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4 16:44 (수)
재벌, 겉으로만 경제민주화
재벌, 겉으로만 경제민주화
  • 신승훈 기자
  • 승인 2013.05.31 14: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근 5년간 순환출자 강화…소유지배구조 괴리도 대폭 증가

국내 재벌 총수들이 복잡한 출자구조와 순환출자로 계열사 지배를 한층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재벌기업 순환출자의 절반 이상이 최근 5년 새 이뤄진 것으로 조사됐다.

순환출자는 총수일가가 상법상 상호출자 규제를 피하면서 계열사에 대한 지배력을 유지·강화하는 일종의 편법이다. 예컨대 삼성전자가 삼성SDI의 지분을 소유하고, 삼성SDI는 삼성물산의 지분을, 삼성물산은 다시 삼성전자의 지분을 소유하는 식이다. 10대 재벌 총수들이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지배할 수 있는 근거이기도 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인 62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의 주식소유 및 순환출자 현황 조사 발표한 '2013년 대기업집단 주식소유 현황'에 따르면 삼성과 현대차, SK, LG 등 10대 재벌 총수의 전체 그룹사 지분율은 0.99%로 2년 연속 1% 미만에 그쳤다.

특히 10대 기업의 총수 지분율은 0.99%로 나타났다. 이들의 지분율은 1993년만 해도 3.5%에 달했지만 1998년 2.9%, 2003년 1.2% 등 점차 줄어들어 지난해 조사 때 처음 1% 아래(0.94%)로 떨어졌다.

총수 지분율이 가장 적은 곳은 SK로 최태원 회장이 .04% 보유하고 있으며 친족을 합한 총수일가 지분율도 0.69%로 가장 낮았다. 삼성 이건희 회장의 지분율은 0.69%이며 일가 친척의 지분을 다 합쳐야 1.27% 밖에 되지 않는다.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43곳 중 총수가 지분을 전혀 갖고 있지 않은 계열사가 85.9%(1305개)였고 총수 일가의 지분이 없는 계열사도 73.3%(1114개)로 나타났다.

반면 총수 일가가 실질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내부지분율은 1994년 43.6%에서 올해 52.92%로 10%p 가까이 높아져 소유지배구조의 괴리도가 더욱 커지고 있음이 드러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총수가 기업을 지배하는 시스템은 경영권 보호와 과감한 투자 등 장점도 갖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총수 일가가 이런 점을 악용해 극소수의 지분으로 사적인 이익을 챙기거나 소액주주의 권익을 훼손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총수의 지분율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반면 내부지분율은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이는 총수일가가 낮은 지분율로도 기업을 지배하는 근거가 되고 있다. 자료=공정거래위원회

문제는 신규 순환출자가 최근 5년간 가파르게 증가했다는 점이다.

계열사간 1% 이상 지분을 보유해 순환출자가 형성된 14개 대기업집단의 124개 순환출자고리 가운데 9개 집단 69개가 2008년 이후 새로 형성됐다.

계열사간 순환출자가 가장 많이 형성된 곳은 롯데그룹으로 총 51개의 순환출자고리를 갖고 있었다. 이 중 2008년 이후 신규 생성된 순환출자고리만 32개에 달했다. 이어 동양(17개), 삼성(16개), 영풍(10개), 한솔(7개) 등의 순이었다.

특히 총수 일가의 금융보험사를 통한 계열사 지배도 강화가 눈에 띈다. 총수가 있는 기업집단 중 27개 재벌이 금융보험사134개를 보유하고 있다.

그룹 계열사에 대한 금융보험사 출자금은 지난해 4조 8206억원에서 올해 4조 9423억원으로 2.5%늘었다. 금융이 주업종인 기업집단을 빼면 출자금 증가폭은 8.6%(2조 2719억원→2조 4679억원)로 커진다. 계열사 지원을 위해 고객의 돈으로 계열사 지분을 사들인만큼 계열사가 휘청거리면 금융보험사까지 위험해질 수도 있다. 

금융·보험 쪽에 출자기업의 수가 가장 많은 기업집단은 삼성으로 15개다. 삼성생명이 삼성전자(6.2%), 호텔신라(7.2%), 삼성증권(11.1%), 제일모직(0.01%), 삼성화재(9.7%) 등에 출자하고 있다. 이어 현대그룹과 동부그룹이 각각 6건이다.

신영선 공정위 경쟁정책국장은 "대기업집단의 소유구조가 악화하지 않도록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는 공시의무 등으로 자발적 해소를 유도하겠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