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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들 의사와의 소통 원한다
환자들 의사와의 소통 원한다
  • 안성용 선임기자
  • 승인 2014.01.20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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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협동조합 가락의원 양희석 원장 인터뷰…의사는 남에게 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공영시장인 가락시장의 상인들과 시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그리고 인근 지역주민들이 중심이 되어 우리 사회에서는 보기 드물게 규모가 큰 의료협동조합을 만들어 병원을 개설한 일은 이전 기사에서 다룬 바가 있다. 철도민영화에 이어 의료민영화가 논란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모든 경제 사회분야에서 대자본의 이익이 중심이 되는 국가정책들이 기획되고 집행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데 이에 굴하지 않고 오히려 풀뿌리 시민들이 스스로 주체가 되어 운영에 나선 가락의료협동조합의 행보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고 보인다. 오늘은 실제로 환자를 진료하며 병원을 이끌고 있는 가락의원의 양희석원장(40세)을 직접 만나 인터뷰를 했다. 인터뷰-안성용 선임기자

이코노미21 점심식사를 안한다고 들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양희석 환자와 대화를 하다보면 그분이 아픈 곳에 대해서만 이야기를 하지 않고 대부분 질병의 원인이나 배경이 되는 문제들을 파악하기 위해 이야기하기 때문에 진료시간이 길어진다. 그러다보면 사연도 듣게 되니 자연스럽게 시간이 흐른다. 그래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아예 점심식사를 하지 않는다. 이는 의사로서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줄곧 지켜온 일종의 습관이기도 하다.

이코노미21 가락의원에 오기 전에는 어디에서 근무를 했는가?

양희석 영남대 의대를 졸업하고 수련의 생활을 거쳤다. 이후 국립암센터에서 뇌척수 종양클리닉 전문의로 3년을 근무했고, 척추전문병원인 더좋은병원에서 비수술센터 소장으로 6년간 근무했다. 더좋은병원에서 1만건이 넘는 수술 및 비수술처치를 하며 많이 배웠고, 의사로서의 경험을 많이 쌓았다.

이코노미21 의사로서 제대로 살아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고 했는데, 언제부터인가?

양희석 직전 병원에 있을 때부터이다. 업무나 회의 때문에 해외출장을 많이 했는데, 말레이시아에 가서 의사들의 행동을 보고 놀라고 크게 깨달았다. 65세 이상된 의사들이 환자를 친구처럼 대하더라. 환자가 병원에 오면 반겨주고 이름을 불러주고. 환자를 알아주니까 환자들이 매우 좋아했다. 어떻게 보면 치료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에서는 의사들이 다 그런 것은 아니겠지만 아무래도 권위적이고 경직되어 있지 않나 싶다. 경험컨대 우리사회의 환자들은 편하게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고 의사와 소통하기를 원한다고 느낀다.

말레이시아 의사, 환자를 친구처럼 대하는 것 보고 크게 깨달아

이코노미21 그래서 환자가 오면 나가서 마중을 하고 또 진료 후에는 방밖으로 모시고 나와서 배웅을 하는가? 힘들지 않은가? (양원장의 진료전 후의 이런 행동은 매우 신선했다. 보통 병원은 간호사들이 호명을 하면 환자가 진료실로 들어간다. 나올 때는 의사에게 인사를 하고 나온다. 기자가 경험한 모든 병원이 이러했다)

양희석 (웃으며) 5~6년전부터 이렇게 했다. 처음에는 큰 병원이다보니 말도 많이 들었다. 혼자 튄다고(웃음). 점차 병원내에서도 이해하는 분위기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저에게 진료요청을 하는 환자분들이 지속적으로 늘어났다. 아마 반겨주고 의사소통이 된다고 생각들을 하신 것 같다. 진료환자가 느니 병원에서는 나중에는 시샘하는 사람은 있었겠지만 대놓고 뭐라고 하는 사람은 없었다.

▲ 의료협동조합 가락의원 양희석 원장
이코노미21 치료효과는 어땠는가? 다른 의사들과 비교해서 좋은 결과가 많았는가?

양희석 다른 의사와 직접비교하는 것은 뭐라고 하기가 어려운 것 같다. 다만 다른 병원에서 수술이 안되어 포기하고 온 70대 환자를 회복시키거나, 수술 후 여러 문제로 걷지 못하던 60대 환자를 걸어서 퇴원을 하게하고 편안한 일상생활을 하게 한 사례는 많이 있다. 그리고 대화를 충분히 해서 가능하면 환자의 몸에 부담이 되지 않도록 치료방법을 선택하는 데, 이것이 나름대로 좋은 결과를 내는 것 같다.

대화 통해 환자의 몸에 부담되지 않는 치료방법 선택해

이코노미21 유명한 병원에 있었고 따라서 급여도 많이 받았을 것이다. 가락의원은 급여가 적을 것이고 혼자 일을 많이 해야 하니 결정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혹시 부인의 반대는 없었는가?

양희석 아내도 의사이다. 차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로 근무한다. 아이들은 아들 딸이 있는데 아직 어리고 둘이 버니까 생활하는 데는 큰 문제가 없다.

이코노미21 부인이 버니까 봉사만 해도 문제는 없겠네?

양희석 이코노미21 (웃음)

양희석 부부 의사라고 하면 사람들이 떼돈을 버는 줄 안다.(웃음)

가락의원에 올 때 조합측에서 제가 이전에 받던 급여의 70%를 줄 수 있다고 했다. 저와 아내는 흔쾌히 이를 수용했다. 의사라는 직업은 남에게 줄 수 있는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아픈 이들을 치료해주고 위로해주고 내가 가진 것을 나누는 매우 좋은 직업이라고 우리부부는 생각해왔다. 종교활동은 따로 하고 있지 않지만, 가난한 분들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 곳에서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마침 조합에서 연락이 온 것이다. 이때다 싶어 결정을 하게 되었다.

이코노미21 그래도 환자가 병원을 와야 급여를 받을텐데? 가락의원은 어쨌든 협동조합이 주인이 아닌가? 병원이 잘돼야 하는데?

양희석 (웃음) 지금 병원이 오픈한 후에 이제 막 소식이 전해지는 것 같다. 처음에 오신 분들이 다시 병원을 찾는 비율이 매우 높다. 거의 대부분 오신다. 어떻게 보면 환자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뜻이다.

가락시장에서 하루 종일 일하다 보면 밖에 나가기가 어렵다. 특히 병원을 가기 위해 밖에 나가는 것은 시간이나 거리가 만만치 않다. 환자분들이 가까이 병원이 생겨서 또 저렴해서 좋다고 하시는 데 보람을 느낀다. 앞으로 병원이용자들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급여는 받을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협동조합으로 운영되다보니 조합원들이 홍보도 많이 하고 주변분들을 모시고 오는 경우도 많다.

이코노미21 시장에서 일하는 상인이나 노동자들에 대해 질병 예방교육을 준비하고 있다는데 무엇인가?

양희석 가락시장의 일터의 구조를 보면 몸에 무리가 가게 되어 있다. 무거운 짐을 직접 지고 나르거나 숙이거나 쪼그리거나 하는 자세로 오래 일을 하다 보니 질병이 오게 된다. 상인이나 노동자들이 먼저 본인의 질병에 대해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 한다. 그리고 몸을 아껴 쓰는 방법을 알아야 한다. 그런데 이를 챙겨줄 곳도 사람도 없다. 이런 일도 ‘복지’개념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상인이나 노동자들이 고령화되고 있기 때문에 스스로 의학정보를 찾기가 어렵다. 옆에서 챙겨주어야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저와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직원들이 현재 아침마다 하루 한시간씩 시장을 돌면서 환자들의 불편한 상태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고 있다. 이를 토대로 하여 곧 찾아가서 ‘질병예방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다.

또 현재까지 파악한 바로는 연령대별로 건강을 챙겨야 하는 데, 이를 분류하여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예를 들어 40대 50대는 무거운 물건을 들 때의 자세, 일할 때 자세만 바꾸어도 인대손상이나 허리디스크 손상 등을 어느 정도는 예방할 수가 있다. 60대부터 나타나는 퇴행성 질환도 무릎관절이나 목, 허리, 어깨, 손목, 손가락 등 하는 일에 따라 조금씩 다 다르다. 유형별 연령대별로 정리해서 교육자료를 만들고 교육을 찾아가서 하려고 한다.

찾아가는 ‘질병예방교육’ 진행 예정…치료보다 예방이 중요해

이코노미21 ‘찾아가서’ 교육을 한다는 말인가? 모아 놓고 하는 것이 아니고?

양희석 말 그대로 찾아가서 교육하려고 한다. 상인이나 노동자 모두 시간이 바쁜 분들이기 때문에 찾아가는 것이 맞다고 본다. 그리고 의사나 간호사들이 찾아가서 교육을 하는 것이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말 그대로 ‘의료서비스’를 해보려 한다. 특히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병원이니까 다른 병원과는 달라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치료보다는 예방이 원래 의료인이 가져야하는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이코노미21 기대해보겠다. 협동조합원이 되면 비조합원과 병원을 이용할 때 어떤 차이가 있나?

양희석 보험 비급여항목에서 혜택을 드리려 한다. 최대 30%까지 저렴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거칠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 국민은 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이중 의료보험 혜택을 받는 것이 급여항목이고, 받지 못하는 것이 비급여항목이다. 급여항목은 개별병원이 건드릴 수가 없다. 항목과 가격이 정해져있기 때문이다. 기자 주)

주로 환자들이 실외에서 일하는 분들이므로 영양제, 백신등과 병원에서 알아서 비용을 받는 항목들을 매우 저렴하게 혜택을 드리려 한다. 조합원들이 주인이므로 당연히 저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코노미21 병원장으로서 하고 싶은 말은?

양희석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이고 태도라 생각한다. 함께 나눈다는 정신으로 한걸음씩 나아가는 협동조합, 의료기관이 되고 지역 사회에서 꼭 필요한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다. 그리고 신경외과 정형외과, 내과 환자를 위해 명실상부하게 제대로 진료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의료시스템을 갖추어 나가겠다. 많은 관심과 격려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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