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이가 생겼다. 아빠가 됐다. 그래서 인생이 달라져야 한다.
주인공 로비(폴 브래니건)는 알아주는 건달로 아버지대부터 이어온 숙적과의 싸움으로 벼랑끝에 서 있다. 욱하는 다혈질 성격으로 위태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지만 아빠가 되면서 인생의 전환점을 찾고 싶어한다. '나에게도 잘 하는게 있을까?'

이런 바보를 보았나. 모나리자도 모른다. 흡사 사오정 같은 멍청함이 좌르르 흐르는 알버트(게리 메이틀랜드)는 어쩌면 천재일지도 모른다.
'술이 웬수지, 사람이 죄일까' 싶지만, 꼭 술만 먹으면 뭔가 부순다. 라이노(윌리엄 루앤)는 이번에도 취중에 웰링턴 공작 조각상에 올라탔다. 빅토리아 여왕 조각상에 이은 2연타다.
하, 그놈의 손버릇하고는- 내 손이 하는 일을 나는 모른다고 말하고 싶지만... 모(자스민 리긴스)의 날치기는 늘 들킨다. 훔치는 건 감쪽같은데 들키는건 어김없다.
사고뭉치들이 만났다. 아니 모였다. 절도, 폭력, 풍기문란 등 각종 사건사고로 법원으로부터 사회봉사명령을 받은 것이다.
구금행을 면한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처지로, 그들에게는 대안도 없고 내일도 없다.
사회봉사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모인 이들을 통솔하는 해리(존 헨쇼)는 네 명의 사고뭉치에게 천사다.

우연한 한모금에서 시작됐다. 해리가 건넨 한 잔의 위스키, 첫 한모금이 그들의 인생에 새로운 길을 열어줄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기 시작한 것이다.
해리는 자신이 위스키의 예민한 맛과 향을 감별하는 천부적인 재능이 숨어 있었음을 알게 된다. 뭔가, 될 것 같다. 바보같이 엉성한 이들이 비상한 반전을 꾀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못할 사건을 계획하는데...
위스키· 와인을 오크통에 넣어 숙성하는 동안 2~3%정도는 자연증발한다. 이 증발량을 '천사의 몫'이라고 부르는데, 이것이 바로 영화의 제목인 <앤젤스 셰어>다.

그들의 전직은 영화속 배역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연기 경험이 전무했던 해리는 실제로 로비처럼 닥치는 대로 살다가, 아빠가 된 후에 철든 경우로 영화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다. 알버트나 해리도 청소부로 일하다가 뒤늦게 연기를 시작했다.
거장의 품격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영화다. 켄 로치가 아니라면 누가 이들에게 모험을 걸었을까... 하지만 덕분에 진정성 묻어나는 연기가 탄생했다.
켄 로치 감독은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으로 지난 2006년 칸 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앤젤스 셰어>역시 작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을 수상했다.
분명 장르는 '코미디'인데, 뭔가 감격스럽고 통쾌하다. 근래에 보기 드물게 따뜻한 영화다. 억지로 감동을 줄 필요는 없다. 영화는 봄날 창밖에서 쏟아져 들어온 햇살처럼 달달하고 포근한 덕분이다.
천사를 위한 위스키 한모금이 궁금하다면, 바로 이 영화.
16일 개봉.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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