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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부채, 위기인가? 관리가능한 수준인가?
가계부채, 위기인가? 관리가능한 수준인가?
  • 박신용철 기자
  • 승인 2013.07.04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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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962조원 vs 국회, 1159조원
▲ 가계부채 정책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한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출석 기관 증인들이 의원 질의에 답변과 경청을 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똑딱똑딱,

‘한국경제의 시한폭탄’ 가계부채의 시침은 끝을 향해 움직이고 있다.

국회는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고 있지만, 정부는 위기상황은 아니라고 항변하고 있다. 시민들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가계부채 1159조원에 달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3일 가계부채 청문회를 개최했다.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 자리에서 “가계부채의 규모, 증가속도, 금융시스템을 고려할 때 위기상황은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정부의 입장은 MB 시절과 달라진 것이 없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수준 자체의 높낮이보다는 최근 가팔랐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지난해부터 차츰 둔화되고 있다는 점을 봐야 한다”면서 “자산대비 부채만 보면 위험이 조금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922조원의 가계신용 중 800조원 정도로 가계부채가 높지만 자산 대비 부채 기준에서는 안심해도 된다는 것이었다. 새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총액도 962조원이다.

그러나 가계부채가 1159조원에 달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 1일 펴낸 ‘가계부채의 현황 및 대응방안 보고서’가 그것이다. 이 자료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2012년 12월 말 기준으로 1158조 8000억원으로 가처분소득 대비 비율은 2003년 126.5%에서 2012년 163.8%로 폭등했다. 소득1분위의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는 2010년 4.9배에서 2011년 6.5배로 올라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잠재적 불안요인을 뺀 정부의 이상한 셈법

정부가 추산하는 가계부채 규모가 국회 추산보다 적은 것은 잠재적 불안요인을 외면한 분석 결과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현미 국회의원(민주당, 국회 기재위)은 “가계부채의 절반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의 악화속도가 매우 빠르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자료를 보더라도 2008년 말 기준 주택담보대축 연체율은 0.48%였지만 이명박 정부 4년 동안 급속히 증가해 2012년 6월말 현재 0.74%에 육박했다. 2008년 대비 54%가 급증한 것이다.

박원석 국회의원 의원(진보정의당)은 “주택담보대출의 급증으로 인한 가계 부담은 최근 다중채무 급증으로까지 이어지고 있어 가계부채의 부실이 우려를 넘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고 우려했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다중채무자는 322만명으로 이중 연소득 3천만원 이하인 대출자 비중은 43.9%. 이 비중은 2009년 33.2%에서 2010년 35.7%, 2011년 37.6%로 증가추세다.

국회 예산정책처도 보고서에서 신용 7등급 이하 저신용자와 다중채무자 대부분이 비은행권에 의존하고 있어 대출 부실 위험은 더욱 높은 것으로 내다봤다.

사실상의 가계 빚 ‘전세금’까지 고려하면 ‘위기 상황’

2010년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세 가구는 376만 가구, 평균 전세 값은 8024만원이다. 전국 전세보증금 총합 규모를 302조원으로 추산할 수 있다.

전세보증금은 통상 2년 뒤 ‘만기 일시 상환’을 해야 하는 대출금과 마찬가지라 전세보증금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을 관리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KB금융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주택담보대축이 포함된 전세 계약은 전체 계약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고, 수도권 및 6대 광역시에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보증금을 동시에 갖고 있는 가구는 ‘전세 포함 LTV'의 경우 65.2%에 달한다. 또한 ’전세 포함 LTV'가 위험 수준인 70%를 육박하는 가구도 34만에 달해 이미 심각한 수준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 때 미국의 LTV는 79%였다.

2012년 말 기준 실질 부채는 총 1098조 5000억원으로 2011년 1046조 4000억원보다 52조 1000억원이 늘었다. 이는 가계신용과 소규모 개인기업 대출을 모두 합한 금액으로 계약기간 만료 후 세입자에게 돌려주어야 할 전세금 등 ‘사실상의 가계 빚’을 고려하면 부채는 더 늘어나게 된다.

즉 금리가 높은 비은행권 가계대출 비율이 늘고 있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장기적으로 가계 빚이 더 늘어날 수 밖에 없다.

반면 한국은행은 2012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서 “전체 가계대출 연체율은 낮은 수준이며 LTV가 크게 낮은 수준(47.4%)”라며 “가계대출이 대규모로 부실화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3일 국회 가계부채 청문회에서도 가계부채에 잠재적 위험성은 인정하면서도 전반적 규모나 구조가 개선되고 있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MB정부에 이은 박근혜 정부의 이상한 가계부채 대책

이명박 정부는 빚을 내서 집을 사라고 독려했다. 가계부채 수준이 경제규모나 소득에 비해 놓은 상황에서 무리한 대출로 빚을 내 집을 구입했다.

그래서 원리금 상환으로 가처분소득이 줄어 빈곤하게 사는 소위 하우스 푸어 549만명이 발생했다. 사회난민인 하우스 푸어가 157가구를 넘어서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주택가격 하락이 장기화되면 그 수는 더 증가할 수 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는 가계부채 문제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다. 졸속으로 '금융권과 매각 후 재임대 방식(Sale and Lease Back)' 추진을 논의했으나 실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나자 우리금융지주에 책임을 떠넘겼다.

새 정부의 대책도 MB정부의 복사판이다. MB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반면교사 삼은 것이 아니라 부동산투기를 재점화해 해결하겠다는 발상이다. 기재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대책은 ‘다주택 양도세 중과 폐지’와 ‘주택 단기보유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완화 추진이다. 하우스 푸어와는 관련성이 미비한 고소득층을 위한 정책이다.

박원석 의원은 “주택담보대출과 관련한 한계 채무자 증가 사태는 개별 채무자 차원의 문제가 아닌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고 있고 더 나아가 부채 디플레이션 등 한국경제 전반의 불확실성으로 확장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계부채는 양적 측면 뿐 아니라 질적 측면에서도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계대출구조 개선을 위해 변동금리·일시상환대출을 고정금리·분할상환대출로 전환을 유도하고 주택담보대출 비율에 대한 금융권의 위험관리 강화와 효율적인 하우스푸어 대책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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