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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 이상구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운영위원장·예방의학 전
  • 승인 2013.12.16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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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간 14.3조원 추가 투입하면 건강보험 보장성 획기적 개선…간병, 병실차액, 선택진료 3대 비급여와 민간보험 부담 없애야

국민의 정부시기에 단행된 건강보험 통합으로 건강보험 관련 발전은 1단계가 마무리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법이 제정되고 통합건강보험공단이 출범하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설립되어 건강보험의 조직과 운영 체계가 정비된 것도 전국민 의료보험으로 자리잡은 구체적인 근거가 될 것이다. 이제 건강보험은 지금까지의 양적인 확대를 넘어 질적인 성장을 해야 하는 2단계의 발전을 앞두고 있다.

노인의료비 급증, 만성질환 확대 등 의료환경 변화 커

잘 알려진 대로 우리나라는 이미 전체 인구의 7%가 노인인 고령화 사회를 넘어, 2018년이면 전체 인구의 14%인 고령사회, 2026년이면 20%를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다른 선진국들의 경우와 같이 노인 인구의 월 평균 진료비가 64세 이하의 인구에 비해 2배 정도 높은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며, 전체 인구의 11%를 차지하고 있는 노인들의 의료비는 전체 진료비의 33.3%를 차지하고 있는 등 고령화로 인한 의료비 증가는 이미 현실이 되어 버렸다.

거기에 전염병이나 각종 사고로 인한 질환은 줄어들고 있지만 여러 가지 만성질환들이 증가하면서 질병의 이환율 뿐 아니라 유병율이 동시에 증가하고, 만성질환으로 인한 합병증 환자도 증가하는 등 질병 양상이 바뀌고 있다. 이제는 국민들의 의료에 대한 경제적 접근성이나 지리적 접근성 제고는 상당 부분 달성되었으나 새로이 의료 서비스의 질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지금까지의 질병관리 서비스를 넘어 질병 예방 서비스, 건강증진서비스, 건강관리서비스 등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욕구도 현실화되고 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새로운 요구에 부응하는 것과 동시에, 민간병상 중심의 공급체계, 행위별 수가제로 인한 비용 절감 구조의 부재, 높은 약가 비율과 종별 배치의 불균형 등 의료계의 구조적인 문제까지도 동시에 개선하지 않으면 의료비가 우리나라의 성장의 발목을 잡는 또 하나의 폭탄이 될 위험이 매우 높아졌다. 다행히 우리나라의 국민의료비 수준은 GDP의 7.4%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어 미국의 17% 수준이나 OECD 국가의 9%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현재의 구조를 방치해 둘 경우에 의료비가 증가하는 것을 넘어, 많은 비용을 지출하고도 효과가 나지 않는 비효율적 시스템으로 자리잡을 우려가 크다.

▲ 지난 6월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복지국가소사이어티 등 관련단체 회원들이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3대 비급여 포함 모든 병원비 해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제공=뉴시스
마치 대학설립 준칙주의에 의해 사립대학의 무분별한 증설 허용이 전체 고등학교 졸업생의 80% 이상이 대학으로 진학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진학률과 동시에 등록금 1,000만원을 지출하고도 대학 교육의 질이 담보되지도 않고 취업을 보장하지 못하는 낭비적인 고등교육 제도를 만들어 낸 것처럼, 건강보험도 적절한 역할과 발전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국민들에게 해가 될 우려조차 있다. 특히 지난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시기부터 시작된 수도권의 상급종합병원의 증설은 KTX의 효과와 맞물리면서 지방 환자들의 수도권 집중과 더불어 지방 병원들의 몰락을 가져왔고, 전체적으로 의료비 급등을 야기하는 사태로 발전한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역할을 하지 않아서 발생한 정책 실패의 사례로서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보편적 복지 등 복지정책 요구도 커져

우리나라 의료의 구조적인 문제는 약가 정책이나 의료인력 양성 정책, 건강보험 수가 정책 등 한 두 가지의 방안을 잘 세우는 것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리면서 인구구조의 변화와 산업 구조의 변화, 노동시장의 변화와 질병 양상의 변화를 다각도로 점검하는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 공급체계, 인력 양성체계, 건강보험체계 등을 동시에 개혁해야 효율적인 시스템 구축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지난 2010년 지방선거 이후 보편적 복지가 사회적인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무상급식에 대한 주민 투표가 마침내 서울시장을 교체하였다. 이어진 민주당의 전당대회와 새누리당의 창당으로 “복지국가” 정책이 양대 정당의 당헌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국회의원 총선에 이어 대통령 선거의 주요 이슈가 복지국가 정책을 어떻게 잘 할 것인가로 바뀌는 등 패러다임의 변화가 사회 각 부분에서 일어났다. 이러한 경향은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 박정희 정부 이래로 계속되어온 토목과 건설을 중심으로 하는 경제성장 정책이 일자리 창출을 중심으로 하는 복지국가 정책으로 변화되는 큰 변화의 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 당시 문재인 후보는 모든 의료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한데 대해 박근혜 후보는 4대 중증질환부터 국가가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하여 당선됐다. 이제는 의료 정책도 이러한 새로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하는 의료 공급과 재원 조달체계의 정립 등 근본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할 시점이다.

건강보험 본인부담과 민간보험료 부담 심각

“4대 중증질환의 국가 보장”이 대통령 공약으로 제시된 배경은 너무나 명확하다.

대통령 공약집에 기술된 대로 우리나라의 건강보험 보장률은 OECD 30개 국가 중 27위이고, 중증질환은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건강보험 비급여가 많아 환자의 진료비 부담이 심각하므로 이를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은 국민건강보험에 보편적 방식으로 법정 가입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의료비 불안에 시달린다. 보장성의 부족으로 의료서비스 이용 시점에서 지불해야 할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서 국민건강보험이 있음에도 자구책으로 대다수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보험연구원이 2009년 3월 발표한 『2009년 보험소비자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전체 가구의 81.4%, 20세 이상 성인의 69.8%가 민간 질병보장보험에 가입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보험회사에 납부하는 민간의료보험료도 월 평균 10만원을 넘는다. 이는 2008년도 국민건강보험 1인당 월평균 자가 부담 건강보험료 3만 2천원의 3~4배에 육박하는 금액으로 대다수 국민들이 민간보험료의 부담에 시달리고 있다.

따라서 대통령의 공약은 우선 현재 75% 수준인 4대 중증질환(암, 심장, 뇌혈관, 희귀난치성 질환)의 보장률(비급여 부문 포함)을 2013년 85%, 2014년 90%, 2015년 95%, 2016년 100%로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와 더불어 현재 1년 동안의 총 본인부담 급여대상 진료비가 건강보험료 하위 50% 계층은 200만원, 중위 30% 계층은 300만원, 상위 20% 계층은 4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한 본인부담 금액을 국민건강보험에서 부담하고 있으나 이것을 소득수준에 따라 10등급으로 구분하여 실질적으로 본인 부담을 완화하겠다는 것이다. 즉 본인부담 상한제를 최하위 소득계층부터 50만원, 다음은 100만원, 이런 식으로 해서 최고 소득계층에서는 500만 원을 상한으로 정하여 대상자의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하여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것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의 의료보장 분야 대선 공약은 실제로 현실화하기 어려운 중대한 결함을 가지고 있다. 대통령 후보 TV토론에서 ‘심장은 되고 간은 안되는 것입니까?’ 라는 논란을 불러왔던 바로 그 공약이다. 실제로 질병별로 구분하여 보장성을 달리 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지 않고, 장기별로 명확히 나누어지기도 쉽지 않다. 또한 이 공약은 결과적으로 실행이 되어도 현재의 상태에서는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향상 정도도 매우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가족 중 누구라도 병원에 입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대부분의 입원 질환에는 상당한 비용부담이 따른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은 4대 중증질환의 보장성 강화만을 약속하고 있다. 아무리 비용부담이 큰 질환이라도 4대 중증질환에 포함되지 않으면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의료보장 정책을 이렇게 질병 중심으로 몰아가는 나라는 전 세계 어디에도 없다. 질병이 개개인이 알아서 선택하는 것이 아닌데 그에 대한 보장을 질병별로 선별해서 하는 것은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4대 중증질환보다 비용부담이 큰 다른 질환들을 차별해선 안되는 것이다.

‘4대 중증질환 국가보장’ 국민 체감 실효성 낮아

정홍원 총리를 위원장으로 관련 10여개 부처 장관들이 참여하여 대통령 공약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밝힌 제2차 사회보장위원회의 공약 추진의 세부 내용을 살펴보면 “역시나” 하는 실망감을 금할 수 없다. 즉 그대로 모두 실행되기도 쉽지 않지만 실천이 되어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국민들에게 실제로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첫째, 4대 질환에 대해서만 보아도 보장성 확대의 실효성이 낮다. 보건복지부는 급여확대의 대상이 되는 4대 중증질환자 159만 명이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 항목의 규모가 연간 1.5조원(2013년) 정도라고 추정했다. 그러나 이는 개별 항목마다 연간 3조원 규모로 실질적으로 국민들에게 가장 큰 부담이 되는 간병비, 병실 차액료, 선택진료비 등 3대 비급여 항목을 제외하고 발표한 수치이다. 즉 분모를 축소하여 발표한 통계적 한계가 있다. 따라서 실질적으로 얼마만큼의 부담 경감이 되는지를 볼 수 있는 연도별 재원 투입계획을 보면 올해 3,000억 원을 시작으로 최대 연간 7,5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참고로 지난해 선거를 앞두고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통과시킨 65세 이상의 노인 보철을 포함하는 급여 확대 계획의 소요재정이 연간 3조원이었다.

법정 본인부담금을 포함한 우리나라의 연간 건강보험 급여의 규모가 43조원 수준이므로 5년간 합산금액은 215조원이므로 5년간 약 9조원 정도를 투입한다는 것은 현재의 기준으로 보아도 전체 소요재정의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계획대로 매년 7,500억 원을 더 투입한다고 하여도 실질적으로 전체 국민들이 의료비 부담의 경감을 체감하기에는 너무나 미흡할 수 밖에 없다. 거기에 현재에도 매년 6,100억을 환자들이 내는 법정 본인부담에 대한 지원 대책도 이번 발표 내용에는 들어 있지 않다.

질환에 따른 보장급여 차별성 문제도 야기

둘째, 4대 질환자가 아닌 분들에 대해서는 여전히 대책이 없다. 어느 나라에서도 질환의 종류를 중심으로 건강보험의 급여여부를 차등하는 나라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 이유는 질환 자체가 개인의 잘못이 아니므로, 질환의 종류로 급여를 차등하는 것이 인권이나 철학적인 측면에서도 문제가 있고, 실제로 시행하는 과정에서 질환으로 환자를 분류하기가 쉽지 않는 실무적인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은 위나 간 등 개별 장기들의 조합이 아니고 전체로서의 유기체이기 때문에 특정 장기의 질환을 중심으로 구분하기가 쉽지 않다는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심근 경색 때문에 운동을 못해서 악화된 당뇨병에 대해서는 급여를 어떻게 할 것인지, 위장 질환과 동반된 폐암에 대해서는 어디까지를 급여할 것인지, 간 경화를 치료하는 과정에서 생긴 뇌경색은 급여를 할 것인지 등의 실무적인 문제가 항상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간경화에 걸린 것이 환자나 그 가족의 잘못이 아닌데 옆 침대에 누워있는 뇌졸중 환자는 건강보험에서 급여가 되는데 간경화 환자는 급여의 대상이 되지 않아 여전히 높은 본인부담을 감수해야 한다면 간경화에 걸린 환자는 그 차별을 수용할 수 있을까? 실무적으로 건강보험공단에서 급여의 세부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고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하는 기준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이의제기와 소송들이 발생할 것이다. 대통령 공약이었다고 하여 무조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정책을 그대로 시행해야 한다면 어느 누구도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이 정책으로는 전체적으로 국민들의 민간보험료 부담을 경감시키는 데에는 기여하지 못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모든 의료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겠다는 공약이 출현한 이유는 중증질환에 걸리면 과다한 치료비로 부담이 된다는 이유도 있지만,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이 너무 낮아 국민들이 매년 22조원에서 최대 28조원에 이르는 민간보험을 납부하고 있어 가계에 부담이 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현재 발표된 정책으로는 국민들이 민간보험을 탈퇴할 수 있는 정도의 보장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소위 말해서 이번에 발표된 정책은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30% 만 이해하고 있는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역으로 기존의 민간보험회사들에게는 매우 안심을 주는 정책이 되어 버렸다.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투표한 3,000만 명의 유권자들은 4대 중증질환부터 단계적으로 보장하자는 공약에 찬성한 52%와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여 의료비 부담 뿐 아니라 민간보험료 부담까지 경감해 주는 정책에 투표한 48%의 국민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제 선거를 통해 합법적인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되었으므로 나머지 48%의 국민들을 포용하기 위해서라도 4대 중증질환만 보장하겠다는 공약을 문구 그대로 지키기 보다는 국민들의 여망을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수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3대 비급여 항목 대책과 보장률 상향이 합리적 접근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공약의 실현으로 인해 현재 76% 수준인 4대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율이 82~83% 수준으로 6~7%포인트 정도 높아진다고 설명하였다.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 100% 보장하겠다는 것을 지키지 못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이 정책으로는 국민들의 기대치와는 너무나 차이가 나기 때문에 국민들이 “속았다”라는 느낌을 갖게 된다는 것이 더 큰 문제다.

신뢰를 가장 큰 장점으로 하는 대통령께서 신뢰를 지키지 못하면 이후의 국정 운영이 어려워지고 국민들이 힘들어지고 대한민국이 혼란스럽게 될 것이다. 물론 올해 연말까지 3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도 대책을 발표한다고 하니 좀 더 기다려 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단순히 대통령의 공약의 문구에 치중하지 말고 공약의 취지를 제대로 살려내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예를 들어 4대 중증질환에 국한하지 말고 전체적으로 62% 수준인 보장성을 임기 내에 70% 수준으로 올리는 방향으로 내용을 채우는 합리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굳이 공약의 문구를 지키고 소득 계층별로 차별하는 맞춤형 복지를 시행하겠다면 차라리 유명무실한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내실화하여 국민들의 실질적인 부담을 경감시키는 방향으로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다.

‘모든 병원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방안과 예산확보책

2010년 시민운동으로 출범한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줄곧 국민건강보험료 더 내기 운동을 해왔다. 현재 우리가 내고 있는 건강보험료, 사용자(기업) 부담 건강보험료, 정부의 국고지원 등 국민건강보험 재정 부담의 3주체 모두가 지금 내는 건강보험료 보다 더 부담하고, 이렇게 마련된 재정으로 OECD 국가들 평균 수준의 보장성을 달성하자는 것이다. 2014년 기준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확충 내역’은 다음과 같이 다섯 가지이며, 이를 실천하기 위해서는 연간 14.3조원의 소요재정이 필요한 것으로 계산하였다.

첫째, ‘입원진료 보장률 90%’ 달성을 위한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차액을 포함한 입원 분야의 비급여 진료에 전면적으로 건강보험을 적용하는 데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7.8조원이 필요하다. 둘째, ‘연간 본인부담 의료비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하는 데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3.9조원이 필요하다. 셋째, ‘간병의 급여화’에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1.1조원이 필요하다. 넷째, 노인틀니, 치석제거 급여 확대 등 ‘치과진료 분야’의 보장성 강화에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1조원이 필요하다. 다섯째, ‘의료사각지대의 해소’: 최하위 5% 소득계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면제, 하위 5~15% 계층에 대한 건강보험료 무이자 대출, 중소영세사업장 사용주 부담 보험료 50% 지원에 소요되는 재정으로 연간 0.5조원이 필요하다.

이러한 ‘건강보험 하나로’ 정책의 실현을 위한 ‘구체적인 소요재정(14.3조원) 확보 방안’은 다음과 같다. 먼저, 국고지원의 사후정산제 시행과 건강보험료 수입 증가로 인한 국고지원 증액분이 3.6조원으로 추가 확보 재정의 25.4%를 차지한다. 다음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한 사용주 부담 추가 보험료 수입이 4.0조원으로 추가 확보 재정의 27.6%를 차지한다. 그리고 건강보험료 부과체계의 개편과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인해 소득상위 30% 국민이 부담하는 추가 보험료 수입이 4.4조원으로 추가 확보 재정의 30.4%를 차지한다. 마지막으로, 건강보험료율 인상으로 전체 국민의 70%가 부담하는 추가 보험료 수입은 2.4조원으로 단지 16.6%를 차지하는 ‘공정하고 연대적인’ 방식인 것이다. 즉, 소득계층 상위 30% 국민, 사용주, 그리고 정부가 추가로 부담하는 부분이 늘어나는 전체 건강보험 재정 14.3조원의 약 85%를 차지하게 되는데, 그 분포는 <그림1>과 같다. (<그림1> - 9월호 52p 참조)

민간보험 필요없을 정도의 보장성 강화 필요

지난 8월 8일 발표된 박근혜 정부의 조세 개편 방안은 부자 감세를 철회하는 내용이 없는 것도 문제이지만 공약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재원 마련 방안이 없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발표된 원안대로 연간 2.4조원의 예산을 추가로 확보한다고 하여도 실제로 증가하는 전체 예산의 규모는 4년간 10조원이 안되어 기초노령연금 공약 하나도 지키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 부분에서도 여전히 이들 공약에 소요되는 재원조달 방안으로 보험료 인상 없이 누적적립금을 활용하거나, 지출 구조를 조정해서 마련하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은 차라리 일정 정도의 건강보험료를 인상하더라도 제대로 의료보장을 받기를 바란다. 그리고 매달 세금같이 꼬박 꼬박 나가는 민간보험료를 내지 않아도 될 정도의 보장성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모든 ‘의료비를 건강보험 하나로’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 다수 국민들의 여망인 것이다.

물론 의료제도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복잡하게 얽힌 의료계의 이해관계로 인해 현재의 체계에서 큰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또 다시 의약분업 때와 같은 큰 사회적 혼란이 초래될 우려도 있다. 민간 의료 중심의 의료 공급체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공공의료도 확충해야 하고, 행위별 지불제도를 바꾸는 것도 시작하여야 한다. 의료 인력 양성체계와 약가를 적정화하기 위한 관리도 시작하여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들을 모두 가능하게 하는 가장 중요한 변화는 의료보험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것이고, 이 과정에서 다른 세부적인 개혁 방안을 추진해야 우리나라의 의료체계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바뀔 수 있다.

어느 정당이 집권당이 되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해야 할 사명이 있다. 어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시대적인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 국민들을 위해 도움이 될 것이다. 지난 이명박 정부에서는 건강보험 제도에 대해서는 역사적 사명을 다하지 못하였다는 것이 명확하다. 또 다시 박근혜 정부에서 까지 그러한 시대적 과제를 등한시 한다면 이로 인한 의료비 증가와 의료체계의 왜곡은 수십 년 동안 국민들의 부담으로 귀결될 것이다. 우리나라 사회보험제도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건강보험제도는 이제 제2의 발전을 요구하고 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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