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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출구전략은 성공할 수 있을까?
  • 윤종인 본지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13.11.04 16: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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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경제 회복을 의미하지만, 인플레이션 악영향 통제 어려움 비판

윤종인 교수의 경제학 교실 - 양적 완화 시리즈 ② 양적 완화와 출구전략

벤 버냉키(Ben Shalom Bernanke)는 2008년 미국금융위기를 위해 진실로 준비된 사람이었다. 비판적인 논조로 잘 알려진 폴 크루그만(Paul Krugman)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연준의장이 아니었다면 가장 먼저 자문을 구했어야 하는 경제학자”라고 그를 평가했다.

양적 완화는 버냉키 통화정책의 핵심으로 이자율이 제로수준까지 낮아져서 통화정책이 사실상 무력해지는 특별한 상황에서나 쓰는 특단의 한시적인 대책이다. 2008년 9월 처음 시행되었으므로 양적 완화의 역사도 벌써 5년이나 된 셈이다. 그러니 이제는 양적 완화를 끝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이른바 출구전략(exit strategy)을 모색하자는 것이다.

버냉키의 통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그런대로 좋은 편이다. 금융위기 이후 미국경제가 더 나빠질 수 있었지만 버냉키의 통화정책 덕분에 더 나빠지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버냉키의 통화정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출구전략의 성공여부야말로 양적 완화에 대한 평가를 좌우할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될지도 모른다.

양적 완화 시행 5년, 현재까지 평가는 우호적

버냉키 직전 연준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은 2008년 미국금융위기를 “100년에 한 번 있음직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세계경제는 1929년 대공황시절만큼이나 파국으로 치달았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렇게까지 세계경제가 악화되지는 않았다. 버냉키의 통화정책 덕분에 최악의 경제위기를 피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버냉키가 중시하는 경제지표는 실업률과 인플레이션율이다. 미국경제가 최악이었던 것은 2009년이었는데 실업률은 2009년 10월 10.0%나 되었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은 2009년 7월 –2.1%까지 낮아졌다. 이른바 디플레이션에 빠졌던 것이다. 하지만 이후 실업률은 서서히 하락하여 2013년 7월 현재 7.4%이고 2013년 6월 현재 소비자물가상승률은 1.7%에 이른다. 이외에도 각종 지표들이 완만하기는 하지만 경기회복의 신호를 보이고 있다.

양적 완화를 시작할 때 버냉키는 실업률이 6.5%까지 떨어지고 인플레이션율이 2.5%가 될 때까지 양적 완화를 지속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직까지 그 목표에는 이르지는 못했지만 서서히 가까워지고 있다는 평가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지금 당장 양적 완화를 끝내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내년에는 양적 완화를 끝내야 하고 이를 위해 금년 하반기부터는 양적 완화의 규모를 축소해야 한다는 것이 연준의 내부적인 판단인 듯하다.

출구전략의 언급과 버냉키 파워?

연준의장에 취임한 이후 버냉키는 ‘시장과의 대화’를 강조하였다. 이를 두고 버냉키를 투명성 있고 민주적인 인물이라고 묘사하곤 하지만 그가 시장과의 대화를 중시하는 진짜 이유는 그것의 경제적 효과가 강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앨런 그런스펀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유명했다. 예를 들어 ‘상당 기간 동안 저금리를 유지’한다는 식이었다. 하지만 버냉키는 다르다. 2012년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 직후 한 발언을 보면 ‘적어도 2015년까지 저금리를 유지’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시장참여자에게 확신을 심어주겠다는 것인데, 그래야 정책의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2013년 5웜 22일 버냉키는 미국의회에서 “양적 완화의 규모를 줄일 수 있다”고 발언하면서 그 시기도 언급하였다. 양적 완화의 시행을 명확히 밝혔듯이 출구전략의 시행도 명확히 밝힌 것이다.

하지만 버냉키의 의회 발언 이후 그 파장은 놀라운 것이었다. 특히 신흥국에서 그 영향이 컸다. 5월 22일 이후 6월 말까지 중국(-14%), 필리핀(-12.5%), 태국(-11%)의 주식가격이 급락하였다. 버냉키의 발언이 지니는 위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식가격만이 아니었다.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반면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채권가격은 급락하였다. 시작하지도 않았으며 그 가능성만을 언급했을 뿐인데 세계금융시장이 출렁거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출구전략이 정말로 시작될 때 그 영향은 어떨까? 벌써부터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출구전략은 결코 쉬운 과제가 아니다.

엄청나게 풀린 달러, 연준 자산은 3.6배 급증

양적 완화가 노리는 효과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이다. 시중에 많은 양의 달러를 공급함으로써 인플레이션이 초래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2011년 1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소비자물가가 3.9%나 상승하였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걸 보고 큰 일 났다고 생각하겠지만 미국인들은 경제가 회복되는 신호로 받아들였다. 왜냐하면 2008년 이후 경기가 후퇴하면서 디플레이션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금융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09년에는 거의 1년 내내 소비자물가가 하락하였다. 특히 2009년 7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무려 2.1%나 소비자물가가 하락하였다. 버냉키는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양적 완화를 이용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물론 양적 완화를 한다고 해서 제로에 가까워진 연방기금금리를 낮출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연방기금금리는 명목이자율이므로 아무리 낮아도 제로보다는 높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질이자율을 낮출 수는 있다. 2011년 11월에는 전년 동기 대비 3.9%나 소비자물가가 상승하였으므로 이 기간 동안 연방기금금리가 제로에 가깝다면 실질연방기금금리는 –3.9% 가량 된다. 실질이자율이 이처럼 낮다면 소비와 투자는 살아나게 될 것이다. 실제로 2011년 한 해 동안 미국경제는 불황의 긴 터널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듯 했다.

양적 완화란 연준이 달러를 찍어내서 민간이 보유하고 있던 증권을 사들이는 행위이다. 결과적으로 시중에는 많은 양의 달러가 공급되겠지만 연준의 입장에서는 많은 자산을 보유하게 되는 것이기도 하다. 연준의 자산은 2008년 9월 9,070억 달러에서 2013년 4월 현재 3조 2,951억 달러로 무려 3.6배나 증가하였다. 실로 엄청난 규모인데, 버냉키가 연준의장이 아니었다면 양적 완화는 추진하기 힘들었을 특단의 정책이다. 그 효과야 어떠하든간에 양적 완화는 엄청나게 풀린 통화량을 유산으로 남겨 놓았다.

존 테일러(John B. Taylor)는 버냉키 못지 않은 케인즈학파 거시경제학자이다. 하지만 버냉키에 대해서는 꽤 비판적이다. 그는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이 2000년대 초반 연준이 지나친 초저금리를 지속하다가 2005년 이후 무리한 금리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출구전략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하니 그의 주장을 자세하게 살펴 보기로 하자.

2001년 우리도 잘 알고 있는 9.11테러가 발생하였다. 이후 미국 연준은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저금리정책을 지속하였다. 2001년 9월 3%이었던 연방기금금리를 지속적으로 인하하여 2003년 6월에는 1%까지 떨어졌다.

물론 당시의 저금리정책에는 나름대로 사정이 있었다. 하지만 저금리와 초저금리는 매우 다른 경제적 효과를 지닌다. 연준은 초저금리를 지속하였고 시중에 달러가 넘치다보니 금융기관들도 대출해 줄 만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대출해 준 상황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그래도 달러가 남았다는 데 있다. 금융기관이 넘치는 돈을 대출하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기는 어려운 법이다. 결국 금융기관은 신용도가 매우 낮은 사람들에게까지 대출하게 되었다.

그 결과는 부동산가격의 폭등으로 이어졌다. 이즈음 되면 인플레이션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 연준은 이자율을 인상하게 된다. 연방기금금리는 꾸준히 인상되었고 2006년 6월에는 5.25%에 이르렀다. 5.25%는 금융위기가 터지기 직전인 2007년 8월까지 유지되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또 다른 문제가 터졌다. 이자율이 상승하자 신용도가 낮은 사람들은 원리금을 상환할 수 없었던 것이다. 여기저기서 채무불이행이 발생하였고 이것이 2008년 미국금융위기를 불러온 근본원인이 되었다. 바로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였다.

이와 같이 존 테일러는 2008년의 금융위기의 원인이 연준의 극단적인 정책 때문이었다고 말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1%의 초저금리와 5.25%의 고금리를 오갔던 것이다.

이제 지난 10여 년의 과정을 간단히 요약하기로 하자. 초저금리-넘치는 통화량-인플레이션-고금리-금융위기의 발발. 그렇다면 현재로 돌아와 곰곰이 생각해 보자. 양적 완화로 풀린 엄청난 돈이 언젠가는 인플레이션을 초래할 것이고 이를 막기 위해 또 다시 이자율을 인상할텐데, 이로 인해 다시 한 번 더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있을까?

출구전략은 실패할 것이다!

앨런 멜쳐(Allan H. Meltzer)는 월스트리트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버냉키를 신랄하게 비판한다. 그는 통화량의 안정적 증가를 최상의 통화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즉 장기적인 경제성장률만큼(예를 들어 매년 3%씩) 통화량의 공급을 증가시키면 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일거에 통화량 공급을 증가시키는 양적 완화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정책이다. 그의 비판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출구전략에 대한 우려이다. 지금 당장은 디플레이션이 걱정되어 양적 완화를 추진하지만 언젠가 경기가 회복되면 그 때에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의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멜쳐가 쓴 기고문의 제목은 아예 “출구전략은 실패할 것이다”라고 되어 있다.

숨어 있는 금융위기, BIS의 우려

인플레이션만 걱정인 것은 아니다. 2013년 말 국제결제은행인 BIS는 선진국 중앙은행들의 초저금리정책과 양적 완화 덕분에 세계 경제가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지만 이에 따른 부작용이 매우 클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그 이유는 대규모 양적 완화의 지속으로 인해 정부와 민간의 디레버리징(deleveraging)이 지연되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 이유는 넘치는 통화량 때문에 과다한 부채가 발생하였기 때문이다(대표적인 예가 서브프라임모기지이다). 따라서 금융위기가 순조로이 해결되었다면 과다한 부채를 해소하는 디레버리징이 당연히 이루어졌어야 했다. 하지만 제로금리정책과 양적 완화는 디레버리징의 구조조정을 지연시킨다. 낮은 금리와 인플레이션 덕분에 굳이 대출을 줄이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레버리지가 충분히 줄어들지 않았으니 금융위기의 원인은 여전히 잠복하고 있는 셈이다. 또한 BIS는 출구전략에 따른 충격이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그 이유는 양적완화가 전례가 없고 규모도 매우 큰 것이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미국 연준의 양적 완화는 어느 나라도 해 본 적이 없는 최초의 시도였다. 따라서 출구전략이 시행되었을 때 그 효과를 예측하기 매우 어렵다. 막상 출구전략이 시행된다면 그에 따른 충격과 리스크는 우리가 경험해 보지 못한 것일 텐데 미국 연준은 이러한 상황을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까?

출구전략에 대비해야 할 때

최악의 시나리오는 미국의 출구전략이 실패하는 경우이다. 즉 감당하기 힘든 인플레이션이 초래되거나 구조조정의 지연으로 인해 세계경제성장이 상당한 기간 동안 지체되는 경우이다. 그렇다면 출구전략은 실패한 셈이고 양적 완화도 비판받게 될 것이다. 물론 버냉키는 출구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자신한다. 그렇다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경제에 나쁘지는 않을 것이다. 출구전략의 시행 자체가 미국경제의 회복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성공시나리오에 따르면 단기적으로 충격은 있겠지만 금융위기에서 벗어난 미국경제가 세계경제의 성장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도 긍정적이다.

성공시나리오에도 주의해야 할 문제는 있다. 출구전략이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한 ‘단기적인’ 충격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5월 22일의 버냉키 발언 직후 세계금융시장이 보여준 혼란은 예고편이나 마찬가지였다. 출구전략이 본격화되면 신흥국으로 유입되었던 엄청난 자금은 미국으로 되돌아갈 것이고 자금의 이탈을 겪는 신흥국의 통화가치와 채권 및 주식가격은 하락할 것이 뻔하다. 그냥 하락할 뿐이라면 다행이다. 우리가 진실로 걱정하는 것은 신흥국의 통화가치가 폭락하는 상황이다. 물론 이에 대한 다각도의 대비가 이루어져 왔다. 2013년 7월말 현재 우리나라의 외환보유액은 3,297억 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외환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되었던 은행의 단기외화부채도 잘 관리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안심하고 있기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우리는 또 다시 매우 다루기 어려운 위험과 서서히 마주하는 것은 아닐까?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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