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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시장의 뉴웨이브, 제3맥주 뜬다
맥주시장의 뉴웨이브, 제3맥주 뜬다
  • 백호림 기자
  • 승인 2014.01.28 1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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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 ‘제스피’와 횡성 ‘세븐브로이’, 내년 롯데-아사히 맥주까지…다양한 맛 원하는 애호가 관심, 중소기업에게 불리한 주세체계 개선필요

남한이 북한에게 확실히 지는 것은? 정답은 맥주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 2012년 11월 22일자 ‘화끈한 음식, 따분한 맥주(fiery food, boring beer)’라는 기사에서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이 없다”고 비판했다. 한마디로 싱겁다는 것이다.

맛 없는 맥주의 나라, 한국

한국 맥주가 싱겁고 맛이 없는 것은 원료의 맥아함량 비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잘 팔리고 있다, 헌데 그 추세에 의미 있는 변화의 흐름이 시작됐다.

오비, 하이트 두 강자가 2013년 4조원대 세계 11위인 국내맥주시장의 96%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사실상 두 업체에 의한 독과점 시장에서 최근 3년간 수입 맥주시장이 무려 68% 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3년 7월 관세청이 발표한 ‘2013년 상반기 맥주 수입동향’에 따르면 올 상반기 맥주 수입액은 3951만달러로 전년 동기(3259만달러)대비 21.2% 증가했다. 연간 맥주 수입액은 2010년 4375만달러에서 2011년 5845만달러, 2012년 7359만달러로 증가하며 연평균 30%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중요한 요인 중 국산 맥주의 맛이 점점 다양해지는 소비자들의 입맛을 따라잡지 못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2002년 월드컵 때 완화된 주세법의 영향으로 한 때 150여개에 이르렀던 하우스 맥주집이 이제는 30여개만 남은 하우스 맥주 붐과는 달리 이번의 변화양상은 새로운 시장의 흐름, 한국 맥주의 뉴웨이브를 예고하는 것인가?

▲ 제주맥주 '제스피'의 맥주 양조 시설
현재 국내에서 대중판매가 가능한 맥주를 양조하고 있는 업체는 오비맥주, 하이트진로, 세븐브로이, 카파인터내셔널 4곳이다. 그리고 제주도개발공사가 2013년 7월 출시한 제스피가 있는데 소규모제조시설 면허라서 제스피 매장에서만 판매가 가능하다. 그 외에 몇 군데서 일반면허를 갖는 맥주공장을 준비하고 있다. 그 중 롯데칠성이 2012년 6월부터 충북 충주에 연간 생산량 5만㎘ 규모의 맥주공장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 연말 공장 완공과 더불어 내년 상반기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새로운 맥주, 제주산 보리로 만든 지역맥주 ‘제스피’

이 중 제주도개발공사의 ‘제스피’와 ‘세븐브로이’를 취재했다. 먼저 제주도개발공사의 ‘제스피’이다. ‘제스피’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공기업에서 생산하는 맥주다. 현재 제주시 옛 신제주종합시장 내에 마련된 직영 맥주영업장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생맥주 5종(필스너, 골든에일, 페일에일, 스트롱에일, 스타우트)과 병맥주 1종(필스너) 등 모두 6종이 시판되고 있다.

‘제스피’는 제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최초의 지역맥주이고 제주 화산암반수와 제주산 맥주보리를 맥아로 만든 맥주다. ‘제스피’ 매장을 책임지고 있는 김하진 점장에 따르면 ‘제스피’의 탄생 배경에는 맥주사업을 통한 수익창출 보다 지역경제 활성화에 핵심 키워드가 맞춰져 있다고 한다. 지난 해부터 올해까지 제주산 보리 3만3200㎏을 수매해 농가소득 향상에 도움을 줬고, ‘제스피’ 매장에서 판매하는 안주 역시 제주산 농수축산물을 이용함에 따라 이 역시 농어민 소득증대에 많은 보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매장의 모든 식사와 안주는 제주산 흑돼지, 흑우 등 제주산 재료로 구성되어 있고 가격은 원재료와 맛을 고려하면 비싸지 않은 편이다. 맥주 맛을 기존 맥주와의 차별성과 대중성이란 측면에서 비교해보면 좀 더 대중적인 맛이다.

‘제스피’는 현재 소규모면허라서 판매에 제약이 많다.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주도개발공사는 미국 뉴욕 브루클린에서 크래프트 맥주(Craft beer)를 생산하는 브루클린 맥주와 제주에서 맥주를 합작 생산하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크래프트 맥주란 소규모 양조장에서 자신들만의 레시피로 빚은 지역맥주를 말한다. 브루클린 맥주가 지난 6월 합작사업 제안을 해서 현대산업경제연구원에 타당성 검토 용역을 맡겼고 타당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나 11월 5일 최종보고서를 제주자치도의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제주자치도의회가 용역결과에 문제점을 제기하고 있어 제주맥주 합작법인 설립에 진통이 예상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브루클린 맥주는 개발공사가 현재 생산하는 프리미엄 맥주인 ‘제스피’에 사용하는 제주산 보리와 제주 화산 암반 지하수로 내년 여름 초 ‘제주 맥주(가칭)’를 라거·에일 및 밀 맥주 등 4가지 종류로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해외시장으로의 수출도 추진 예정이다.

상면발효방식 에일맥주로 차별화한 ‘세븐브로이’

다음으로 ‘세븐브로이’이다. ‘세븐브로이’ 맥주공장은 강원도 횡성에 있다. 지난 1933년 일제식민지 시절 동양맥주와 조선맥주가 맥주 제조 면허를 취득한 지 77년이 지난 2011년 10월에 탄생한 국내 최초 중소형 맥주 회사이다. 생산량은 1일 5000~1만리터이다. 주력제품은 세븐브로이 IPA로 국내 기업 최초로 선보인 상면발효방식의 에일(Ale) 맥주로 현재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홈플러스, 편의점 등에서 캔맥주로 판매하고 있다.

최근 9월에 여의도에 프리미엄 펍인 세븐브로이펍을 열었다. 8가지의 다양한 맥주가 매일 횡성 공장에서 배송되어 신선한 생맥주로 마실 수 있다.에일맥주가 주류이며 필스너도 있다. 인디아 페일 에일(IPA)이 인기맥주인데 고객들의 평가가 아주 높다고 한다.

맥주 맛은 종류마다 다른데 인디아 페일 에일은 차별점에 방점이 찍혀 있다. 맥주애호가인 경우 좀 아쉬울 수도 있겠으나 기존 맥주에 익숙한 고객일 경우 매우 신선하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올 연말 강남역 근처에 고급대형펍으로 강남점을 열 계획이다. 전국 주요도시의 중심지에 세븐브로이펍을 개장할 계획이며 병맥주도 출시할 예정이다.

‘세븐브로이’는 ‘제스피’와 달리 일반면허 사업자로서 전국에서 유통과 판매가 가능하다.

현재 생산보다는 유통에서 어려움이 많다. 기존의 주류 유통은 오비와 하이트가 중심이어서 신규사업자가 진입하기에는 물적, 인적 장벽이 너무 높다. 소비자들이 맥주 맛을 알고 인정해줄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그때까지 버티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세븐브로이’가 선택한 전략은 차별화이다. 처음에는 소비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맛이어서 어렵겠지만 맛의 진정한 차이를 느끼게 되면 꾸준히 늘어나서 안정된 고객층을 확보한다는 것이다. 그것을 위해서 좋은 물을 찾아 강원도 산골짜기에 공장이 있고 독일산 최고급의 맥아와 홉으로 맥주을 생산하고 있다.

독과점 체제과 잘못된 주세의 피해자는?

세븐브로이와 제스피를 취재하면서 느낀 문제는 두 업체 다 고급품질의 제품을 만들려니 제조원가가 높다는 것이다. 거기에 주세법의 문제로 인해 대형업체보다 세금 비중이 더 커진다. 그래서 소비자가격을 낮추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고급품질의 좋은 제품을 적정가격에 공급해야 기존 맥주시장을 뚫고 나갈 수 있는데 오히려 제도가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반면 소비자들은 좋은 제품을 좀 더 싸게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원천적으로 차단당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 주세법이 문제인 것이다.

현행법상 주세율은 종량제가 아닌 종가세다. 제조원가와 이윤을 더한 과세표준에 72%의 단일 주세율과 교육세 30%를 부과한다. 제조원가가 높을수록 주세 비율이 높다. 대기업에 비해서 원료구입량이 적고 고품질의 맥주를 생산하는 중소기업들이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많은 주세를 내야 하는 구조다.

민주당 홍종학 의원이 지난 4월 발의한 주세법 내용대로 개정안이 발효되면 중소 맥주업체에 대해서는 30% 이하로 세율이 정해지게 된다. 세븐브로이를 비롯한 중소 맥주회사가 시장에서 성공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홍종학 의원 개정안 내용은 별첨기사 참조)

이런 흐름에 기획재정부는 지난 8월 8일 맥주시장 활성화를 위한 소규모 사업자의 세금 완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을 보면 먼저 맥주 생산시설 기준이 기존 전발효조 50㎘ 및 후발효조100㎘의 절반 수준인 전발효조 25㎘ 및 후발효조 50㎘로 완화됐다. 또한, 소규모 맥주 제조자(담금 및 저장조 5㎘ 이상 25㎘ 이하)에 대해서는 주세 과세표준을 기존 제조원가 1.1배의 80% 수준에서 제조원가 1.1배의 60% 수준으로 인하했다.

일반 맥주제조자 중 직전 주조연도의 과세대상 출고수량이 3000㎘ 이하면 300㎘ 이하 출고량에 대해서는 출고가격의 80%만 과세표준으로 하기로 개정했다.

크래프트 맥주업계에서는 이번 세제개편안에 관해 대부분 업체가 3000㎘가 넘게 생산하고 있어 해당 사항이 없는데다 300㎘ 이하 출고량에만 과세표준을 낮추는 것도 의미가 없어 실질적인 혜택이 없다며 좀 더 근본적인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까지 정부입장은 홍종학 의원이 발의한 주세법 개정에 반대이다.

이런 상황에서 커지는 에일맥주 시장에 대응해서 하이트진로㈜에서는 지난 9월 초 프리미엄 에일맥주 ‘퀸즈에일’을 출시했다. 수입맥주는 수입가격을 지나치게 싸게 들여와 관세와 주세를 적게 낸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여기에 프로모션 행사를 통해서 점점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롯데 아사히 내년부터 맥주시장 진출?

또 하나의 가장 큰 변수는 롯데칠성음료㈜이다. 현재 롯데칠성음료㈜는 일본 맥주업계 1위 업체인 아사히맥주와의 합작을 통해 롯데아사히주류㈜를 설립하여 아사히맥주의 국내 수입 및 유통을 담당하고 있다. 2004년 롯데아사히주류㈜ 설립 당시 롯데칠성음료㈜가 85%, 일본 아사히맥주가 15%의 지분을 출자했으며, 2013년 일본 아사히맥주가 지분을 추가 출자하면서 롯데칠성음료㈜ 지분율이 66%로 변경됐다.

롯데칠성음료㈜가 현재 신축중인 맥주공장은 연간 생산량 5만㎘ 수준의 소규모 시설로 2014년 시제품 생산을 통한 시장진입 물량은 제한적인 수준이며, 본격적인 맥주사업 확대를 위해서는 대규모 설비투자가 요구된다. 롯데칠성음료㈜는 2015년경 맥주공장 신설(투자금액 약 7천억원 내외 전망) 계획을 발표한 바 있으나, 현재 진행 중인 소규모 시설투자를 통해 2014년 상반기경 시장 테스트 이후 대규모 설비투자 여부 및 시기 등을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0월 2일 한국기업평가 이정미 책임연구원은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맥주시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서 우수한 자금조달력과 유통망을 갖춘 롯데칠성음료㈜가 맥주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기존 양사가 확고한 과점을 형성중인 국내 경쟁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되나, 신규 브랜드를 통한 시장진입은 대규모 자금투자가 불가피하고, 성공적인 시장 안착 여부에는 불확실성이 크게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면서 롯데의 맥주사업 결과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하면서도 그 결과와 상관없이 기존 맥주시장에는 큰 파급을 줄 것으로 예측했다.

지금까지 살펴본 맥주시장의 조건을 보면 크래프트 맥주로 상징되는 새로운 맥주시장의 흐름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 업체의 힘은 너무 막강하고 중소업체의 힘은 아주 작아 보인다. 지난 시기 하우스맥주 붐처럼 일시적 유행으로 그칠 가능성도 크다. 아직까지 다양한 맥주를 찾는 소비자들은 적다. 그러나 그 소비층은 계속 커질 것임을 여러 지표를 통해서 예측할 수 있다.

한국기업평가 이정미 책임연구원은 위 보고서 마지막에서 “소비자 기호의 다변화 및 고급화가 급격히 진행되면서 맥주시장의 질적 성장은 필연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수입맥주시장이 큰 폭으로 성장하는 등 다양한 맥주에 대한 소비자 요구가 거세지는 모습으로, 국내 맥주산업은 기존 과점구도에 안착하기보다는 질적 제고를 통해 양적인 성장 둔화를 극복하는 방향으로의 성장전략 변화가 필수적인 상황이다.”라고 정리했다.

공정한 경쟁으로 새로운 맥주 성장시켜야

현재 국산 맥주 시장은 양사의 독과점 체제이다. 이 독과점 체제는 주세가 전체 국세 대비 10%를 넘던 지난 시기의 산물이다. 이제 맥주회사가 허가되고 생산된 일제식민지 시절부터 따져보면 이 체제는 거의 100년이 다 되어간다. 시대가 변하고 사람이 변했는데 이제는 낡은 제도도 바뀌어야 되지 않을까! 그 제도가 단지 오래돼서가 아니고 강자에게 유리하고 약자에게 불리한 시스템이어서 대다수의 구성원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하지 않은 경쟁의 조건에서 맛있고 저렴한 맥주를 지속적으로 마실 수는 없을 것이다.

독과점생산에서 나온 값 싼,별 차이 없는 맥주를 마시거나 비싼 돈 내고 물 건너온 신선하지 않은 맥주를 바가지 쓰고 먹을 수 밖에 없다. 이게 싫으면 집에서 직접 만들어 먹거나 한 때 유행했다가 사라진 몇 안 되는 펍에서 소수 동호인들이 모여서 마셔야 할지 모른다. 정말 대한민국은 과연 맥주조차 맛있게, 정당한 가격에 마실 수 없는 나라인지 의문이다.

독과점과 잘못된 주세구조는 이렇듯 우리들 작은 일상의 즐거움마저 누리지 못하게 한다. 경제민주화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들이 마시는 다양한 맥주의 맛과 향에 살아 있는 것이다.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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