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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시장경제 “정해진 모델은 없다”
중국, 시장경제 “정해진 모델은 없다”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 승인 2014.01.07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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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특집3> 실용주의로 돌파한 이행과 성장…농촌희생,환경파괴,에너지 과소비 기반한 ‘특수한 성공신화’ 비판도…“지속가능한 중국경제 ‘모델’ 가능한가?”가 5세대 지도부의 과제

중국모델이라는 단어가 부쩍 많이 쓰인다. 국내외에서 관련되는 책도 나오고 논문도 쏟아진다. 무엇보다 지난 30년 간 중국경제가 보여준 성적이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30년 이상 10%를 넘나드는 고도성장을 지속한 결과, 한때 먹고사는 문제도 제대로 해결 못하던 중국이 어느새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수출액이나 외환보유고는 세계 1위이다. 글로벌 대기업의 수나 연구개발 지출 같은 분야에서도 세계 2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티엔궁(天宮)이라는 중국제(made in China) 우주정거장이 지구를 돌고 있고 금년 중 달착륙도 시도한다고 한다. 많은 개도국들에게 모델이 될 만하다.

모델의 의미, 학습과 반복이 가능한 모범

그 중국모델이 무엇인지 살펴보기 전에, 먼저 ‘모델’이란 단어의 의미부터 좀 따져볼 필요가 있다. 같은 단어를 둘러싸고 해석이 달라서 생기는 오해가 많기 때문이다. 원래 모델이라는 말은 남들이 따라 할 모범(模範)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비슷한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 어떤 유형(類型)을 가리키기 위한 용어일 수도 있다. 때로는 그냥 하나의 ‘사례(事例)’라는 뜻으로 쓰인다. 각각 무엇을 “우리의 모델(모범)로 삼자”거나, “이런 모델(유형)도 한번 검토할 수 있다”거나, “그것은 실패한 모델(사례)이야”라는 식으로 사용한다.

우린 주로 첫 번째 용법의 모델에 익숙하다. 모델이란 다른 나라들이 배우고 따라 할 만한 본보기라는 뜻이라는 이해방식이다. 즉 학습과 반복이 가능해야 한다는 것이다. 영미식 시장경제니, 북유럽 복지국가니, 동아시아 성장모델이라는 말을 사용할 때 사람들이 염두에 두는 것도 그 학습과 반복이다. 그 나라의 성공에서 뭔가 배울 것이 있다는 판단과, 그 배움을 토대로 그 성공을 재현(再現)하겠다는 의욕이 포함되어 있다.

두 개의 국면, 체제 이행은 시효 다한 성공적 전환 모델

이러한 의미에서 중국모델은 모델이 될 수 없다. 중국경제의 성공을 일반화 해서 어떤 교훈을 추출하고, 그것을 따라 하자고 말하기에는 중국의 경험이 너무 특수하다.

무엇보다 중국경제의 변화는 하나가 아니라, 두 개의 국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이행(체제전환) 국면이고, 다른 하나는 시장경제가 구축된 이후에 보여준 경제성장의 국면이다. 중국은 이 두 국면에서 모두 성공적인 성과를 보여주었다.

특히 그 중 첫 번째 국면에서 중국은 중요한 성공모델을 체현하여 제시하였다. 이른바 점진주의적인 체제전환 모델(gradualism)이다. 중국은 정치체제의 변화없이, 대규모 사유화 없이, 즉각적인 시장의 도입없이 점진적인 방식으로 계획경제에서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달성했다. 덩샤오핑(鄧小平)과 공산당 개혁파가 그 과정을 내내 주도했다. 반면 1990년대 구소련과 동유럽의 많은 나라들은 공산당 체제의 붕괴와 함께 이른바 충격요법식(shock therapy) 개혁을 시도했다. 그 결과 이들 나라는 체제전환 과정에서 10년 가까이 심각한 경기침체와 사회적 혼란을 경험했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은 점진주의적 접근을 통해 경제성장과 체제전환을 조화시키는 성공적인 체제전환의 모델을 보여주었다.

▲ 10월 1일 중국 베이징 톈안먼광장에서 제64주년 국경절 기념 행사가 열린 가운데 행사에 참석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가운데)을 포함해 신 지도부 상무위원 7인 전원(앞줄)과 고 위 관계자들이 검은 색 의상을 맞춰 입고, 검은색 우산을 들고 있다. 베이징=신화/뉴시스
그러나 2013년 시점에서는 그 중국모델은 지나간 성공담일 뿐이다. 그 성공을 배우고 따라할 학생이 없다. 중국의 체제전환을 모델로 삼을 계획경제 국가가 이제 지구상에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다. 북한이나 쿠바를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안타깝게도 이들은 사회주의 계획경제 라기보다는 경제의 기반마저 파괴된 실패한 국가에 가깝다. 즉 현시점에서 중국의 체제전환 모델은, 이미 그것을 적용할 대상이 사라진 흘러간 옛 이야기일 뿐이다.

두 번째 국면, 탁월한 조건으로 ‘세계의 공장’ 이뤄내

중국은 경제체제 전환에서만 성공적이었던 것이 아니다. 시장경제로 전환한 이후, 변화의 두 번째 국면에서 중국은 연평균 10%에 달하는 고도성장을 지속하는 등 놀라운 경제적 실적을 보여주었다. 이는 아직도 저성장에 시달리고 있는 많은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의 모델이라 할 만 하다.

하지만 성공 자체가 모델이 되는 것은 아니다. 누군가의 석차가 1등이라고 해서, 그 석차 자체가 모델이 될 수는 없다. 교훈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나온다. 예컨대 평소에 그 학생의 공부하는 방법이나 성실성이 남달랐을 때, 그 남다름이 다른 학생들에게 모범을 제시하는 것이다. 실적 자체가 아니라, 그 실적을 이끌어낸 요소가 무엇이냐가 중요하다.

그런데 중국의 장기 고도성장을 가능하게 했던 요인들은 다양하다. 개혁개방 초기에는 시장경제로의 전환 자체가 제공한 경제적 인센티브와, 그것이 촉발한 경제주체들의 자발성이 큰 역할을 했다. 가령 자기 땅을 갖게 된 농민들에 의해 농업생산이 급증해서 사회안정의 기반을 마련하고 공산품에 대한 수요를 형성했다.

다음에는 중국의 연해지역이 세계 제조업의 거대한 조립기지가 되는 과정이 이어졌다. 개방된 중국이 제공하는 풍부하고 저렴한 노동력과 토지가 다국적기업의 자본과 결합하여 공장을 짓고 제품을 생산한 다음, 전세계로 수출했다. 특히 중국의 연해지역이 한국, 일본, 대만으로 이어지는 공업강국들과 인접했기 때문에, 중국이라는 새로운 공단이 필요로 하는 원자재와 부품이 적기에 조달되었다. 농촌에 잠재한 거대한 잉여노동력 덕분에, 중국의 임금상승은 억제되었고, 산업집적의 효과와 규모의 경제가 새로운 경쟁력으로 등장할 때까지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주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이른바 세계의 공장(global workshop)으로 일컬어지면서 세계 1위의 수출국으로 등극했다.

그런데 중국은 수출산업화의 초기 단계부터 자본집약적인 중화학공업 기반을 보유한 채 출발했다. 중화학공업을 강조하던 과거 사회주의 시기에 건설해 놓은 것이다. 덕분에 한국을 비롯한 다른 많은 개도국들의 경제성장과정에서 겪어야했던 만성적인 자본부족이나 외채의존을 겪지 않았다. 마치 집 한채를 미리 갖고 출발한 신혼부부처럼, 중국은 돈(자본) 안 드는 경제성장을 지속했다. 덕분에 다른 나라들이 겪은 외채위기도 없었고, 외자조달을 위해 자본시장을 개방하지도 않았으며, 덕분에 외환위기에 빠져들지도 않았다. 자기 집이 있으니 빚을 지지도 않았고, 빚이 없으니 빚독촉을 당하지도 않은 것이다.

공산당, 농촌노동력, 거대 인구가 낳은 ‘안정속 성장’

산업화 과정에서 사회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도 대체로 성공적이었다. 공산당의 강력한 통제 탓도 있겠으나, 그것이 가능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중국의 도시부문과 농촌부문이 제도적으로 서로 분리되어 있다는 사실에 있다. 중국의 이른바 호구(戶口)제도와 농촌 토지소유제도는 아직도 농촌인구의 도시진입을 제도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덕분에 중국은 농민공이라는 형태로 저렴한 농촌노동자를 도시에서 활용하면서도, 이들의 생활기반을 농촌에 묶어둠으로써 사회적 불안정의 노출을 회피하고 있다. 때문에 지니계수가 0.5 수준에 이를 정도로 소득격차 문제가 심각한데도 불구하고 중국 사회는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농민의 체념에 기댄 셈이다.

중국의 농민과 농촌은 경기순환의 충격도 흡수하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중국의 수출산업에 막대한 충격을 가했을 때, 중국의 대표적 수출기지인 주강 삼각주 지역에서는 900만 개가 넘는 농민공 일자리가 사라졌다. 그렇지만 일자리를 잃은 수백만의 농민공들은 소리없이 농촌으로 복귀했고 우려했던 실업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중국의 농촌이야말로 중국의 불평등과 불안정을 어머니처럼 끌어안는 대지(大地)였다.

13억 인구로 대변되는 국가규모가 갖는 효과도 중요하다. 중국은 아직 일인당 소득 6,000달러 수준의 중위 개도국이다. 그렇지만 워낙 인구 및 경제 규모가 크다보니 중국은 이미 많은 분야에서 세계 최대의 시장과 산업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은 세계 1위의 자동차 시장이자, 11억대의 휴대폰이 사용되는 IT 시장이자, 가장 많은 인터넷 인구를 가진 나라이다. 인구가 바로 시장인 셈이다. 최근 중국은 투자와 수출이 주도하던 경제성장을 가계소득과 내수시장이 주도하는 성장으로 바꾸어가겠다는 이른바 ‘성장전략의 전환’에 나서고 있다. 중국이 과감한 전환을 시도할 수 있는 것도 결국 거대한 시장 덕분이다. 새로운 성장전략 아래서 설사 임금이 대폭 오르더라도 중국의 거대시장이 외국기업을 계속해서 끌어들이고, 13억 소비자의 소비가 미래 성장을 견인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일인당 소득수준에 걸맞지 않게 우주항공산업이 발전했고, 대체에너지 분야의 1위 생산국이며, 연구개발 투자의 규모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를 달리는 것도 거대한 국가규모 덕분이다.

너무 특수해 따라할 수 없는 성공모델, 베이징 컨센서스

중국경제는 고도성장이라는 실적으로 자신의 성공을 증명했다. 그리고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 성공을 설명하는 스토리들도 풍부하다. 그렇지만 그 성공담이 보여주는 것은 역설적으로 중국의 성공을 따라 할 방법이 없다는 현실이다. 중국의 성공은 마치 바구니에 담겨 강물에 떠내려갔던 어느 왕자의 드라마틱한 귀환스토리처럼, 비록 흥미진진하기는 하되 남들이 따라 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중국의 고도성장은 하나의 성공담에 머물 뿐, 배우고 따라 할 하나의 ‘모델’로 승격되기 어렵다.

풍부한 노동력이 동북아시아와 같은 효율적인 제조업 생산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는 지역은 많지 않다. 인도나 브라질의 수출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이유이기도 하다. 산업화가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나면 많은 나라가 중화학공업을 맨바닥에서부터 건설하느라 어려움을 겪는다. 한국이 대표적이다. 그 과정에서 경제위기나 외환위기를 겪기도 한다. 또 급격한 산업화와 경제성장은 농촌의 파괴, 임금의 급상승, 도시빈민층의 형성이라는 불안요인을 낳기도 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막대한 정치사회적 비용이 지출된다. 소득불평등 확대나 극심한 경기변동은 아예 개도국의 정치체제 자체를 흔들기도 한다.

그렇지만 중국은 예외였다. 중국은 경제성장 과정에서 많은 개도국들이 겪는 다양한 어려움들을 잘 모면하면서 성장을 지속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는 중국의 경험이 도움이 될 법도 하다. 그런데 문제는 중국의 문제해결 방식을 남들이 따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중국은 중국 만이 가지고 있던 다양한 조건을 활용해서 어려움을 회피하거나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 경제성장의 경험을 분석하고 교훈을 뽑아내려는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중국의 경험을 바탕으로 워싱턴 컨센서스를 대체하는 베이징 컨센서스를 만들어보자는 논의도 있다. 워싱턴 컨센서스란 사유화, 시장개방, 재정건전성 등을 핵심으로 하는 영미식 시장경제의 처방이 개도국의 발전을 촉진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는, 1990년대 이래의 세계은행이나 IMF의 주장을 가리킨다.

하지만 1990년대 이래 가장 중요한 경제발전의 성공사례인 중국의 경험은 그 워싱턴 컨센서스를 충실히 따른 결과라기보다는, 거꾸로 중국 나름의 독자적인 경로를 모색한 결과였다. 2004년에 처음 사용된 베이징 컨센서스라는 작명은 중국의 경제발전이 워싱턴 컨센서스가 지시하던 전략과는 사뭇 다른 경로를 따라 이루어졌다는 점을 잘 드러내 주었다. 그렇지만 중국의 성공이 워낙 특수한 조건 속에서 이루어졌기 때문에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베이징 컨센서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채워지지 않았다.

실용주의, 모델을 부정해온 역사

사실 중국의 경험으로부터 다른 나라들이 배워야 할 딱 하나의 교훈을 찾는다면, 그것은 거꾸로 “정해진 모델은 없다”가 될 것이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항상 중국 나름의 특수성(이른바 國情)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독자적인 전략과 발전경로를 강조해왔다. 바깥의 모델보다는 내부의 현실을 중시했다는 얘기다. 이는 중국이 30년이 넘게 견지해온 이른바 ‘중국특색의 사회주의’라는 국가이념에서 집약적으로 표현된다.

중국특색의 추구는 주로 ‘실용주의’적 접근을 통해 달성되었다. 즉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사회주의니 자본주의니 하는 고정된 이념적 틀에 얽매이지 않았고, 워싱턴 컨센서스같은 권위있는 외부의 충고를 따르지도 않았다. 대신 ‘사회주의 시장경제’나 ‘강바닥을 더듬으며 물 건너기’, ‘흑묘백묘론’, ‘실사구시’ 같은 매우 중국적인 개념들을 경제전략의 지침으로 삼았다. 정책의 방향을 놓고 지루하게 합의를 모색하거나(민주주의) 누군가의 결단을 기다리기보다는(독재), 일단 한쪽에서 해보고 결과가 좋으면 전체로 확대하는 접근방식을 개발하기도 했다. 지금도 사용되고 있는 각종 경제특구 실험이 대표적이다.

물론 중국 역시 한때 한국 등 동아시아 신흥공업국의 경험을 연구했을 뿐 아니라, 대국굴기(大國屈起) 같은 연구 프로젝트를 통해 세계 각국의 경제적 흥망을 분석하기도 했다. 포르투갈, 네덜란드, 영국, 미국, 독일, 일본 등의 경제사가 철저히 분석되었고, 그것이 TV 시리즈로 제작되어 전국에 방송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중국이 따를 모델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기보다는 다른 나라의 흥망에서 중국의 교훈을 찾자는 타산지석(他山之石)류의 관심이었다.

그런데 왜 중국모델이 문제일까 ?

중국의 경제발전 경험은 남들이 따라할 수 있는 모델을 제공하기에는 너무 특수하다. 중국 스스로도 외부의 모델을 택해, 그것을 모방한 적이 없다. 그런데도 지금 중국모델이 새삼 거론되는 이유는 다른 데에 있다. 즉 과거 중국의 경제발전 모델이 유의미하기 때문이 아니라, 앞으로 중국에게 중국 만의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당면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의 모델은 남들이 따라야 할 모범(模範)이라는 의미에서의 모델이 아니다. 그냥 앞서 논의한 유형이나 사례쯤에 해당하는 모델이다. 사실 엄밀하게 따지고 보면, 따라야 할 모범이라는 의미에서의 모델은 국제경제에서는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의 경우에 대해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각 나라가 처한 여건이 워낙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각국은 누구를 따라 하기보다 각자 자기 나름의 발전경로를 추구할 수밖에 없다. 다만 그러다보면 결과적으로 독특한 개성을 가진 경제시스템의 사례들이 만들어질 뿐이다. 그걸 사람들은 모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가령 영미식 시장경제가 한동안 모든 나라가 추구하는 모델이었던 것 같아도, 우선 영국과 미국의 경제시스템이 서로 같지 않을 뿐 아니라, 그와 유사한 시스템과 성과를 모방하는 데 성공한 나라는 하나도 없다. 2차 대전에 이후 선진국으로 부상하는 데 성공한 거의 유일한 사례가 바로 한국인데, 그 한국의 경험이나 시스템이 영미식 시장경제를 모델로 했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한국은 그저 한국식이었을 뿐이다.

바로 이러한 의미에서 대부분의 선진국들은 역사적으로 형성된 나름의 안정적인 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 나라의 이름을 붙여 그 시스템을 영미식 모델, 독일 모델, 네덜란드 모델, 스웨덴 모델, 일본 모델 이런 식으로 지칭할 뿐이다. 때로 영미식 모델이 주목을 받고 때로 독일 모델이 주목받을 뿐이지, 사실 그 중에는 어떤 보편적인 정답이 있을 수 없다.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으로 중국‘모델’은?

그렇지만 모든 나라가 결국 공통으로 직면하는 보편적인 과제는 있다. 그것은 지속가능한 경제성장과 사회재생산을 가능케 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 시스템이 만들어지면 그것이 바로 그 나라의 이름을 붙인 모델이 된다. 그리고 지금 중국의 시진핑(習近平)-리커창(李克强) 체제가 직면한 과제가 바로 그것이다. 지속가능한 ‘중국모델’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까지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고도성장을 유지해왔다. 사람들은 그것을 중국의 기적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고도성장 모델은 결코 지속가능하지 않다. 그것이 현 시점에서 중국이 직면한 난관이다. 국내의 경제적 불평등이 불안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국제사회에서도 중국의 성장방식이 글로벌 불균형을 초래한 요인의 하나라고 지목되고 있다. 환경파괴가 너무 심하고, 에너지 소비도 장기적으로 감당하기 어렵다고 한다. 그리고 이 모든 문제가 수출과 투자가 주도하는 성장방식의 결과라는 것이 중국 지도부의 인식이다.

또한 중국이 비록 고도성장은 했으되 금융시장, 경쟁구조, 노동시장, 교육제도, 연구개발체제, 사회안전망 등 경제를 구성하는 내부의 제도구축은 아직 걸음마 단계이다. 각 분야에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할 뿐 아니라, 부문 간의 조화도 이루어내야 한다. 중국경제의 새로운 모델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2013년 우리가 주목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중국이 보여준 모델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앞으로 중국이 과연 자신의 모델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이냐가 문제이다. 중국 특유의 경제적 조건과 이를 출발점으로 삼은 중국 공산당의 실용주의는 30년간의 고도성장을 가능케 했다. 그 중국 앞에 지속가능한 경제시스템 구축이라는 새로운 과제가 등장했다. 지금까지 중국의 성공을 이끌어온 실용주의가 과연 이 새로운 과제에서도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냐, 그것이 작금 중국모델을 둘러싼 진짜 이슈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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