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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유불급’, 양악수술의 그림자
‘과유불급’, 양악수술의 그림자
  • 윤근철ㆍ성형외과 전문의
  • 승인 2013.05.02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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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의 조화ㆍ대칭 고려해야…과도하면 '개턱' 전락
▲ 성형외과 전문의 윤근철 원장

인간을 비롯해 지구상에 존재하는 모든 동물은 ‘상대(이성)의 건강함’에서 매력을 느낀다. 이는 태초에 지구를 지켰던 단세포 시절부터 유지해온 본성과도 같다.

무릇 매력이란, 짝짓기에 있어 아주 중요한 요소로 상대의 건강함을 자손에게 물려주기 위한 노력으로 ‘진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원시시대부터 미의 기준은 ‘매력의 근원=건강함’을 가장 우위에 뒀다. 건강을 바탕에 두면서도 아름답게 느껴지는 인체의 비율을 ‘황금분할’이라 한다.

원시시대에는 건강함만으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었겠지만, 오랜 시간을 거쳐 진화해온 인간은 보다 더 복잡한 아름다움의 기준을 만들어 냈다. 물론, 개인차가 확연하게 나타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기준에도 개인이 속한 사회나 인종에 따른 편향이 있고, 당대의 문화적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

지금 우리는 서양 문화가 주류를 이루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서양인의 두개골 구조는 동양인과 달리 앞뒤로 길고 좁은 구조다. 서양 문화의 홍수 속에서 알게 모르게 세뇌 된 우리 사회는 큰 눈, 오뚝한 코를 선호하게 된 듯싶다.

때문에 우리 땅에서 건강한 유전자로 태어난 달덩이 같은 얼굴을 불편한 시각으로 보고, 얼굴이 작아지기를 소원하면서 큰 얼굴이 콤플렉스가 됐다. 특히 1980년대 후반부터는 외모의 콤플렉스를 수술로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아래턱의 각진 부분을 깎아내는 하악각 절제술에서 시작해 광대뼈 축소수술까지 등장하기에 이른 것이다. 턱과 광대뼈를 인위적으로 깎아 좁은 얼굴로 보이도록 하는 소위 안면윤곽수술은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상당히 발달했고,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 혜택(?)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대개 성공한 수술의 경우, 일반인은 감쪽같이 예뻐졌다고 느낀다. 성형수술을 앞둔 많은 사람들은 감쪽같은 결과, 마치 요술과도 같은 변신을 꿈꾼다. 많은 의사들이 고들의 소망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사실이나, 지나치게 요술 같은 결과를 기대한다면 자칫 복원할 수 없는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게 될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 쌍꺼풀 수술이 처음 도입된 1950년대 후반에서 60년대 초반에는 눈의 모양을 서구화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2013년 대한민국 여성에게 아름다운 눈이란, 마릴린 먼로나 카트리나 드뇌브처럼 과도하게 짙은 쌍꺼풀의 눈이 아니라 우리나라 유전 형질에서도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크고 날렵하면서도 쌍꺼풀이 진 눈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문제시 되고 있는 ‘양악수술’의 경우 의사보다는 고객이 더 강하게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

하악각(아래턱)을 깎거나 피질을 제거해도 우리의 턱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리하게 깎아낼 경우 얼굴의 조화/대칭/균형이 깨지면서 자연계에 없는, 황금비율을 무시한 부자연스러운 얼굴이 만들어진다. 과도하게 절제된 턱의 모양은 각이 없어 견치 동물의 턱모양과 비슷해지기에 일반인도 ‘개턱’ 이라고 부를 정도다.

양악수술은 세계 제 2차대전 이후 발달했는데, 위아래 턱에서 혈관이나 신경 등이 다치지 않도록 부분을 절골해 이동하면서 얼굴의 부조화, 비대칭, 불균형을 고치는 수술에서 출발했다. 즉, 재건의 의미로 시작했다는 말이다.

그러나 지금은 연예인처럼 작고 갸름한 얼굴을 만들기 위한 ‘미용성형’의 일환인 경우가 더 많다. 양악수술은 미용적인 측면이 부각될수록 어려워지는데, 인공적으로 자른 뼈를 새 위치에 고정해 정상적으로 치유가 된 경우에는 후유증이 없다고 가정하면서 미용적 양악수술을 집도한다.

스위스에 악안면 외과 자일러 교수는 "환자의 치유도 자연 현상의 일부고 의사도 어쩔 수 없는 자연 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는 어떤 수술도 100% 안전하지 않다는 뜻이다.

더욱이 양악 수술은 십 년 전까지만 해도 종합병원급에서 전문 마취과 의사의 감독 하에 시행했고, 수술 후에는 중환자 관리를 받았을 만큼 중대한 수술로 분류됐었다.

따라서 양악수술을 다루는 성형외과라면, 시설과 인적 구성원이 충분히 전문화돼야 하며 수술 받는 고객도 사전에 위험성에 대해서 제대로 이해해야 한다.

잘 기획되고, 후유증이 남지 않은 양악 수술에도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작아진 골격에 비해 남아 있는 얼굴 피부의 조직이 남아돌아 어색한 모습이 만들어 지거나, 수치로 표현할 수 없는 얼굴의 개성이 사라져 버리는 것도 문제라면 문제기 때문이다.

성형은 양날이 있는 칼이나 다름없다. 과하게 휘두르면 다친다. 부디 지하철이나 버스에 붙은 수술 전후 사진에 현혹되어 수술을 결정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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