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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다 편리한 친환경 생활을 위하여’
‘보다 편리한 친환경 생활을 위하여’
  • 박신용철 기자, 이서영 인턴기자
  • 승인 2013.11.0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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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렁이 생태어항·지렁이 흙상자 등 자연을 담은 친환경제품 개발…친환경 강좌 계기 ‘녹색드림협동조합’ 출범, 건강먹거리 유통 등 사업확대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탐방 ① (주)녹색건강나눔 - 녹색드림협동조합-

친환경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있다.

(주)녹색건강나눔이다. 회사명에서 알 수 있듯이 친환경을 통해 사회적 나눔을 이루겠다는 것이다. 더욱 관심을 끄는 것은 이 회사의 대표가 이른바 386 정치인으로 불리던 허인회라는 것이다.

정치인 허인회가 회사를 경영하고 새로운 협동조합을 준비한다는 소식을 듣고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최근 협동조합이 부상하면서 이곳저곳에서 협동조합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많이 있다. 혹시 유행 아닌 유행을 따라 새로운 조합을 만드는 것인지도 궁금했다.

생태하천 살린 기술로 자연친화적 상품개발

<이코노미21>이 만난 허인회는 386 정치인이나 기업가가 아닌 ‘새로운 삶을 꿈꾸는 사람’이었다. 주식회사 대표이사이지만 기업인의 느낌을 덜 받는 것은 왜 일까? 그것은 단순히 개인의 특성 때문만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가 만든 회사가 흔히 말하는 주식회사와는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주)녹색건강나눔은 우렁이 생태어항, 지렁이 흙상자, 물고기, 수초 등을 주된 상품으로 판매하는 회사다. 한마디로 자연친화적인 상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이 회사는 그리 크지도 않고 대단한 상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생활 속에서 멀어졌거나, 사라져 가는 자연을 다시 우리 곁으로 되돌려 주는 것을 주된 사업으로 하고 있다.

우렁이 생태어항은 우렁이와 미생물을 활용해 어항을 스스로 청소하고 수질을 깨끗하게 유지하도록 만들었다. 생태하천을 살렸던 기술이 그대로 작은 어항 속에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지렁이 흙상자를 이용하면 화학농약과 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유기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해 유기농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다.

토종 물고기도 기르고 가습기 대용의 생태어항

우렁이 생태어항은 가습기 대용으로 시작했다고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아파트라는 제한된 공간에 생활하면서 가습기의 필요성이 커졌고 거의 모든 집에 가습기가 있다. 그러나 가습기는 인위적이고 건강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런 점에서 이 회사가 판매하는 우렁이 생태어항은 진정으로 자연친화적이다. 어항이기에 습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는 기능이 있다. 더불어 물고기까지 기르니 보기도 좋고 정신건강에도 도움이 된다.

물고기도 사업 초기에는 열대어 등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키우는 물고기를 팔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우리나라 토종 물고기를 키워 판매하고 있다. 수초도 이전에 인공수초를 사용했는데 최근에 자연에서 자라는 수초를 양식해 자연수초를 판매하고 있다. 어항 하나에 가습기 기능과 더불어 토종 물고기 양식, 자연 수초 등 자연이 담겨 있는 것이다.

회사 설립과 운영도 독특하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와 달리 주주는 주변의 지인들이 십시일반 돈을 모아 자본금을 만들었다고 한다. 협동조합법이 발효되기 전에 설립한 회사이니 협동조합형 주식회사라고나 할까?

회사 명칭에 있는 나눔도 경영에 녹아들어 있다. 녹색건강나눔에서 판매하는 상품의 소비자는 동시에 환경 전도사의 역할도 한다. 단순히 제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친환경의 가치를 공유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해 교육도 실시한다고 한다. 친환경 교육 강좌는 이미 두 차례 시행했다. 친환경 교육 강좌가 이뤄지고 난 성과가 협동조합이다. 강좌의 교육생들이 모여 친환경 제품을 제조, 생산, 유통하는 ‘녹색드림협동조합’을 만들었다.

하지만 경영이라는 측면에서만 보면 현재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우선 친환경제품은 다른 것보다 가격이 비싸다. 가습기 하나만 해도 몇만원이면 살 수 있는데 우렁이 생태어항은 10만원 이상이다. 토종물고기, 자연수초도 외래종이나 인공수초보다 당연히 비싸다. 가격만으로 보면 경쟁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친환경 농법,음식물 쓰레기 처리 일거양득 지렁이 흙상자

가격 외에도 환경을 살리는 제품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다. 친환경 제품개발은 현실화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완벽한 제품을 만들기도 어렵다. 일반 제품들과 달리 생태제품, 생명제품들은 실험과정이 오래 걸리고, 다양한 변수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환경 사업은 단지 제품을 판매하는 것만이 아니라 친환경 삶을 공유하는 것이 더욱 중요한 기초일지도 모른다. 기본적으로 환경 친화적인 일 보다는 환경 파괴적인 일이 더 쉽다. 예를 들어 생태계를 위해서는 친환경 생활을 해야 하는데, 친환경 생활을 하려면 에너지를 적게 써야 하고 유기농법을 이용하는 등 불편한 생활을 해야 한다.

지렁이 흙상자는 지난해 가을에 출시했다. 지렁이 흙상자는 음식물 쓰레기를 줄여주고, 친환경 야채나 채소를 기르는데 도움이 된다. 최근 음식물 쓰레기 종량제가 일부 지역에서 시행되면서 주부들에게 음식물 쓰레기는 골칫거리가 됐다. 그런데 지렁이 흙상자를 활용하면 음식물 쓰레기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지렁이 100마리면 5kg의 음식물 쓰레기를 3일만에 처리할 수 있다. 지렁이 흙상자는 출시한 기간에 비해 소비자 반응이 더 좋다고 한다.

▲ 서울 도심 건물 옥상에 만든 생태텃밭이다.
한편 회사는 자연하천만들기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우렁이 생태어항에서 습득한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자치단체와 손잡고 하천을 친환경 자연하천으로 만들어 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수원의 수원천을 자연하천으로 만드는데 참여했다. 자연하천만들기 사업은 이후 더욱 확대할 생각이다.

협동조합 통해 건강한 먹거리유통 생태텃밭 사업에도 주력

올해엔 ‘녹색드림협동조합’ 일도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조합은 (주)녹색건강나눔의 협동조합형 조직이다. 조합은 ‘소비자 조합원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거리와 친환경 생활물품을 공급’하고 ‘후원조합원들과 함께 더불어 사는 지역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공익사업’을 목표로 삼고 있다. 구체적인 사업으로는 △친환경 먹거리 생산 유통 △생태텃밭의 친환경 도구 생산 공급 △친환경생활을 위한 친환경 물품 생산 유통 △친환경생활 교육, 즐거운 상자텃밭 만들기 교육, 사회적경제 나누기 교육 △잉여금의 지역사회 나눔사업 등을 계획하고 있다.

허 대표는 인터뷰에서 ‘보다 편리한 친환경 생활을 위하여’ 라는 슬로건을 말했다. 친환경 생활이 기본적으로 많이 불편하고 어렵기 때문에 불편함을 감수하고 친환경 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녹색건강나눔은 “불편한 친환경 생활을 편하게 하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강조한다.

정치인에서 친환경 사업가로 변신한 허인회 대표의 새로운 도전이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대한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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