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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적자 불가피한 공공의료의 파수꾼’
‘건강한 적자 불가피한 공공의료의 파수꾼’
  • 박신용철 기자
  • 승인 2013.10.14 13: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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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정 진료, 민간 대비 저렴한 비용, 산부인과 등 필수진료운영, 공공보건사업으로 열심히 일할수록 손실 커지는 구조

공공의료의 대표주자인 지방의료원은 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것일까?

우선 공공의료기관인 지방의료원의 역할과 기능을 아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의료원은 선택진료, 고가 검사 등으로 인해 진료비 부담이 큰 민간병원과 달리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방의료원의 저렴한 진료비는 민간병원의 진료비 인상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수익성과 접근성이 좋은 도시지역에 밀집하게 된다. 농어촌지역 등은 상대적으로 의료기관이 부족할 수 밖에 없다. 지방의료원이 이런 의료사각지대를 해소하는 역할도 한다.

진료비 인상억제, 의료사각지대 해소하는 지방의료원

또한 각종 보건교육, 방역사업, 방문보건사업, 영양교육 및 지도, 불소사업 등 민간의료기관에서 담당하지 않는 공공보건사업도 수행한다. 행려환자, 마약사범, 전염병 관리 및 예방 등 일상적인 국가 공공보건의료서비스도 제공한다.

▲ 인천의료원 병실 모습
2009년 신종플루가 크게 유행할 때, 진주에서 많은 민간병원이 있는 상황에서도 진주의료원이 가장 주도적으로 환자 진료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삼중고 겪는 공공의료, 수익성 개선은 힘들어

공공의료를 위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지방의료원이지만 현실은 녹록치 않다. 지방의료원은 지방병원, 공공병원, 중소병원의 삼중고를 겪어야 한다. 지방병원이라서 의사 인건비가 수도권보다 훨씬 낮고, 적정진료를 하고 취약계층 대상 진료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은 낮아진다. 중소병원이기에 규모의 경제에서도 밀릴 수 밖에 없다.

공공병원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적정 진료다. 적정진료를 하면 전체 진료량이 줄어들고 비급여 진료를 하지 않게 된다. 당연히 수익률은 낮아진다. 식당 테이블 회전률이 높아야 수익이 높아지듯 병원도 환자 회전률이 높아야 수익률이 높아지게 되는 구조다. 따라서 적정진료에 따른 적자를 민간병원 과잉진료와 비교해 수익성이 떨어진다거나 효율성이 낮다는 식의 비판은 적절하지 않다.

지방의료원은 전체 환자 중 의료급여 환자비율이 27.8%로 민간병원의 16.6%보다 높다. 동급의 민간의료원에 비해 입원료는 71%, 외래 진료비는 74% 수준이다. 또한 대다수 지방의료원들은 민간병원과 달리 산부인과나 소아청소년과 등을 필수진료과로 운영한다. 2010년 2월 기준 지방의료원의 산부인과, 아동청소년과 개설률은 각각 80%, 100%인 반면 민간병원은 각각 23.8%, 48.8%에 불과하다. 필수진료과목은 적자가 발생해도 운영해야 한다.

의료활동을 더 적극적이고 활발하게 할수록 적자폭이 커지는 구조다. 인천의료원의 경우 2012년 매출액이 전년 대비 15% 증가했지만 결산 적자는 1.5배 이상 증가한 기현상이 발생한 이유이다. 참고로 의료수익에서 의료비용을 나눠 산출하는 의료수지비율은 전체 지방의료원 평균 80.1% 수준으로 민간병원 평균 105.8%보다 25% 이상 낮은 게 현실이다.

지자체장들은 ‘선거치적용 경영실적’만 강요

김미희 국회의원(통합진보당, 국회 보건복지위)의 ‘2012년 지방의료원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재정자립도가 높은 지자체는 공공의료에 대한 예산지원이 꾸준히 진행됐으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는 자립 방침에 따라 채무가 누적된 상태다.

이에 따라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의 경우, 병원 시설비를 의료원에 떠넘기고 결국 제때에 시설투자를 하지 못하게 된다. 낡은 건물과 낙후된 시설은 중산층 이상 환자들이 내원을 피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런 양상이 결국 의료급여 환자 비중 확대와 맞물려 적자 발생의 악순환을 반복시킨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공공의료에 대한 철학이 없는 대다수 지자체장은 재임기간 내에 가시적인 경영실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지방의료원의 구조적 특성상 적자가 예상되는데도 민간병원과 같은 수익경쟁구조를 강요한다. 다음 선거용 치적사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면 34개 지방의료원 중 지자체가 지원하는 경상운영비는 연평균 8억3천만원에 불과하다. 전북 군산의료원과 남원의료원의 경우, 두 병원을 합쳐도 연평균 지원액이 5천만원으로 극히 미비하다.

34개 지방의료원 당기순손실 총 863억원…한 곳당 25억원 꼴

최근 보건복지부가 국회 공공의료기관 정상화를 위한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공공보건의료 및 지방의료원 관련 현안보고’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전체의 당기순손실은 총 863억원으로, 한 곳 평균 25억원에 이른다. 기관별 적자 규모는 건축 신축에 따른 영향으로 서울의료원 172억 1,700만원, 진주의료원 69억 4,700만원, 부산광역시의료원 34억 3,700만원, 인천광역시의료원 33억 1,200만원 순이었다.

2012년 12월 현재 부채는 시설·장비 투자, 퇴직금 중간정산 등으로 총 5,338억원, 한곳 평균 부채가 157억원에 달한다. 부채 규모면에서 군산의료원 425억 8,900만원, 부산광역시의료원 392억 8,200만원 순으로 많았고 이들 중 11개 지방의료원의 임금체불은 총 156억원이었다.

참여정부 시절, 공공의료인프라 확충을 목표로 5년간 4조3천여억원을 투입해 전국 모든 시군 지방의료원 설립 등 공공의료활성화 계획을 입안했으나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다.

MB정부에서는 심지어 공공의료의 특성을 제대로 알고 있는 보건복지부가 지방재정의 한계와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는 지방의료원 운영평가를 통해 수익성 중심의 등급으로 판정하는 ‘지방의료원 퇴출제도’까지 시행했다.

나백주 건양대 의대 교수는 “민간의료기관과 똑같은 성과를 요구하면서도 공공의료기관이니 ‘이거 희생해라, 저거 희생해라’ 강요당하는 것이 공공의료”라며 “한국의 심각한 공공의료 현실 개선을 위해 중앙정부가 나서야 하고 단순히 취약계층 진료에 머물러 있는 공공의료 개념도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용익 국회의원(민주당, 국회 보건복지위)도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공병원이 수행하고 있는 적정진료, 건강증진, 질병관리, 저소득층 진료 등 공공적 기능에 대해서는 공공병원 평가의 경영적자 계산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말한다. 공공병원 본연의 임무이므로, 이에 따른 적자발생분을 공공병원 평가에 반영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다.

일본과 호주 사례에서 배워라

김미희 국회의원은 “OECD 대부분의 국가에서 병원의 의미는 공공병원”이라며 “우리나라처럼 공공병원이 취약하고 민간병원이 독점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전체 병원의 90%가 민간병원이다. 김 의원은 채산성이 나쁘거나 재생 가능성이 희박한 지방의료원은, 일산병원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인수해 직접 운영하는 방식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호주의 사례는 한국 공공의료가 나갈 길을 보여준다. 호주는 공공병원과 보건소가 지역보건위원회를 구성하고 공공의료예산을 총량으로 내려 보낸다. 위원회 자체에서 지역주민 건강을 위한 사업을 개발하고, 선제적 예방조치를 통한 예산 절감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는 반면교사를 삼아야 할 또 다른 사례다. 일본은 고이즈미 정권 시절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으로 적지 않은 공공의료기관을 폐쇄했다. 그 결과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로 대량 환자가 발생했을 때, 공공의료기관 부족과 방사능 오염을 염려한 민간의료기관의 진료 회피로 인해 생존 가능했던 환자들 상당수가 사망했다는 보고까지 나왔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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