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3-28 16:14 (목)
공적연금제도와 3층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의 필요성
공적연금제도와 3층 노후소득보장체계 구축의 필요성
  • 변재관 | 본지 편집기획위원장, 전 한국노인인력개발?
  • 승인 2013.10.17 13: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월80만원 이상의 노후소득보장 안전망을 갖추자

변재관 박사의 사회정책 산책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1988년 ‘국민연금제도’가 시행되면서, 그 이전의 군인연금,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등 ‘특수직역연금’과 함께 비로소 형식적, 명목적 ‘전국민연금제도(공적연금제도)’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리고 20년이 지난 2008년부터 국민연금 가입자에 대한 연금지급이 개시되기 시작했다. 물론 일부의 특례노령연금대상자에 대한 지급을 예외로 했을 때의 이야기이다.

우리나라는 국민연금제도, 건강보험제도, 고용보험제도, 산재보험제도 및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등 5대 사회보험제도를 도입, 운영하고 있으며, 이 사회보험제도는 공적부조제도-국민기초생활보장법- 및 노인·장애인·아동 등 다양한 사회서비스와 함께 한국의 사회보장제도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근간이다.

그런데 이 사회보험제도는 크게 세 가지의 원칙이 명시적 혹은 암묵적으로 전제되지 않고서는 제도 운영이 불가능하다. 그 첫 번째는 국민(피보험자)에 대한 국가(보험자)의 지급보증의 신뢰이며, 두 번째는 현역세대(부양자)와 노년세대(피부양자) 간의 부양의무에 대한 신뢰이며, 마지막은 본인부담(기여, 각출)을 포함한 적정부담-적정급여의 원칙이다. 지구상에는 사회보험제도를 시행하고 싶어도 위의 세 가지의 조건 때문에 구조적으로 시행할 수 없는 국가들도 많이 있는 것이 현실이다.

목적의 충실인가, 제도의 지속성인가

현재 우리나라의 공적연금제도의 현황(보건복지부 통계자료, 2012.6월 기준)을 살펴보면 총가입자수는 21,472,000명이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 19,959,000명, 특수직역연금 1,513,000명-공무원연금 1,059,000명, 사학연금 275,000명, 별정우체국직원연금 4,000명, 군인연금 175,000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적연금제도의 재정문제를 간단히 보자. 주지하다시피 국민연금은 정부발표에 따르면 2060년경에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이라고 추계하고 있으나, 현재의 적립금은 이미 400조원이 넘었을 정도의 거대공룡이 되었다. 공무원연금은 이미 1993년부터 정부보전금을 충당하고 있으며 2013년에도 약 1조9천억원의 정부보전금이 국가재정으로 투입되고, 군인연금 역시 1973년부터 정부보전금을 충당하여 2013년에는 약 1조4천억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되고 있다. 사학연금은 2011년 현재 약12.7조원의 적립금이 남아있으나, 추계에 의하면 2033년에는 적립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공적연금제도 어느 한 곳에도 가입되어 있지 않는 미납자, 납부예외자의 규모가 약 450~500만명으로 파악된다. 이 집단은 은퇴 이후가 되어도 사적이전소득을 제외한 어떠한 공적연금 대상자에서도 빠져 있어 고령자 고용정책이나, 논란이 되고 있는 ‘기초노령연금’ 등의 제도가 강화되지 않고서는 결국 노인빈곤율을 악화시키는 등 국가사회의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연금제도는 그 역사가 유럽국가들에 비해 일천-이것을 학계에서는 ‘제도 미성숙’이라고 표현하지만-하다는 점과 함께, 아직까지도 매우 다양한 오해와 불신들이 존재한다는 점이 문제이다. 이는 국민연금제도를 ‘장기저축예금’으로 오해, 착각하게 하는 등 무엇보다도 사회보험제도와 연금제도에 대한 오해와 무지, 그리고 특히 제도 초기 단계에서의 정책주체-보건복지부, 국민연금관리공단-의 제도설계시 시행착오, 홍보 부족 및 홍보전략의 미숙이 낳은 결과라고 보여진다.

현재 국민연금제도를 둘러싼 쟁점을 요약하면 ‘목적의 충실인가, 제도의 지속가능성인가’로 정리된다. 즉 ‘은퇴 이후의 급여를 대신하는 노후소득보장제도로서의 연금제도의 속성에 충실할 것인가’, 아니면 ‘재정안정성 중심으로 제도를 개편하여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연금제도의 지속성을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국민연금 기금고갈은 대국민 협박?

현행 연금제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방법은 알려진 대로 세 가지가 있다. 즉 보험료를 올리고 급여를 낮추는 고부담-저급여 방식, 연금지급개시연령을 올리는 방법(60세→63세→65세→67세 등), 현재의 적립방식을 부가방식(적립금 고갈시 현역 세대의 보험료 및 정부보전금을 노년세대에게 바로 이전)으로 전환하는 방식이다. 1980년대 복지국가 위기 이후, OECD국가들이 소위 ‘구조조정’이란 미명하에 즐겨 해온 방식이 위 세 가지를 각각 시행하거나 두, 세 가지를 한꺼번에 바꾸는 것이었다. 한국 역시 제도 도입 초기임에도 이런 징후가 벌써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5년에 한번씩 ‘재정재계산’이란 미명하에 ‘이대로 가면 몇년 뒤에 기금이 고갈하고, 따라서 연금제도가 위기에 처할 것 같다’는 정부발표가 반복되는게 대표적 사례이다. 필자는 아무리 애정을 가지고 지켜보아도 이 방식과 태도는 국민에 대한 협박으로만 들린다. “연금제도에 계속 가입하여 ‘용돈’이라도 받을려면 군소리 말고, 우리에게 맡겨라”라고 말입니다. 최근 일각에서 국민연금보험료를 대폭 인상하자는 생뚱맞은 주장 역시 같은 맥락일 것이다.

필자가 서두에 밝혔듯이 공적연금제도를 비롯한 사회보험제도를 실시하는 나라에서 사는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행복한 국민이다. 현행 한국의 국민연금제도 역시 2007년 개정을 통하여 ‘기초노령연금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급여를 하향조정하였다. 여러 가지 비판은 있으나, 기여액(보험금으로 지급한 액수)을 2.4배에서 1.8배로 수정하여 본인이 낸 액수보다 평균 0.8배를 더 받는 그런대로 ‘좋은’ 제도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는 왜 항상 국민연금제도와 관련된 논쟁이 ‘기금고갈을 앞세운 제도의 지속가능성 중심으로만 진행’되느냐는 점이다. 반면 연금제도 고유의 기본 목적인 ‘노후소득보장의 역할이 충실한가’, ‘노후 최저보장수준은 유지할 수 있는가’에 대한 논의는 너무 미미하다. 따라서 정말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는, 현재의 국민연금제도에 더하여 현재 논의중인 ‘기초노령연금’(이에 대해서는 다음 기회에 구체적으로 논하고자 함.)을 최대한 공약에 가깝게 충실하게 하고, 나아가 본격적인 노동시장 내의 고령자 고용정책 및 노인 일자리 사업을 연계하는 ‘3층의 한국형 노후소득보장정책’의 얼개를 하루빨리 구축,시행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현행 국민연금 급여액(현재 평균 31만원)과기초노령연금(20만원)에 노인일자리 사업(최소20~30만원)을엮어서- 퇴직 이후 최저 80만원 정도 이상의 소득구조를 만들어내는- 한국형 노후소득보장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을 체계화 시키는 것이 긴급하다. 노후소득의 실질적 보장은 OECD 노인빈곤율, 노인사망율 1위의 오명을 벗고, 하루하루를 어렵게 살아가는 어르신들이 오늘을 포기하지 않고 적어도 내일이 기다려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8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