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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변job기]'주중불어 진군자'
[신변job기]'주중불어 진군자'
  • 박선영 기자
  • 승인 2013.05.23 14: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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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운 CAPUS 파트너스 헤드헌터그룹 전무
▲ CAPUS 파트너스 이기운 전무

술 마실 때의 실수로, 모든 노력을 수포로 돌리는 경우가 있음을 알고 조심하라.

‘주중불어 진군자(酒中不語 眞君子)’는 ‘술을 마실 때 말이 적은 사람을 진정한 군자라 할 수 있다’ 는 뜻으로 명심보감 정기편(正己篇)에 나오는 말입니다. 술을 마실 때 말을 조심하라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요즘은 면접과정에서 면접관과 술을 마시면서 사람을 평가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술 면접은 아니더라도, 입사한 후 여러 사람이 함께 회식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입사과정까지 여러 난관을 통과했기에 긴장이 풀린 탓인지, 술을 마실 때 실수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오래 전에 P씨를 제주도에 있는 모 유통회사의 중역으로 추천 했다. 기존에 근무했던 회사의 업무와도 비슷했고, 전직 회사에서의 실적도 좋았던 터라 채용과정은 일사천리로 진행됐고 합격했습니다. P씨는 취업이 확정 된 후 빠른 시간 내에 업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제주도로 출발해 수요일에 첫 출근을 하게 됐고, 담당 헤드헌터와 통화를 하면서는 (취업한 회사가) 분위기도 좋다는 인사까지 들었습니다. 그리고 P씨는 오리엔테이션 후에 빠르게 업무를 숙지하게 되었습니다.

며칠 후 고객사로 전화를 하니 인사부서로부터 퇴사를 했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인사부서에서는 퇴사사유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고, 사건이 있었다는 식으로만 에둘러 말을 해 줬습니다. 후에 어렵게 담당 헤드헌터는 P씨와 통화를 하게 됐고, 자초지정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입사 후 업무에 적응하면서 꿈에 부풀어 있었던 P씨는, 금요일 저녁에 직원들과 회식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무래도 새로 전입 온 사람이고, 또 중역이다 보니 여러 직원들이 술을 줬고, 그 술을 받다 보니 평소의 주량보다 과하게 취하게 됐던 모양입니다. 이후 P씨는 소위 말하는 ‘필름이 끊겼다’고 합니다.

그런데 필름이 끊긴 동안, 기존의 직원과 시비가 붙어 주먹을 휘둘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합니다. 월요일 출근하고 그날의 일들과 관련한 내용을 자세히 알게 됐고, 결국은 사직서를 내고 서울로 올라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또 먼저 근무하던 회사에 K씨가 새로 경력으로 입사하게 됐습니다. 입사하고 며칠 지나,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반주를 하고 이후 노래방에 가게 됐습니다. K씨는 노래방에서 노래를 시키자 처음에는 약간 주저하다가 노래를 하기 시작했는데, 어느 정도 열기가 오르자 계속 마이크를 놓지 않고 혼자서 계속 노래를 불렀습니다.

K씨가 계속 노래를 부르니 나중에는 사장이 화가 나서 “얘 내일 당장 잘라버려, 영업사원이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모르면 어떻게 영업을 하겠어.”라고 화를 내고 나갔답니다. 이후 다른 직원들이 사장님을 잘 설득해서 해고 이야기는 해프닝으로 끝나기는 했습니다만, K씨는 평소 주량을 넘겨 마셔 취하면서 객기가 발동했던 듯합니다.

어떤 회사든, 새로 입사를 하게 되면 술을 마실 기회가 많습니다. 술 면접이 아니더라도, 입사 확정 후 인사부서나 새로 일하게 될 부서의 부서장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때, 전혀 의도하지 않은 실수를 한다면 비록 사직까지는 아니더라도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데 여러 가지로 어려운 경우가 생길 수 있습니다.

학생들 가운데는 입사원서에 주량을 적게 적으면, 입사에 불이익이 있지 않을까 걱정되는 마음에 다소 과장해서 쓰는 학생들도 있습니다만 필자는 이력서에 주량을 써야할 땐 과장하지 말라고 권합니다. 그리고 학교 다닐 때부터 술버릇을 조심하라고 가르칩니다.

특히 남학생들에게는 술 마시고, 후배들을 툭툭 치지도 말라고 합니다. 여자 후배들과 술을 마실 때는 절대로 술을 마시면서, 여자 후배 손이나 어깨 등의 몸을 건드리지 말라고 지도합니다. 처음 술 마시면서 배우게 되는 나쁜 버릇들이, 나이 들어서도 고쳐지지 않고 나중에 큰 실수로 사회생활을 하는 데 문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대면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게 되면 가급적 조용히, 항상 조심하면서 술을 마셔야 할 것입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더욱 조심합니다. 가능하다면 처음 술을 배울 때부터 조심스럽게 마시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酒中不語 眞君子(주중불어 진군자)’라는 경구는 요즘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가르침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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