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3:43 (목)
집권 초 민심이반 초래한 ‘세법 개정안 후폭풍
집권 초 민심이반 초래한 ‘세법 개정안 후폭풍
  • 마재광 기자
  • 승인 2013.11.08 13: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촛점은 법인세 강화, 고소득자&자본소득 과세확대…법인세율 인상, 대기업 법인세 비과세·감면혜택 조정시 세수 증가효과

세법 개정안 논란이 가열됐던 8월 중순, 한쪽에서는 복지예산의 삭감으로 복지정책의 유지확대가 점차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직접적인 발단은 경기도다. 경기도는 지난 8월 15일,내년 세입이 올해 목표보다 3000억원 감소하는데다 필수 법정예산은 늘어날 것으로 보여 5319억원의 예산을 감액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는데, 이를 위해 학생급식지원 460억원과 친환경농산물학교급식지원 400억원 등 무상급식 관련 도교육청 비법정경비 지원예산 860억원을 전액 삭감한다는 방침이 포함돼 논란이 커졌다. 또 국비 매칭사업을 재검토해 2238억원을 대응투자하지 않고, 시·군 보조사업도 재조정해 597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경기도 무상급식 복지예산 삭감, 우려가 현실로

지방자치단체 중에 무상급식 예산을 없애겠다고 한 것은 경기도가 최초다. 삭감하기로 한 예산 860억원은 올해 경기도 무상급식 전체 예산 7132억원의 12%에 해당한다. 나머지 금액은 도 교육청과 기초자치단체가 부담하므로 설혹 예산삭감이 이루어지더라도 무상급식이 전면 중단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한 차질이 빚어질 수는 있다. 한편, 이번 무상급식 예산삭감방침은 경기도가 중앙정부 재정지원을 이끌어내기 위한 압박수단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어 실제 실행될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듯 하다.

경기도의 이번 예산삭감방침 원인은 현재 장기화된 부동산 거래 침체로 세입이 목표에 크게 미달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크다고 한다. 경기도는 올해도 취득세 인하 등으로 세수결함이 45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9월 1차 추경에 4435억원을 감액편성할 예정이다. 감액추경은 IMF 위기를 겪던 1998년 이후 처음이라고 한다.

국채발행 800조원 초과, 늘어나는 나랏빚

재정난으로 어려움을 겪는 복지사업은 무상급식만이 아니다. 더 크게 논란이 있는 영역은 영유아 무상보육이다. 김문수 경기지사와 송영길 인천광역시장,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지난 6월19일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난을 언급하며 ‘무상보육 국고보조금 상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영유아보육법 개정을 중앙정부에 호소한 바 있다. 이들 3개 광역단체장은 공동발표를 통해 보육료와 양육수당을 지급하는 0~5세 영유아 보육사업 국고보조율을 서울은 현행 20%에서 40%로, 경기·인천 등 타 지자체는 50%에서 70%로 올리는 것을 요구하며, 영유아 보육사업의 안정적 시행을 위해 추후 전액 국비지원 사업으로 전환할 것을 건의했다.

▲ 서민·중산층 증세로 비난받은 세법 개정안 관련 사과인사?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월13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전날 박대통령의 ‘전면 재검토’ 지시에 이은 정부의 세법개정안 수정 발표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늘어나는 복지예산 감당부족 사태는 지방자치단체 뿐만 아니라 중앙정부도 마찬가지다. 정부가 보증하는 채권인 국채와 특수채가 급속히 늘어나는 상황이 이를 짐작케 한다. 금융투자협회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2013년 8월 중순 국채 발행잔액이 800조원을 넘어섰다.(그림1 참조) 국채가 456조4천억원, 특수채가 343조6천억원이다. 지난 2007년 말 395조원이었던 잔액합계가 올해 들어 배 이상 늘어났다. 채권 발행잔액은 곧 나라가 갚아야 하는 빚이고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하는 짐인데, 이 나랏빚이 6년 사이에 두 배 넘게 커진 것이다. 전문가들은 쓸 돈은 많지만 거둘 수 있는 세금이 적은 정부가 국채를 통해 재원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한다.

요지부동 ‘증세없는 복지’

상황이 이러한데, 박근혜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바로 ‘증세없는 복지’이다. 현실적으로도 관철하기 어렵고 논리적으로도 모순인 정책방침이다. 더군다나, 현 정부는 같은 당인 전임 이명박 정부때 시행한 종합부동산세 대폭 후퇴, 법인세와 소득세율 인하 같은 부자감세로 세수감소의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정책집행과 국가 운영을 위한 세수부족은 더욱 심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증세없는 복지’슬로건은 ‘증세없는 세법개정’이라는 청와대의 가이드라인으로 귀결되었고 그에 따른 결과물이 정부가 지난 8월 8일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세제발전심의위원회를 열어 발표한 ‘2013년 세법개정안’과 ‘중장기 조세정책방향’이었다.

직접 세율을 올리거나 세목을 신설하지 않고 세수확대를 하려는 정부 입장에서 결국 소득세 산정시의 근로자 소득공제를 세액공제 방식으로 전환했다. 이렇게 하면 연간 근로소득 3450만원을 넘는 근로자 434만명은 세금을 더 내야 한다. 전체 근로자의 상위 28%다. 세제 개편안에 따르면 고소득층에 유리한 기존 소득공제를 세액공제로 전환하면서 고소득층의 세 부담이 더 늘게 되지만, 연간 총급여 3450만~7000만원 사이의 중산층 부담 역시 연간 약 16만원 정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세법 개정안 결국은 ‘서민 중산층 증세’

세법 개정안에 대한 여론과 언론, 야당의 반발은 즉각적이었다. ‘샐러리맨만 봉’, ‘사실상의 서민증세’, ‘서민과 중산층의 세 부담만 가중’ 등의 비난이 쏟아졌고, 민주당은 ‘세금폭탄’이라는 말까지 사용했다. 심각한 민심이반에 박근혜 대통령도 개정안 발표 나흘만인 12일 “서민과 중산층의 가벼운 지갑을 다시 얇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지시 하루만인 13일 기재부는 문제가 된 세 부담 기준선을 당초 연 소득 3450만원에서 5500만원으로 상향조정하는 것으로 논란은 일단락되고 성난 민심도 다소 잦아든 모양새다.

상황은 수면 아래로 잠시 가라앉았지만, 이번 세법 개정안 논란의 시작과 끝을 지켜본 국민들의 기분은 개운치가 않아 보인다. 두 가지 사실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첫째, 박근혜 정부가 자기 지지기반인 보수층과 기득권층의 희생을 별로 염두에 두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초 개정안이 부자감세나 대기업 감세에 대한 반성이나 개선없이 일반적인 ‘국민 전체 증세’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확대해석하면 ‘노블리스 오블리제’의 상실로도 보여진다. 두 번째는 현 정부의 대선공약이자 집권 후 약속인 ‘증세없는 복지’가 현실성 없는 것이며 현재 복지정책의 유지나 더 나은 복지확대를 위해서는 증세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의 확인이었다. 이 두 가지는 사실 정부 정책집행의 진정성과 신뢰성의 핵심사안이다. 아직 집권 초반인 박근혜 정부로서는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소득세 추가 부담 기준선이 당초보다 상향조정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으로 판단하는 국민들은 아마 소수일 것이다. 일시적 미봉책일 뿐이며 앞으로의 정부대책이 중요하다는 게 일반적인 여론이다. 이번 세법 개정안이 단순한 비판 여론을 넘어 ‘집권 초, 정책의 진정성과 신뢰성 상실’이라는 민심이반으로 이어진 결과는 남은 긴 임기동안 현 정부의 큰 짐이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세법 둘러싼 갈등과 논란속 의미있는 성과

세법 개정안이 빚은 갈등과 논란의 와중에 의미있는 성과도 있었다. ‘바람직한 증세방안이 무엇인가’에 대한 모색이 사회적으로, 대중적으로 꽤 진전되었다는 점이다.

강병구 인하대 경제학과 교수는 세법 개정안에 대해 “박근혜 정부가 제시한 여러 가지 복지공약은 도입해야 할 복지제도이고 재원 조달을 위해선 증세가 필요하다. 문제는 증세 방식이다. 고소득자와 대기업에 부담을 지우면서 동시에 중산층에게도 일부 요구하는 방식이면 이렇게까지 반감은 크지 않을 것이다. 비과세 축소나 근로소득세만 건들고 법인세나 금융거래세는 놔두고, 최근에는 국토교통부에서 취득세를 영구폐지하는 대신 부가가치세 인상 이야기가 나오니 반감이 더 커졌다. …… 고소득 집단이 상응하게 소득세를 보완하고, 법인세의 실효세율을 올리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또 복지재원 마련을 위해 경제주체 모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나야 한다는데 대해 공감하면서도 특히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오윤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근로소득 과세에 앞서 주식양도차익 과세 강화 등 금융소득을 포함한 자본소득에 부담을 늘리는 게 순리”라며 “이자·배당소득 원천징수 세율을 올려야 한다. 현재 원천징수세율 14%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낮고, 역대 정부에 비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대기업과 고소득자의 세 부담을 늘리는 것이 우선 순위이고 동시에 금융소득을 포함한 자본소득에 대한 과세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각각의 증세 방안의 구체적 내용과 함께 세수 증가 실태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도록 하자.

세수확대 위한 법인세 강화방안 세 가지

이중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 가장 많이 언급되는 증세방안은 법인세 강화(인상)이다. 법인세율 강화 주장은 두 가지 측면에서 설득력이 크다. 우선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의 소득은 높은 성장률을 기록한 반면 개인의 소득은 계속 5% 전후의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대비 2011년 법인의 가처분소득은 532.9% 늘어난 반면 개인의 가처분소득은 86.4% 늘어나는 데 그쳐, 대기업의 세 부담 여력이 많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법인세율 인상은 전임 정부에서 무리하게 인하한 법인세율을 정상화하는 것이므로 명분도 있고, 국민적 공감도도 크다고 보여지기 때문이다. 법인세 강화의 방안은 세 가지인데, (1) 법인세율 인상 (2) 법인세율은 그대로 둔 상태에서 최저한세율 인상 (3) 법인세에 대한 각종 비과세·감면 혜택 축소이다.

<표1> 민주당 추진 주요 세법개정안

고소득자

대기업

내용

연소득 1억 5000만원 이상

소득세율 38%로 상향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 기업

법인세율 25%로 상향

세수증대 효과

연 7059억원

연 3조 4992억원

우선 법인세율 인상안으로 많이 제기되는 안은 현행 법인세 3단계 과표구간(▲2억원 이하 10% ▲2~200억원 20% ▲200억원 초과 22%)를 조정, 영업이익이 많은 대기업 대상으로 과표 500억원 초과 법인세율만 25%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이다. 민주당도 이 방안을 당론으로 추진중인데, 세수 증가액은 영업이익 500억원을 초과하는 대기업의 법인세율을 현행 22%에서 25%로 높일 경우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연평균 3조4992조원규모이다. 이런 규모의 세수 증가액은 이번 세법개정안으로 얻는 5년간의 세수 효과 2조4900억원보다 훨씬 많다. 2011년 국세통계연보를 보면, 영업이익 500억원 초과 기업은 364개로 전체 법인 46만개의 0.33% 수준이다.

최저한세율 인상해야

두 번째,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방안을 살펴보자.

최저한세율이란 기업들이 각종 비과세, 감면, 공제 등을 통해 세금이 깎이더라도 반드시 내야 하는 최소한의 세율을 말한다. 즉 각종 공제와 감면혜택을 통해 세금을 전혀 내지 않는 경우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2013년 기준 중소기업의 경우 최저한세율이 7%이고, 대기업은 과표 구간별로 10~16%이다.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을 주장하는 근거는 현재 우리나라 법인세 실효세율이 명목세율에 비해 매우 낮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현행 법인세 명목세율이 과표 2억원 이하인 경우 명목세율은 10%이지만 2011년 기준 평균 실효세율은 7.3%에 불과하다. 또 2억~200억원, 200억원 초과 구간은 각각 실효세율이 14.6%, 17.4%로 명목세율 20%, 22%에 비해 낮다. 특히 과표가 200억원을 넘는 대기업도 명목세율과 비교해 4.6%포인트의 세감면 효과를 보고 있다. 과표 200억원 이상의 기업이 낸 법인세가 2011년 기준 27조7000억원이므로 최저한세율 조정(인상)을 통해 상당한 세수 증대가 가능한 것이다. 즉, 최저한세율을 인상해 실효세율을 끌어올려 증세 효과를 기대하는 방안이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8월15일 ‘2014년 재정운용 방향 및 주요 현안’ 보고서를 통해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에 따른 세수 증가 추이를 내놓았다.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법인세 과표 100억원 초과~1000억원 이하 구간의 최저한세율을 12%에서 13%로, 1000억원 초과 구간의 경우 16%에서 17%로 올리면 2014년부터 향후 5년 동안 1조6106억원의 세수를 추가로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표2 제1안 참조). 만약 100억원 초과 구간에 대해 최저한세율을 2%포인트 상향조정한다면 내년부터 5년간 3조2211억원의 세수가 늘어나게 된다.

대기업 법인세 감면액 너무 많아

법인세 강화의 마지막 세 번째는 기업들에게 주어지는 각종 비과세와 감면 혜택을 축소정비하여 세수 확보를 하자는 주장이다. 이렇게 하면 법인세율이나 최저한세율을 인상하지 않더라도 위에서 언급한 법인세의 명목세율 대비 낮은 실효세율을 올리는 효과가 생겨 세수 증가가 기대된다는 분석이다.

법인세 비과세·감면 혜택중 조세특례제한법에 따라 최저한세율의 적용을 받지 않는 부분이 있다. ▲R&D비용 세액공제 ▲해외자원개발투자 배당소득 비과세 ▲수도권과밀억제권약 밖 이전 중소기업 감면 ▲수도권밖 이전 공장·본사 기업 감면 ▲영농·영어조합법인 감면 ▲외국인투자 법인세 감면 등인데, 2011년 법인세 신고기준으로 이 부분의 감면금액은 모두 합쳐 1조9820억원에 이른다. 이중 대기업 감면 금액이 50%에 이른다.

최저한세에 적용되는 비과세 감면 혜택도 너무 많은 부분이 대기업에게 돌아가므로 축소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례로 2011년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를 통한 세감면액은 2조6690억원이고, 이 중 89.3%인 2조3834억원이 대기업의 몫으로 돌아갔다고 한다. 또한 공제 규모가 큰 부분인 연구인력개발세액 공제로도 국내 기업들은 올해 2조 7천억원의 세금을 감면받았는데, 이중 60%인 1조 6천억원이 대기업 몫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세액공제는 당초 취지가 자본력과 경쟁력이 취약한 기업에 대한 R&D우대정책인데, 세계시장을 상대로 자체적으로 연구개발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대기업들에게 까지 공제혜택을 계속 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만약 이 같은 세금감면을 중소기업에게만 한정한다면 연간 1조 6천억원의 세수확보로 이어질 수 있다.

이상 위에서 언급된 부분의 법인세 감면 혜택중 중소기업은 제외하고, 대기업에게만 혜택적용을 배제하더라도 년간 4조원 가량의 법인세가 세율인상없이 추가 확보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참고로 국세청의 2011년 법인세 전체공제감면 현황을 보면, 법인세 47조2502억원 가운데 총 감면세액이 9조3314억원이었다. 내야 할 세금의 20%를 각종 비과세·감면을 적용해 깎아준 것이다. 특히 자산 5조원 이상의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재벌)의 감면액만 5조4631억원(58.5%)에 이른다.

소득세율 최고구간 확대 및 세율 인상

우리나라 현행 소득세율은 과표기준 1200만원 이하 6%, 1200만원 초과~4600만원 15%, 4600만원 초과~8800만원 24%, 8800만원 초과~3억원 35%, 3억원 초과 38%이다. 이 세율에 따른 소득세의 국내총생산 대비 세수 비중은 2010년 기준으로 3.6%이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인 8.4% 절반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림4 참조)그리고 전임 이명박 정부때 실시한 소득세 인하로 2009년 이후 5년간의 소득세 세수축소분이 무려 23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런 점을 근거로 세법 전문가들은 소득세의 전체적 손질과 인상을 통한 증세가 상당히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소득세와 관련한 더 큰 문제는 소득 상위계층이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점 높아지는 반면, 실질 세금부담률은 반대로 낮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림3>소득상위 10%의 소득 비중 및 실효세율(각종 공제 이후 실질 세부담) 변화 추이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소득비중은 2007년 25.5%에서 2010년 27%로 늘어난 반면, 실효세율은 같은 기간 8.6%에서 7.2%로 오히려 떨어졌다. 각종 비과세 감면 혜택이 고소득층에게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소득세를 통한 세수확대를 추진할 경우, 전체 근로소득자를 대상으로 하기 보다 우선 소득상위계층의 세 부담을 올리자는 방향이 설득력을 갖는다.

상위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방안으로는 소득세 과세표준 최고구간을 조정하자는 주장이 일반적이다. 민주당은 현재 당론차원에서 소득세법 수정대안을 발표했는데, 구체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38%)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을 현행 3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내리자는 것이다. 이렇게 바뀔 경우, 소득세율 인상없이 최고구간 세율 38% 납세자가 증가하는데, 전체 근로자의 0.5%인 약 8만3000여명의 고소득 근로자에게 약 7000억원의 소득세 증세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됐다.

소득세율 최고구간과 세율을 조정하는 방법도 있다.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8%에서 42%로 높이고, 현재 5단계인 종합소득세 과표구간 중 상위 2구간인 8800만원 초과~3억원 이하, 3억원 초과의 과세표준을 8800만원 초과~1억2000만원 이하, 1억2000만원 초과로 각각 수정하면 연간 1조3000억원의 세금을 추가로 걷을 수 있다고 한다. 세율 인상과 관련해서는 소득 상위 0.01%인 5억원 초과 소득분에 대해서 45%의 소득세율을 부과하자는 ‘슈퍼부자세’도 공론화 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주식양도차익’ 과세 필요성 커져

마지막으로 자본소득 과세강화를 통해 세수를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 중 논란이 큰 것이 ‘주식양도차익 과세’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상장주식을 사고팔 때 0.3%의 세금을 부과하지만 양도차익소득에 대해선 따로 세금이 붙지 않는다. 다만 지분 2% 이상, 또는 보유금액 1 50억원 이상 대주주의 양도차익에만 20·30%를 과세하고 있다. 이같은 주식 양도소득 비과세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만큼 소액주주도 양도세를 내야 한다는 지적이 꾸준히 있어 왔다. 하지만 소액투자자의 주식 양도차익에 세금을 매길 경우 증시 침체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정부는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대만의 경우 1989년 주식 양도세 도입을 발표한 후 주가가 30% 가까이 급락해 1년 만에 과세를 철회하기도 했다.

주식양도차익 과세와 관련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지난 5월 9일 ‘소액주주 주식양도소득세 도입방안 및 세수효과분석 보고서’를 내고 주식시장의 성숙도와 과세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소액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에 대한 양도소득세(자본이득세)를 부과해도 무리가 없다고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보고서는 “유가증권시장은 최근 15년간 매년 20.4%씩 지속적으로 성장해 지난해 1263조원으로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99.3%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비교적 고소득층일수록 더 많이 발생하는 주식양도차익에 대해 면세하는 것은 수직적 불공평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도입 초기의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연간 3000만원을 초과하는 양도소득에 한해 10% 세율(장기보유 시 5%)로 과세하되 거래세율은 현행 0.3%에서 0.25%로 인하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이 경우 작년 기준으로 양도차익이 3000만원 미만인 대다수 소액주주의 세 부담은 평균 15만원씩 경감되는 반면 전체 세수는 현행 세법에 비해 1조원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정책처는 “이 같은 과세 방안이 정착된 후에는 과세 기준액을 1000만원까지 점진적으로 인하해 과세대상을 확대한 후 세율을 20%까지 인상하면서 낮은 거래세를 존속시키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고 밝혔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