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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제주문화 알림이
제주의 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제주문화 알림이
  • 백호림 기자
  • 승인 2014.01.07 10: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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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이어도사나 대표 지금종 인터뷰…마을발전 컨설팅, 축제 공연기획, 제주 전문 여행업 등 다양한 사업 수행

이코노미21 ‘이어도사나’ 회사이름이 특이한데 뜻과 회사소개를 해주세요.

지금종 ‘이어도 사나’는 제주의 민요이자 제주사람들의 마음 속 이상향이기도 합니다. 한국판 유토피아라고나 할까요. 오래전 이청준의 소설을 통해 마음에 각인된 이름이기도 합니다. (주) 이어도사나는 제주지역의 문화, 경제 발전에 기여하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인데 원래는 비영리법인으로 출발하려고 했으나 행정 담당 부서에서 설립허가가 까다롭게 진행되어서 주식회사로 출범하게 되었습니다.

▲ 제주 조랑말 체험공원 운영하는 (주)이어도사나 대표 지금종

우리 회사는 현재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 마을에 둥지를 틀고, 마을과 연관된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사회적 기업이자 마을기업으로서의 성격을 갖고 있습니다. 마을 만들기,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마을발전을 위한 다양한 계획과 사업에 관한 컨설팅, 축제 및 공연 등 문화기획, 제주도 여행을 전문적으로 설계해 주는 여행업, 제주도 관광기념품 개발 및 유통, 조랑말박물관을 포함하는 조랑말체험공원 위탁 운영 등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여러 분야의 사업을 하고 있어 ‘ 문어발식 확장’ 아니냐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지역’이라는 화두를 통한 내적 연관을 갖는 일들입니다. 또 사업간 상호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예컨대 여행업을 통해 마을 내 시설 및 공간 등을 최대한 활용하게 한다거나 사람, 자연, 문화, 경제활동 등을 연계하는 방식으로 마을 자체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이렇게 하면 여행자도 단순하게 관광지를 소비하는 것을 넘어 여행 대상지의 자연과 문화, 지역민의 삶과 깊이 결합하는 보다 알찬 여행이 가능하게 될 것입니다. 당분간 농촌견학 여행, 소규모 수학여행, 기업 연수 여행 등에 주력할 예정입니다. 지역문화 발전에 기여하고, 대안적 경제활동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고자 노력할 것이고, 무엇보다 지역, 지역민에게 필요한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고 싶습니다.

이코노미21 조랑말박물관을 운영하는 것이 어떤 사회적 기여와 의미가 있는 것인가요?

지금종 조랑말박물관은 지난 2009년~2011 년까지 진행된 ‘신문화공간 조성사업’ 이라는 농림부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사업의 프로젝트 매니저로서 참여했는데, 마을조사를 해보니 현재 조랑말박물관이 자리한 장소 일대가 조선시대 국영목장인 ‘갑마장’이 자리한 곳이었습니다. 그런 면에서 마을의 역사와 문화를 되살림으로써 제주도민은 물론이고, 제주를 찾는 여행자들과 공유하는 일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따라서 마을이 주체가 되어 박물관을 설립한 것은 그 자체가 사회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행위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아가 박물관은 마을과 여행자들을 문화적, 경제적으로 잇는 도농교류의 공간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미약하나마 고용창출의 효과도 있고, 어린이, 청소년을 위한 문화교육의 장,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것도 사회적 기여의 일부분을 이루고 있습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많지만 향후 더욱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코노미21 어려운 점이 많을 텐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은 무엇인가요?

지금종 무엇보다 자본입니다. 새로운 공간을 만들고 안착하기 위해서는 콘텐츠 확보, 홍보 등 후속 작업이 필요한데 필연적으로 자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돈 없는 사람들이 뜻과 의지만으로 사업을 하려니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이제 개장한지 만 1년을 넘겼는데 힘든 시기를 잘 넘겨서 서서히 자리가 잡혀가고 있습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힘이 큽니다. 여담이지만 투자할 곳을 찾는 자본이 많다는데 그 돈이 다 어디에 있는지 모르겠네요.

자본도 문제지만 인력을 확보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가시리는 농촌입니다. 도시와 달리 농촌지역은 사람이 빠져나가는 곳이고, 고령화가 심각한 곳입니다. 수도권의 젊은이들의 귀농귀촌이 더욱 활성화되길 희망합니다.

이코노미21 제주사람이 아닌 데 제주 사시면서 일하시는 게 어떠신지요? 제주도로 내려오려고 하는 분들께 조언해주신다면?

지금종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육지 사는 지인들이 우리 박물관에 놀러오면 일하는 사무실을 보여주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하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 사무실이 대한민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무실이다’라는. 책상에 앉아 문득 사무실 창밖을 바라보다 아름다운 경치에 새삼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아름다운 오름의 능선과 흘러가는 구름, 새빨갛게 하늘을 물들이는 노을은 이곳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하지만 사람 사는 곳이 어디 아름답기만 하겠습니까... 여느 농촌이 그렇듯이 배타성과 높은 진입장벽, 문화적 소외 등 여러 불편함이 있기 마련이죠.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을 것입니다. 제주에서 삶의 만족의 핵심은 각자가 추구하는 삶에 대한 가치관일 것입니다. 제주로의 이주가 급격히 늘고 있는데 삶의 방식의 전환에 대한 욕구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봅니다. 다만 여기서 필요한 것은 선주민들에 대한 이해와 이에 대처하는 지혜인 듯 싶습니다.

이코노미21 일 하시면서 보람 있으신 것이 어떤 것이었는지요?

지금종 지역민들의 문화적 자긍심이 올라갔다고 느껴질 때, 또 방문객들의 칭찬과 만족감, 계획했던 것들이 서서히 실현되는 것의 성취감. 이런 것들이 어려움을 견디게 만들어 준 것 같습니다.

이코노미21 관련된 정부정책의 문제점과 그에 대한 제언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지금종 사회적기업을 하다 보니 정부, 지자체의 지원을 받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난생 처음 국가의 지원을 받는 셈이라 묘한 기분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물론 국민의 세금이지만. 우리가 받는 지원이 국민의 세금이라는 걸 기억하면서 기대에 부응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고맙게 생각합니다. 다만 정부, 지자체의 성과와 실적에 신경 쓰기보다는 사회적 기업들이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더욱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회적 경제 영역이 자본주의의 폐해를 완화시키기 위해 존재하는 기제가 아니라 대안적 발전을 촉진하는 기제가 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부와 지자체가 진심으로 좋은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이코노미21 올해 가을과 겨울에 계획하시는 행사를 소개해주세요.

지금종 서귀포시에서 오는 11월 22일부터 12월 1일까지 ‘2013서귀포 세계감귤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행사에 제가 총감독을 맡아 준비하고 있습니다. 2015년 본 행사를 준비하기 위한 성격의 몸 풀기 수준의 Pre-Expo이지만 서귀포 경제의 버팀목이자 농민들의 주 수입원인 감귤산업 활성화에 관련된 일이니만큼 최선을 다해서 잘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독자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이코노미21 앞으로 회사 사업방향과 계획은 어떻게 잡고 계신가요?

지금종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알차게 꾸리는 것이 최대 과제입니다. 이 사업들이 자리를 잡으면, 제주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계속 발굴해서 육성해 나갈 생각입니다. 사회적 경제 영역이 다양한 방면으로 더욱 넓어지는 것이 필요한 때입니다. 세상에 보탬이 되는 기업이 되고 싶습니다. 많은 관심과 성원 바랍니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0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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