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12 16:36 (목)
[연재칼럼]재활이 살 길이다.
[연재칼럼]재활이 살 길이다.
  • 원종욱 연세의대 교수
  • 승인 2013.08.16 10:4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원종욱교수의 이땅에서 산재환자로 살아남기⑧

  #김00씨와 이00씨는 45세로 동갑으로 김씨가 한 달 먼저 입원했다. 두 사람은 모두 가구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는데, 산재로 어깨 인대 손상으로 수술 받고 입원 중이다. 두 사람이 다니는 회사는 달랐지만 동갑에 하는 일이 같고, 다친 부위도 같아서 서로 친하게 됐다. 두 사람의 처음 손상 정도는 비슷했는데, 김씨는 재활 치료를 등한시 했고, 이씨는 재활 치료를 열심히 한 덕분에 다음 주 쯤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씨는 자기가 더 먼저 퇴원하는 것에 대해서 뿌듯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며칠 전 김씨로 부터 이상한 이야기를 듣고 난 후 후회가 되기도 하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걱정이다. 김씨의 말은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으면 빨리 낫는 것은 좋지만 요양 기간이 짧아져서 휴업급여를 적게 받고, 나중에 장애평가를 받을 때도 장애가 낫게 나와서 장애보상금도 적게 받는 다는 것이다. 장애보상금을 받은 후에 열심히 재활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김씨의 말이 상당히 솔깃하게 들렸다. 그 동안 열심히 재활 치료를 받은 것이 후회되기도 했다. 며칠을 고민했는데, ‘빨리 치료 받고 나아서 회사에 다시 다니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부인의 말을 듣고 재활 치료를 계속해서 열심히 받았다.

결국 김씨는 4개월 동안 입원하고, 6개월 동안 통원 치료를 받아서 장애 10등급을 판정 받았고, 이씨는 2개월 입원과 2개월 통원 치료를 받고 장애 12등급을 판정 받았다. 두 사람은 모두 평균 임금이 7만원이어서 두 사람의 장애보상금은 김씨는 2천 58만원, 이씨는 1천 78만원이었다.

이 사례에서 김씨의 말처럼 재활치료를 열심히 받지 않으면, 요양 기간이 길어져서 휴업급여를 받는 기간이 길어지고, 장애가 더 많이 남아서 장애보상금을 많이 받을 수 있다. 결국 김씨는 10개월 동안 휴업급여를 받았지만 이씨는 4개월 밖에 받지 못했다. 김씨는 장애보상금으로 2천만원을 받았지만 이씨는 1천만원 밖에 받지 못했다.

이 문제를 좀더 깊이 생각해 보자. 김씨의 말처럼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 속설로 공공연히 떠돌고 있고, 일부 양심 없는 브로커는 이를 부추기고 있다. 사실 이 말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다. 재활 치료란 것이 받아보면 특별한 것이 없어 보인다. 집에서 혼자도 할 수 있을 것 같고, 실제로 집에서 혼자 할 수 있게 가르쳐 준다. 장애 판정이 끝난 후에 집에서 혼자 열심히 하면 될 것 같이 생각된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몸이 치유되는 데는 각 단계마다 적절한 시기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시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정상적으로 회복되지 못해 장애가 남게 된다. 재활 치료도 마찬가지다. 회복기에 적극적인 재활 치료를 하지 않으면, 회복이 지연되고 장애가 남게 된다.

산재 환자가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지 않으면, 요양을 종결할 수 있는 시기는 점점 늦어진다. 김씨와 같이 환자 스스로 요양 종결을 늦추려고 하기 때문에 요양 기간이 늘어나는 것도 있지만, 처음에 의사가 예상했던 정도의 회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의사가 요양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있다. 그러나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는 치료 기간을 늘린다고 해서 바람직한 목표에 도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충분히 회복되지 못한 상태로 요양을 종결하고, 장애 판정을 받게된다. 김씨는 원하던 대로 예상되는 것보다 높은 장애등급을 받을 수 있겠지만, 이씨만큼 회복되기는 요원할 것이다.

재활 치료를 열심히 받지 않아서 요양 기간이 길어지면 정상적인 회복이 안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한다. 즉, 직장 복귀에 문제가 생긴다. 직장 복귀에 관한 모든 연구들을 보면 재해를 당해 요양을 위해서 휴직한지 3개월이 넘으면, 직장 복귀율이 급격히 낮아지고, 요양 기간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직장 복귀율이 낮아진다. 이는 장애 정도를 충분히 고려해도 같은 결과를 보인다. 즉, 장애가 조금 심해도 요양 기간이 짧아 조기에 직장에 복귀하려고 한 재해 근로자는 성공적으로 직장에 적응하는데 비해서, 장애가 심하지 않아도 직장 복귀 시기가 늦어지면, 직장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느껴, 결국 그만두게 되는 경향이 있다.

요양 기간이 길어질수록 직장 복귀율 낮아져

2011년 산재 장해인의 직장복귀율은 70.4%였다. 그러나 이중에서 본래 자기가 다니던 직장으로 돌아간 사람은 38.7%에 불과하였다. 직장 복귀자 중에서 다른 직장으로 재취업한 산재 근로자는 27.1%, 자영업을 시작한 사람은 4.6%이다. 산재 장해인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장해 10급부터 12급 사이의 산재 근로자들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결국 약 30%의 산재 근로자는 취업하지 못한다. 취업한 경우도 다른 직장으로 전직하면 이전 직장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 그러면 누가 이익인가? 단기적으로 보면 김씨가 이익인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는 이씨가 더 이익이다. 1년 뒤 이씨는 다니던 회사에 복직해서 여전히 일을 하고 있지만, 김씨는 어깨 장애로 일을 할 수 없어 결국 퇴직했고, 계속 직장을 구하고 있지만 취업하지 못하고 있다. 김씨는 자신의 직장을 6개월의 휴업급여와 1천만원의 장애보상금과 바꾼 셈이다. 물론 산재 장애인이 직장에 복귀하는 데는 장애와 요양기간 말고도 개인적 특성과 다니던 회사의 특성과 여러 사회 경제적 요인이 작용하지만, 이런 모든 것을 고려해도 장애와 긴 요양기간은 직장 복귀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긴 요양 기간 단기적으로 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손해일 수 있어

산재 환자에게 재활 치료는 힘들고 귀찮은 것 뿐아니라, 사례의 김씨와 같은 잘못된 유혹에 빠지기 쉽다. 사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산재를 담당하는 근로복지공단도 알고 있고, 산재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도 알고 있다. 그런데 근로복지공단은 환자의 요양기간에는 관심이 있지만, 치료의 질에는 별로 관심이 없다. 아니 아직 관심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의사는 산재 환자와 브로커, 제도 탓으로 돌리면서 수수방관하고 있다. 일부 의사는 알면서도 모르는 척하고, 이를 이용해서 비어 있는 병실을 채우고 있다.

어떻게 할 것인가? 산재 환자는 어떻게 하는 것이 진정으로 자신을 위한 일인지 판단하지 못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근로복지공단은 산재환자들에게 이런 사실을 명확히 알리고, 교육해야 한다. 또한 산재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들에게도 교육과 관리를 통해서 산재 환자를 바른 길로 유도하도록 해야 한다. 환자를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은 근로복지공단과 의사의 일이고, 의사와 의료기관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일은 근로복지공단의 몫이다. 따라서 근로복지공단이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고, 행동에 나서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물론 산재 환자 자신이 스스로 자각한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