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12-12 16:36 (목)
무조건 좋은 책보다는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무조건 좋은 책보다는 읽기 쉽고 재미있는 책부터
  • 뉴미디어팀
  • 승인 2014.01.20 17: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천하의 일은 이로움과 해로움이 반반인데, 온통 이롭고 작은 해로움도 없는 것은 다만 책뿐이다(天下之事, 利害常相半. 有全利而無小害者, 惟書)’

최근 세간을 발칵 뒤집어 놓은 검찰 관련 사건의 중심에 ‘생활기록부’가 있었다. 생활기록부에 적힌 개인 신상 정보가 화근이 된 것이다. 실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단어이다. ‘생활기록부’. 초등학교 시절, 매 학년 올라갈 때마다 써 내던 기억이 새롭다. 그 생활기록부에 ‘취미’ 칸이 있다. 그 칸을 채울 때마다 단골로 나오는 것이 음악 감상과 독서다. 실제로 독서를 즐겨 하지는 않지만, 이른바 모범답안이라서 그렇게 쓴 것이다.

요즈음 인문학이 대세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다. 대학에서는 취업이 안 된다고 인문학과를 줄이고 있는데, 사회에서는 인문학 강좌에 사람들이 붐빈다. 왜 우리는 인문학 독서에 열광을 하나? 한 마디로 ‘돈’이 된다고 한다. 명나라 대학자인 왕안석은 ‘가난한 사람은 독서로 부자가 되고, 부자는 독서로 귀하게 된다(貧者因書富 富者因書貴)’라고 했다. 비단 중국의 옛 선비만이 아니라 경제 대국 미국의 월 가의 전설인 피터 린치도 ‘지금 생각해보니 통계학 공부보다 역사와 철학 공부가 나의 주식 투자에 훨씬 도움이 되었다’라고 했다.

과학의 지식은 단기간 투자 기법에 아주 유용하지만, 인문의 지혜는 장기간 투자 철학의 바탕을 이룬다. 결국 경제가 우선인 현대 사회에서도 인문학 책을 읽으면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이다. 그래서 너도 나도 인문학 책을 읽는데 여념이 없다. 뿐만 아니라 인문학은 창의력의 보고라고 한다. 역사에서 인간학을, 시에서 감성을, 문학에서 상상력을 그리고 철학에서는 자아를 찾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금세기 최고의 창의력 소유자인 스티브 잡스도 이렇게 말했다. ‘만일 소크라테스와 점심식사를 할 수 있다면 우리 회사가 가진 모든 기술을 그와 바꾸겠다.’ 인문학이 경제는 물론 창의력 개발에도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최근 정민 교수의 신작 『오직 독서뿐』은 우리 선비들의 독서관(讀書觀)을 정리해 놓았다. 조선시대 선비들의 독서에 대해 가장 핵심적인 것은 바로 이 구절인 듯하다. ‘천하의 일은 이로움과 해로움이 반반인데, 온통 이롭고 작은 해로움도 없는 것은 다만 책뿐이다(天下之事, 利害常相半. 有全利而無小害者, 惟書).’ 동서고금을 망라해서 독서만큼 좋은 것은 없다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위의 출판 대국으로 연간 3만 종 이상의 책을 출판하고 있다. 또 우리나라 사람의 독서량은, 미국 25권, 일본 20권에 비해 적지만 그래도 연간 8권으로 적지 않다. 하지만 그 내용을 살펴보면, 8권 중의 대부분은 실용서, 수험에 관련된 책으로 인문서적은 2권이 채 안 된다고 한다. 그나마도 책을 눈으로만 읽지 머리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인문학 책은 실용, 처세에 관한 책과는 달리 읽고 나서 반드시 생각을 해야 한다. ‘독서는 정신을 기쁘게 함이 가장 좋고, 그 다음은 받아들여서 활용하는 것이다. 그 다음은 해박해지는 것이다(讀書者怡神爲上, 其次愛用, 其次淹搏)’라는 구절은 독서의 목적을 잘 표현한 말이다.

바쁜 일상에 찌들어 살다가 간혹 시간이 나면 하고 싶은 것이 사람마다 다르다. 학생들은 공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게임을 하고 싶어 하고, 회사원은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잠을 자고 싶어 한다. 젊은 여성들은 여행으로 추억을 만들려고 하고, 중년은 독서로 자기 삶을 살찌우려고 한다. 이처럼 독서는 쉼의 한 방법이기도 하다. 휴식을 취하는 데 어떠한 제약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독서에 있어 꼭 고전만을 고집해서도 안 된다. 판에 박힌 ‘청소년이 읽어야 할 100선’, ‘필독 고전 100선’ 등과 같이 억지로 독서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바쁜 현대인들은 쉽고 재미있는 것을 찾는다. 최근에 출간된 인문 교양서나 경제 경영서는 손에 너무 쉽게 잡히는데, 인문 고전은 그렇게 손에 잘 잡히지 않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고전만이 양서가 아니다. 재미있는 책이 양서이다.

무조건 훌륭한 책을 추천하기보다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재미있는 책을 권하고 싶다. 책을 자주 접하다 보면 책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또 흥미를 느끼게 되고, 그러다가 독서가 습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처음부터 너무 어렵고 무거운 책을 접하다 보면 독서가 싫어진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 한 권 두 권 읽다 보면 언젠가는 고전도 읽게 될 것이다. 조급하게 마음먹지 말고 순리대로 천천히 앞으로 나가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