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8 23:01 (목)
국민연금과 3층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의 필요성
국민연금과 3층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의 필요성
  • 본지 편집기획위원장‧사회학 박사
  • 승인 2013.06.12 10:17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변재관박사의 사회정책 이야기2>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되면서 그 이전의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함께 비로소 형식적, 명목적으로는 “전국민연금제도”(공적연금제도)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08년부터 국민연금가입자에 대한 연금지급이 개시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의 특례노령연금대상자에 대한 지급을 예외로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제도, 건강보험제도, 고용보험제도, 산재보험제도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 5대 사회보험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으며, 이 사회보험제도는 공적부조제도-국민기초생활보장법-노인·장애인·아동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와 함께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근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 사회보험제도는 크게 세가지의 원칙이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전제되지 않고서는 제도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 첫번째는 국민(피보험자)에 대한 국가(보험자)의 지급보증의 신뢰이며, 두번째는 현역세대(부양자)와 노년세대(피부양자) 간의 부양의무에 대한 신뢰이며, 마지막으로는 원칙적으로는 본인부담(기여, 갹출)을 포함한 적정부담-적정급여의 원칙이다. 중요한 것은 이 지구상에는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싶어도 위의 세가지 조건 때문에 구조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국가들도 많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제도의 현황(보건복지부 통계자료, 2012.6월 기준)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총가입지수는 2147만2000명이다. 구체적으로는 국민연금 1995만9000명, 특수직역연금 151만3000명-공무원연금 105만9000명, 사학연금 27만5000명, 별정우체국직원연금 4000명, 군인연금 17만5000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리고 공적연금제도의 재정문제를 간단히 살펴보면 주지하다시피 국민연금은 정부의 발표에 의하면 2060년에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추계하고 있으나 현재의 적립금은 이미 400조원이 넘었을 정도의 거대공룡이 됐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1993년부터 정부보전금을 충당하고 있으며 2013년에도 약 1조9000억원의 정부보전금이 국가재정으로 투입되고, 군인연금 역시 1973년부터 정부보전금을 충당해 2013년에는 약 1조4000억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사학연금은 2011 현재 약 12조7000억원의 적립금이 남아있으나, 추계에 의하면 2033년에는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공적연금제도 어느 한곳에도 가입돼 있지 않는 미납자, 납부예외자의 규모도 약 450만~500만명으로 파악되고 있으며, 이 집단은 은퇴 이후가 되어도 사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어떠한 공적연금대상자에서도 빠져 있어 고령자 고용정책이나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등의 제도가 강화되지 않고서는 결국 노인빈곤율이 갈수록 높아지는 등 국가의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러나 보다시피 우리나라의 연금제도의 역사는 유럽국가들에 비해 매우 일천-이것을 학계에서는 제도 미성숙이라고 표현하지만-함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도 매우 다양한 오해와 불신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는 국민연금제도를 ‘장기저축예금’으로 오해, 착각하게 하는 등 무엇보다도 사회보험제도와 연금제도에 대한 오해와 무지, 그리고 특히 제도 초기 단계에서의 정책주체-보건복지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제도설계시 시행착오, 홍보 부족 및 홍보전략의 미숙이 낳은 결과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현재 국민연금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요약하면 ‘목적의 충실인가, 제도의 지속가능성인가’로 정리된다. 즉 은퇴 이후의 급여를 대신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의 연금제도의 속성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재정안정성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하여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제도의 지속성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현행연금제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알려진 대로 세 가지가 있다. 즉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낮추는 고부담-저급여 방식, 연금지급개시연령을 올리는 방법(60세→63세→65세→67세 등), 현재의 적립방식을 부가방식(적립금 고갈시 현역세대의 보험료 및 정부보전금을 노년세대에게 바로 이전)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이 세가지를 각각 시행하거나 두, 세 가지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을 1980년대 복지국가 위기 이후 OECD국가들이 소위 ‘구조조정’이란 미명하에 즐겨 해온 수법들이고, 한국 역시 제도 도입 초기임에도 이런 징후가 벌써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즉 5년에 한번씩 ‘재정재계산’이란 미명하에 ‘이대로 가면 몇년 뒤에 기금이 고갈하고, 따라서 연금제도가 위기에 처할 것 같다’는 정부의 발표이다. 필자는 아무리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아도 이 방식과 태도는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만 들렸다. “연금제도에 계속 가입해 ‘용돈’이라도 받을려면 군소리 말고, 우리에게 맡겨라”라고 말하는 것 같다.

필자가 서두에 밝혔듯이 공적연금제도를 비롯한 사회보험제도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행복한 국민이다. 현행 한국의 국민연금제도 역시 2007년 개정을 통해 ‘기초노령연금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급여를 하향조정했다. 여러 가지 비판은 있으나, 기여액(보험금으로 지급한 액수)을 2.4배에서 1.8배로 수정하여 본인이 낸 액수보다 평균 0.8배를 더 받는 그런대로 ‘좋은’ 제도이다.

문제는 연금제도의 기본 목적인 ‘노후소득보장’의 역할이 너무 미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재의 국민연금제도에 더하여 현재 논의중인 ‘기초노령연금’-이에 대해서는 반드시 다음 기회에 논할 기회를 갖고자 한다-을 최대한 공약에 가깝게 충실화하고, 본격적인 노동시장 내의 고령자 고용정책 및 노인 일자리 사업을 연계하는 ‘3층의 노후소득보장정책’의 얼개를 하루빨리 구축, 시행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OECD 노인빈곤율 1위의 오명을 벗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포기하지 않고 적어도 내일이 기다려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서양열 2013-06-12 14:36:51
공감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하게 읽었습니다

서양열 2013-06-12 14:36:15
공감합니다 !
좋은 글 감사하게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