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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락시장 상인들 "유통구조 개혁"촉구
가락시장 상인들 "유통구조 개혁"촉구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3.10.02 17: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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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수산물 유통비용 절감 등 8년만에 궐기대회

‘농수산물 유통비용 절감과 가락시장 유통구조 개혁을 촉구하기 위한 가락시장 유통인 총궐기대회”가 10월 2일 오전 10시부터 가락시장에서 3500명의 대규모 인원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가락시장에서 유통인들이 대규모집회를 연 것은 ‘농안법 파동’이 있었던 1995년과 농수산물 유통 관련 세금제도 문제가 불거졌던 2005년 이후 8년 만이다.

이날 대회에는 전국 농수산물 공영도매시장의 유통인들을 대표하는 연합단체인 한국 농산물 중도매인 연합회, 전국 과실 중도매인 연합회, 전국 농협 중도매인 연합회, 한국 시장도매인 연합회의 회장단이 전부 참석했다.

대회를 주최한 ‘가락시장 유통인 총궐기대회 추진본부’(이하 추진본부)의 송보현 상임의장(56세)은 “직거래 유통에 가장 가까운 거래제도의 즉각 시행을 통해, 유통비용을 절감해 농어민의 수취가를 높이고 소비자가는 낮춰 물가안정에 기여할 수 있도록, 가락시장의 도매유통인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유통구조개혁 실행을 정부 및 관련 당국에 촉구한다”고 말했다.

▲ 2일 가락시장에서 열린 궐기대회 모습
이날 대회에서 연설자들은 경매수수료 수익을 독점하고 있는 경매법인과 농림부 및 서울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요구사항과 취지를 밝혔다.

첫째, 배송료의 경매법인 부담.

‘이적비’라고도 불리는 가락시장의 배송료는 경매장에서 중도매인 점포까지의 하역비를 말하는 것으로, 기본적으로 경매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비용이다. 경매법인의 경매수수료 수익보장을 위해 이 배송비가 발생하는 것인데, 이를 중도매인에게 부담시키고 있다. 구입물량의 배송비 부담 후 또다시 판매물량의 배달비까지 중복으로 부담하는 중도매인은 물류비용이 거의 제로에 가까운 외부유통경로와 경쟁할 수 없게 된다.또 재래시장 등 서민들이 이용하는 시장을 주요고객으로 하는 도매시장이 가락시장인데, 이런 물류비용이 전가되어 소비자 물가에 지대한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중소상인인 중도매인과는 달리 대기업인 청과부류 경매법인들은 지난해 약 1,600억원의 경매수수료 수익을 올리고도 연간 160억인 배송료를 중도매인에게 전가하고 있는 형국인 것이다.

둘째, 판매장려금의 정상지급과 수산 경매법인의 연체이자율 인하.

특히 상품감모율이 심하고 손해위험 부담이 높은 농수산물을 취급하고 있는 중도매들에게 손실보전 차원에서 도매시장법인이 판매장려금을 지급하고 있지만, 지급액이 미미하고 물대마감 장려로만 운용되고 있어 문제이다. 하루만 늦어도 조금만 액수가 부족해도 전체 장려금이 지급되지 않고 있다는 주장이다. 판매장려금은 말 그대로 판매를 장려하기 위해 지급되어야 할 것인데, 비록 전체 낙찰 금액을 마감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적어도 마감기일까지 마감한 금액만큼의 판매장려금은 지급되어야 할 것이다. 경영상황이 힘든 소규모 업체일수록 더욱더 지원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또한 가락시장의 수산시장은 현재 거의 고사 직전에 몰려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평이다. 근래에는 일본의 방사능 영향으로 더욱 장사가 안돼 매우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도매인들의 물대 마감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수산법인들의 경우에는 12%의 연체이자율을 물리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로부터 싼 이자의 ‘농안기금’을 지원받아 사채놀이를 하고 있다”는 비난을 듣는 것은 무리가 아니라는 판단이다.

셋째, 가격결정이 무의미한 수입농수산물, 산지위판장의 1차 경매품, 냉장·냉동저장품, 단순가공품 등의 경매과정을 생략하여 유통의 합리화와 소비자물가의 안정 도모.

농수산물의 수입은 수입업자들의 수익을 목적으로 수행되지만, 기본적으로는 해당 농수산물의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폭등할 때, 물가안정을 위해 수행되는 것이 보통이다. 그런데 가락시장에서는 통관과정에서 이미 가격이 뻔히 노출된 수입물량마저 경매제도를 거치도록 의무화함으로써 수수료, 진열비, 배송비 등 불필요한 유통비용을 발생시키고 있다.

의무적인 경매는 경매법인의 수익보장 이외의 이유를 찾을 수 없고, 여기서 발생하는 유통비용은 물가인상만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수입농수산물은 비상장거래를 허용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이 주장은 상당한 타당성을 가지고 있는 데, 구매력이 매우 강한 대형할인업체(마트)가 수입업자로부터 공급받는 가격이,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의 경매 낙찰가격보다 더 낮은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논리로 이미 한 번 가격이 결정된 산지 1차 경매품, 냉장냉동물, 단순가공품등을 또 경매처리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은 누구의 이익을 위한 일인 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넷째, 가락시장내 주차료의 폐지와 시장 현대화 공사 기간 동안의 임대·사용료 동결.

가락시장의 주차요금이 과다하여 고객들의 자유로운 왕래에 불편을 초래하고 있고, 또 대부분 전통시장이나 대형마트에서는 주차요금을 징수하지 않고 있는데 비해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공적시설인 가락시장의 주차료 부과는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한편 가락시장 시설현대화 사업이 순환공사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어, 유통인들의 영업에 지장을 주고 있고, 대형공사차량이 지나다니고 소음에 시달리는 등 어려운 조건에서 영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과거와 똑같이 감정가를 적용한 임대·사용료의 인상이 무분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새 영업장소에 입주하기까지는 임대·사용료의 인상을 자제하고 동결할 필요가 있고, 가락도매시장 역사상 최악의 영업현황을 보이고 있는 올해에는 꼭 그렇게 해야 한다고 호소하고 있다. 중소상인의 이 호소는 어찌보면 실질적인 서민경제 활성화 대책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궐기대회를 이끈 추진본부에는 (사)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 서울지회 소속 600개 상회, 가락시장 임대유통인연합회 1600개 상회, 수산중도매인조합 200개 상회, 대아중도매인조합 250개 상회 등 총 2650여개 상회가 참여하고 있으며, 향후 투쟁수위나 방식에 따라 농수산물 유통에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추진본부는 이날 투쟁결의문에서 “도매시장법인을 규탄”하고, 가락시장 관리 운영주체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에 호소하며 다음과 같은 후속투쟁을 결의했다.

“첫째, 배송료의 법인부담과 판매장려금의 정상지급 건에 대해 적절한 조치가 약속되지 않을 시, 10월 20일을 기점으로 중도매인 모두는 그동안 부실채권의 발생여부와 무관하게 힘써 온 물대의 마감을 거부할 뿐 아니라, 배송료의 지급거부는 물론, 경매장에서의 영업도 불사할 것이다.

둘째, 수입농수산물, 산지 위(공)판장에서 1차 경매품, 냉동(장)저장품, 단순 가공품 중에 경매거래가 정착되지 못하고 통과세와 같은 상장수수료 및 하역비, 배송비 등 각종 유통비용만 발생시키는 품목에 대해 비상장거래를 허용하는 조치가 약속되지 않을 시 2차 외부집회의 개최는 물론 중도매업 반납에 이은 총파업 투쟁도 불사할 것이다.

셋째, 임대 및 시설사용료의 동결과 주차료의 폐지가 약속되지 않을 시 10월분의 임대사용료 고지분부터 그 납부를 전면 거부함은 물론, 그날그날의 주차료 거부투쟁에 나설 것이다.”

현재의 상황은 대기업인 도매법인과 중소상인의 대립이 핵심으로 보이고, 추진본부의 요구는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와 도매시장법인을 향해 있지만, 요구내용으로 볼 때 적절한 수준의 타협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갈등이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만약 중소상인들의 총파업이 진행돼 농수산물 거래가 중단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락시장은 전국 공영도매시장 물량의 50%를 담당하고 있어, 총파업에 따른 영향이 도매시장-소매시장-시민 식탁, 식당 등으로 연쇄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특히 소유주가 대부분 대기업으로 이루어진 ‘도매법인’의 독점이익을 방치해온 책임공방을 둘러싸고 서울시와 농림부 및 여야정치권 간에 파장도 매우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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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거리 2013-10-04 11:48:48
통과세와 같은 불필요한 경매단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비용은 물가인상에 작용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미 그 통관가격이 노출된 농수산물, 그러니까 물가안정을 위해 수행되는 수입물량까지 의무경매토록 함으로써 물가인상을 가중시키고 서민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정책은 즉각 시정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