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2-08-12 17:15 (금)
2013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한 상반된 연구시각 주목
2013년 노벨경제학 수상자, 효율적 시장가설에 대한 상반된 연구시각 주목
  • 윤종인 본지 편집기획위원, 백석대 교수
  • 승인 2014.01.21 11: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금융경제학자들로는 세 번째. 파마, 한센은 시카고학파, 실러는 케인즈학파

<윤종인 교수의 경제학교실>

2013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로는 시카고대학의 유진 파마(Eugene Fama)와 라스 피터 한센(Lars Peter Hansen), 그리고 예일대학의 로버트 실러(Robert Shiller)가 선정되었다.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가 밝힌 바에 따르면 이들의 수상 이유는 '자산가격의 경험적 연구'에 대한 공로였다. 연구분야는 같지만 이들의 학문적 성향은 매우 다르다. 파마와 한센은 정부의 시장개입을 반대하는 시카고학파 경제학자인 반면 실러는 정부의 시장개입을 옹호하는 케인즈학파 경제학자이다.

금융경제학자로서는 해리 마코위츠(Harry Markowitz), 머튼 밀러(Merton Miller), 윌리엄 샤프(William Sharpe)가 1990년 처음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다. 이후 1997년 로버트 머튼(Robert Merton), 마이런 숄즈(Myron Scholes)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였으니 금융경제학자들에게 노벨경제학상이 주어진 것은 이번이 3번째인 셈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확립한 유진 파마

파마와 실러, 한센의 업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효율적 시장가설(efficient markets hypothesis)이라는 개념에서 시작해야 한다. 물론 이 가설을 말할 때 유진 파마의 업적을 빼놓을 수가 없다. 그는 1970년 발표한 논문에서 효율적 시장가설의 개념을 확립하였다.

효율적 시장가설이란 한마디로 금융시장이 효율적이라는 가설이다. 물론 여기에서 말하는 효율성은 정보의 효율성을 의미한다. 조금 풀어서 설명하면, 효율적 시장가설은 자산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정보(information)가 자산가격에 합리적으로 반영됨을 뜻한다.

예를 들어 어떤 회사의 주식가격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건이 발생하였는데 이 사건에 관한 정보가 주식가격에 합리적으로 반영된다면 이 회사의 주식가격은 5% 상승해야 한다고 하자.

그렇다면 이 회사의 주식가격은 합리적으로 5% 상승한다는 것이 효율적 시장가설이 주장하는 바이다. 물론 여기에서 ‘합리적으로’라는 말의 의미는 주식가격에 오류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오류는 있을 수 밖에 없다. 다만 체계적인 오류가 있지는 않다는 뜻이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처음 듣는 사람이라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파마의 설명은 명확하다. 효율적 시장가설이 옳지 않다면 어떤 정보가 자산가격에 반영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 정보를 가진 사람들은 당연히 초과수익(excess return)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모든 투자자들이 꿈꾸는 초과수익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 결국 파마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투자자들이 초과수익을 얻을 수 없는 이유는 정보가 이미 자산가격에 합리적으로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효율적 시장가설이 틀렸다고 말하기 위해서는 초과수익을 얻는 방법이 있다고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

파마의 연구는 이후 경제학계에 큰 영향을 미쳤다. 효율적 시장가설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경제학자들은 모두 파마의 개념에 근거하였으니 말이다. 즉 초과수익을 얻는 방법이 있는가를 찾으려 하였다. 만약 그런 방법이 있다는 경험적 연구결과를 얻으면 효율적 시장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고, 그렇지 못했다면 효율적 시장가설은 성립한다고 주장하였다.

이상과열을 주장한 로버트 실러

로버트 실러도 효율적 시장가설을 연구한 경제학자이다. 하지만 파마와 정반대로 효율적 시장가설을 비판하는 사람이다. 그는 1981년 발표한 논문에서 주식가격의 움직임이 배당의 움직임으로 설명될 수 없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하였다.

주식가격이란 펀더멘탈(fundamental)로 간주되는 배당이 아니라 심리적 요인 등에 의해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군중행동(herding behavior)이 작용한다고 보았는데 투자자들은 어떤 때는 이상하리만치 낙관적인 분위기에 휩쓸려서 자산시장에 버블이 발생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이상하리만치 비관적인 분위기에 빠져 자산가격이 폭락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실러는 인간적인 요소(human element)가 자산가격의 결정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노벨상 수상자로 선정된 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 점을 분명히 언급하였는데 실러는 “자산가격이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이란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할 것인가를 예측하는 일과 비슷하다”라고 말하였다.

이처럼 심리적 요인을 중시하는 견해로 인해 실러는 행동주의 경제학자로 평가받기도 한다. 행동주의 경제학은 1980년대 시작하여 이제는 경제학의 커다란 흐름으로 자리잡은 분야이며 경제주체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심리적 요인을 분석하기 위해 심리학을 적용한다. 행동주의 경제학의 선구자로는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는 다니엘 카네만(Daniel Kahneman)과 그의 동료이었던 에이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를 들 수 있는데 그들은 본래 경제학자가 아니라 심리학자였다.

파마, 한센과 비교할 때 실러는 대중적으로 매우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 이유는 대중적인 저술 때문인 듯하다. 실러는 2000년에 ‘이상과열(Irrational Exuberance)’이라는 책을 발표하였는데 이 책은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 책에서 실러가 했던 예측이 실제로 들어맞았다는 점이다. 그는 1990년대 후반의 닷컴버블을 지적하였고 주식가격의 폭락을 예견하였다. 그런데 실제로 2000년대 들어 닷컴버블이 붕괴되었던 것이다. 이로 인해 실러는 대중적 인기도 함께 누릴 수 있었다. 이외에도 실러는 조지 애컬로프(George Akerlof)와 공저인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 등 대중적인 책을 많이 쓴 편이다(애컬로프는 2001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이고 야성적 충동이라는 제목은 케인즈가 썼던 표현을 인용한 것이다).

이것만이 아니다. 실러는 매우 참여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1991년 동료경제학자인 칼 케이스(Karl Case) 등과 함께 케이스 실러 웨이스(Case Shiller Weiss)라는 회사를 설립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발표하는 케이스-실러지수(Case–hiller home price index)는 현재 미국의 주택가격지수 중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것이다. 대표적인 주식가격지수가 다우존스지수인 것처럼 대표적인 주택가격지수는 케이스-실러지수이다. 이와 함께 실러는 주택시장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를 수행하였다.

일련의 연구에서 실러는 2000년대 초반 지나친 낙관주의로 인해 주택가격이 치솟고 있음을 지적하였고 언젠가 주택시장버블이 붕괴할 것을 경고하였다. 물론 이번에도 실러의 예측은 들어맞았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2008년 미국금융위기가 그것이다.

계량경제학자 라스 피터 한센

라스 피터 한센은 금융경제학자라기보다는 계량경제학자라고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계량경제학은 통계분석기법을 다루는 경제학의 한 분야를 말하는데 그냥 통계학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마, 실러와 함께 한센이 2013년 노벨상의 수상자가 된 이유는 그의 계량경제학이 자산가격의 연구에 큰 기여를 했기 때문이다. 한센의 경우 파마와 실러 등 금융경제학자들이 주장하는 금융이론을 실증적으로 분석하기 위한 탁월한 방법론을 개발한 공로가 인정받은 것이다.

한센의 가장 큰 업적은 1982년 발표한 일반적률법(Generalized method of moments)이다. 이 연구는 20세기 후반에 이루어진 가장 탁월한 계량경제학의 성과 중 하나로 꼽히는데 최근의 계량경제학 교과서에는 일반적률법이 적어도 하나의 장(chapter)을 차지하고 있다. 일반적률법은 자산가격 뿐만 아니라 거시경제모형을 실증분석하는 데에도 광범위하게 활용된다. 이외에도 한센은 자산가격을 분석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론 연구에 큰 업적을 남겼다. 물론 방법론 연구는 자산가격에 대한 실증연구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센의 연구는 워낙 전문적인 내용이어서 이 글에서 소개하기는 어렵다. 최근 한센의 관심사라고 알려진 개념 하나를 언급하기로 한다. ‘나이트불확실성(Knightian uncertainty)’이라는 것인데 측정과 계산이 불가능한 리스크를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나이트불확실성처럼 수량화할 수 없는 리스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이다. 왜냐하면 투자자들은 경제분석가들이 가지고 있는 분석수단이 어차피 완전하지 못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이 합리적인 행동을 포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따라서 투자자들은 분석수단이 불완전하다는 전제하에 합리적으로 행동하는 방법을 찾는다는 것이 한센의 가설이다. 한센은 최근에 나이트불확실성 개념을 이용하여 2008년 미국금융위기를 분석하려는 시도를 진행 중이다. 한센은 자신의 롤모델로 시카고대학의 개리 베커(Gary Becker)와 로버트 루카스(Robert Lucas)를 꼽는다.

이들은 모두 노벨경제학상의 수상자들인데 한센에 따르면 베커와 루카스는 고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왕성한 연구활동을 하고 있다고 한다. 물론 한센이 이들을 존경하는 이유가 연구태도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한센은 시카고학파의 경제학자 중 한 사람이므로 최고의 우파 경제학자들인 베커와 루카스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자산관리를 위한 교훈

파마와 한센은 효율적 시장가설의 지지자이고 실러는 비판자이다. 그렇게 보면 그들 중 틀린 사람이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들의 연구는 양립가능한 것일 수도 있는데 파마의 결론이 대체로 단기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로부터 얻은 것이고 실러의 결론이 장기적인 현상에 대한 연구로부터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의 연구결과를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다. 효율적 시장가설은 단기적으로는 타당하지만 장기적으로 그렇지 않을 수 있다. 파마의 효율적 시장가설이 타당하다면 우리는 어떻게 투자해야 할까? 그 대답은 분산투자에 있다고 말한다. 일찍이 해리 마코위츠가 포트폴리오이론에서 주장했던 것처럼 주식투자를 할 때 1~2개 종목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여러 종목에 나누어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잘 알려진 전설적인 투자자 중에 존 보글(John Bogle)이라는 사람이 있다. 뱅가드펀드(Vanguard fund)의 창업자로 워렌 버핏(Warren Buffett), 피터 린치(Peter Lynch)와 비길 만한 투자자이다. 그는 분산투자를 고수하여 인덱스펀드에 투자하였으며 놀라운 성과를 보여 주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러가 말한 대로 자산시장은 장기적으로 과열되기도 하였다. 꽤 오랜 기간 동안 자산가격이 지나치게 높아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당연히 자산을 매입하기보다 매도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심리적인 요인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 실러의 지적이다. 따라서 자산시장이 과열되었을 때 신중하게 투자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는 자산시장이 과열되었음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이상과열’이라는 책에서 실러는 주가수익비율(PER : price to earnings ratio)을 체크해야 한다고 말한다. 주가수익비율이 과거 경험에 비추어 지나치게 높다면 주식시장은 과열되었다고 판단하라는 것이다.  E21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