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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은 정말 긴가?
[연재칼럼]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은 정말 긴가?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 승인 2013.05.06 1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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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욱 교수의 '이 땅에서 산재 환자로 살아남기'⑥

#1. ‘산재보험 요양기간 건보환자의 3~9배’ 연합뉴스(2006.4.2.)
윤희숙(한국개발연구원, KDI) 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허리 염좌의 경우 산재보험 환자의 평균요양일 수는 69일, 요양비용은 138만6000원이었으나 건강보험 환자는 8일, 12만7000원이었고 손가락 절단의 경우 산재환자가 82일, 236만2000원이었던 반면, 건강보험환자는 26일, 121만1000원이었다.

#2. ‘산재환자 도덕적 해이를 막아라’ 내일신문(2007.6.20.)
허리디스크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을 국민건강보험 환자와 비교한 결과, 국민건강보험공단 서울지역 211명의 요양기간은 평균 19일이었으나, 경기요양병원의 산재환자 118명은 91%(104명)가 2년 이상이었다.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조금 지난 기사들이지만 현재 시점에서도 산재보험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대부분 사람들이 갖고 있는 공통적인 생각이다. 이는 소위 ‘산재 환자의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고 하여 산재보험 요양제도와 산재 환자들을 공격하는 근거 중의 하나도 이용되고 있다.

 

그럼 정말로 산재 환자들의 요양기간이 건강보험 환자들보다 길까?

결론부터 말하면 산재 환자들의 요양기간이 긴 것은 사실이지만, 건강보험과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 요양기간을 비교할 때는 두 제도 간의 차이를 알아야 하고, 산재 환자의 여러 가지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을 단순비교 하는 것의 문제를 알아야 한다. 산재보험 환자의 요양기간은 시작과 끝이 명확하지만 건강보험 환자의 경우 치료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지 않다.

요추추간판 탈출증(허리 디스크) 환자를 예로 들어보자. 디스크 환자는 처음에는 요통으로 외래에서 치료 받다가 심해지면 입원해서 물리치료를 받는다. 디스크로 진단 받은 후에도 외래나 입원을 반복하면서 치료를 받다가 결국 수술한다. 수술 후에도 외래에서 물리치료를 반복한다. 이때 산재 환자의 경우는 산재승인 과정이 있기 때문에 요양의 시작과 끝이 분명하다.

그러나 건강보험 환자는 외래 방문 중 어느 것을 시작 시점으로 정할지 막연하다. 또한 수술 후에도 퇴원 후에는 환자가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다시 병원에 다닐 수 있다. 그래서 퇴원 후 어느 시기를 종결 시점으로 정할지 알 수 없다.

그래서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의 요양기간을 비교할 때는 건강보험에서 시작과 끝을 분명히 알 수 있는 입원기간을 갖고 비교한다. 그런데 산재환자들과 산재환자를 치료하는 병원에서는 환자의 본인 부담금이 없기 때문에 편리하고, 치료의 집중도를 높일 수 있는 입원치료를 선호한다.

결국 산재환자의 입원기간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길수밖에 없다. 또 다른 이유는 건강보험 환자가 디스크로 2번 입원하게 되면 입원 기간을 비교할 때는 어느 한번만 입원기간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산재 환자의 입원기간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길 수 밖에 없다.

만일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이 실제로 길다면 가능성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요양기간 비교에 있어 고려해야 할 중요한 문제는 중증도와 복합손상 여부이다. 교통사고에 의한 중증 외상을 제외하면 일반인의 손상은 단일 부위의 손상이 많은데 비해, 산업재해의 경우 추락, 협착 등 재해 원인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복합손상이 더 많고, 중증도가 높다. 따라서 동일 상병이라도 타 부위의 손상이 동반된 산재의 경우 요양기간이 더 길게 된다.

또한 근골격계 질환 환자의 경우 대부분 질병의 초기에 승인받지 못하고, 증상이 악화된 후에야 산재요양 승인을 받는다. 이렇게 되면 당연히 질병 초기에 자발적으로 병원을 방문한 일반 환자보다 치료 기간이 길게 된다.

한편 산재환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요양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도 있다. 산재보험에서는 요양 중에 휴업급여로 평균임금의 70%를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나머지 30%를 노사협의로 지급하는 일부 대기업이 있고, 개인 의료보험에서 보상을 받는 산재환자들이 있다. 이런 경우 환자가 병원에 입원해 있으면 직장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요양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이는 최근 개인적으로 입원시 일당을 지급하는 보험에 가입한 사람들의 입원이 증가하는 것과 같다.

다른 예로 정년이 가까운 산재근로자가 요양이 종결된 후 원 직장에 돌아가지 못할 경우 재취업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러면 이 환자는 휴업급여를 조금 더 오래 받기 위해서 요양기간을 연장하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재취업이 안되는 산재 환자를 보호하는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이런 환자들의 요양기간 연장을 비난하기는 힘들 것이다.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을 길게 하는 또 다른 중요한 원인은 의료기관에 있다. 사실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을 결정하는 것은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다. 물론 환자의 간절한 호소와 압력이 있다고는 하지만 결국 요양기간은 의사의 진단서에 따라 결정된다. 현재 우리나라 의료 현실에서 보면 중소병원과 의원의 경우 입원 병상을 모두 채우기 어렵다. 이때 환자가 입원 연기를 희망하는 경우 특별히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입원 연기 진단서를 써 주게 되고, 결과적으로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이 늘어나게 된다. 일부이긴 하지만 산재환자와 의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져 요양기간이 연기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 회에는 산재 환자의 요양이 일반 환자와 다를 수 있고, 달라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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