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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질병인정 확대해야
업무상 질병인정 확대해야
  • 원종욱 본지 편집기획위원·연세대 의대 교수
  • 승인 2013.12.19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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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은폐 빌미되는 요양급여 대기기간과 비급여 개선 시급…후유치료비 지원과 질병휴업급여 보장성 강화도 필요

산재보험의 목적은 ‘근로자의 업무상의 재해를 신속하고 공정하게 보상하며, 재해근로자의 재활 및 사회 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재해로 인한 소득 상실에 대한 현물 보상과 신체손상에 대한 치료를 통한 사회 복귀로 구분할 수 있다. 산재 근로자에게는 경제적 보상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산재 환자의 입장에서 보면 잘 치료 받아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는 것이 더 중요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산재 환자의 입장에서 산재보험 및 산재 의료제도와 관련한 문제들을 다루고자 한다.

인정범위는 좁고 기준은 엄격한 산재 보험

우리 나라의 산재보험은 문턱이 너무 높다. 우리나라의 산재환자는 매년 10만명이 조금 못된다. 그런데 인구 3천500만명으로 우리나라 보다 조금 작은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2011년 산재환자는 약 53만명이었으며, 인구 8천 100만명인 독일은 2010년 95만명이었다. 이들 국가와 제도적인 차이가 있다고 해도,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문턱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문턱이 높은 이유는 업무상 질병에 대한 인정 범위가 좁고, 인정 기준이 너무 엄격하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 직업병으로 인정되는 암의 종류가 확대되었지만, 암은 발생률이 낮기 때문에 업무상 질병을 확대하는 효과는 미미할 것이다. 미국이나 독일이 우리나라보다 산재가 많은 것은 근골격계 질환이나 피부질환을 광범위하게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산재보험의 문턱을 실질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업무상 질병 중 차지하는 비중이 큰 근골격계 질환 등을 포괄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들은 물론이고, 일반 국민들 나아가서 근로자 스스로도 근골격계 질환이 직업병이라는 것에 대해서 회의적으로 생각하는 부분이 있다. 근골격계 질환은 업무와 관련되어 나빠질 수도 있지만 개인적 특성이 있어서 직업병으로 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또한 일을 하다보면 조금 아플 수도 있는데, 그것을 모두 직업병으로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 특수고용노동자 산재보험 즉각 전면 적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모습(2011년 9월 19일) 제공=뉴시스
일반적으로 근골격계 질환은 업무 뿐 아니라 개인 생활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하지만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근로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업무 관련성이 더 크다. 일반적으로 직업병은 직업이 원인이 되어 발생하는 것 뿐 아니라 직업으로 인해 악화되는 것도 포함한다. 근골격계 질환이 발생하기 쉬운 개인적 성향이 있거나 과거에 다친 경험이 있다고 하더라도 직업으로 인해 더 악화되었다면 직업병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 따라서 근골격계 질환은 인과관계를 엄격히 따지기 보다 사생활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판단에 근거해 포괄적으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잘못된 산재 요양급여 대기기간

근로자가 일을 하다가 다치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근로자는 회사에 보고하고, 병원에 가서 치료 받으면서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요양신청을 한다. 산재요양이 승인되면, 근로복지공단은 치료비 전액을 의료기관에 지급한다. 물론 근로자에게는 치료 받는 동안 발생한 휴업에 대한 휴업급여와 치료 후 남는 장애에 대한 장해급여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산재보험에서는 4일 이상 요양을 필요로 하는 질병만 급여 대상으로 하고 있다. 급여를 하지 않는 기간인 3일을 대기기간이라고 하고, 이에 해당하는 경미한 산재에 대해서는 사업주가 비용을 지불하여야 하는데, 이를 공상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외국에서는 휴업급여에 대해서는 대기기간을 두고 있지만, 요양급여에 대해서는 대기기간이 없다. 즉, 단 하루만 치료 받는 경우라도 산재보험에서 요양비를 지급한다. 특히 휴업이 발생하지 않는 경미한 산재에 대해서는 환자의 진술과 의사의 판단만으로 산재 요양급여를 실시하고 있다. 따라서 환자들은 자신의 손상이 산재라는 것만 밝히면 진료비의 걱정 없이 치료받으면 된다.

그러나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4일 이내의 요양을 필요로 하는 경미한 산재의 경우 치료비를 사업주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많은 근로자들이 경미한 손상이나 근골격계 질환 등은 자신의 비용으로 치료받는다. 따라서 진료비에 부담을 느끼는 근로자들은 초기 치료를 소홀히 해서 병이 심각해 진 후에야 산재로 요양을 신청하여 병을 키우게 된다. 이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산재의 문턱을 높이는 역할과 요양기간을 연장하는 원인이 된다.

그런데 치료 기간이 5일이면 어떻게 할까? 원칙적으로는 산재 요양을 신청해야 하지만, 번거로운 면도 있고, 산재 발생 건수가 높아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는 많은 사업장들이 이를 공상으로 처리한다. 조금 더 심한 경우는 중상이 아니라면 1개월 이상 치료를 하는 손상도 공상으로 처리하기도 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산재 보고는 산재 요양 신청을 한 것으로 대신하고 있어서 산재 요양을 신청하지 않는 공상은 산재로 보고되지 않고, 산재 통계에도 잡히지 않는다. 이것은 산재 은폐에 해당된다. 물론 모든 산재은폐가 공상에서 비롯되지는 않지만, 가벼운 손상이나 질병을 공상으로 처리함으로서 문제의식없이 자연스럽게 산재 은폐를 할 수 있게 되는데 문제가 있다.

따라서 근로자의 진료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 산재보험의 문턱을 낮추고, 산재은폐의 빌미가 되는 공상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산재보험 요양급여에 대한 대기기간은 없어져야 한다. 요양급여에 대기기간이 없어진다면, 근골격계 질환과 같은 업무상 질병을 초기에 치료 받을 수 있는 길이 쉽게 열려서 요양기간이 불필요하게 길어지는 부작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산재보험 요양급여와 건강보험의 진료비 문제

앞서 언급한 공상과 같이 산재 요양을 신청하지 않은 산재 환자의 치료비는 누가 어떻게 지불해야 하나? 산재로 인한 손상이나 질병은 건강보험 급여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산재 요양신청을 하지 않은 공상에 대해서는 진료비 전액을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한다. 그런데 많은 회사들이 근로자와 합의한 후 공상의 진료비를 건강보험으로 청구하는 경향이 있다. 또는 근로자가 산재를 회사에 신고하지 않고, 자신이 스스로 치료하는 경우 대부분 건강보험으로 비용을 처리한다. 이런 경우는 모두 산재보험의 비용을 건강보험에 전가하는 결과가 된다.

이런 경우 부당 청구에 해당되고, 부당청구는 반드시 없어져야 하지만 사업주에 의해 조직적으로 진행되는 것과 근로자가 개인적으로 벌이는 것을 같이 다룰 수는 없다고 생각된다. 자신이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고, 산재보험으로 치료 받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히 건강보험에서 치료해 주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사업주의 지시에 따라 공상을 건강보험에 청구하는 것은 부당청구이기 때문에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사업주도 건강보험료의 1/2을 부담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대한 권리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아직도 사회보험 사이에 중복되는 부분에 대한 역할과 부담을 명확히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산재보험의 요양급여와 건강보험 사이의 또 다른 문제는 산재 후유증상에 대한 치료비 문제이다. 산재로 요양이 종결되어 장해보상이 끝난 환자는 더 이상 산재보험에서 요양급여를 하지 않는다. 물론 장해 종류와 정도에 따라 산재보험에서 후유증상 치료를 제공하는 경우가 있지만, 후유 증상 치료도 끝난 경우는 더 이상 산재보험에서 치료해 주지 않는다. 환자의 입장에서는 장해보상이 끝났다고 해도 통증이 지속되기도 하고, 후유증이 남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재 요양이 끝난 환자가 후유증에 대해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으려고 하면, 건강보험에서는 산재 환자라고 해서 급여를 하지 않는다. 결국 환자는 진료비 전액을 환자 부담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 문제는 수 년 전부터 지적되고 있지만 근로복지공단과 건강보험공단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면서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이 문제 또한 사회보험의 중복과 관련된 문제로 볼 수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 볼 때 병원의 진료비를 지급한다는 점에서 산재보험의 요양급여와 건강보험은 같다. 사실 영국이나 네덜란드에서는 산재나 일반 질병에 차이를 두지 않고, 동일하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한다. 따라서 환자들은 자신의 손상이나 질병이 산재에서 비롯되었는지 여부와 관계 없이 동일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업무상 질병의 대부분은 직업은 물론이고, 개인 사생활, 유전적 특성, 환경적 요인 등 다양한 원인과 관련이 있다. 그렇게 때문에 업무상 질병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전문가에게도 매우 어려운 일이다. 더욱이 산재보험의 요양급여에 대한 대기기간, 후유증상 치료와 같이 산재보험과 건강보험이 복잡하게 얽히는 경우 대부분의 국민들은 제도를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다.

어떻게 해야 할까? 필자는 궁극적으로는 산재보험의 요양급여와 건강보험이 하나로 통합 운영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기까지 가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있고, 오랜 시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작은 것부터 시작했으면 한다. 요양급여의 대기기간을 없애고, 휴업급여가 발생하지 않는 가벼운 업무상 손상이나 질병에 대해서는 환자의 진술과 의사의 확인만으로 산재보험 요양급여를 실시하는 것이 좋겠다. 산재보험의 요양급여가 증가하겠지만, 휴업급여나 장해급여와 연계되지 않기 때문에 산재보험의 부담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이 경우 의사에 대한 교육과 관리를 통해서 산재 요양급여가 남발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할 경우 환자들은 조기에 치료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병 상태가 악화되는 것을 방지할 수 있고, 공상과 산재은폐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산재 진료비는 전액 지원이 원칙

근로기준법 상 산재로 인한 요양에 대한 책임이 사업주에게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요양비 전액을 사업주가 부담하여야 한다. 그런데 사업주의 산재 보상에 대한 책임은 산재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대신하고 있어서 산재보험에 가입한 사업주는 요양비를 부담하지 않아도 된다. 따라서 산재보험에서 요양비를 전액 보장하여야 한다.

문제는 우리나라 산재보험의 요양급여는 건강보험을 준용하고 있기 때문에 건강보험에 존재하는 본인부담금이 산재보험에도 존재한다. 즉, 특진료, 상급병실 차액, 일부 고액 검사 및 처치에 대해서 산재보험에서도 급여를 하지 않는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의 조사에 따르면 산재환자 진료비의 9%가 비급여였으며, 상급종합병원은 비급여가 총진료비의 15%를 차지하였다. 이 조사는 일부 병원을 대상으로 하여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산재보험에서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그럼 산재보험의 진료비 중 비급여 부분은 누가 부담하여야 하는가? 산재보험 비급여는 원칙적으로 사업주가 부담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사업주가 부담하는 경우는 1/3에 불과하고, 1/3은 사업주와 재해 근로자가 나누어 부담하며, 나머지는 재해 근로자가 전액부담하고 있다. 재해 근로자의 보호라는 원칙적인 취지를 생각해서 산재보험에서 요양급여의 비급여 부분을 축소하고, 비급여 부분을 사업주가 부담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재보험의 비급여(본인부담금)와 앞서 언급한 산재 요양 종료 후 발생하는 후유증에 대한 치료비 문제는 산재 환자들에게는 매우 현실적이고 중요한 문제이다. 여러 사람들이 이 문제를 인식하고 있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너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 문제를 단순한 제도의 문제로 보지 말고, 산재 근로자의 입장에서, 사회 보장의 입장에서 보면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산재 환자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의 해결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

일하는 사람의 건강 보호를 위한 상병급여 필요

사회복지가 발달한 유럽 국가들은 물론이고 일본에도 상병급여가 있다. 상병급여는 산재가 아닌 일반질병으로 치료를 받는 경우 치료로 인한 휴업기간 중에 급여를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건강보험상 상병급여 제도가 없다. 개별 기업 차원에서 유급 병가제도가 있어서 일정 기간 동안 자신의 병으로 인한 휴업에 대해 급여를 지급하지만, 국가 차원의 법적 제도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유급 병가를 제공할 수 있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상당 수의 근로자들이 병에 걸릴 경우 소득을 보전할 수 없다.

산재 환자의 경우 요양급여가 지급되는 순간부터 휴업급여와 장해급여 등 현금급여가 따르기 때문에 모든 환자들은 산재보험 급여 대상이 되기를 갈망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업무상 질병에 대한 산재 승인 여부에 대한 갈등이 끊임없이 일어난다. 특히 직업병과 개인질병의 경계가 모호한 질병에 대해서는 업무상 질병 여부에 대한 판단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으며, 사회적 논란과 분쟁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일반 질병에 대해 상병급여를 실시한다고 해도 산재 승인 여부에 대한 분쟁과 업무상 질병 인정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근골격계 질환과 같이 중하지 않은 업무상 질병의 산재 승인 여부에 대한 과도한 갈등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실업급여가 있으며, 출산 휴가에 대한 급여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막상 질병으로 인한 휴업에 대해서는 급여를 지급하지 않기 때문에, 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질병을 이유로 사직해야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다. 사회보장 측면에 있어 질병에 의한 상병급여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자 보장이다.

상병급여와 건강보험의 보장성 강화. 이 두 가지가 산재보험과는 무관한 것 같지만, 대상이 근로자라면 서로 불가분의 관계가 있다. 일하는 사람들이 질병에 대한 걱정 없이 일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이 사회보험의 궁극적인 목적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것이 실현될 때 업무상 질병에 대한 갈등과 분쟁이 감소할 것이다.

산재환자요양, 직장복귀 목적으로 최선의 진료를 제공해야

산재 환자와 관련해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요양기간이 길다는 사실이다. 그럼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은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정말 긴가? 몇 개 연구와 보고서를 보면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은 확실히 건강보험 환자에 비해 길다. 입원 기간만을 비교할 때 동일 상병인 경우 산재환자의 입원기간이 건강보험 환자보다 짧게는 2배에서 길게는 8배까지 길다. 이런 것을 가지고 산재 환자의 도덕적 해이로 설명하기도 한다.

그러나 산재 환자는 일반 환자에 비해 중증도가 높고, 복합손상이 많으며, 직장복귀를 위한 재활치료가 필요하고, 건강보험 환자의 요양기간은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입원기간만 단순히 비교할 수는 없다. 산재환자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요양기간이 길어지는 경우는 산재 휴업급여 외에 추가 급여를 받는 일부 대기업 근로자나 개인 보험에서 보상을 받는 산재환자들이 여기 속한다. 또한 산재 종결 후 재취업 가능성이 낮은 산재환자는 요양기간을 연장하여 계속 휴업급여를 받고자 요양기간을 연장한다. 이러한 다양한 이유들 때문에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이 길어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관심을 두어야 하는 문제는 요양기간이 길다는 사실보다는 환자에게 제공되는 의료의 질이다.

산재보험의 경우 재해 근로자의 직장 복귀가 최선의 목표이고, 요양의 결과가 휴업급여 및 장해급여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재 환자의 요양 기간이 길어지더라도 질적으로 우수한 산재 의료서비스가 제공되면, 요양 결과가 좋아져 장애가 낮아지고 장해급여가 감소한다. 결국 전체적 산재보험 급여를 감소시킬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산재보험에서는 ‘경제적 의료’ 보다는 ‘최선의 의료’를 지향하고 있다.

산재보험의 이런 특성 때문에 산재보험의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독일을 비롯한 유럽의 각국에서 산재의료의 목적은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럽 국가들도 건강보험은 ‘의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한 경제적 효율성이 있는 적절한 의료 서비스’가 목적인 것과 대비된다. 이들 국가에서는 산재 환자에게 건강보험 환자보다 더 많은 의료 자원을 투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고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산재 환자의 요양기간이 길다고 해도 더 좋은 요양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산재환자의 요양기간이 길지만, 단순히 요양기간만 늘었지 그 기간 동안 환자들의 직장복귀에 필요한 최선의 의료를 제공하고 있지 못하다.

최근 근로복지공단에서 재활과 직장복귀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조금씩 개선되고 있지만 산재보험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멀었다. 산재 의료의 질은 몇몇 병원이 훌륭하다고 해서 향상되는 것이 아니다. 산재의료기관은 산재 환자에게 최선의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또한 근로복지공단은 의료기관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관리해야 한다. 특히 산재 환자와 산재 의료의 특성을 이해하고 여기에 맞는 의료를 제공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주어야 한다. 독일은 산재 계약병원이 800여개인데 반해, 우리나라은 5,500여개로 훨씬 많다. 산재의료의 질을 보장하지 못하는 의료기관은 과감히 정리해서 산재환자들이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산재보험에서 요양급여는 전체 급여액의 21%에 불과하지만, 모든 급여 중에서 가장 먼저 발생하고, 요양의 결과가 휴업급여나 장해급여 등 다른 급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또한 산재 환자에게는 산재 의료의 특성을 고려하여 최선의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일부에서 산재보험과 산재 환자, 산재 의료기관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런 부정적인 면은 제도적인 부족함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산재 환자는 그냥 환자가 아니라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일을 해야 할 근로자이다. 이들은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근간이다. 그래서 이들에게는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해서 다시 직장으로 돌아가 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9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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