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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개성공단, 포지티브 섬을 허하라
[칼럼]개성공단, 포지티브 섬을 허하라
  • 뉴미디어팀
  • 승인 2013.05.24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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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익 박사의 ‘통계가 있는 정책 이야기’

게임이론 개념 중에 제로섬(zero-sum)과 넌제로섬(non-zero sum) 게임이란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게임 당사자간 결과의 득실을 합했을 때 제로, 즉 0이 되는 게임이 전자고 플러스(+)나 마이너스(-)가 되는 게임이 후자다. 플러스가 되는 게임을 포지티브섬(positive sum)이라 하고 반대의 경우를 네거티브섬(negative sum)이라 한다. 

고스톱을 예로 들면, 원래 게임 후 딴 돈과 잃은 돈이 딱 맞는 제로섬 게임이다.

▲ 한상익 박사

하지만 거울을 놓고 혼자 쳐도 판돈이 빈다고, 대부분 잃은 돈이 더 많다고들 주장하곤 한다. 외면적으로는네거티브섬 게임이 되겠다. 만약 잃은 돈보다 딴 돈이 많다면? 접대 고스톱이다. 이처럼 외면적으로, 또는 효용까지 포함하면 넌제로섬 게임이 나타날 수 있지만, 도박은 본질적으로 제로섬 게임을 지향한다. 

그러나 정책은 도박과 다르게 기본적으로 포지티브섬을 지향하고 또 그래야 한다. 특히 경제 정책은 더 그렇다. 애덤 스미스의 ‘개인의 이익을 위한 경제 활동이 타인에게도 이익이 되는’ 자본주의 경제도 그렇고 비교우위를 주장한 리카르도의 무역이론도 원칙적으로 ‘윈-윈(win-win)’을 추구하지 않는가. 

외교도 마찬가지다. 국제관계에서 한쪽만 계속 손해보는 장사는 결국 파탄으로 귀결되게 마련이다. 전쟁을 하더라도 최소한 ‘너 죽고 나 살자’고 해야지 ‘너 죽고 나 죽자’는 식은 정책적 관점에서 보면 미친 짓이다. 물론, 경제건 외교건 현실에서는 제로섬 게임, 혹은 네거티브섬 게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최소한 제 정신을 가진 정책담당자라면 네거티브섬을 목표로 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즈음 한국과 북한이 벌이고 있는 개성공단 게임은 최소한 경제적으로는 확고부동한 네거티브섬 게임이다. 물론 정치적으로는 양측 정부가 각기 다른 셈법이 있을 수 있으니 그들에게는 전적으로 네거티브섬 게임이라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둘 다 ‘국민’이나 ‘인민’의 셈법과는 별로 관계가 있어 보이지는 않지만 말이다. 

중요한 것은 개성공단이 기본적으로 남북한의 ‘국민과 인민’의 상호 경제적 이익이라는 포지티브섬 게임을 지향하는 ‘경제외교 정책’이란 점이다. ‘조국 통일을 위한 위대한 장군님의 결단’이니 ‘남북협력과 평화의 상징이자 거점’이니 하는 고상한 정치적 언어로 포장되고는 있지만, 결국 본질은 ‘국가간 경제협력’ 사업이다. 이런 면에서 개성공단의 중단 혹은 폐쇄로 가고 있는 현 남북한 정부는 경제와 외교 정책의 기본을 망각하고 있다. 

물론 ‘누가 더 손해냐’ 식의 유치찬란한 말이 남북한을 오가고 있지만, 함부로 공단 폐쇄를 언급하지 않는 것을 보면 남북한 정부 모두 서로 손실임은 인정하고 있는 것 같다. 말 나온 김에 한마디 하자면, ‘우리는 부자라서 괜찮지만 너희는 가난해서 겁나지?’식의, 요즈음은 유치원생도 유치하다고 안하는 발상을 하는 한국의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 ‘우리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응수하는 북한은 난형난제, 용호상박에 속한다. 어디까지 한심해질 수 있을지 경쟁이라도 하는 듯하다. 

어쨌든, 그렇다면 단기적으로 양국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도대체 얼마일까? 워낙 변수가 많아 계산하는 것 자체가 장님 문고리 잡기지만, 이대로 개성공단이 폐쇄되어서 기반시설과 생산시설이 모두 못쓰게 된다는 전제에서 출발해 보자. 

한국이 입는 일차적인 손실은 시설투자비다. 개성공단이 폐쇄되면 정부와 공공이 기반시설에 투입한 3972억원과 기업이 토지 임대와 생산시설에 투자한 5568억원은 그대로 허공에 날리는 돈이다. 북한이 어디 보상해 줄 나라인가? 

둘째는 민간 기업의 생산 손실이다. 2012년 개성공단 생산액은 4억 6950만 달러, 약 5427억원이다. 개성공단 사업이 정체되기 시작한 2008년부터 작년까지 평균 생산액 증가율 13%를 적용하면, 올 1년 생산 손실은 6133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서 북한 노동자 임금을 빼면 약 5000억원이 한국 기업의 생산손실이다. 즉, 앞으로 1년간 총액 1조 5000억원 정도 손실이라 보면 비슷할 것이다. 

북한의 손실은 대부분 임금이다. 개성공단 노동자의 최저임금은 월 68.814 달러이고 작년 노동자 수는 5만3448명이다. 각종 비용과 잔업, 특근 수당을 포함한 월평균 임금은 자료에 따라 128달러부터 144달러까지 다양하지만, 평균해서 135달러쯤으로 보면 무난할 것이다. 역시 평균 생산 증가율을 감안하면, 앞으로 1년간 북한의 임금 손실은 약 9784만 달러, 원화로 약 1131억원 쯤으로 추정된다. 

물론, 개성 이외에도 국내외 생산 기지에 물량을 돌릴 수 있는 기업들도 있고 북한 노동자들도 다른 일을 할 수 있으므로 실제 손실액은 더 작을 수 있다. 반대로 입주 업체들의 영업 손실이나 협력업체 손실을 계상하면 한국은 손실이 더 커질 수도 있다. 좌우간, 단기적으로 남북한 모두가 상당한 경제적 손실을 본다는 것은 명확하다.

여기서 ‘누가 더 손해냐’라는 유치한 갑론을박에 부화뇌동해보자면, 규모로는 한국이 월등하게 크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북한이 더 크다고 정리된다. 액수로는 1조 5000억원 대 1100억원이지만, GDP 대비 비율은 한국은 0.11%인데 비해 북한은 0.56%에 달하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의 GDP는 북한이 발표하지 않기 때문에 UN이건 한국은행이건 그저 어림잡는 것이지만, 사회지표를 활용한 현대경제연구원의 추정치를 활용했을 때 그 정도 된다. 

아울러 임금이 달러로 지급되므로 만성적인 달러 부족에 시달리는 북한의 타격은 크다. 월스트리트 저널이 작년 북한이 2억 5000만 달러의 흑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하기도 했지만, 이를 믿는다 해도 개성공단 임금은 전체 흑자의 34.6%를 차지할 정도로 큰 액수이다. 외환 보유고에의 타격 강도는 서로 비교할 수준이 아니다. 

장기적으로는 어떨까. 북한을 생산기지로 활용할 수 없다면, 한국의 손실은 좀 더 크다. 생산협력 사업을 하는 것이 손해라는 주장도 있는 모양인데, 민주주의에는 표현의 자유가 있는 것이지 거짓말의 자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통일부 등의 자료를 종합해 보면, 개성공단 토지 분양 가격은 중국 청도나 베트남 딴뚜언의 3분의 1수준이다. 최저임금도 청도의 40%, 딴뚜언의 60%에 불과하다. 게다가 언어가 같고 노동자들의 평균 학력도 높아 생산성도 이들에 비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통관, 통신, 통행의 불편으로 추가 비용이 있다지만, 최대 소비처인 수도권까지 1시간 남짓 거리라는 물류 이점은 다른 해외 생산기지와 비교할 바가 아니다.

아울러 각종 추가 수당으로 최저임금보다 거의 두 배를 주고 있다는 것은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음을 뜻한다. 나아가 입주 기업들이 폐쇄보다는 재개를 간절히 원하고 있고, 중소기업연구원장이 개성공단의 재개와 확대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는 것은 한마디로 개성공단 사업이 중소기업에 ‘돈’이 된다는 방증이다. 사업가가 손해 사업을 계속하려고 노력하는 것을 본 적 있는가? 

북한은 워낙 알 수 없는 나라라서 장기 전망이 어렵지만, 확실한 것은 이 일로 경제적 이익을 얻을 가능성은 제로라는 것이다. 우선 시설 운영 노하우와 영업력이 전혀 없는 북한이 개성공단의 생산설비를 이용해서 이득이 될 만한 물품을 생산한다는 것은 거의 망상에 가깝다. 아울러 북한의 개성공단 노동자 철수 이력은 이후 북한이 개방을 통해 해외 자본을 유치할 때 그 비용을 매우 높일 것이다. 

특히 공단을 구축해 수많은 기업이 진출할 수 있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에, 만약 개성공단이 이대로 폐쇄된다면 장기적으로 북한이 자본 유치를 위해 추가로 부담하거나 양보해야 할 경제적 가치는 더욱 커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단기적이든 장기적이든 개성공단 중단과 폐쇄는 본질적으로 네거티브섬 게임이다. 그것도 한쪽은 작은 이익을 얻고 다른 쪽이 큰 손해를 입는 것이 아니라, 양쪽 다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최악의 네거티브섬 게임을 지금 남북한 정부가 하고 있는 것이다.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까? 출발점은 양국 정부가 경협을 ‘경제’ 문제로 사고하는 것이다. 현재처럼 정치협상 도구나 북한 제재 수단으로 생각하면 답이 안 나온다. 경협 심화를 통한 정치적 목적의 달성은 장기 전략의 차원이지 단기의 전술적 도구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이를 위해서는 남북경협에서는 상호 경제적 이해의 충족을 원칙으로 삼고 정치 상황과 최대한 분리시켜야 한다.

북한의 위협이나 돌발 상황에 경협 중단을 거론하거나,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는 일부 극우 언론과 한·미 정부의 태도에 발끈해서 최후통첩을 남발해봤자 ‘너 죽고 나 죽자’밖에는 안 된다. 2008년부터 이런 일을 반복해 왔지만, 남북한 ‘국민과 인민’에게 좁쌀 한 톨이라도 이익이 된 적이 있었던가? 

지금 할 일은 대화의 물꼬를 트는 일이다. 부수지도 못할 대문 자꾸 발로 차봐야 집 지키는 개 성질만 버려놓는 법이다. 북한 정부를 어찌할 수도 없으면서 약 올려봐야 험한 말과 미사일만 돌아온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부처럼 좌시만 해 봐야 다리만 저릴 것이다. 지난 5년간 보지 않았나?

그리고 현재 먼저 대화의 물꼬를 트는 방식으로 풀 수 있고 풀어야 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핵무기 가졌다고 배에 잔뜩 힘주고 있는 북한이 대화하자 나서겠는가? 하고 싶어도 민망해서 못할 것이다. 미국과 중국? 결국은 남이다. 그렇다면 대화 물꼬는 어떻게 터야 할까? 지금처럼 소소한 대화 제의를 남발할 것이 아니라 대담한 결단, 예컨대 정경분리를 선언하고 정치적 의제는 논의에서 배제하는 경제 특사를 파견하는 것까지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전쟁을 하면서도 물밑에서는 각자 손해를 줄이기 위해 회담을 하는 법이다. 지금 한국 정부가 대화를 제의한다고 북한에 굴복하거나 술수에 넘어간다고 생각한다면 그 또한 제정신이라 보기 어렵다. 핵문제라는 정치협상은 무겁지만, 개성공단이라는 경제 협력 사업을 포지티브섬 게임으로 만들기 위한 비즈니스 협상이라면 남북이 좀 가볍게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시작해야 한다. 그것도 서로 인상 좀 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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