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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작품 매개로 한 ‘아트마케팅’
예술작품 매개로 한 ‘아트마케팅’
  • 김민성 아트컨설턴트, 씨티병원 이사장
  • 승인 2013.12.30 12: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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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억원 상당 제프쿤스 작품구매 아트마켓팅 큰 성공 입소문

지난 10여년 동안 국내기업의 마케팅파트를 중심으로 미묘한 인력이동이 감지되어 왔다. 화랑 또는 미술/음악에이전시, 미술관 등에서 활동하던 예술계의 유력 인사들이 대기업으로 속속 영입되면서 감지되는 변화다. 이들 대부분은 문화협력, 대외협력 또는 사회공헌 등의 이름을 내건 부서를 지휘하게 되며 이러한 부서들은 기업의 대표 직속으로 관리된다.

이는 이러한 부서들이 오너쉽에 의해 운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마케팅의 총괄적인 업무와도 긴밀한 소통이 필요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현상은 기업오너들 사이의 환경적 변화 속에 있다고 본다. 지식산업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사회적 현상답게 변화되고 있는 기업대표들의 환경적 바운더리 스패닝에도 주목해 보면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골프나 등산 혹은 소비적인 향유적 취미 등으로 획일화되어 있는 기업대표들의 모임 콘텐츠가 바뀌고 있다.

▲ 아트포르테를 통한 삼익악기의 해외광고 이미지.필자의 기획으로 진행된 작가 김남표와 삼익악기의 아트마케팅 프로젝트

이러한 콘텐츠들 가운데 가장 중립적인 입장으로 그들 앞에 전진배치 되어 있는 분야는 이견 없이 문화예술이다. 사실 이 분야에서는 지난 십여 년 동안 국공립 미술관을 비롯하여 대규모 갤러리나 개인에 이르기까지 미술과 음악을 중심으로 한 소위 인문학적 접근을 통한 기업오너들의 재교육에 주력해 왔다. 대학들에서도 기업CEO를 대상으로 한 소위 최고위과정에 여지 없이 인문학 수업을 끼워 넣는다. 한마디로 이러한 분위기들을 보면 필리 코틀러가 3.0 시장을 굳이 역설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미 우리나라의 시장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여 혁신적인 마케팅의 변화 속으로 말려들어 가 있다. 이와 같은 현상들은 이미 해외에서는 수 차례의 몸살을 겪으며 이제는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아가는 마케팅의 전략으로 정착되어 갔는데 그 마케팅 전략이 다름아닌 아트마케팅이다.

이미 해외에서는 루이비통, 에스떼로더, SC 스탠다드 차타드 은행, 메르세데스 벤츠 등은 대표적인 아트마케팅의 성공사례들을 찾아 볼 수 있으며, 국내에서는 삼성, 쌍용, 현대, 해태, 신세계와 같은 대기업을 비롯하여 삼익악기, 벤타코리아, 미스터피자, 클리오와 같은 중소기업에서도 아트마케팅을 실현해 내고 있다. 아트와 마케팅이라는 서로 격조해 보이는 이 두 단어가 ‘아트마케팅’ 이라는 하나의 명사로 빈번하게 회자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앞서 언급했던 기업의 마케팅 전략이나 실행방식들이 지극히 하이브리드적이기 때문이다. 기업의 제품에 예술작품을 입히는 일에서부터, 판매대를 예술적 감각으로 꾸며 내어 소비자들의 새로운 상품 체험을 도모하기도 하며, 홍보나 광고의 이미지를 감성적인 소통의 코드로 구현하는 등. 종적인 사고에서 횡적인 사고의 틀로 이행하며 일어나는 다양한 이종교배의 마케팅 전략이 실행되고 있는 것이다. 국내의 아트마케팅은 앞서 서두에서 언급한 바와 같은 인력지각변동을 통해 본격화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것은 기업의 새로운 아트마케팅 패러다임에 맞추어 역설적으로도 예술계를 강타한 자본의 충격이다. 지난 2004년부터 2009년경에 이르기까지 예술계 특히 순수 미술경매의 매출은 10년전에 비해 무려 400배에 가까운 규모로 성장하면서 투자의 신천지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미술품투자가 부동산투자의 새로운 대안으로 급부상하면서 일어난 일종의 부작용 덕을 미술계가 본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앞선 기업 오너들의 바운더리 스패닝의 변화들이 맞물리면서 발생한 일이 기업과 미술계 간의 인력 교환인 것이다.

2011년 신세계가 300억원 상당의 제프쿤스 작품을 구매하면서 이 작품을 중심으로 진행한 마케팅 전략들이 1천억원 가량의 매출효과를 냈다는 보고에 따라 이들의 아트마케팅은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도 했다. 백화점을 미술관으로 만들어 버린 이 아트마케팅은 협력, 문화, 영성이라는 오늘날의 마켓을 가르고 있는 핵심키워드를 완성시킨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성공의 사례가 아트마케팅의 전부인 것이 아니다. 일본처럼 쌀이나 조개를 가지고 캐릭터와 디자인을 통한 성공적인 아트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현재 국내의 수많은 기업오너들이 아트마케팅이란 이름 하에 다양한 시도를 한다. 그것이 무엇이든 제일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결과를 나을 수 있는 최선의 이종교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지 않은가. 이미 우리는 하이브리드 된 기업들의 다양한 마케팅을 만나고 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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