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7 17:39 (수)
‘창조경제’의 안착, 51%의 합리적 기대
‘창조경제’의 안착, 51%의 합리적 기대
  • 김태황 명지대 교수·국제통상학
  • 승인 2013.09.25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저성장국가 탈출과 일자리 창출 문제는 한국경제의 사활적 관건

<커버스토리②> 근혜노믹스논쟁-창조경제2

아직도 낯설고 논란 무성한 ‘창조경제’

‘창조경제’는 창조되지 않았고 창조적이지도 않다. 박근혜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단연코 창조경제가 꼽히지만 정작 무엇을 어떻게 창조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논란이 무성하다. 2001년에 이미 『창조경제』란 제목의 저서를 발간한 학자도 있었고 일본과 영국 그리고 UN에서도 창조산업을 별도로 분류하여 분석 고찰하고 있으며, 특히 유엔무역개발협의회(UNDP)는 2008년과 2010년 창조경제 보고서를 발간함으로써 창조경제의 패러다임을 선도하고 있다. 그렇지만 경제학 학술 용어로써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의 개념인 ‘혁신’은 친숙하지만 ‘창조’의 개념은 아직 낯설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론은 요동치는 과녁을 맞추어야 하는 화살과도 같은 부담과 책임을 떠안게 되었다. 창조경제론 자체가 5년 후 박근혜정부의 성과를 평가하는 유일한 잣대는 아닐지라도 적어도 중요 변수가 될 것임은 틀림없다.

▲ 지난 8월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창조경제 실현 계획' 합동 브리핑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찬우 안전행정부 1차관, 추경호 기획재정부 1차관, 최문기 미래부 장관. 사진제공=뉴시스

창조경제의 세 가지 출발점

창조경제론에 대한 논의는 우리 경제가 직면한 세 가지 구조적 문제에 대한 공통된 인식에서 출발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경제성장률 둔화,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경제 활동 구조의 취약화, 복지 수요의 증가, 국가 부채의 증가, 소득 양극화와 계층간 갈등의 심화, 노동시장의 비대칭화와 노동생산성 향상의 둔화, 청년 실업률 증가, 내수시장 확대의 한계 등 국내 여건의 구조적 문제가 심화되고 있으나 기존의 정책 대응 효과가 미미하다는 점이다. 구조적인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렵지만 이러한 결과는 가시화된 지 오래다.

둘째, 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로존 재정위기 및 중국의 경제성장률 둔화 등 대외적 경제 여건의 파급영향이 지속됨에 따라 수출 주도형의 우리나라 경제구조가 진퇴양난에 몰렸다는 점이다. 물론 지난해까지도 경상수지 흑자를 이어오고 있지만 수입단가 대비 수출단가를 산출한 교역조건은 상대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이는 기존의 대외 무역구조의 혁신이 필요하다는 점을 방증한다.

셋째, 이에 따라 현재 상태로서는 우리 경제가 발전해 나갈 수 있는 동력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즉 잠재성장률이 낮아져서 지난 반 세기동안 일구어 온 우리의 경제성장 신화를 이어가기가 어려운 대내외 경제구조에 봉착해 있다는 점이다.

왜 필요한가? - 성장동력 마련위한 한국경제패러다임 전환

최근 「제2차 한국 보고서」를 작성한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의 리처드 돕스 소장은 4월말 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나라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속의 개구리처럼 위기 불감증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그동안 수출을 주도해 온 제조업이 더 이상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하고 국내에서 부가가치를 높이는 데에도 한계에 도달하여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지 않으면 경제성장률 2%대 이하의 저성장 국가로 눌러 앉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전(前)분기 대비 경제성장률이 올 1분기까지 8분기 연속 0%대를 기록했고 신규 취업자 수는 20만명 선에 머물러 있으니 물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현실적인 고민은 물이 왜 뜨거워지고 있는가에 대한 과학적 탐구보다 뜨거워지는 물에서 뛰쳐나갈 수 있는 기발한 돌파력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에 집중되어 있다. 바로 성장 동력의 문제이다.

글로벌 경쟁은 속성과 범위에 차이는 있을지라도 19세기 제국주의 시대는 물론 16-17세기 중상주의 시대에서도 치열했다. 경쟁에서 우위를 쟁취하려면 언제나 성장 동력은 필요했다. 외환위기 직후 급변하는 대내외 여건에서 국민의 정부는 지식기반경제를 주창하였고 참여정부에서는 혁신주도형경제를 강조했다. 이명박정부는 녹색성장경제에 주안점을 두었다. 이전 정부들도 나름대로 보다 효력있는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고 애썼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는 창의성과 산업 생태계를 마케팅 첨병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지식기반, 혁신주도, 녹색성장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 그런데 무엇을 창조하겠다는 것인가?

창조경제론은 무엇을 창조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 기존의 경제활동 패러다임의 전환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이전에 지식기반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해 벤처기업도 육성해 봤고, 국토 균형 발전을 위해 지방 혁신도시를 건설해 보기도 했고, 녹색성장을 선도하기 위해 대규모 환경 개선 사업도 시행해 보았으니 이제까지 시도해 보지 않은 신선한 것을 창조해내겠다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이전과는 다른 이름으로 현수막을 내걸고 ICT(정보통신) 산업과 연계될만한 몇 군데를 찔러보고 톡톡 두들겨보아 노다지 몇 개를 건져내서는 새로운 연금술로 새로운 귀족문화를 꽃 피우겠다는 시대적 역발상은 분명 아니다. 적어도 우리 경제가 청소년기의 성장통을 앓고 있는 것에 대한 현실적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성장통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서는 혁신의 수레바퀴를 지속적으로 굴려야만 한다. 청소년기의 경제발전 단계까지는 노동력과 자본의 양적 투입을 얼마나 증대시킬 수 있으며 선진 기술을 얼마나 유사하게 모방할 수 있느냐가 발전의 관건이었다면, 성년기의 경제발전 단계로 성숙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있는 상품, 서비스 및 지적재산권을 자립적으로 생산해낼 수 있는 인적자본과 역량(기술력)으로 홀로서기를 입증할 수 있어야 한다. 즉 경제활동의 부가가치를 높이려면 생산요소의 투입량만 증대시켜서는 규모의 경제가 한계에 도달할 것이므로 생산요소의 생산성을 높여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생산체계의 혁신과 창의적인 활동이 필요하다. 또한 과학기술의 혁신은 독립 기술뿐만 아니라 융복합 기술의 경우가 더 큰 파급효과를 불러일으키므로 매체가 되는 정보통신과 지식 전달 체계의 발전을 가속화시켜야 한다. 21세기 산업 경쟁력의 핵심 동인으로 네트워크화와 융복합화에 주목해야 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창조경제는 국내외 경제 여건과 경쟁구도의 변화에 부합하도록 기존의 대응책을 통합적으로 재구성하되 그동안 잠재되어 있던 성장 동력을 활성화시킬 수 있도록 경제 구조 개혁을 추진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이를테면 그동안 대기업 중심의 수출 지향적인 경제성장 방식이 성공적이었다 하더라도 내수 시장 진작과 일자리 창출의 측면에서는 파급효과가 제한적이고 기대치에 못 미쳤다. 이에 따라 고용의 약 90%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잠재력, 즉 창의적인 순발력과 응용력을 일깨워 부가가치를 높이고 일자리를 늘려보자는 것이다.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 또는 경제 구조 개혁은 역사적 필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리 경제는 덩치만 커진 것이 아니라 몸놀림의 방식도 달라졌다. 우리가 선택했다기보다는 성장 중심의 바퀴를 멈출 수 없어서 굴려오다 보니 바퀴가 닿는 바닥면도 달라졌고 풍경도 달라졌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같이 바퀴를 굴리는 경쟁자들의 눈빛들도 달라져서 우리 경제의 몸부림도 자연스럽게 진화해 왔다.

글로벌 경제체제는 덩치가 더욱 거대해진 동시에 기동력과 전투력도 더욱 기민해졌다. 개별 국가가 글로벌 경기자로 참여하기를 원한다면 상호협력을 위해 다가갈 일도 많아졌지만 상호경쟁과 적자생존의 매서운 눈빛을 마주칠 일도 많아졌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여줄 수는 있지만 우리 경제가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만 쳐다볼 수는 없기에 구조적으로 새로운 경쟁룰에 적응할 수 있는 체질과 체력을 길러야 한다.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새로운 산업생태계 조성으로 일자리 창출이 핵심

창조경제론의 핵심 목표는 일자리 창출이다.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새 정부의 첫 번째 국정 목표로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추진 전략 여섯 가지,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성장 동력 강화, 중소기업의 창조경제 주역화, 창의와 혁신을 통한 과학기술 발전, 원칙이 바로선 시장경제 질서 확립, 성장을 뒷받침하는 경제운영 등은 총 41개의 국정과제를 포함하고 있는데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여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것으로 집약된다. 고용 증대가 소득 증대는 물론이고 적극적인 복지 확대라는 점에서 지향점이 되는 것은 창조적이랄 것도 없이 순순히 공감할 만하다.

첫 번째 국정 목표의 여섯 가지 전략은 네 가지로 재구성하여 재해석할 수 있다.

첫째, 창조 산업을 육성하되 융복합적 연구개발을 확충하여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점이다. 이제까지는 주로 협동 연구 또는 산업간 협력과 연계를 통한 시너지효과를 추구해 왔으나 이제는 산업 간 유기적 발전을 연구개발 단계에서부터 복합적으로 추진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랄 수 있다. 즉 기획 아이디어와 연구개발이 단일 상품이나 산업에 국한되기보다는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영향을 끼칠 수 있도록 혁신적인 방식으로 추진한다는 것이다. 마치 2001년 애플의 아이팟 개발이 MP3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아이튠즈와 결합하여 음악 서비스 시장과 정보통신 시장, 오락 문화 시장으로 생태계를 확장한 경우와 같다. 물론 정부 정책이 기업의 특수하고 탄력적인 경영전략을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지만 지향점은 공유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다.

둘째, 새로운 성장 동력 부문을 강화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증대시킨다는 점이다. 이미 산업 경쟁력을 확보한 정보통신 부문뿐만 아니라 농림수산업이나 축산업 또는 고령친화산업 등 전통적인 비교열위의 산업에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차별적인 산업 육성책을 시행한다는 것이다. 획일적인 산업 간 정책에서 탈피하여 산업 내 선택과 집중을 통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강화함으로써 산업 구조조정과 경제 구조의 혁신을 도모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비록 창의적이랄 수는 없다 하더라도 유효한 전략적 선택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셋째,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중소기업을 육성함으로써 한편으로는 일자리를 창출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창조산업의 기반을 확충하려는 전략이다.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려는 창의력과 혁신활동은 신속하고 책임성있는 의사결정을 전제로 하므로 합리적인 투자 여건과 지속가능한 경영여건만 갖추어진다면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중소기업은 다시 창조 생태계를 강화시키는 선순환 구조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넷째, 공정하고 안정적인 경제 운영 전략을 추진하려는 것이다. 창조경제의 개념과 동떨어져 보이고 전통적인 경제정책 운영 방안과 동일하게 보이는 측면도 있으나, 박근혜정부에서 강조하고 있는 경제민주화 시책과 위기관리 시책을 담고 있는 측면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제도 혁신의 노력이 보인다. 시장경제질서를 어떤 경제적 게임규칙과 사회적 합의과정을 통해 어느 수준에서 확립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란과 고민의 골이 깊을 것이다.

아직 개념조차 불명확한 창조 생태계를 조성하기란 어렵다. 이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기란 더욱 어려운 과제이다. 하지만 공공 근로 사업이나 중소기업의 청년 일자리 지원 사업 등 인위적인 수요 창출이나 수급 불균형 해소 방안을 무한정 확대해 나갈 수도 없는 노릇이다. 창조경제의 발걸음이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감으로 인해 그 길을 막아설 수는 없다.

개념정의보다 어떤 정책효과를 이끌어낼 것인가 판단이 중요

창조경제론이 ‘창조경제’의 개념 정의에 얽매이지 않고 창의적인 발상과 활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도출해내며 얼마나 유익하게 수렴시킬 수 있느냐의 문제는 절차상 풀어야 할 과제이다. 논리적 사고에 집착하여 탄탄한 개념 정의를 시도하는 순간부터 ‘창조경제’를 내세웠던 대선 과정의 논쟁으로 회귀하게 될 것이다. 창조경제는 무언가를 정해 놓고 창조할 것이 아니라 모색 과정에서 창조할 거리를 찾아야 하는 내재적 모순을 안고 있다. 그래서 어려울 것이다.

UNCTAD, 영국 및 일본처럼 문화 예술, 출판 미디어, 콘텐츠 소프트웨어, 일부 서비스 산업을 창조산업으로 분류하여 정책의 방향성을 뚜렷하게 선언할 것인지, 불특정 제반 산업의 창의적 활동을 대상으로 정책 효과를 기대할 것인지에 대한 정책적 판단이 필요하다.

창의적 활동이 특정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면 산업 구조조정 차원에서도 창조산업 분류가 불필요할 것이며 산업 간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창의성과 융복합화의 파급효과를 최대화하기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보다 효과적인 접근방식이 될 것이다. 관건은 창조경제에 대한 공감대의 확산과 창의적인 참여도가 얼마나 될 것인가에 귀착될 것이다.

기업가 정신과 창업 정신을 얼마나 확산시키고 창의성 제고로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도 중요하다. 정부에서 만들어낼 수 있는 창의성은 제한적이다. 창의성은 민간부문의 성장 동력이므로 기업가 정신과 창업 정신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업과 사회 문화의 변혁을 자극해야 한다.

정부가 창조자가 되려고 해서는 안돼

창조경제는 융복합경제이고, 창조는 모방에서 출발해야 한다. 창조된 경제활동이란 없다. 경제활동은 연속성과 지속가능성이 중요하다. 창조경제의 지향점이 경제 기반을 확충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이라면 창조 과정에 다양한 경제주체의 협력과 상호작용이 필요하다. 시장경제 체제에서 혼자 할 수 있는 경제활동이란 무의미하듯이 창조경제를 인위적으로 창조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정부의 창조경제론은 창조되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51%의 필요성과 합리성은 포함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나머지 49% 가운데 이제 얼마나 채울 수 있을지는 박근혜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몫이기도 하다. E21  

본 기사는 <이코노미21> 8월호 커버스토리 '근혜노믹스 논쟁'에 게재된 글입니다. 관련 기사는 '기획연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