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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월세 가격상한제와 서구의 임대료 통제
전월세 가격상한제와 서구의 임대료 통제
  • 윤종인 본지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13.12.31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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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세대 임대료통제는 인플레율 이하로 인상허용해 급등 막자는 취지

<윤종인 교수의 경제학 교실>

“서방국가에서 행해진 임대료통제는 잘못된 정부정책 중에서도 최악의 사례이다.” 이 말은 신자유주의의 원조로 손꼽히는 밀턴 프리드만(Milton Friedman)이나 프리드리히 하이예크(Friedrich Hayek)가 한 말이 아니다. 놀랄지 모르지만 이 말은 스웨덴 사회민주당 출신의 정치인이자 경제학자인 군나르 뮈르달(Gunnar Myrdal)이 한 말이다. 그는 스웨덴 복지국가의 설계에 참여했던 핵심이론가였고 1974년에는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주택의 매매가격이 정체되고 전월세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이 70%을 넘어서고 있으니 전월세가격의 상한을 정하자는 주장이 나올 만도 하다. 즉 전월세 가격상한제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전월세 가격상한제란 임대료통제(rent control)에 해당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시도된 적이 없지만 해외에서는 꽤 오래 전에 시행되었고 많은 나라에서 아직까지도 남아 있다. 임대료통제에 관한 경제학계의 논의를 살펴보자.

임대료통제의 역사

임대료통제에는 크게 두 시기가 있었다. 첫째는 1960년대 이전의 1세대(first generation) 임대료통제이고 둘째는 1970년대 이후의 2세대(second generation) 임대료통제이다. 임대료통제라고 말하면 흔히 떠올리는 것은 1세대 임대료통제인데 이를 흔히 경성(hard) 임대료통제라고 부른다. 거친 방식이라는 뜻이다. 이와 달리 2세대 임대료통제는 훨씬 유연한 방식이므로 연성(soft) 임대료통제라고 부른다.

1세대 임대료통제의 역사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방식은 임대료동결(rent freeze)이었는데 아예 임대료인상을 금지하는 것이었다. 이와 같은 방식이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국에서도 연방정부에 의해 도입되었다. 전시상황이었던 1942년 루즈벨트대통령은 임대료를 1943년 3월 수준으로 동결하는 긴급가격통제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연방정부는 연방주택임대료법안을 제정하여 1947년 이후 지어진 임대주택에 한해 임대료통제를 해제하였고 1950년에는 연방정부 차원의 임대료통제는 모두 해제하였다. 하지만 뉴욕시(New York City)는 임대료통제를 중단하지 않고 지속하였다.

▲ 지난 8월 29일 서울 종로구 궁정동 청운효자동 주민센터 앞에서 민달팽이유니온과 금융정의연대 등 청년단체가 '박근혜정부 전월세대책 철회를 촉구하는 합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제공=뉴시스
역사에서 사라질 것처럼 보였던 임대료통제는 1970년대에 부활한다. 이것이 바로 2세대 임대료통제이고, 그 배경에는 오일쇼크 등으로 인한 두 자리 수의 인플레이션이 있었다. 높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대료도 폭등하였는데 이를 막기 위한 조치로 2세대 임대료통제가 도입되었던 것이다. 하지만 2세대 임대료통제는 1세대 임대료통제와는 많이 달랐다. 1세대 임대료통제가 임대료를 동결하는 방식이었다면 2세대 임대료통제는 임대료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하되 부작용이 나타났던 다양한 경우에 한해 임대료인상을 허용하는 방식이었다.

임대료통제에 관한 경제학자들의 연구는 뉴욕시를 대상으로 한 경우가 많다. 1942년 이후 임대료통제가 지속되었기 때문에 뉴욕시는 임대료통제를 연구하기 위해 가장 좋은 사례이기 때문이다. 물론 유럽에도 임대료통제가 많은데 유럽의 방식은 뉴욕시의 방식과 비슷하다고 한다. 1960년대에 1세대 임대료통제가 사라지고 1970년대에 2세대 임대료통제가 등장한 것도 유럽과 뉴욕시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현상이다. 선진국에 1세대 방식이 남아있다고 보기는 어려우므로 현재까지 남아있는 임대료통제는 모두 2세대 방식이라고 보아도 좋다.

1세대 임대료통제의 종말

왜 1세대 임대료통제는 사라졌을까? 1세대 임대료통제란 임대료동결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미국의 긴급가격통제법은 1943년 3월 이후 임대료인상을 아예 금지하였다. 하지만 1세대 임대료통제에 대한 경제학자들의 견해는 거의 만장일치에 가깝게 부정적이다.

첫째 임대주택의 배분이 잘못된다는 것이다. 임대료를 동결할 경우 임대주택의 공급량은 당연히 감소하고, 임대주택의 수요량은 당연히 증가한다. 결국 임대주택시장에서 공급부족이 나타날 것이고 부족한 임대주택이 합리적으로 배분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운이 좋아 임대주택을 구한 사람들은 싼 임대료로 살 수 있지만 운이 나빠 임대주택을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궁지에 몰리기 십상이다. 알고 보면 임대료동결이란 임대주택을 구하지 못한 사람으로부터 임대주택을 구한 사람에게로 소득이 재분배되는 이상한 효과를 초래한다. 이런 상황에서 암시장이 형성되기도 하였는데 주택을 구매할 능력이 되지 않았던 사람들은 뒷돈을 주고라도 임대주택을 구하지 않으면 안 되었던 것이다.

둘째 부정과 부패, 차별이 발생한다. 공급이 부족했던 임대주택 구하기에 운(luck)만 작용했던 것은 아니다. 전임 뉴욕시장이었던 에드 코흐(Ed Koch)는 1980년대 초반 월 441.49달러의 임대료를 내고 1,200달러 짜리 월세집에서 살았다고 한다. 이런 예는 매우 많았는데 정치인, 판사 등은 매우 낮은 임대료로 고가의 아파트를 구할 수 있었다. 임대주택이 뇌물이 되었던 것이다. 반면에 힘없는 사람들은 임대주택을 구하기 어려웠다. 심지어 인종차별이 나타나기도 하였는데 흑인과 소수민족들은 임대료가 동결된 동네에서 밀려나야 했다.

셋째 임대주택의 품질악화이다. 경제학교과서에는 “임대료통제는 폭격 다음으로 도시를 파괴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라는 말이 인용되곤 한다. 스웨덴 복지국가론의 주요 이론가 중 한 사람인 아싸르 린드벡(Assar Lindbeck)이 한 말인데 임대료통제가 임대주택의 품질을 악화시킨다는 것을 잘 표현해 주고 있다. 그 이유는 당연하다. 임대료가 낮으므로 집주인이 주택의 유지보수를 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어차피 공급이 부족하므로 세입자를 구하는 일이 어려운 것도 아닌데 비용을 들여가면서까지 주택을 고칠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이외에도 1세대 임대료통제에 대한 비판은 많다. 어쨌든 1960년대가 되면 임대료동결이라는 1세대 방식은 거의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다면 왜 2세대 임대료통제가 등장하였을까? 그리고 2세대 임대료통제는 1세대 방식과 무엇이 다른가?

2세대 임대료통제의 귀환

임대료통제가 재등장한 이유는 1970년대에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1세대 방식과는 다른 형태의 2세대 임대료통제가 등장하였다. 그것의 핵심은 임대료의 지나친 상승을 억제하는 것이다. 즉 임대료를 고정시킬 것이 아니라 적절한 수준에서 임대료인상을 허용하자는 것이었다. 그렇게 함으로써 1세대 방식의 폐해도 막을 수 있다는 발상이었다.

임대료인상을 허용하는 방식은 다양한데, 가장 흔한 것은 인플레이션율에 연동하여 임대료 인상을 허용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율보다 더 많이 임대료를 올리지 못하게 함으로써 지나치게 임대료가 상승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지만 임대료인상 자체를 금지하는 것은 아니다.

예외조항을 도입하여 임대료인상을 허용하는 방식도 많다. 우선 집주인이 주택의 유지보수를 위해 비용이 지출했을 때 이를 반영하여 임대료인상을 허용한다. 또한 집주인의 적절한 수익을 보장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 임대료인상을 허용하는 경우도 있다. 신규주택의 경우에는 임대료를 통제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이것도 중요한 예외조항에 해당된다.

이러한 방식이 종합적으로 반영된 것이 뉴욕시에 의해 채택되었다. 1970년 뉴욕시는 최고기준임대료(Maximum Base Rent)를 도입하였는데, 최고기준임대료를 정하여 그것 이상으로 임대료를 인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최고기준임대료를 계산하는 방식이다. 계산공식에는 세금, 유지보수비용, 집주인의 적절한 수익 등이 반영되어 있다.

이 방식의 목적은 1세대 임대료통제의 폐해를 없애려는 것이다. 집주인에게 적절한 수익을 보장함으로써 공급부족을 막을 수 있고, 유지보수비용에 반영하여 임대료를 인상함으로써 주택의 품질저하를 막아보겠다는 것이다.

2세대 임대료통제의 또 다른 특징은 세입자를 보호하는 조치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세입자의 임대기간을 안정적으로 보장해 주는 것이다. 즉 세입자가 자발적으로 이사하지 않는 이상 계속해서 거주할 수 있도록 보호해 준다. 우리나라의 주택임대차보호법에는 임대차기간을 최소 2년으로 강제하고 있는데 이것도 2세대 임대료통제의 한 요소라고 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2세대 임대료통제는 퇴거조항을 세입자에게 유리하도록 정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교수인 리처드 아노트(Richard Arnott)는 1세대 임대료통제에 대해서는 반대하지만 2세대 임대료통제를 옹호하는 대표적인 경제학자이다. 그가 2세대 임대료통제를 옹호하는 근거는 임대시장에 불완전경쟁(imperfect competition)이 존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물론 이에 대한 논쟁은 진행중이다. 1세대 임대료통제보다는 낫지만 2세대 임대료통제에도 여전히 많은 문제점이 있다고 말한다.

2세대 임대료통제의 미래

우선 임대주택의 배분이 여전히 잘못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쟁점은 주거기간이다. 임대료가 통제되는 아파트에 일단 거주하게 되면 눌러앉는(stay put) 사람이 많다고 한다. 따라서 이들의 평균주거기간은 매우 길어지는데 그 이유는 당연히 임대료가 싸기 때문이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운이 좋아 임대주택을 구한 사람은 연간 소득의 27.2%나 되는 보조금을 받는 것과 같다고 한다. 이들은 임대시장에서 일종의 기득권자가 되는데 새로이 임대주택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의 불이익이 돌아가는 셈이다.

임대주택의 품질저하도 여전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물론 몇몇 연구는 임대주택의 품질이 저하되지 않았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 내용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씁쓸하다. 임대료통제하에서 임대주택의 품질이 저하되지 않은 이유는 집주인이 주택을 유지보수했기 때문이 아니라 그 대신 세입자가 주택을 유지보수했기 때문이다. 임대료통제가 시행되면 주택의 유지보수비용이 집주인에게서 세입자에게로 전가되는 현상이 나타났던 것이다.

이외에도 쟁점들은 많다. 부정, 부패와 차별이 있다는 지적도 많고, 임대료통제가 주택시장의 2중구조를 초래함으로써 주택공급의 부족 등 장기적인 문제를 초래했다는 연구결과도 많다. 여전히 진행되고 있는 논쟁을 보면 2세대 임대료통제의 미래는 불투명하다. 아노트가 지적한 대로 임대시장이 불완전경쟁시장이라면 어떤 형태로든 정부의 개입을 고려할 만하지만 임대료통제가 그 해법이라고 보기는 어려우며 좋은 해법은 아직도 남겨진 과제인 듯하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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