 대학원 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경희대 국제학부 교수를 거쳐 현재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경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임 교수는 주로 경영전략과 국제경영 분야의 연구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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