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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칼럼]산재환자 치료가 달라야 하는 진짜이유
[연재칼럼]산재환자 치료가 달라야 하는 진짜이유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 승인 2013.06.07 1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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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종욱교수의 이땅에서 산재환자로 살아남기⑦

스위스의 산재보험을 담당하는 기관인 SUVA는 2004년에 2개의 큰 상을 받았다. Esprix 상은 본래 시장의 판매촉진을 대상으로 시상하는데, SUVA는 산재 환자의 이익 뿐 아니라 사회경제적 이익은 물론이고, 시스템 효율성을 증진 시킨 것으로 상을 받았다. 또한 민간분야를 포함한 스위스의 보험 산업 전체에서 혁신 분야 수상을 했다.

SUVA가 이런 큰 상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SUVA는 증가되는 산재보험 급여를 관리할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고, 산재 환자의 20%가 전체 산재보험 급여의 80%를 소비한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또한 단순한 사례 관리로서 비용을 줄이려는 시도는 일시적인 경제적 효과는 있을지 모르지만 궁극적으로는 제한적인 효과만 있을 뿐이고, 환자의 삶의 질은 개선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SUVA는 ‘새로운 사례관리(New Case Management)’를 도입하게 됐다. 새로운 사례 관리는 환자를 ‘단순’, ‘정상’, ‘복합’군으로 구분했다. ‘단순’이나 ‘정상’군의 산재 환자는 이전에 관리하는 방식대로 관리해도 문제 없이 사회로 복귀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복합’군은 중증 재해 환자나 직장 복귀가 불투명한 사람, 장기 요양이 우려되는 사람, 법적으로 복잡한 문제에 얽힌 사람 등을 포함한다. 이런 ‘복합’군에 대해서는 초기에 집중적인 치료와 직업재활, 사회재활, 심리상답, 법적인 문제 해결 등을 전문가 팀이 집중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했다.

SUVA에서 새로운 사례 관리를 시작하고 3년 동안에 산재 요양급여나 재활 급여 등 서비스 비용은 증가했지만, 장애의 감소와 직장복귀 등으로 인하여 새로운 연금 수급자와 연금 등 총 산재급여가 30% 감소했다.

결국 SUVA에서는 산재 환자를 관리하는데 더 많은 비용을 들였지만, 산재 급여 총 비용은 감소했고, 환자의 직장 복귀 등 만족도는 증가했다.

산재 환자의 요양은 일반 환자의 치료와는 다르다.

의료진이 생각하는 일반 환자의 치료 결과는 환자의 건강상태뿐이다. 환자가 다시 직장에 다닐 수 있는지, 사회생활을 할 수 있는지는 치료에 참고하기는 하지만 치료 결과에 영향을 주지는 않고, 의료의 질을 평가하는데도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산재 환자의 경우는 다르다. 산재 환자의 요양은 산재보험 급여 전반에 영향을 준다. 요양 기간 동안 휴업급여가 지급되기 때문에 요양 기간이 길어지면 휴업급여의 지급 기간도 길어진다.

치료 결과 장애가 남으면 장애에 대해서는 장해급여가 지급된다. 치료 결과가 좋으면 장애가 낮아지고, 결과가 나쁘면 장애는 높아진다. 요양 비용이 증가해도 치료 결과가 좋으면 장해급여가 낮아져서 궁극적으로는 산재 비용이 낮아질 수도 있다. 이에 대해서는 스위스 SUVA의 새로운 사례관리가 좋은 예가 되겠다.

또한 산재 환자 치료의 궁극적인 목적은 단순한 질병이나 손상의 완치가 아니라 원래 다니던 직장으로 복귀하는 것이다. 따라서 직장 복귀와 관련된 직업재활이나 사회재활과 같은 서비스도 요양에 포함된다. 이는 산재 환자의 만족도뿐 아니라 숙련된 노동력을 계속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국가 경제에도 꼭 필요하다.

독일의 사회법전에서 건강보험 환자에게는 경제적 효율성을 고려한 적절한 의료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하였지만, 산재 환자에게는 최선의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것은 산재 환자의 치료에는 경제적인 것을 우선해서 최선의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국제적으로 의료비의 상승으로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모든 국가의 최대 관심사고, 이를 위해서 포괄수가제와 같은 관리의료(managed care)를 도입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산재보험이 민영화되어 있는 미국에서도 산재 의료에는 관리의료의 도입을 주에 따라 금지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몇 년간 산재 요양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면서 환자의 요양기간과 요양급여가 감소하고 있다. 그 동안 방만하게 관리된 부분이 없지 않았기 때문에 요양급여의 감소가 나쁘다고 평가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재의료는 일반 의료와 달라서 치료 결과가 미치는 직장복귀 등 건강 외적인 문제가 중요하기 때문에 단순한 요양급여 관리는 산재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산재 의료의 질을 높이고, 무분별한 산재 의료 자원의 낭비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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