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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아진 중산층, 가계폭탄 '자영업자'
얇아진 중산층, 가계폭탄 '자영업자'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3.10.31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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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다중 채무자 대출 307조원 2년새 2000억↑
자영업자 잠재 위험부채 61조,고위험부채는 13조원

'중산층을 두텁게'하겠다는 박근혜 정부의 정책 구호와 달리 중산층·자영업자 가계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대부분의 자영업자들이 경기 침체에 집세 부담마저 커지면서 대부업체에 손을 벌리는 악성 다중채무자로 전락하고 있는 것. 이에따라 금융기관의 건전성 악화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31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2013년 10월)'에 따르면 다중 채무자(금융기관 세 곳 이상에서 대출한 사람)의 대출 규모는 올 6월말 현재 307조7000억 원에 이른다.

이는 역대 최대치였던 2011년 말의 307조5000억 원을 웃돈 것이다.

▲ 오랫동안 빚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저소득-저신용 서민 구제를 목적으로 출범한 국민행복기금의 마감일인 31일 오후 서울 강남구 역삼동 한국자산관리공사에 마련된 국민행복기금 접수센터에 신청자들이 몰리고 있다. 제공=뉴시스
특히 중소득(3~4분위)·중신용 차주(5~6등급)의 채무부담이 크게 늘었다. 중신용 차주의 채무 건수는 2010년 1.9건에서 올 6월말 2.1건으로 증가했다.

문제는 2금융권과 대부업체 대출을 받는 악성 채무자가 늘어났다는 데 있다.

비은행권 가계부채 비중은 2010년 38.7%에서 올 6월말 41.2%로 2.5%포인트 상승했다.

이중 상호금융조합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올 6월말 현재 4.08%로 전년동기(3.95%)에 비해 0.13%포인트 커졌다. 같은 기간 은행의 증가폭인 0.04%포인트를 상회한다. 차주당 대출액도 2009년 말 5600만 원에서 올 6월말 6700만 원으로 뛰었다.

그러나 중신용 차주 비중은 2010년 말 37.5%에서 지난해 말 29.1%로 8.4%포인트 줄었다. 대신 대부업체의 중신용 차주 비중은 13.4%에서 16.0%로 늘었다.

중신용 가계가 유동성 조달함에 있어 대부업체를 이용하는 사례가 늘었단 얘기다.

은행권의 가계대출 금리 수준은 연 10% 미만이지만, 저축은행·캐피탈·카드사·상호금융 등 2금융권은 15~25%, 대부업체는 39%에 달한다. 금리가 월등히 높은 데도 이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신용도가 낮고 대출 상환도 쉽지 않은 셈이다.

 특히 자영업자는 대부분 중소득·중신용 계층에 속했다. 즉, 중산층 자영업자의 어려움이 가장 큰 것이다.

자영업자 소득은 경기 부진에 영향을 크게 받다보니 임금근로자보다 소득 대비 부채가 더 많아졌고, 부동산 가격 상승까지 겹치면서 대출금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자 신용마저 떨어져 더 이상 은행권 대출을 받지 못하고 2금융권이나 대부업체로 흘러가게 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체 자영업자 대출의 연령대별 비중을 보면, 50대가 전체의 37.3%를 차지했다.

한은이 추정하는 전체 금융권에 대한 자영업자의 부채 규모는 451조원(은행권 대출 285조원, 비은행금융기관 대출 166조)이다.

자영업자 대출에서 차지하는 비은행금융기관 비중은 2011년 말 34.3%에서 올 3월말 36.9%로 2.6%포인트 상승했다.

자영업자 1인당 대출 규모는 올 3월말 현재 1조2000억 원으로 임금근로자 차주당 가계대출(4000억 원)의 세 배나 높다. 자영업자의 원리금상환부담비율(DSR, 중위값)은 16.1%로 임금근로자(11.7%)에 비해 컸다.

은행과 비은행금융기관으로부터 동시에 돈을 빌린 자영업자의 대출 비중은 2010년 말 26.1%에서 올 3월말 28.0로 뛰었다.

또 자영업자의 가계대출과 기업대출의 각각 79.9%, 51.3%가 부동산담보에 근거하고 있다. 이는 일반가계(76.2%)와 중소기업(28.6%)에 비해 높은 편이다.

한은 관계자는 "베이버부머의 은퇴가 본격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자영업자의 확산 추세는 불가피하다"면서 "원리금상환부담이 크고 높은 부동산담보대출 비중으로 부동산가격 하락에 취약한데다 사업의 영세성과 고령화 영향으로 소득 창출도 부진해 자영업자 부채 규모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은 자영업자 부채 중 잠재위험부채는 60조7000억 원, 고위험부채는 13조5000억 원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가격 상승과 금융기관의 리스크관리 강화 여파로 중소득·중신용 가계의 채무부담 증대 우려가 점증되고 있다"면서 "향후 차주의 상환능력이 저하될 경우 부실대출 규모는 더욱 커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은은 "금융당국은 자영업자 대출의 만기연장에 대한 모범규준을 마련하고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 관련 LTV 규제의 단계적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며 "자영업자와 대기업 가맹점의 상생 관계를 강화하는 방안과 자영업자 관련 통계체제 정비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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