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01-19 15:15 (화)
남북 경제협력 핵심은 북한에너지 문제 해결
남북 경제협력 핵심은 북한에너지 문제 해결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3.10.31 16: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북한 식량난, 핵 위기 모두 90년대 이후 만성적 에너지난에서 비롯…대화국면 다음은 경협 준비, 북 에너지 지원과 자원개발 교역이 관건

북한 ‘고난의 행군’을 기억하십니까?

독자들은 1996~2000년에 북한에서 어린이와 노인 등 건강취약계층의 많은 사람들이 아사했던 심각한 식량난에 관한 영상과 기사들을 내외신 보도를 통해 접한 기억이 있을 것이다.

1996년 1월 1일 조선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신년 사설에서 “모자라는 식량을 함께 나눠먹으며 일본군에 맞서 투쟁한 항일빨치산의 눈물겨운 고난과 불굴의 정신력을 따라 ‘고난의 행군’ 정신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자”고 호소했다.

‘고난의 행군’이라는 말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2010년 11월 22일 대한민국 통계청이 발표한 북한 인구 추계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고난의 행군(1996~2000년)’시기에 식량난으로 인해 33만여 명이 사망했고, 1994~2005년 10년간은 61만 명의 인구 손실이 있었던 것으로 추산했다.

90년초 사회주의권 붕괴 후, 에너지원의 50% 급격 감소

왜 북한에서 이런 심각한 일이 벌어졌는지 과거 상황을 간단히 복기해보자.

북한은 1991년에 매우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 북한은 석유, 전력, 석탄 등 3대 에너지부문 모두 약 50%의 감소현상을 겪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른 에너지난은 교통, 산업, 전력, 농업, 환경 등 모든 경제 부문에 심각한 상황을 만들었다.

구소련으로부터 구상무역 결제방법에 의해 국제시장가의 절반가로 석유를 수입했던 북한은 소련이 해체됨에 따라 1991년부터 정상국제가로 경화 결제방법에 의해 석유를 수입해야 했기 때문에 석유공급이 격감하게 됐다. 북한의 석유소비가 다른 형태의 에너지로 대체할 수 없는 교통과 생산부문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에 큰 충격을 주었다.

또 석유부족은 ‘전력난’으로 직결됐다. 소련에 의존해왔던 에너지공급 인프라 즉, 발전기, 터빈, 변압기, 송배전 등을 유지 관리하는데 필요한 부품조달과 기술지원도 끊겼다. 이는 수요 쪽에서도 발생했다. 즉 보일러, 모터, 펌프, 화학반응로 등 산업부문과 주거부문에 걸쳐 폭넓게 문제가 되었다. 이런 상황은 발전소 가동률 저하를 초래했다.

▲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 성사배경에는 자국 전력난을 남측이 지원하리라는 북한의 기대가 상당히 있었다고 한다. 실제 정상회담의 큰 성과물인 개성공단의 사용전력은 우리 정부가 제공하고 있으며, 일부는 개성주민 식수전력원으로 사용되고 있다. 사진은 2007년 6월 21일 개성공단 1단계 구역 전력공급을 위해 건설된 한국전력 평화변전소 준공식 현장. 제공=서울, 뉴시스
한편 1995~96년 홍수는 농작물과 생태계를 파괴했다. 도로와 철도가 망가지고 농촌지역의 송배전시스템을 파괴했다. 즉 전력소비인프라를 망가뜨렸다. 많은 탄광이 범람했고, 석탄채굴에 지장을 초래했다. 홍수는 토양유실을 가져왔고, 유실된 토사가 하천이나 댐으로 흘러 들어가 수자원을 감소시키고, 발전설비를 훼손함으로써 수력발전을 감소시켰다. 또한 가뭄으로 인해 댐의 저수량이 감소해 발전에 차질을 빚었다.

90년대 북한의 에너지난을 가중시킨 자연재해는 환경파괴와 깊은 관련이 있다. 산림생태계 훼손은 근본적으로는 식량난과 무관하지 않다. 식량난은 무분별한 산지개간과 식물과 나물의 채취를 가져왔다. 산림생태계가 파괴되면 집중호우를 견디지 못하고 홍수가 일어난다. 홍수는 토양유실 등 또 다른 환경문제를 유발시키면서 식량난으로 이어지고, 자연환경의 훼손은 더욱 심화된다. 즉 에너지난과 환경문제가 악순환 하면서 식량난이 구조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래서 북한의 만성적인 식량난을 구조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업을 제대로 부활시켜야 하는데, 농업이 부활되는 데는 에너지난 해결이 관건이며, 더불어 자연재해 등 환경문제에 대처하는 것도 에너지문제가 먼저 해결되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에너지는 경제활동의 원동력으로써 에너지가 부실하면 경제가 굴러갈 수 없다. 90년대 북한이 처한 경제난은 상당부분이 에너지난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다. 한편 한 사회의 경제와 에너지는 상호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므로 역으로 에너지문제를 통해 북한경제의 실제를 추론해볼 수도 있다.

10년 전 북한 경수로 사업과 2차 북핵 위기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데는 북한의 전력문제에 대해 남한이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북한의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이다. 김대중대통령은 2000년 4월 ‘베를린선언’에서 북한에 대한 전력지원을 언급하였다. 이후 남북전력분야 협력은 속도를 내게 되었다. 장관급회담을 포함해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북한은 당면한 가장 중대한 어려움이 전력난이라고 남한에 전력지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남한은 화답했다. 2000년 9월의 제3차 장관급회담과 12월의 제4차 장관급회담에서도 전력협력방안이 구체적으로 모색됐다. 2001년 노동신문의 신년사에서 전력문제의 중요성이 언급되고 있는데, 이는 전력난의 심각성과 남한으로부터의 지원에 대한 기대가 반영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2001년 초 부시 행정부의 등장은 남북 화해분위기에 찬바람을 몰고 왔다. 부시 행정부가 클린턴 행정부에서 추진된 대북정책에 대해 재검토 작업을 선언하면서 핵문제와 결부되기 시작했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경수로 공사의 지연으로 인해 전력공급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고, 미국은 북한의 핵의혹이 해소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양자 간 입장 차이로 인해 경수로사업은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북한은 경수로사업이 2008년 완공으로 공기가 늦어지자, 그에 따른 전력손실분 보상요구를 제기하게 된다. 부시행정부는 6개월에 걸친 대북 정책 리뷰를 마치고 북미대화의 조건으로 북한의 핵활동 관련 제네바합의 이행개선, 북한의 미사일 개발사업에 대한 검증 가능한 규제, 미사일 수출금지, 그리고 휴전선쪽으로 전진 배치된 재래식 무기의 후방철수 등을 내걸었다. 북한은 이에 대해 북미대화의 선(先)의제로 경수로 건설사업 지연에 따른 전력보상을 미국 측에 주장하게 된다. 미국은 이를 근거 없다고 일축했다. 북미대화가 시작되기 전부터 양측의 신경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한편 2002년 9월 김정일위원장과 고이즈미총리와의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 일본은 국교 정상화회담을 합의했다. 북한은 일본을 통한 경제지원을 기대했으나 미국이 제동을 건다. 북한 입장에서 이런 흐름은 북한에너지문제의 완화와는 정반대 흐름이었다. 2002년 11월 KEDO 집행이사회에 의한 대북 중유공급 중단결정은 북한에게 이 흐름의 정점이었다. 이 상황에서 북한으로서는 다시 핵카드를 꺼내는 것만이 모든 이해당사국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환기시키는 조치가 될 수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소위 2차 북핵위기가 나온 배경이다.

이렇듯 북한의 핵문제는 에너지문제와 밀접한 연관성을 갖고 발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 핵문제는 북한의 에너지와 전력난을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근본적으로 해결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한반도를 비핵지대로 만들고, 전쟁의 불안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북한에너지난을 근원적으로 해소하는 방안이 필요한 것이다.

개선되지 않고 있는 북한의 석탄·석유·전력 에너지난

현재 북한의 에너지는 1990년 이후 2010년까지 연평균 2.1%씩 감소했다. 2010년 북한의 1인당 연간 에너지 소비는 0.65TOE로, 20년 전 1인당 에너지 소비의 절반 수준이며, 우리나라 1972년 수준이라 할 수 있다. ( TOE란 Tonnage of Oil Equivalent의 약자로, 석유 1톤을 연소할 때 발생하는 에너지를 1TOE-석유환산톤이라고 정의한다)

에너지 공급은 2010년 기준 석탄 66.1%, 수력 21.4%, 석유 4.5%, 기타 8.0%로 구성돼 있다. 주에너지인 석탄의 공급은 1990년 수준의 60%선에 머물러 있고, 석유공급도 1990년 대비 27.9% 수준으로 연평균 6.2%씩 감소하고 있다. 전력은 2010년 237억kwh를 발전해 같은 해 남한 발전량의 1/20에 그치고 있다. 이는 북한의 1990년 발전량의 85.6% 수준이다. 2000년 들어 발전 설비는 감소했으나 발전량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추세로 볼 때, 1990년대의 힘들었던 상황에서 다소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김경술, 에너지경제연구원박사, “북한 에너지경제의 실태와 전망”, 2012.3.27.에서 인용)

김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북한의 에너지 문제는 지금도 매우 어려운 형편임을 알 수 있다.

먼저 주력인 석탄산업을 보면 석탄은 북한 전역에 산재해 있는 풍부한 자원으로 무연탄 45억톤, 유연탄(갈탄) 160억톤 등 205억톤의 유무연탄이 부존돼 있다. 이것은 약 2,663조원의 잠재가치를 가지는 것으로 추산된다. 또 초무연탄 20억톤, 니탄 2억톤도 존재하고 있어 석탄자원은 매우 풍부하다. 그러나 채탄여건은 상당히 악화돼 있는 상황이다.

자본 및 기술, 장비가 낙후되어 있으며, 1995~1996년의 대홍수로 인한 갱구 토사유입 등 피해 복구가 부진한 상태이다. 게다가 전력 부족은 갱내 침수 심화, 광산기계 및 운반설비 가동 저하를 가져왔고, 연관 산업 및 인프라 부실로 인한 동반 부실의 어려움까지 겹쳐 있는 것이 현실이다. 북한의 석탄산업은 위의 여러 문제로 인해 자력으로 현대화를 추진하기는 어렵고 대규모 자본과 기술의 투입이 필요한 실정이다. 석탄광뿐만 아니라 철도, 도로, 항만 등의 인프라와 동시에 현대화 해야 하는 상황이다.

석유산업을 보면 2010년 원유 전량을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으며, 원유도입량은 1990년 수입량의 1/5 수준으로 크게 감소했다.

전력사업은 수력설비 56.8%, 화력설비 43.2%로 구성돼 있다. 화력발전소는 총 8개소로 대부분 러시아식 열병합발전소이며, 부품은 주로 구소련 기술에 의존했다. 북한은 자체적인 화력설비 건설경험이 없는 상태이고, 기술과 부품부족 등으로 적정 유지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석탄, 중유 등 발전연료 공급도 원활치 못해 가동률이 크게 저하된 상태이다. 수력발전 부문도 설비 노후화, 잦은 홍수로 인한 수자원 활용여건 악화 등으로 활용에 제약을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대규모 자본 및 기술도입을 통한 설비 개보수 및 현대화에 대한 요구가 높은 실정이다. 결국 석탄, 석유, 전력 등 기본에너지문제가 과거에 비해 거의 개선되지 않은 상황으로 매우 심각한 상황임을 알 수 있다.

경협 및 남북관계 개선은 에너지문제가 중심 돼야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접근하는 데는 여러 가지 관점이 있을 수 있다. 인도적인 차원, 남북의 공동 경제이익을 위한 노력 등 다양하다. 지금 시점에서는 개성공단 가동,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재개, 다양한 민간교류 등도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북한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필요로 하는 것은 에너지문제의 해결이다. 그리고 이것은 북한의 문제만이 아니라 남한의 문제이기도 하다.

에너지가 중요하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녹색식물은 햇빛을 받아야 살며 인간이나 동물은 먹어야 산다. 자동차는 기름을 넣어야 하고, 전기가 없으면 기계가 돌아가지 않는다. 크게 보면 한 사회나 국가도 마찬가지다. 지금 북한이라는 사회는 에너지의 적정한 조달과 에너지 인프라의 원활한 작동이 없기 때문에 극심한 경제난을 겪고 있으며, 경제난으로 인해 체제유지가 불안한 사회이다.

앞서 본대로 어떤 방식으로든지 북한의 에너지난이 해소되지 않고서는 북한의 체제유지가 어렵고, 역으로 그만큼 북한은 핵카드에 기댈 수 밖에 없다. 주기적인 북핵문제의 대두는 남한에 직접적으로 위협이 되며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로막는다. 남북관계 경색으로 인한 한국경제의 국제신인도 추락은 이미 수없이 겪은 바 있다. 북한에 대한 적대정책이 남한의 이익으로 오는 경우는 여태까지 거의 없었다는 점에서, 북한의 에너지 문제는 한국에게도 엄밀하고 차분하게 접근해야 할 과제이다. 북한문제를 풀어내는 돌파구는 북한의 에너지난 해소에 있다. 현재의 한국정부로서는 이것이 매우 중요한 정책적인 과제이다.

남북 에너지 협력 방안

북한은 에너지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이다. 결국 외부에서 지원이 필요하다. 그간 남북에너지 협력 현황은 ‘북핵 6자회담 관련 에너지 프로젝트’, ‘남북경협 관련 에너지프로젝트’, ‘정책적ㆍ인도적 에너지지원’의 3가지였다.

첫째, ‘북핵 6자회담 관련 에너지 프로젝트’에서 합의한 대북 에너지 지원방안으로는 대북 경수로 지원방안, 대북 200만kW 전력지원 방안, 대북 에너지·경제 지원방안이 있다. 둘째, ‘남북경협사업 관련 에너지 프로젝트’로는 개성공단 에너지 공급사업과 금강산관광지구 에너지 공급사업, 단천지역 자원 공동개발사업이 있다. 셋째, ‘정책적·인도적 에너지 지원사업’은 남북 철도연결사업용 유류지원과 주민들을 위한 겨울철 난방 및 취사연료 지원사업이 있다.

과거의 것 중에는 잘 된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경험을 살려 앞으로 진일보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의 남북에너지협력 논의가 첫째, 북핵 관련 6자회담 등 다자간 논의 둘째, 동북아 국가간 협력 즉 남, 북, 러시아의 천연가스·전력·석탄교역 협력 등 셋째, 남북간 논의와 협력-남북 당국간 협력사업, 남북 민간단체 및 기업 간 협력사업, 남북 에너지자원 교역사업 - 등의 유형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남북 에너지협력은 남북경협 확대를 지원, 선도하는 사업으로 진화해 나갈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남북대화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정착하면 그 때부터는 본격적인 경협국면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한국기업들의 요구이기도 하다. 어떤 면에서는 향후 한국과 중국은 대북경협을 놓고 협력을 할 수도, 경쟁을 할 수도 있다. 이렇게 볼 때 지금은 남북 당국간, 기업간, 단체간의 경협준비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경협의 핵심은 에너지라는 면에서 앞으로 한국정부의 실천의지와 실행시점이 주목된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