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0-23 00:46 (토)
재정분권 확대, 어떻게 이룰 것인가?
재정분권 확대, 어떻게 이룰 것인가?
  • 이재원 부경대 교수
  • 승인 2013.10.11 18:0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자치재정의 실종… 자율과 책임, 독립성 강화한 대안도입 시급해

지방자치제도가 다시 실시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재정분권의 현실은 ‘자치’와는 반대반향으로 진행되고 있다. 중앙집권적인 국가재정 운영 기조가 지속되고 있으며 ‘지방은 곧 비효율, 낭비, 그리고 무능’의 상징에 갇혀 독립적인 재정 주체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사회 경제적으로 수도권 집중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지방은 비수도권에 한정되는 경향이 있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재정불균등 문제가 재정분권 논의의 진전을 막고 있다.

중앙집권적 정부간 재정관계들이 중앙과 지방 모두에게 기대하는 재정성과를 창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점을 고려하면 정부간 관계의 방향을 반대로 설정하여 분권지향적인 재정체계를 대안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재정분권을 추진해야하는 이유와 향후 추진과제들은 무엇일까?

의존적 세입구조가 자치재정 어렵게 해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방재정 위기가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대한 대책의 시작은 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주민들에게 보다 직접적으로 책임질 수 있는 재정 분권 구조 개편에서 출발해야 한다. 저성장 시대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중앙정부가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문제를 감당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중앙정부의 지방재정 개입이 확대되면 지방자치단체는 자기 지역에 대한 주인의식과 책임성이 약화된다. 위험관리 차원에서라도 전환기의 지방재정은 중앙으로부터 상대적으로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는 자치 재정이 해답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율과 책임의 원칙이 전제된 자치 재정구조가 마련돼야 한다.

지방자치 이후 자치단체의 재정운용에서 효율성이 높아지고는 있지만 지역주민들이 느끼는 분권재정의 효과는 제한적이다. 이는 지방재정에서 ‘납세자 책임’구조가 명확하게 설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의존재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지방세입 구조의 특성을 고려하면 지역주민들이 직접적인 납세자로 권리를 행사하는데 한계가 있다. 모두가 남의 지역에서 창출된 수익을 자기 지역에서 쓰고 싶어 한다. 그러한 의존적인 세입구조에서 효율적이고 건전한 자치재정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자주재원이 세입의 중심돼야

자치재정에서 자율성은 중앙정부로부터의 자율을 의미하는데, 이는 안전행정부로부터의 자율만이 아니다. 중앙정부 각 부처에서 경쟁적으로 만들고 있는 개별 국고보조사업으로부터 자율성 확보 역시 중요하다. 지방재정의 자율성을 근본적으로 높이기 위해서는 지방이양을 통한 지자체 고유사무를 확대하고 지방세와 세외수입의 자주재원의 비중이 높아지도록 세입구조를 개편해야 한다. 해당 지역의 사회 경제 그리고 재정문제에 책임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동원된 자주재원이 세입의 중심이 돼야 한다.

▲ 경기도의회 지방재정연구회는 도의회에서 전문가들이 참석한 가운데 지방재정확충을 위한 토론회를 가졌다. 제공=경기도의회
세입 자주성을 높이기 위한 대안은 지난 수십년 동안 변함없이 강조되는 내용들이다. 즉 최근 신설된 지방소득세와 지방소비세의 세수 비중이 높아질 수 있게 국세의 추가적인 지방세 이양이 필요하다. 또한 과거 지방양여금 재원이었던 주세도 다시 지방세로 전환되어야 하며 지방의 고유 세원들이 지역주민들의 선택에 따라 지방세수로 제도화될 수 있게 법정외 세목제도의 도입도 적극적으로 검토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의 특별회계 세외수입으로 징수되고 있는 각종 부담금 가운데 지방세 전환이 타당한 재원은 지방세로 이양할 필요가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환경개선부담금을 들 수 있다. 2011년 기준으로 6.6조원이 징수되었는데 지자체가 대행하는 징수율이 45.6%에 불과하여 공공재원 징수 관리에서도 쟁점이 되고 있다.

국세의 지방세 전환과 지방재정 조정장치 필요

자주재원주의를 강화하면 지역 간 재정불균등이 악화되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는 일반재원주의 비판이 있다. 일반재원주의는 내국세의 추가적인 비율을 지방교부세의 재원으로 할당해야 한다는 것인데 보통교부세 배분 산식의 영향으로 재정이 열악한 시군에 필요 이상의 재원이 지원된다는 비판도 상당하다. 더욱이 일반재원주의로 실질적인 지방의 일반재원이 확충되지 못하였다. 자주재원주의와 일반재원주의의 논쟁 속에서 지방자치단체간의 입장 차이와 재정 갈등으로 정부 간 재정관계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 수십년 동안 모든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분권화가 진전되지 못한 상태이다.

지금과 같은 교착상태에서 벗어나려면 국세의 추가적인 지방세 전환과 함께 지방재정에서 수평적 재정조정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현행 상생발전기금과 같은 취지를 보다 체계적으로 제도화시켜 정부간 재정관계의 기본 틀이 개편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현행 국세 대 지방세 비율인 8:2를 6:4 수준으로 바꿔 지방재정에서 자주재원의 전국 총량을 확대한 이후, 다음 단계로 지역간 재원배분을 자체적으로 조정하는 2단계 접근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주민들을 향한 책임경영체제 실현방안

지방재정에 대한 책임과 정보의 공개가 주민을 향하도록 하는 지방재정 책임경영체제가 구축되어야 한다. 지방재정에 대한 책임과 보고의 방향은 대부분 중앙과 상위기관으로 설정돼 있다. 지역의 주인인 주민에 대한 책임경영체계라는 표현 자체가 어색할 정도로 왜곡된 지방자치 재정관리 관행이 고착돼 있다. 지자체의 재정 투자의 과정과 결과에 대해 구체적인 책임을 요구하기 위해서는 정책의 결과와 재정 상황에 대한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공개만으로도 최고의 재정 감시활동과 주민 참여가 가능하다. 기업들은 재무정보를 분기별로 제공하여 주주들의 투자에 도움을 둔다. 각종 재무정보에 대해서는 회계사와 전문가들의 설명도 같이 있다. 네티즌들은 각종 토론방을 통해 공개된 정보내용을 해석하고 비판하고 토론할 수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정보도 주민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수준에서 주식회사처럼 공개되어 주민들이 활발하게 비판, 토론할 수 있어야 한다.

지자체의 책임경영체계를 위해서는 재정의 결과를 공개하는 형식과 함께 관리과정에 대한 공개도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대규모 투자사업의 타당성을 심사 분석할 때는 참여했던 분석기관과 전문가를 공개하고, 사후의 재정적 결과에 따라 유사 업무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전문적 분석 내용에 책임을 지게 하는 방안이 있다. 이는 주식거래소 상장 기업의 회계감사를 맡은 회계법인과 회계사에 대한 책임부과와 유사한 것이다.

지방재정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 대한 구체적 공개 장치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자체의 홈페이지를 통해 주요 쟁점 사업에 대해 참여자와 결정 내용 그리고 과정을 상세히 확인할 수 있는 정보 공개 사이트를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 이때 사법부와 같이 ‘소수의견’도 반드시 공개하여 주민들에게 비판과 판단의 여지를 넓혀야 한다.

마지막으로 보다 강도 높은 책임경영체제를 위해 거시적인 지역경제 및 재정 성과와 지자체 공무원 및 의원들의 개인적인 보수 수준을 직접 연계하는 ‘통합성과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방안도 있다. 재정사업에서는 자체평가 등과 같은 성과평가제도가 있다. 통상적으로 내부평가는 현실의 성과와는 무관하게 결정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지역경제가 침체되는데 관련 부서의 성과는 좋았던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지역주민들의 소득은 계속 낮아지고 있는데 대리인인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의 급여와 수당은 반대로 계속 높아지는 현상도 있다. 일종의 도덕적 해이로 해석할 수 있다.

지역특성을 고려한 지방재정 관리제도 재설계 및 운영의 유연화

지방재정관리 수단(장치)을 적용하는 자치단체의 유형(대상)의 편차를 고려하면 상위 자치단체에 대해서는 현재보다는 좀 더 고도화된 재정관리 방식이 적용되어야 한다. 해당 지역의 사회 경제적 그리고 지리적 특성을 고려한 전문화된 재정관리 기법들을 지자체별로 다양하게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인구 50만명 이상의 도시에서는 경상예산과 자본예산을 분리 운영하여 전략적인 도시계획 시설 투자를 효과적으로 뒷받침하면서도 재정위기 요인들을 사전에 관리할 수 있도록 재정관리 방식을 분화시켜야 한다. 또한 인구 100만명 이상의 대도시 자치단체에서는 재정에 국한된 중기 지방재정계획 보다는 도시계획-자주재원-지방채가 유기적으로 연계하여 도시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자본개선계획(capital improvement plan)과 자본예산제도가 필요하다. 나아가 지방공기업의 재정 규모가 큰 대도시 자치단체에서는 복합적인 재정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재정건전성을 관리할 수 있는 통합재정 수지도 작성 발표해야 한다.

각종 재정투자 심사에서 물리적인 건설투자 사업들에 대한 타당성 분석·평가 방법에는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최근 급격히 증대되고 있는 사회서비스 부문에서의 재정운영 및 재원배분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한 전문성이 확보되지 않고 있다. 보편적 복지서비스에 대한 재정적 관점들이 세밀하게 정립되지 않으면 과소투자에 따른 사회기반 붕괴 위험과 과잉투자에 대한 재정위기의 극단적인 상황들이 전개될 수 있다. 특히 사회인구구조의 건전성 위기가 진행되고 있는 농어촌 지역에서는 각종 투자사업들의 지역사회 영향평가는 물론이며 특정 지출이 사회적 기반 확충에 어느 정도 기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사회재정 운영기법들이 정립되어야 한다. 특히 사회재정에서는 시장 및 수요자 지원방식과 같은 새로운 서비스 전달방식들을 확대하여 비용-효과적인 복지재정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방재정의 건전성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사전예산제도로서 중기 지방재정계획과 성과관리제도 등과 같은 각종 재정 혁신 수단들도 이미 도입되어 있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에서 작동하는 내용에서 발생한다. 재정관리가 중앙정부에 대한 수직적인 보고를 위한 것으로 형식화되고 있으며 주민들에 대한 재정책임과 참여를 활성화 시키지는 않고 있다. 수직적인 보고와 관리감독이 강화되면 내부의 자율적인 재정학습과 관리 노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각종 재정관리제도들의 수직적인 관리 감독의 강도를 낮추고 대신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재량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대신, 중앙정부는 사전예산제도 보다는 지방재정 분석진단이나 발생주의 복식부기 회계감사 등과 같은 사후적인 재정관리 장치들을 강화해야 한다.

현행 국고보조금제도 재설계도 시급

지방재정이 ‘자치’와 ‘재정’ 두 가지 측면에서 모두 위기를 겪는 이면에는 보조금제도의 영향이 크다. 현재와 같은 개별보조금 중심의 수직적인 정부간 재정관계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자율적인 재정혁신을 추진할 수 있는 동력과 재량을 확보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현행 국고 보조금제도를 개편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사항들을 우선 검토해야 한다.

첫째, 법정기준 보조율체계를 재설계해야 한다. 이는 복지보조금 사업에 특히 중요하다. 전국적으로 표준적인 수준으로 유지되어야 하는 기초복지(대표적으로 생계급여, 의료급여, 기초노령연금, 보육)에 대해서는 중앙정부의 성과책임과 재정역할 강화가 중요하다. 지역사회의 선호에 따라 선택이 중요한 기능에서는 자주재원을 통한 지자체의 자율적인 사업운영과 성과에 책임지는 정부간 재정구조를 형성해야 한다. 특히 대도시 자치구의 복지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외부성이 높은 복지시설의 설치와 운영에 대해 중앙정부와 광역자치단체의 재정적 역할이 확대되어야 한다.

둘째, 현행 개별보조방식을 정책분야별로 포괄보조체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포괄보조제도는 사업단위별로 관리 감독이 이루어지는 개별 보조금 제도와 지자체의 자주재원 사이에 존재하는 정부 간 이전재정 장치이며 형태와 내용은 제도의 설계 구조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포괄보조 자체가 지향하는 목적은 세 가지로 집약된다. 하나는 지방정부의 재정자율성이 증대되는 재정분권화(지방주의)이고, 둘째는 재정긴축국면에서 지방정부의 복지재정분담 확대와 재정 자율성의 균형 조정(신재정연방주의)이다. 그리고 셋째는 분권형 정책운영을 통한 결과 지향적 성과관리(신공공관리주의) 강화 등이다. 이 가운데 두 번째는 중앙정부의 재정적자 위기를 극복하려는 예외적인 경우이며 지방중심 재정위기 극복을 위한 접근에서는 첫 번째와 세 번째 방식의 포괄보조가 중요하다.

셋째,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선택과 의사결정 참여가 확대되어야 한다. 사회복지분야에서 의무적인 지방비 부담사업이 증대되면서 지방재정 구조 전체의 균형이 재편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앙정부가 법률에 의거하여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는 사업을 추진할 때는 지방자치단체의 선택권을 보다 확대하고 재정부담 수준을 신축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하며, 나아가 구체적인 정책의 의사결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8월호에 게재한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