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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긴축이 경기침체 ∙고실업률 부작용 키워
재정긴축이 경기침체 ∙고실업률 부작용 키워
  •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
  • 승인 2013.11.06 15: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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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한 복지지출이 재정위기 원인’ 은 잘못된 접근…유로존 후, 남유럽 경상수지 적자누적과 금융위기가 진짜 이유

‘남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현재 상황은?

세계 경제 성장의 축이 브릭스로 대표되는 신흥국에서 미국과 일본, 유럽 등 선진국으로 선회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을 포함한 개발도상국의 경제 성장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반면, 미국과 일본 경제는 회복되고 있으며 유럽도 경기 침체를 벗어나고 있음이 수치로 입증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유로존은 신뢰를 어느 정도 회복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 침체 벗어나는 유럽

지난 해 유럽중앙은행의 국채매입 방안 발표 이후 주요 위기국들의 국채 금리는 하락하기 시작하여, 올해 1분기 말 각국 금리는 재정위기 이전 수준까지 하락했다. 위기국 중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긴축 및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건전성이 회복되는 모습이 나타나 구제금융을 탈출할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또한 유로존은 지난 2분기에 GDP 측면에서 0.3% 성장함으로써 2011년 4분기부터 시작된 경기침체에 7분기 만에 마침표를 찍었다.

한때 유로존을 해체시킬 정도로 심각하게 진행되었던 남유럽발 재정위기는 끝난 것이 아닐까라는 희망을 갖을 만한 이유들이다. 그러나 재정위기의 근본적인 해결책으로 주장되던 유로본드 도입, 은행동맹, 재정동맹 추진이 모두 지지부진하며 올해 3월에는 키프로스가 구제 금융을 받기도 하였고 8월 20일에는 독일 재무장관이 그리스가 3차 구제 금융을 받아야 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하는 등 여전히 위기는 현재진행형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유럽의 재정위기는 왜 시작되었고 이제 끝을 바라보고 있는가?

남유럽국 노령연금, 의료급여 집중된 복지설계는 문제

남유럽발 재정위기의 원인에 대해 보수 언론들은 방만한 복지지출이 재정적자를 야기하고 정부부채를 증가시켰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남유럽 국가들은 유럽 국가들 중에서는 낮은 수준의 복지 제도를 가졌다는 점에서 방만한 복지지출이 재정위기의 원인이라고 말할 수 없다. 공공사회지출의 대 GDP 비율, 복지국가급부율을 보면 남유럽 국가들이 북유럽, 중부유럽 국가들보다 더 적은 규모로 복지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2012년 2월19일 그리스 아테네 신타그마 광장에서 수천 명이 1300억 유로 규모의 그리스 2차 구제금융과 관련한 정부의 새 긴축정책안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중 한 시민이 갈퀴에 플래카드가 걸고 나왔다. 이 플래카드에는 독일과 프랑스 제품 불매운동 내용이 담겨 있다. 아테네=AP/뉴시스
방만한 복지지출을 지적하는 학자들은 1990년대 이후 스웨덴은 복지지출의 축소를 추진해 온 반면 남유럽 국가들은 그러한 노력을 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스웨덴은 GDP 대비 공공사회지출 비중이 1995년 32%에서 2012년 28.1%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남유럽 국가들보다는 많다. 오히려 스웨덴은 최고 수준의 복지 제도를 운영하면서도 위기에서 비껴나 있어 벤치마킹의 대상이 되고 있다.

물론 남유럽 국가들의 복지 프로그램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특히 복지 지출이 노령연금이나 보건·의료 분야에 집중돼 있는 것은 고령화가 진행될수록 재정을 취약하게 만들 수 있는 구조이다.

2007년 기준 이탈리아는 노령연금이 전체 복지 지출의 56.2%를 차지해 독일(48.3%) 프랑스(51.5%)보다 높았다. 그리스도 연금과 보건·의료 지출이 전체 복지 지출의 80%를 넘었다. AGE비율(GDP대비 노령연금급여비중/65세 이상 인구비중)이 남유럽 국가들에서 가장 높은 것이 이를 반영하고 있다.

복지지출이 재정위기의 원인이 아니라는 점은 그 전개과정을 살펴보면 명백해진다. 우선 그리스를 제외하고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 상황이 2008년 이전에 그다지 나쁘지 않았다. 그리스의 경우 2006년과 20007년에 이미 재정적자가 GDP의 6% 이상, 정부부채는 100%이상이었으나,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갈은 2007년까지만 해도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다. 이탈리아도 정부부채 규모는 GDP의 100%를 조금 넘는 수준으로 매우 많았지만 재정적자 자체는 그리 심각하지 않았다. 즉 대부분의 국가들은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재정을 운영하여 왔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 후, 금융권 부실과 공적자금 투입이 재정악화 원인

남유럽 국가들의 재정이 심각하게 악화된 것은 2008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 브라더스의 도산 이후이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글로벌 전염 현상을 일으켜 유럽 금융기관 또한 급속도로 부실화되자 금융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유럽 각국은 막대한 국가 예산을 풀어 부실은행에 구제 금융을 제공하였으며 적극적인 경기 부양에 나서게 되었다. 부실은행 지원, 경기 부양 정책, 경기 침체로 인한 세수 감소로 인해 2008년 이후에 재정건전성 악화가 발생하였다.

그리스의 경우는 2009년 9월 그리스 총선에서 집권여당을 물리치고 승리를 거둔 사회당(PASOK) 정부가 2009년의 재정적자 규모가 당초 알려진 것보다 세 배가 넘는다고 발표한 것이 위기를 초래했다. 한편 그리스의 구제금융 신청 이후 2010년 11월에는 아일랜드가, 2011년 4월에는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되는데 이 두 나라의 경우에도 복지지출 증대가 그 원인은 아니었다. 아일랜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부실화된 금융권에 막대한 공적자금을 투입하여 재정이 다른 국가들보다 심각하게 악화된 것이 구제금융을 신청하게 된 이유였다. 또한 포르투갈은 만성적인 저성장으로 세입-세출 불균형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기 때문에 채무상환능력을 의심받는 상황에서 위기가 시작됨에 따라 국채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져 재정위기에 빠지게 되었다.

EU의 위기 해결 메커니즘의 부재가 사태 키워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수 있었던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의 위기가 유로존 해체를 우려할 정도가 된 것은 근본적으로 EU의 위기 해결 메커니즘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EU 당국이 구제금융 제공에 소극적이었고, 그로 인해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유로존은 창설 당시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회원국의 위기 발생 시에 이를 구제할 메커니즘을 아예 만들지 않았다(No Bail-Out 조항). 어느 회원국이 디폴트를 선언하면 투자자들이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을 만듦으로써 회원국들로 하여금 건전한 경제 운용을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다. 대신 ‘성장과 안정 협약’을 만들어 회원국들로 하여금 재정적자와 정부부채를 각각 GDP 대비 3%, 60% 내로 엄격하게 관리하게 했다. 이러한 기준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회원국은 벌금을 물어야 한다. 그러나 2008년의 국제금융위기와 같이 전세계적 차원에서 위기가 발생할 때에는 이러한 기준을 지키기 못하는 회원국들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일단 그리스의 위기가 시작되자 EU는 IMF와 함께 구제금융을 제공하고 EFSF(유럽재정안정기금)와 같은 임시적인 금융안전망을 구축하였다. 그러나 구제 금융을 관대하게 제공하면 재정 취약국들의 도덕적 해이를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로 인해 EU 당국은 소규모의 구제 금융을 까다로운 대출 조건을 붙여 제공했다. 특히 2011년 7월 EU 정상들은 그리스 디폴트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1,090억 유로의 2차 구제금융지원 방안을 수립하였고, 이와 더불어 민간채권단에게 어느 정도의 투자손실을 감수하는 채무조정(debt restructuring)에 합의하게 했다. 그런데 이로 인해 손실을 보게 된 투자자들이 역시 재정취약국인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를 회피하게 됨에 따라 이들의 국채 금리가 급등하게 되면서 유로존 재정위기는 더욱 심화되었다.

EU와는 독립적으로 유럽중앙은행(ECB)도 재정취약국의 은행에 저리의 유동성 공급을 통해 금융위기 진화를 위해 노력했다. ECB는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을 타개하기 위해 2009년에 재정취약국의 은행들이 보유한 국채를 담보로 유동성을 공급하였다. 아울러 ECB는 수 차례의 국채매입프로그램(SMP: Securities Markets Programme)을 통해 채권유통시장에서 재정취약국의 국채를 매입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ECB의 개입도 위기를 잠재우는 데 그다지 효과가 없었다. 유럽중앙은행은 국채를 직접 매입하기도 했지만 금융기관들에게 유동성을 공급하는 것이 주요 정책이었는데 금융기관들은 유동성을 공급받은 후에 보유하기만 하였을 뿐 민간에 공급하는 데는 주저하였다. 유럽중앙은행의 이러한 정책은 미 연준의 버냉키 의장이 시장에서 직접 대규모로 국채를 매입하는 양적완화정책을 펼친 것과는 다른 것이었다. ECB는 2012년 하반기에 들어선 이후에야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기 시작했다. 드라기 ECB 총재는 2012년 7월 유로 수호를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밝힌 후, 9월 구체적인 방안인 무제한 국채매입(Outright Monetary Transaction: OMT) 제도를 발표했다. 그리고 이러한 정책 하에서 시장은 차츰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복지축소, 세금 인상 등 긴축 재정정책 위주의 해결 추구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발생한 이후 지금까지도 EU의 위기해결 방안은 재정위기 국가들이 긴축적 재정정책을 실시하여 재정건전화를 이루는 것을 기본으로 했다. 공무원 임금삭감을 비롯해 재정지출 전반을 감축하는 한편 복지제도도 축소하고 세율도 올리며 국유자산 매각에도 나서게 하였다.

긴축적 재정정책은 내수를 위축시켜 경제 성장에 부정적이라는 비판도 있었지만 재정승수가 그리 크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고 정부부채가 과다한 경우 경제성장이 저해되므로 단기적으로 내수가 위축되는 부작용이 있더라도 정부부채를 줄이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주장이 지배적이었다. 즉 2010년 라인하트와 로고프는 ‘부채 시대의 성장’이란 논문에서 국가 부채가 국내총생산(GDP)의 90%를 넘으면 경제성장률이 급격히 하락한다는 요지의 연구결과를 발표했고 이는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에서 긴축재정을 주장하는 이들의 이론적 근거로 널리 활용돼 왔다.

이러한 긴축적 재정정책, 내수 위축적 경쟁력 강화 정책은 2011년까지 지속되었다. 독일과 프랑스의 집권당이 보수당인 것도 중요한 원인이 되었다. 독일의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사르코지 대통령은 의기투합하여 이러한 정책을 밀고 나갔으며 2011년 12월에 개최된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 재정규율을 위반할 경우 강도 높게 제재한다는 ‘새로운’ 안정성장협약에 합의함으로써 그 정점을 찍었다. 즉 연간 재정적자(경기변동 효과를 제외한 구조적 적자)를 명목 GDP의 0.5% 이내로 유지하도록 하면서 이를 위반한 회원국은 자동적으로 제재를 받고 집행위원회 이사회로부터 조정방안을 승인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1996년 합의된 협약의 GDP 대비 재정적자 3% 이내 기준보다 훨씬 강화됐다.

긴축적 경제정책은 경기침체, 부채증가의 악순환 야기

재정위기 이후 내수 위축을 통한 임금과 물가 하락 정책은 실제로 임금과 물가 하락 효과를 거두었다. 아일랜드와 그리스의 경우 명목임금이 2008년 이후 하락세로 전환되었고 포르투갈도 위기 이후 명목임금은 증가세가 멈춘 상태이다. 한편 스페인, 이탈리아는 위기 이후에도 명목임금 상승세가 유지되었지만 상승폭은 이전에 비해 크게 둔화되었다. 특히 유로존 전체 또는 독일 등의 북유럽 국가들에 비해 임금상승 속도가 크게 낮아졌다.

이러한 전략이 성공을 거두고 있는가? 유로존 재정위기의 배경으로 지적되는 남북 유럽 간 경상수지 불균형은 위기 이후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완화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이다.

특히 남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위기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 축소가 뚜렷하다. 그러나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리 긍정적이지 않다. 무엇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남유럽의 경상수지 적자 축소는 수출이 증가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수입이 크게 위축된 데 기인하였다. 경상수지 흑자국인 독일은 수입이 크게 증가했지만 수출도 그와 함께 증가하여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그다지 줄지 않았다.

독일의 경우 2012년 상반기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GDP 대비 6.1%에 달해 최대 규모였던 2007년의 7.4%에 비해 불과 1.4%포인트 줄어들었을 뿐이다. 즉 남유럽 국가들이 노동비용 면에서 경쟁력을 갖춘다고 하더라도 이로 인해 수출이 늘어나고 국민소득이 개선되는 효과는 아직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그리스의 경우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낮은 수출비중(2011년 가준, GDP 대비 24%)과 제조업비중(GDP 대비 7.5%)으로 인해 GDP를 늘리는 효과가 크지 않다. 남유럽 국가들의 수입 위축 현상의 이면에는 민간 및 정부의 긴축에 따른 경기침체 현상이 자리잡고 있다. 재정긴축과 함께 차입이 어려워지면서 가계, 기업도 소비 및 투자 축소에 나선 결과이다. 최근 아일랜드만이 플러스 성장을 유지하고 있을 뿐 남유럽 재정취약국들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스의 경우는 5년째 마이너스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위기 이전 수준에 비하면 GDP가 거의 75%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다. 노동시장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최근 독일의 실업률은 5.4%이지만 그리스와 스페인은 27%이다. 청년층에서는 더욱 큰 격차가 발생하였다. 독일 7.6%인데 스페인 56%, 그리스는 64%이다. 정부 부채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작년의 국채 매입과 2012년 거의 반 이상의 민간부채 탕감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의 채무는 올해 말 175%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탈리아의 부채도 계속 증가하여 GDP의 131%. 아일랜드와 포르투갈은 123%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긴축정책은 성장을 저해하여 결국은 목표로 하는 재정수지 개선을 어렵게 하고 있는 것이다.

유로존내 경쟁력 격차로 인한 남유럽 경상수지 적자 누적이 근본 요인

하지만 이번 남유럽 국가들에게 적용된 해결방안인, 긴축적 경제정책을 시행하게 하고 허리띠를 졸라매서 위기에서 탈출하라는 처방은 그 효과가 크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현재의 통화통합 하에서 회원국 간 거시경제 불균형이 발생할 때 이를 해결할 방안이 없다는 근본적 한계 때문이다. 1999년 통화통합 이후 국가 간 경쟁력 격차가 커지면서 독일을 중심으로 한 북유럽 국가들은 경상수지 흑자가 쌓인 반면, 남유럽 회원국들은 적자가 쌓여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로화 출범 이후 그리스와 같은 주변국들은 독일에 비해 수출경쟁력이 약하기 때문에 경상수지 적자의 문제를 겪게 되었다. 수출의 하락은 당연히 경기 침체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데 통화통합이 성립된 이후 이를 해결할 정책 수단이 없는 것이 문제가 되었다.

예를 들어 통화통합 전에는 환율이 고정되어 있지 않았으므로 수출이 줄어들 때에는 환율이 상승하여 수출이 증가하는 수단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환율 조정을 통한 대외 불균형 조정이 불가능해진다. 그런데 통화통합하에서는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을 사용하는 것도 용이하지 않다. 경기침체국은 낮은 수준의 이자율 정책을 사용하길 원하지만 통화통합 하에서 이자율은 회원국 전체의 평균적 경기 상황에 맞추어 유럽중앙은행이 결정하기 때문에 경기침체국이 바라는 수준보다 더욱 높은 수준에서 결정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원국들이 그나마 재량을 조금이나마 발휘할 수 있는 수단이 재정정책이다. ‘안정과 성장 협약’에 따르면 GDP 3%까지는 재정적자가 가능하기 때문에 이 수준에서 경기 부양 역할을 수행하려 하게 된다.

마침 통화 통합으로 유로존 내에 하나의 거대한 국채 시장이 형성되게 되고 경기 침체 회원국들은 손쉽게 국채를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따라서 경기 침체 위험에 당면한 주변국들은 중심국으로부터의 채무에 쉽게 의존하게 되었다. 즉 남유럽 국가들의 경상수지 적자는 재정수지 적자 및 외채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것으로서 미국이 중국에 대해 경험한 쌍둥이 적자와 비슷한 종류의 것으로 볼 수 있다.

해결책, ‘유로존 후퇴인가, 더욱 진전된 통합인가’

쉽지 않은 대안이지만, 남유럽발 재정위기에 대한 대안적인 해결 방안은 현재보다 더욱 강력한 통합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것은 회원국들 간 경제가 불균형 상태에 처하게 되었거나 일부 회원국이 위기를 맞게 되었을 때 이를 해결할 EU 차원의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으로서, 유로본드 발행, 은행동맹 결성, 완전한 재정통합 등이 있다.

유로공동채권(유로본드) 발행은 유로존 17개국이 공동으로 보증해 발행하는 국채이다. 현재 유로존의 회원국들은 각각 독립적으로 국채를 발행하고 있으며 회원국들의 상이한 국가 신용도로 인해 발행 국채의 이자율이 차이가 난다. 남유럽 재정위기 국가들은 위기 전에는 유로존 회원국들로서 낮은 국채 이자율을 적용받았으나 일단 위기가 시작되자 신용도가 하락하여 이자율이 상승하게 되고 그로 인해 정부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만일 회원국들이 모두 보증하는 유로본드를 발행하게 된다면 신용도가 높은 독일도 참가하게 될 것이므로 남유럽국가들은 이자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게 될 것이다.

은행동맹이란 유로존 은행들을 하나로 묶음으로써 유로존 전체 금융 부문의 안정성을 높이자는 구상이다. 실제로 2012년 6월의 G20 정상회의에서 주요 서유럽 국가들이 유로존 내 은행 시스템 통합 작업에 착수하기로 합의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 은행동맹은 구체적으로는 유로존의 모든 은행에 대해 예금보장조치를 도입하는 대신 단일 감독기구가 감독하게 하고 자본 확충과 파산 절차도 집행하게 하는 메커니즘이다. 단일 감독기구는 유럽중앙은행(ECB), EU집행위원회(EC), 관련국 대표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남유럽발 재정위기 이후 이와 관련된 은행들에 대한 뱅크런 현상이 우려되고 있는데 은행동맹이 실현되면 그리스 은행이나 독일 은행에 예금한 사람 모두 동일한 보호를 받게 되므로 뱅크런을 일으킬 이유가 없어지게 되어 유로존 차원에서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확보하게 되는 논리이다.

위의 두 방안보다 더욱 심화된 방안이 재정통합이다. 재정통합은 회원국들의 경기 상황이 차이가 발생하여 고성장으로 재정수입이 많은 국가들과 저성장으로 재정이 부족한 국가들로 나뉘게 될 때 전자로부터 후자로 재정을 이전함으로써 어려움에 처한 국가들을 지원하고 경기를 부양함으로써 회원국 간의 불균형을 완화하고 조정하는 메카니즘이다.

유럽연합 긴축정책 완화 선언

위와 같은 근본적인 해결 방안들은 재정위기 초기부터 계속 논의되어 왔지만 은행동맹이 그나마 서서히 추진되고 있을 뿐 유로본드 발행이나 재정통합은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보다 강화된 통합은 독일의 희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유로본드의 경우 이자율은 회원국들의 신용도 평균으로 결정될텐데 그 경우 신용도가 좋은 독일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며 실제로 일부 회원국이 재정파탄에 처하게 되면 독일이 국채를 대신 갚아야 할 수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작년 하반기 이후 적어도 통화정책이나 재정정책의 기조가 다소 확장적인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는 긴축정책이 경제를 위축시킨다는 것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2012년 유로존은 마이너스 성장을 했으며 위기의 무풍지대 같았던 독일의 성장세도 둔화되었다. 그 결과 금과옥조처럼 여겼던 긴축적 재정정책의 유효성을 부정하는 연구결과들이 최근 발표된 것도 또 다른 배경이다. IMF는 2012년 10월 9일, 세계경제전망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재정정책의 승수는 기존에 생각했던 것보다 매우 크고, 확장적 통화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재정긴축 정책은 경제를 더더욱 수렁에 빠뜨린다” 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작년 9월 발표된 ECB의 무제한 국채 매입(OMT) 조치 이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는 것도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이러한 배경 하에서 지난 5월 유럽연합은 긴축정책 완화를 공식 선언하였다. EU 집행위원회는 프랑스와 스페인에 대해서는 재정적자 감축 시한을 2년씩 연장했고,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은 1년씩 연장했다.

최근 박근혜 정부의 ‘증세없는 복지확대 공약’의 이행가능성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다시금 ‘남유럽은 복지확대로 재정위기를 맞았으므로 복지확대를 철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남유럽의 재정위기가 방만한 복지 때문이라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은 분명하다. 남유럽 재정위기는 상당히 복잡한 이유를 가지고 있으며 주로 통화통합의 메카니즘과 관련된다. 따라서 아전인수적인 해석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일 남유럽 재정위기로부터 어떤 교훈을 얻을 수 있다면 긴축적 재정정책이 야기할 수 있는 내수 위축, 경기 침체의 위험이 매우 크다는 점일 것이다. 위기 시에 내수 위축을 야기하여 실업자를 양산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은 없다는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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