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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고용창출과 경제 재생의 중요한 축’
‘지역의 고용창출과 경제 재생의 중요한 축’
  • 장원봉 사회투자지원재단 상임이사
  • 승인 2014.01.2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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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경제 특집2-유럽의 사회적 경제 현황 및 과제> 신자유주의 민영화 전략의 대리인 전락 위험

이윤 획득에 우선하지 않고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 경제조직은 최근의 현상은 아니다. 공동체 구성원들의 공동 이익을 위한 자조적인 경제활동이라는 측면에서 이들 활동을 살펴보게 되면, 오랜 역사적인 경험을 가지고 있음을 알게 된다. 이러한 시도들을 포괄적으로 ‘사회적 경제(Social Economy)'라는 개념 속에서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일반적이다.

유럽에서 사회적 경제의 역사적 궤적

사회적 경제는 항상 자본주의의 거대한 변화의 과정 속에서 제기되어왔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19세기의 자본주의 산업화와 더불어 양산된 도시 노동자들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한 자조적인 전략으로 등장하였다. 농촌공동체를 벗어나 도시로 이주해온 노동자들은 원자화되었으며, 자신이 속한 국가나 기업이 외면하는 다양한 사회적 필요와 위험에 대해서 개별적으로 대응해야만 했다.

협동조합이나 공제조합 혹은 각종 결사체(association) 등의 전통적인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이렇듯 원자화된 노동자들이 개별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다양한 사회적 필요와 위험에 대해서 그들 스스로 집합적인 대응의 양식으로 고려되기 시작하였다. 협동조합은 생산수단의 소유로부터 분리된 노동자들의 불평등한 지위를 극복하기 위해서 집단적 생산과 소비의 양식으로 제기되었다.

공제조합과 각종 결사체는 질병, 사고, 사망 등과 같은 사회적 위험과 실업과 파업으로 인한 직업적 위험 그리고 거주와 급식과 같은 기본적인 필수품으로부터의 소외에 대응하기 위해서 고려되었다. 그리고 소규모 생산자들과 금융소외계층을 위한 신용협동조합이 건설되었다. 물론 이러한 사회적 경제의 활발한 전개에 대해서 우려의 시각도 존재하였는데, 그것은 사회적 경제가 지닌 구성원들 내부의 조합주의적인 경향이 가지는 개인주의적인 속성에 대한 비판적 시각과 거대하게 확장되어가고 있는 자본주의 시장경제 질서 속에서 그들은 시장경쟁력에서 취약성을 드러내면서 결국은 도태될 것이라는 비관적 시각이 대표적이었다.

이러한 비관적 시각은 20세기에 접어들면서 현실로 드러났다. 그동안 노동자들 스스로 자신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자조전략으로 확대되었던 사회적 경제는 복지정책의 확대와 완전고용의 실현을 통해 국가와 시장에 의해서 대체되었다. 다양한 사회적 위험에 대비하였던 공제조합과 각종 결사체들은 국가의 복지체계에 편입되어갔으며, 신용협동조합과 농업협동조합은 대규모 자본투자의 산업 환경 속에서 시중은행과의 경쟁에 직면하게 되었다.

특히 소비자협동조합과 생산자협동조합 등은 대량생산ㆍ소비의 시대에 완전고용을 통한 노동자들의 구매력 향상과 노동조합의 성장을 통한 가족임금확보로 인해 더 이상 애초의 존재가치를 잃어가면서 시장의 일부분으로 존재하게 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사회적 경제는 다시 사회적 관심의 대상이 되었다. 자본주의 경제의 세계화 속에서 각국의 경제구조는 광범위한 변화를 수반하게 되었으며, 인구구조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완전고용 체계의 붕괴는 대량실업과 복지국가의 재정부담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이러한 자본주의의 새로운 변화 속에서 또다시 사회적 경제는 국가와 시장의 공백 속에서 제기되고 있었다. 유럽 각국에서 새롭게 대두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지역사회의 자조조직들이 생성되었으며, 1990년대 들어서 본격적으로 사회적 경제는 고용창출 및 사회서비스 그리고 지역개발을 위한 새로운 대응방안으로 정책결정자들 사이에 인식되어갔다. 1990년대 초반에 이탈리아의 사회적 협동조합은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는데, 1970년대 말부터 지역사회의 취약계층을 위한 노동통합과 사회서비스의 필요를 충족하기 위한 지역주민들의 자조조직들이 건설하였던 ‘사회적연대협동조합’은 1991년 ‘사회적협동조합법’이 정부에 의해서 제정되면서 공식적으로 법적 조직으로 인정되면서 광범위하게 확대되어 갔다.

이러한 시민사회의 자조적인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유럽의 연구자들은 유럽 각국의 사례연구를 진행하였으며, 이들의 연구는 ‘사회적 기업의 등장(the Emergence of Social Enterprise)'이라는 단행본을 통해서 그들의 활동을 사회적 기업이라는 개념으로 이해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현재 사회적 기업은 각국에서 폭넓은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으며,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실천되고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사회적 경제는 자본주의 사회의 변화 과정 속에서 국가와 시장의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노동자 혹은 시민사회의 집합적 대응전략으로 모색되어 왔다고 할 수 있다.

유럽 복지모델 위기 속에서 사회적 경제의 고려

1970년대에 들어서면서, 유럽의 복지모델은 점차 위기의 징조를 보이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축적체계의 위기는 전통적인 계급타협의 산물인 완전고용과 포괄적 복지를 위태롭게 하였다. 경제의 세계화는 각국 산업의 구조변화를 강제함으로서 노동시장구조의 대폭적인 붕괴를 야기하였다.

상당수의 제조업 분야의 생산시설이 제3세계 등으로 이전하면서 미숙련 노동력의 수요는 급격하게 줄어들었으며, 국제경쟁력에 직면한 기업들은 지속적으로 노동비용을 이윤압박으로 인식하게 하였다. 이 같은 상황은 유럽 각국에서 실업률의 증가로 이어지게 하였으며, 실업률은 유럽 국가들이 직면한 가장 큰 사회적 이슈가 되었으며, 정부의 주요 정책과제가 되어왔다. 유럽 주요 국가들의 실업률 추이를 보면,  1970년대 중반 이후에 실업률이 급증하다가 다소 완화국면을 거치면서 1990년도 중반에 또다시 급증해온 추세를 보이고 있다.

▲ 미하엘 푹스 독일 기민당 부대표가 4월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귀빈식당에서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주도한사 회적 시장경제 연구모임(가칭) 주최로 열린 초청 특별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미하엘 보이보데 만하임대학교 중소기업연구센터 소장, 남 의원, 미하엘 푹스 부대표, 정몽준 의원, 노르베르트 에쉬보른 아데나워재단 한국사무소장. 제공=뉴시스
경제 성장의 둔화는 이 같은 실업상황이 호전되지 못하게 하는 주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였지만, 복지국가의 재정적 위기의 근원이 되기도 하였다. 전통적인 남성노동 중심의 가족임금체계 붕괴는 여성의 노동시장진출을 가속화하면서 사회적 지원을 제공하고 있던 가족의 역할은 위협받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수명이 늘어나면서 노령인구가 증가하면서, 육아와 더불어 노인에 대한 돌봄 노동의 필요는 사회적으로 더욱 증가되어 갔다. 이 같은 인구학적 구성과 가족구조의 변화는 지속적으로 국가의 사회지출예산을 늘어나도록 하였다.

하지만 어려움에 직면한 경제상황은 정부의 재정지출을 억제하도록 하였으며, 정신장애, 홈리스, 약물중독, 이주민 그리고 장기실업 등의 증대는 전통적인 현금 급여정책을 통해서 해결되지 않는 증대된 사회적 필요들을 해결하기 위한 새로운 사회적 대응방안이 모색되어야 했다. 물론 정부는 공공부문의 서비스 공급 증가를 통해서 이러한 필요에 대응하고자 하였으나, 공적 서비스 기관운영의 높은 비용과 지속적인 복지국가의 재정적 위기는 사회서비스의 공적 제공을 동결하거나 철회하도록 하였다. 이 같은 상황은 재분배와 시장교환 그리고 호혜라는 국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의 전통적인 역할 분담체계를 와해시키도록 하였다. 물론 세 영역사이의 새로운 관계설정의 방안에 대한 고려들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는데, 이러한 새로운 관계설정의 모델은 복지혼합(welfare mix)을 통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복지혼합(welfare mix)은 정부부문과 복지수요에 대한 기능적 동등체로서 시장과 시민사회를 인정하고 있다는 전제 속에서, 양자는 정부와 더불어 복지 서비스의 공급자로 포함하고 있다. 이 같은 복지혼합 속에서 정부는 공적 현금급여와 직접적인 사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시장은 민간보험과 서비스 제공 및 기업복지를 통해서 참여하게 되며, 그리고 시민사회는 비영리조직 및 지역공동체 조직에 의한 복지제공과 가족복지를 통해서 참여하게 된다. 이러한 복지모델의 변화는 새로운 고용창출과 복지제공의 방안을 필요로 하였으며, 정부로 하여금 국가와 시장에 의해서 충족되지 못하는 지역사회의 필요에 대응하는 시민사회의 자조적 노력들과의 협력적 관계설정을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사회적 경제는 정부와 시장 그리고 시민사회의 새로운 관계설정의 주요한 매개체로 새롭게 등장하고 있다.

유럽에서 사회적 경제 주요 역할과 고용규모

유럽에서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한 수용 정도를 공공기관, 사회적 경제 기업, 학문적 영역별로 조사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세 가지 집단의 국가군을 발견할 수 있다. 우선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한 높은 수용성을 보인 국가군으로는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벨기에, 아일랜드, 스웨덴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프랑스는 사회적 경제의 개념이 태동한 국가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한 중간수준의 수용성을 보인 국가로는 키프로스, 덴마크, 핀란드, 그리스, 룩셈부르크, 라트비아, 말타, 폴란드 그리고 영국 등이다. 이들 국가들은 사회적 경제에 대한 개념을 비영리부문, 자원활동부문, 사회적 기업 등의 개념과 혼용하여 사용하고 있다. 영국은 장애인들의 노동통합을 위한 기업인 사회적 회사(Social Firm)에 대한 정부 지원정책과는 대조적으로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한 인정수준은 낮은 편이다. 끝으로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한 인정 수준이 매우 낮은 국가들은 오스트리아, 체코, 에스토니아, 독일, 헝가리, 리투아니아, 네덜란드, 슬로베니아 등이다. 이들 국가들은 사회적 경제의 개념보다는 비영리부문, 자원활동부문, 비정부기구 등의 개념이 인정되고 있다.

물론 사회적 경제의 개념에 대한 국가별 수용수준에도 불구하고, 일반적으로 유럽에서 사회적 경제는 사회서비스와 노동통합 및 지역개발 등의 영역에서 다양한 공익활동을 목적으로 하는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우선 사회적 경제는 지역사회에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사회서비스의 제공이 복지혼합 체계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경제는 복지수요에 대한 정부와 기능적 동등체로 복지체제에 등장한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는 몇 가지 점에서 다른 복지수요의 기능적 동등체인 국가와 시장으로부터 차별화된다. 첫째,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사회적 경제는 복지수요의 공동생산 주체로서 서비스 소비자인 시민들의 실질적인 참여를 촉진하고 있으며, 둘째, 이를 통해서 다양한 지역사회의 유대를 통해 구체적으로 지역사회의 복지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으며, 셋째, 사회적 경제로 하여금 국가의 재분배 영역과 시장의 시장교환 영역 그리고 시민사회의 호혜영역으로부터 다양한 사회적 자원을 매개하도록 함으로서 서비스 수요에 대한 복합자원을 동원하도록 한다. 이를 통해 사회적 경제는 새롭게 생성되고 있는 지역사회의 다양한 복지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적 전략으로 고려되고 있다. 물론 복지국가의 후퇴 속에서 사회적 경제가 대두되고 있는 상황은 그것이 결국 사회서비스 수요의 저렴한 기능적 동등체로 전락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지적은 공공복지의 동결이나 철회 속에서 이를 대체해가고 있는 사회적 경제의 역할을 떠올린다면 일면 타당하며, 사회적 기업이 신자유주의의 대리인으로 전락되는 것에 대해 경계하도록 한다. 실제로 사회서비스 체계가 미약하게 형성되어 있는 한국 상황에서 복지예산과 복지체제의 취약성은 사회적 기업이 실질적으로 사회서비스 영역에서 효과적인 역할을 하는데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사회적 경제가 실질적인 복지체제 혁신의 계기가 되기 위해서는 복지체제에 대한 실천적인 개입과 지역사회의 실질적인 참여와 유대를 위한 새로운 시민문화를 생성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한편, 사회적 경제는 취약계층의 노동통합과 새로운 고용창출의 영역에서 활동을 하고 있다. 물론 전통적인 고용창출의 주체는 국가와 시장이었는데, 국가는 공공부문에서 직접적인 고용창출과 시장부문의 고용창출을 촉진하는 역할을 해왔으며, 시장은 시장수요에 따른 재화와 서비스를 공급하면서 노동시장에서 고용창출을 해왔다. 하지만 최근의 세계경제 질서의 변화는 기존의 완전고용과 공공복지의 틀을 위협하였으며, 더 이상 이를 기대하기 어려운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선진산업국들 사이의 산업구조의 고도화는 대규모의 미숙련 실업노동자들을 양산했으며, 이들의 노동통합을 위한 직업훈련 및 근로유인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요구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은 사회적 기업으로 하여금 지역사회의 일자리 창출과 취약계층의 노동통합을 위한 활동을 하도록 하였다. 이와 같은 사회적 경제를 통한 자발적인 시민고용 및 노동통합 프로그램은 유럽연합 차원에서 제도적으로 장려되고 있는데, 유럽연합 중심으로 추진되고 있는 ‘고용을 위한 국가실천계획(National Action Plans for Employment)'에서는 사회적 경제를 통한 새로운 기업정신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고용창출 역량을 촉진하는 활동을 장려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사회적 경제는 낙후된 지역경제의 재생을 위한 다양한 지역개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몰락한 산업도시를 중심으로 하는 지역경제를 살리기 위한 관광사업, 운송사업, 주택사업 등에서 사회적 경제가 주요한 지역주민들의 협력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지역의 특수한 상황에 적합한 지역사회의 다양한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지역필요에 따른 활동계획을 수립함으로서 지역의 욕구에 밀착된 접근을 실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주민의 폭넓은 참여는 다양한 사회적 자본을 생성함으로서 효율적인 자원배분을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듯 지역개발에서 사회적 경제는 다양한 지역사회의 욕구에 대한 혁신적 해결을 위한 공동생산의 매개로서 기능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무엇보다 사회적 경제가 지역사회에서 포괄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점은 직접적으로 사회적 배제의 문제에 개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배제는 기존의 경제적 결핍을 넘어 심리적, 문화적, 정치적, 사회관계적 소외를 포괄적으로 함의하는 개념이라는 점에서 사회적 기업은 이와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사회적 경제의 주요한 참여자인 장기실업자들이나 이민자 혹은 취약 청소년 등은 이들의 역량강화를 위한 사회적 경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서 사회통합의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한편 유럽에서 사회적 경제의 고용인원은 2003년 기준 1천1백만 명에 이르고 있으며, 유럽의 임금근로자의 6.7%에 이르고 있다.

유럽에서 사회적 경제의 전망과 과제

서구 자본주의 발전과정은 기존의 협동조합, 공제조합, 연합체 등의 전통적인 사회적 경제의 주체들로 하여금 많은 변동을 겪도록 강제하였다. 이러한 변동의 핵심에는 기존에 전통적인 사회적 경제 주체들이 수행해오던 공공부조, 사회보호, 공동생산, 공동구매 등의 영역이 시장경제와 복지국가의 경제적 영역 안으로 포섭되어온 주변화의 과정이 위치하고 있다. 즉 전통적인 사회적 경제가 가지는 사회적 매력을 공공부문과 시장부문이 대체해 왔다는 것이다. 공제조합 등의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실현하고 있던 조직 구성원들 간의 공공부조와 사회보호를 위한 상호적 연대관계는 시민권의 확대를 통한 보편적인 복지 서비스의 실현이라는 복지국가의 이념에 잔여적인 역할로 전락하게 되었다.

또한 임금소득과 사회적 보호를 연계하는 사회정책의 제도화 과정은 보험영역에서 공제조합들과 상업적 조직들의 경쟁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도 하였다. 한편 협동조합 운동이 제공하였던 공동체적인 생산과 소비의 방식은 포디즘의 대량생산과 유통혁신으로 인한 상품생산체제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갔으며, 광범위한 자본집중이 여전히 취약한 부문에서만 제한적으로 생존하였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사회적 경제 주체들은 현저히 퇴조하였다. 이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로 하여금 시장에서의 생존력을 제고하도록 강제하였으며, 애초에 사회적 경제가 추구하였던 좀 더 급진적인 정치적 비전과 같은 사회적 목적과는 다른 상업적 목적을 추구하도록 하였다. 그래서 많은 사회적 경제 조직들은 시장에서 다른 상업적 조직들과 경쟁하기 위한, 이윤추구를 우선시하는 경영합리화를 꾀하게 되었으며, 이는 기존에 사회적 경제조직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들로부터 다른 상업적 조직들과 차별적인 인식을 형성해나가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하지만 완전고용의 종결과 복지국가의 위기에 수반해서 형성되었던 새로운 사회적 필요의 영역은 사회적 경제 조직들에게 많은 여지를 남기게 하였다. 특히 새롭게 형성된 많은 연합체들은 이러한 사회적 필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활동에 참여해왔으며, 정부로 하여금 법적 그리고 재정적 지원구조를 제공받아왔다. 이러한 지원체계를 통해서 이들은 전문적인 복지 서비스 제공자가 되어왔으며 많은 새로운참여자들의 후견적인 역할을 하였다. 또한 시장지향적인 회사로서 자기 생존력을 유지해왔던 일부의 협동조합과 공제조합 등은 이러한 새로운 사회적 필요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이전의 조합원 구성에 있어서 노동자 혹은 소비자들로 제한적이었던 조직구성을 새로운 사회적 필요에 대한 지역사회의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로 확대하였으며 구체적인 지역사회의 사회적 필요의 영역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나갔다. 또한 지역사회를 중심으로 지역교환거래체계(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와 마이크로크레디트(micro-credit) 등과 대안적인 경제공동체 활동을 전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현재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활동을 보면, 그렇게 낙관적인 상황만은 아니다. 많은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활동이 정부의 자금조달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으며, 그러한 정부의 자금조달이 단기적인 서비스 계약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특히 취약계층의 노동통합과 소득보전을 위한 근로연계복지 프로그램으로 사회적 경제 영역을 활용하고자 하는 정책은 정부가 주도적으로 형성해가고 있는 계약문화 속에서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자율성을 많은 부분 제약하고 있으며, 고용과 서비스 제공이라는 단기적인 정책목표에 그들을 동원하는 성격이 강하다.

그래서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결합되어 다양한 지역사회의 서비스 욕구에 대응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주체들의 활동은 우리에게 좋은 자극이 되고 있다. 이들은 지역의 다양한 이해당사자들의 참여와 결속을 이끌어냄으로써 지속적인 사회적 경제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그리고 국가의 요양, 보육, 탁아, 장애 등의 사회보장제도는 사회적 경제 조직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들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으며, 저소득층이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구매력을 보증하고 있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그들이 사회적 경제에 포괄될 수 있는 근거가 되고 있다.

이러한 지역사회의 참여와 결속을 통한 적극적인 사회적 자본의 동원과 사회보장제도의 기반은 사회적 경제 조직들로 하여금 시장영역에서 민간영리조직들에 대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물론 여전히 정부는 사회적 서비스의 질을 개선하는 것보다 예산절감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복지혼합(welfare mix)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는 많은 사회적 경제를 여전히 비공식부문으로 머무르게 하는 가장 주요한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편 이탈리아와 영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정부의 사회적 경제에 대한 법적인 규정을 통해서 역으로 사회적 경제의 비공식부문을 공식부문으로 흡수해서 사회적 보호를 받게 하는 과정도 존재한다. 하지만 여전히 사회적 경제 영역의 일자리는 사회적으로 선호되는 매력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지는 못하다. 이러한 점에서 사회적 경제에 대한 사회적 가치에 대한 인식은 절실하다. 그래서 사회적 경제가 단순히 실업과 빈곤에 대응하기 위한 고용과 사회적 서비스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으로서가 아니라, 기존의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시장질서와는 다른 삶의 방식으로서 사회적 경제의 이념과 실천이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부각되어야 한다는 점도 유럽의 사회적 경제가 우리에게 시사해 주고 있는 바이다.

이러한 사회적 경제의 이념과 실천을 기반으로 하는 시민사회의 주도성이야 말로 사회적 경제가 신자유주의의 민영화 전략의 대리인으로 전락되어서 정부의 프로그램을 수행하는 수용자로서의 위상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이것이 사회적 경제 영역이 다양한 가치를 실천하는 장으로서 매력적인 이미지를 형성하도록 하는 출발점이다.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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