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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 폐쇄 장기화되나’
‘개성공단 폐쇄 장기화되나’
  • 안성용 기자
  • 승인 2013.10.16 10: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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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재발 방지’ vs 북 ‘조기 재가동’ 기존 입장 반복, 6차례 실무회담 성과 못내…남북 교착상태 해소 위해 ‘정상 가동’ 목소리 커져

남북화해를 상징하는 최대 규모의 경제협력사업으로 조성된 개성공단이 가동 중단된 채,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4개월째 표류 중이다. 중단 기간이 길어지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문제가 나타나고 있고, 우려 또한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이고, 어떤 진행과정이 있었는지, 또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은 어떠한지 등을 짚어 보자.

6.15 공동선언 최대 성과 ‘개성공단’ 4개월째 표류중

올해 4월 3일 북측의 통행제한 조치로 시작된 개성공단 문제는 4월 9일 북측의 근로자 철수 조치, 5월 3일 남측 인원의 전원귀환으로 상황이 악화되며 결국 공단 가동이 중단됐다. 이 일련의 과정에서 보도를 통해 잘 알려진 것처럼, 개성공단 입주기업 및 거래처 등이 실질적으로 큰 타격을 받았고, 해외 바이어들의 타국 기업으로의 거래선 변경과 수출에서의 신뢰 하락 등 많은 문제들이 대두됐다. 한국의 국제적인 신뢰도 문제 또한 불거졌고 일부 입주기업들은 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

알다시피 2000년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인 결과인 6.15 선언 이후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인력의 결합이라는 남북 공동의 노력으로 개성공단은 시작됐다. 양측 서로가 각각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교섭해 마침내 2003년 8월 개성공단은 착공됐고, 그때부터 지금까지 만 10년이 지났다. (개성공단의 주요 역사는 상자 안 기사 참고)

그동안 입주한 우리기업들은 꾸준히 성장을 했고, 북측 근로자수가 대폭 늘었으며, 기업 활동에 필요한 각종 기반시설과 편의시설이 만들어졌다. 이제 본격적으로 도약할 수 있는 단계에 들어섰음을 알 수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 10일 개성공단종합지원센터에서 서호 통일부 남북협력지구지원단장과 북측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부총국장이 개성공단 2차실무회담을 시작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원래 개성공업지구는 총면적 65.7㎢(2,000만평) 규모로, 이중 26㎢(800만평)은 공장구역으로 40㎢(1,200만평)은 생활·관광·상업구역으로 개발될 예정으로 출발했다. 총 개발계획은 2003년 착공 이래 단계별로 진행돼 왔는데, 당초 총 3단계의 계획으로 출발했다. 1단계를 통해 남북경협의 기반을 구축하고, 2단계를 통해 세계적 수출기지로 육성하며, 3단계 완료와 동시에 동북아의 경제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이었다. 이후 더 큰 목표를 가지고 4단계에 해당하는 별도계획도 마련되었다. 별도계획은 개성시 13.2㎢, 확장구역 23.1㎢(공단 6.6㎢ 포함)으로 구성돼 있다.

1단계는 3.3㎢(100만평)을 남북경협 기반 구축을 목표로, 봉제 신발 가방 등 노동집약업종 중심으로 중소기업을 우선적으로 배려해 개발됐다. 이는 위에서 본 것처럼 전반적으로 성공적인 모델로 평가됐다. 2단계는 공단 5㎢, 배후도시 3.3㎢를 기계 전기 전자 등 기술집약적인 공단으로 조성하고, 우리의 산업구조조정과 특히 수도권과 연계 개발해 세계적인 수출기지 육성을 하겠다는 안이었다.

그러나 이명박정부 내내 개성공단은 사실상 ‘발전이 유보됐다’고 보는 전문가들이 많다. 즉 현재의 개성공단은 원래 계획 중 1단계에 불과한 것이라는 점이다. 입주기업들과 관련된 기관들의 자체노력으로 ‘자연발생적으로’ 성장을 해왔지만, ‘정부의 힘과 정책’을 통해 ‘원래의 목표를 실현하는’ 데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정부 시절 남북관계가 급속히 후퇴한 게 원인이다. 초기부터 강조하던 ‘비핵개방 3000정책’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하고 임기가 끝나버렸다. 정부 간 논의는 물론 민간교류도 거의 중지됐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유일하게 평화의 명맥을 유지해오던 것이 ‘개성공단’이었다. 그런데 이 개성공단마저 박근혜정부 들어 아쉽게 중단됐다. 13년 공든 탑이 무너져 내린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발사, 한미합동군사훈련, 북한의 군사훈련과 서로 간에 험한 말이 오고 가는 상황에서, 남북의 대립은 극한으로 치닫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극적인 반전이 일어났다. 북한이 6월 6일 제안에서 개성공단 정상화를 의제로 들고 나오고, 뒤이어 며칠동안 남북 간에 긴박하게 교섭이 진행되었고, 6월 12-13일 ‘남북당국회담’을 개최키로 합의한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회담 의제들은 개성공단문제만이 아니라 이산가족상봉, 금강산관광 등이 포함돼 있어 국민들을 들뜨게 했다. 6.15공동선언, 7.4 남북공동성명 기념은 북이 우리정부에 대한 배려를 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그런데 희극 뒤의 비극인가 어이없게도 재반전이 일어났다. 소위 ‘격’문제로 회담이 무산된 것이다. 회담을 기대하던 많은 국민들은 실망했다. 언제 다시 회담이 재개될지 매우 불투명하게 됐다.

그러나 6월의 당국 간 제안 및 접촉을 살펴보면 남북 모두 대화와 협상을 포기하고, 과거의 대결 구도로 돌아선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먼저 북측은 당국 간 대화를 정상화하고 남북관계를 풀어 나가겠다는 노선을 대외적으로 강력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미 봄부터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에 여러 형태로 대화의 필요성을 제기해 왔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북측의 중대한 전환으로 볼 수 있다.

우리 정부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이야기 하고 있다. 물론 박근혜대통령이나 정부 고위관계자가 ‘신뢰 프로세스’가 ‘이러저러한 것’이라고 명확히 정의를 내린 것은 없지만, 유추하면 우리 정부의 대북 정책을 미루어 해석할 수 있다. 즉 우리 정부는 현 단계에서는 시급한 과제로서 우선 개성공단 문제의 해결을 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또 인도주의 관점에서 이산가족 상봉 문제와 민간교류를 할 수 있음은 내비치고 있다. 이명박정부와는 다르게 대화의 끈을 놓지는 않은 상황이다.

6월의 협상을 보면 남북 모두 수년 간 단절됐던 대화를 재개하면서, 양측은 당장만이 아니고 앞을 내다보면서 주도권 문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세밀하고 작은 문제들이 ‘위기의 지점들’이라는 이름으로 이미 언론 일각을 통해 많이 제기됐다. 개성공단 문제와 관련해서는 특히 보수언론들에 의해 정상화에 대한 ‘신중론’ 또는 ‘비관론’도 제기됐다. 그것은 공단가동이 중지된 사태의 책임 소재 규명, 향후 재발 방지책이 강조되고, ‘정상화에 합의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 아래, 우리 정부가 ‘정상가동’을 전면 수용할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강하게 대두된 때문이다.

6월 장관급 결렬 후, 7월 개성공단 실무회담 조기 재개

이 와중에 남북실무협상이 언론의 예상을 깨고 조기에 재개됐다. 또 간단하나마 중요한 실무협상 결과가 나왔다. 다음은 ‘개성공단 당국실무회담 남북합의서 전문’이다.

“남과 북은 2013년 7월 6일·7월 7일까지 판문점 통일각에서 개성공단 남북 실무회담을 진행했다. 남과 북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해 나간다는데 인식을 공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합의했다.

❶남북 양측은 장마철 피해를 줄이기 위해 남측 기업관계자들을 비롯한 해당 인원들이 7월 10일부터 개성공단을 방문해 설비점검 및 정비를 진행하도록 한다.

❷남과 북은 남측 기업들이 완제품 및 원부자재를 반출할 수 있도록 하며, 관련 절차에 따라 설비를 반출할 수 있도록 한다.

❸남과 북은 설비 점검과 물자 반출 등을 위해 개성공단에 출입하는 남측 인원들과 차량들의 통행 통신과 남측인원들의 안전한 복귀 및 신변안전을 보장한다.

❹남과 북은 준비되는 데 따라 개성공단 기업들이 재가동하도록 하며 가동중단 재발 방지 등 개성공단을 정상화하기 위해 7월 10일 개성공단에서 후속 회담을 개최한다.

신중론, 비관론 넘어서려는 움직임

이 합의문에서 중요한 대목은 “남과 북은 개성공단 기업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해소하고,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해 나간다는데 인식을 공유”한다는 대목이다. 즉 남북 모두 개성공단 문제에 대해 ‘발전적으로 정상화’할 필요성을 가지고 있음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10일 남북 실무회담이 열렸다. 남측은 “개성공단은 안전한 공단으로 운영하면서 자유로운 기업활동이 보장돼야 한다”며 “개성공단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외국 기업이 투자하고 입주할 수 있도록 개성공단을 국제적인 공단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북측의 일방적인 공단 가동 중단 조치로 입주기업이 입은 피해에 대해 북측의 책임 있는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면서 “더 이상 일방적으로 통행과 통신을 차단하고 근로자를 철수시키는 일이 없겠구나 하고 인정할 만한 방안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북측은 “개성공단 정상 가동에 저촉되고 6·15 공동선언 정신에 맞지 않은 일체의 행위를 중단하라"며 "개성공단 설비 점검과 정비를 조속히 끝내고 재가동에 들어가도록 할 것”을 요구했다.

15일 제3차 회담에서도 남측은 ‘재발방지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요구했으며, 북측은 ‘조기 재가동’을 주장했다. 이번 회담 진행과정에서 합의문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으며, 실제 회담 진행도 이런 예상을 거의 벗어나지 않았다.

남북 모두에게 개성 공단 포기는 큰 부담

결국 25일 열린 6차 회담에서도 양측은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하며 합의에 실패했다. 후속회담 일정조차 잡지 못해 회담이 장기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회담 직후의 북측의 발언과 행동에서 개성공단 정상화가 물건너 간 게 아니냐는 부정적 시각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오랜만에 열리고 있는 이번 회담에서는 앞서 지적한 ‘신중론’과 ‘비관론’을 넘어서려는 움직임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있다. 개성공단 13년이라는 세월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그 기간 동안 남북은 ‘실제로’ ‘상호 간에 신뢰’를 쌓아 온 것이다. 양측은 또한 그간 형성된 내부의 ‘요구’에 직면하고 있다.

우리 측을 보면, 애써 만든 공단의 각종 기반시설의 유지와 남측이 제공하는 전기 가스 등의 공급과 관련된 문제들이 있다. 생산이 안 되는 입주기업들은 오늘도 극심한 고통을 받고 있고, 사태가 더 장기화되면 거래가 완전히 끊기고, 파산의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기업체 임직원들 및 국내 거래처와 가족들의 생계가 심각해진다. 또 기계와 설비는 가동을 중단하면 녹슬고 망가진다. 중소기업 살리기를 모토로 건 박근혜대통령으로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북측을 보면, 5만 3천명 근로자와 가족들이 문제가 된다. 또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군대를 후방으로 물리고 만든 공단이기 때문에 그것을 저버리는 것은 쉽지 않다.

한편 한반도를 둘러싼 역학관계는 어느 때보다 ‘대화의 필요성’이 각국에서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최근 두 달여 협상이 우여곡절이 많았고 앞으로도 또 있겠지만, 2000년 6.15선언 이후, 우리 정부와 북측이 세계에 던진 ‘평화 메시지’ 중 가장 강력한 것 중 하나가 이 ‘개성공단 문제’라는 점에서, 현재의 팽배한 신중론과 비관론을 뛰어 넘는‘구체적인 방안’이 도출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21

개성공단이 걸어온 길

개성공단은 6.15공동선언 최대 성과물이자, 분단 이후 남북한 긴장완화 최후의 보루로 평가받아 왔다. 천안함, 연평도사태와 같은 군사대결 국면에서도 정상 가동만은 멈추지 않았던 개성공단이 박근혜정부 들어 지난 4월 결국 가동중단 사태를 맞이 했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를 위한 남북간 실무회담이 진행 중이지만 합의도출이 쉽지 않아 보인다. 다음은 개성공단의 역사와 최근 상황일지다.

’00.8.22 ’2000년 6.15 남북정상 공동선언 후속조치로 현대-北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총6천612만㎡ 개발 합의서 체결

’02.11.20 北, 개성공단지구법 제정

’03.6.30 개성공단 1단계 건설 착공식

’04.12.15 개성공단 첫 제품 생산

’05.11.22 개성공업지구관리위원회 북측 협력부 근무 시작

’06.10.31 시범단지 23개 입주기업 완전 가동

’06.11.21 북한근로자 1만명 고용 돌파

’07.1.30 총생산액 1억달러 달성

’08.10. 2 군사실무회담 북측 대표단,'대북전단살포 개성공단 등에 부정적 영향' 경고

’08.11 공단 입주기업 누적 생산액 5억달러 돌파

’08.12.1 北, 개성공단 상주 체류 인원 880명으로 제한하고 남북통행 시간대와 통행허용 인원을 축소하는 등 내용의 '12·1 조치' 시행

’09.3.9-20 北, 키리졸브 한미합동 군사훈련 기간 3차례 걸쳐 육로통행 차단

’09.6.8 개성공단 의류업체 스킨넷 입주업체 중 처음으로 철수 결정

’09.8.17 현정은 회장, 7박8일간의 북한 방문을 마치고 귀환. 현 회장은 북측과 '개성관광 재개와 개성공업지구 사업 활성화' 등 5개항의 교류사업에 합의.

’09.9.1 '12·1 조치' 해제에 따라 경의선 육로통행 정상화.

’10.5.24 정부, 천안함 관련 5·24조치 발표로 개성공단 신규투자 금지.

’10.11.24 정부, 연평도 포격사건에 따라 개성공단 방북 일시 금지

’12.10 北, 개성공단 8개사에 총16만 달러 과세 일방부과

’12 북측 근로자 5만명 넘음. 누계생산액 20억달러 돌파.

’13.3.30 북한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존엄 훼손시 개성공단 폐쇄 발표

’13.4.8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 “개성공단 가동 잠정 중단 및 북한 근로자 전원 철수” 발표. 9일부터 북측 근로자 출근중단

’13.4.26 정부, 개성공단 잔류 인원 전원 철수 결정

’13.5.3 최종 잔류 인원 7명 귀환. 개성공단 잠정 폐쇄

’13.6.10 개최 합의된 ‘남북장관급회담’, 수석대표 ‘격’문제로 최종결렬

’13.7.4 정부, ‘개성공단 실무회담 판문점 개최’제의

’13.7.7 실무회담 합의. ‘정상화 인식 공유’ 및 10일부터 설비점검 등 위한 방북 허용

’13.7.10-25 정상화 재가동 위한 후속 실무회담 6차례 진행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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