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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과 지방분권 통한 지역동반성장 시급
균형발전과 지방분권 통한 지역동반성장 시급
  • 최영태 전남대 교수
  • 승인 2014.02.03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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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의 50% 1천대 기업의 본사 70%이상이 수도권 집중, 지방 쇠락 심각…국민통합, 국가경쟁력 강화, 통일기반 조성 위해 지역불균형 해소해야

1. 국토균형발전의 공감대

우리나라 헌법들은 항상 국토의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강한 의지를 피력하였다. 그러나 현재 우리 국토는 헌법정신과 달리 지역 간 불균형 발전과 국토의 난개발 등 많은 모순을 안고 있다.

특히 전체 인구의 50%가 수도권에 모여 있고, 정치·경제·문화 권력의 수도권 집중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또한 이로 인해 수도권의 주택난, 교통난, 환경 파괴 등 부작용도 매우 크다. 반면 수도권의 비대화와 정반대로 지방의 쇠락은 갈수록 심해지고, 비수도권 주민들의 상대적 박탈감 역시 커져가고 있다. 영호남의 지역감정에 이어 수도권 대 비수도권간의 지역대립이 확대되고 있는데, 이는 국민통합과 통일을 대비하는 차원에서도 매우 우려할만한 현상이 아닐 수 없다.

수도권으로의 경제력 집중, 이를 완화시키기 위한 수도권 규제정책, 그리고 역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책에 대해서는 찬반 양론이 존재한다. 그래도 한 가지 다행스러운 사실은 국토의 균형발전이라는 견해에 대해 국민 대다수가 총론적 수준에서나마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가 노력해야 할 것은 총론단계의 이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각론단계에서 양쪽의 상반된 견해를 통합, 발전시켜 수도권 주민과 수도권 이남주민이 함께 성장하고 궁극적으로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 문제를 논할 때 사용되는 ‘균형발전’, ‘지방분권’, ‘상생’, ‘동반성장’ 등의 용어들에는 미묘한 시각차와 상이한 철학이 엿보인다. 또 균형발전론과 지방분권론자들 사이에서도 그 우선순위를 놓고 견해차가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각각의 용어마다 긍정적 의미들이 함의되어 있기 때문에 이 글은 용어의 상세한 차이점은 무시한 채 위의 용어들을 병행하여 사용하면서 논지를 펼쳐나가겠다.

2. 역대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책과 그 실패

1) 역대 정부의 국토종합개발계획과 수도권 집중 억제 정책

국토개발은 영토를 체계적으로 관리함으로써 국가의 경쟁력과 국민의 복리를 증진시키는 계획적 활동을 말한다.

국토를 종합적으로 이용 개발하기 위해 역대 정부들은 매번 국토종합개발계획을 수립하였다. 박정희 정부 시대의 제1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72-1981), 전두환 정부 시대의 「제2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82-1991)」과 노태우 정부 때의 「서해안 종합개발사업계획」. 김영삼 정부 때의 제3차 국토종합개발계획(1992-2001), 김대중 정부 때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2000-2020)」, 노무현 정부 때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06-2020)」, 이명박 정부 때의 「제4차 국토종합계획 수정계획(2011-2020)」등이 그것이다.

▲ 제5회 동방성장포럼에서 발제자·사회자가 청중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와 병행하여 수도권억제를 내용으로 하는 수도권 정비계획도 여러 차례 발표되었다. 박정희 정부 때는 주로 안보적 차원에서, 그리고 1980년대부터는 수도권의 공간적 범위를 서울, 인천, 경기도의 전역으로 확대하고, 인구집중유발시설들을 규제하여 수도권의 과밀화를 완화시키는 방향에서 수도권정비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수도권 집중의 완화와 지방 살리기 정책이 범정부적 차원에서 종합적으로 기획되고 실행된 것은 2003년 집권한 노무현 정부 때였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국정운영의 양대 과제 중 하나로 선정하고 행정복합도시 건설(처음에는 행정수도 이전)이라는 충격적 방법까지 동원하였다. 또 노무현 정부는 새로운 수도권의 비전과 발전방향을 담은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2006-2020)」을 수립하였는데, 이 계획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도권의 비전은 ‘지방과 상생 발전하는 살기 좋은 동북아의 경제중심’이었다.

그러나 ‘백약이 무효’라는 말처럼 수도권 인구 억제와 지역균형 발전을 위한 충격적 방법이 시도된 이후에도 수도권 인구증가와 경제·문화적 권력의 수도권 집중 현상은 계속되고 있다.

2) 수도권의 과밀화와 지방 인구의 감소, 그리고 그 후유증

인구와 그 지역적 분포는 국토환경을 지배하는 핵심인자이다. 우리나라의 인구는 1960년 24,989,000명에서 2013년에는 그 두 배인 50,000,000명을 넘어섰다. 인구의 지역적 분포의 가장 큰 특징은 전 국토 면적의 11.8%에 불과한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수도권 지역에 인구가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도권 인구의 공간적 집중도는 1970년 28.2%에서 1990년에는 42.8%, 2010년에는 49.5%, 그리고 2013년에는 50%를 초과하기에 이르렀다. 총인구의 절반이 수도권 지역에 집중되고 있는데 이는 일본의 수도권 인구 비중 31.9%, 프랑스 18.5%, 영국 11.8% 등과 비교해 볼 때 현격하게 높은 수준이다.

역대 정부들이 모두 수도권 과밀화 억제정책을 펼쳤으나 수도권 집중현상이 완화되기는 커녕 오히려 심화된 가장 큰 원인은 역대 정부의 의지 부족에서 찾을 수 있다. 노무현 정부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계획과 실행들이 원론적 수준에 머물렀고, 실행 부서 역시 건설부(국토건설부) 중심으로 행해졌지 범정부적 차원에서 행해진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건설부의 대형건축물과 토지이용규제 등 물리적 측면의 규제는 비교적 강력히 추진되었으나 세제, 금융, 교육, 의료, 복지 등 이른바 비공간 정책은 수도권 규제정책과는 별개로 움직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분당, 평촌, 중동 등 수도권 5개 신도시 개발을 단행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살필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문제를 논의할 때 가장 뜨거운 주제가 되었던 것은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이다. 영호남 간의 지역감정은 박정희 정권 이래 수도권과 영남 중심의 경제개발 및 권력구조 구축, 그리고 호남의 상대적 소외와 이에 대한 시정 요구 과정에서 발생, 심화되었다. 1949년 대비 인구 증가율이 2.5배나 됨에도 불구하고 호남의 인구는 오히려 1949년 5,098,000명(전국대비 25.3%)에서 2012년 5,087,000명(10.17%)으로 감소했다. 이 현상은 지난 60년 동안 호남의 사회경제적 쇠퇴가 얼마나 심하게 진행되어 왔는지를 잘 드러내 준다.

수도권 이남 지역 중에서 1949년 기준으로 전국 인구 비율이 감소하지 않은 곳은 부산·경남권 뿐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은 1961년 이래 한국 정치권력의 중심에 섰던 대구·경북권의 전국대비 인구비율 감소(15.9%→10.24%)가 충청권(15.6→10.45)과 같은 수준으로 진행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사례는 곧 지금까지의 영호남 지역감정이 대단히 관념적인 차원에서 전개되었음을 시사해 준다. 양 지역이 치열하게 대립하는 동안 양 지역 모두 수도권에 밀려 2류 지역으로 후퇴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대구 경북 지역에서 발행하는 지역 신문들에는 「지방이 분노해야 하는 이유」(영남일보 2013.7.29), 「젊은이가 떠나고 싶은 대구」(매일신문 2013.8.7), 「취득세율 인하 지방재정 파탄난다」(대구신문 2013.8.12) 등 자극적인 제목의 칼럼들이 많다. 대구시가 2013년 8월 6일 발표한 2012년도 대구사회조사분석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타 시·도로 이사 의향이 있는 응답자가 많았으며, 대구시민으로 자긍심을 느끼고 있는 응답자는 전체 응답자 중 29% 밖에 되지 않았다. 대구시민이 자긍심을 갖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지방민이라는 자괴감 때문이며, 그 근저에는 대구의 경제적 위상 추락, 교육과 문화에서의 열패감이 그 근저에 자리 잡고 있다.

서울과 비수도권 지역 사이의 부동산 가격의 차이는 곧 서울 거주민과 다른 지방민 간의 경제적 격차를 상징한다.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의 격차 문제는 영호남간의 지역감정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이다. 이는 중심부와 주변부라는 구조적인 경제력의 문제, 즉 지배와 종속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회경제적 양극화와 연관이 깊으며, 공간적 차원의 경제민주화와 관련되어 있다. 환언하면 수도권과 비수도권에서 각각 거주하고 일을 한다는 것이 사회경제적 활동의 기회 차이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 정체성의 차이를 유발하여 ‘일국 내 두 국민’의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는 것이다. 지방민으로서 심리적 좌절감은 특히 청소년들 사이에서 심화되고 있다.

대학입시 때 지방 수험생들의 탈 지방화 현상은 그런 심리의 일부를 반영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우수한 젊은이들이 수도권을 지향하다보니 기업들은 지방에 인재가 없어 공장을 지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등 악순환이 거듭되고 있다.

3. 지역간 동반성장을 위한 대안들

역대 정부의 국토균형발전책을 보았을 때 지역 간 동반성장을 위한 좋은 아이디어들은 거의 모두 나왔다고 본다. 따라서 앞으로의 과제는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와 지역의 발전 사이에 놓여 있는 충돌점을 어떻게 완화하면서 양자가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느냐는 것이다.

역대정부 중에서 지역균형발전을 국가적 아젠다로 끌어올린 노무현 정부 때의 비전과 경험은 향후 지역 간 동반성장을 위한 정책수립의 기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노무현 정부는 ‘분권’과 ‘분산’을 21세기 국가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제시하고, ‘지방분권화 추진’, ‘지방대학 및 지방문화 육성’, ‘지방경제 및 특성화 발전’, ‘신행정수도 건설’ 등 네 가지 소주제를 선정, 중점 연구하였다.

그러나 노무현 정부가 지방의 발전만 고민하고 수도권의 경쟁력 강화를 방기한 것은 아니었다. 노무현 정부는 「제3차 수도권정비계획(2006-2020)」에서 수도권의 비전을 ‘지방과 상생 발전하는 동북아의 경제중심’으로 삼고 수도권 경쟁력 강화의 방안도 제시했다. 서울은 세계적인 경쟁력을 지닌 동북아 거점도시이자 국가혁신 창출의 중심지로 육성하고, 인천은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통하여 동북아 국제물류 중심도시로 건설하며, 경기도는 첨단·지식기반산업의 메카로 육성하여 한국의 ‘실리콘 밸리(Silicon Valley)’를 구현한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규제를 합리적으로 개선하는 내용도 담겨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건설과 공공기관의 지방이전 효과가 가시화된 이후에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협력하는 ‘계획관리체제’로 전환하는 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수도권 인구 증가의 완화와 지방의 활성화가 가시적 성과를 얻은 후에 수도권 규제 완화를 도모하겠다는 전략을 제시한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산업구조가 고도화, 개방화되면서 수도권은 이미 집적된 산업과 노동력으로 인한 집적경제 효과와 거대한 시장 규모, 거기에 권력과 고급 인력, 각종 교육 문화시설까지 갖추어 다른 지역과 비교할 수 없는 입지적 매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완화 조치를 지방의 활성화 다음으로 미루어도 수도권의 발전에는 큰 지장이 없는 상황이다.

노무현 정부 다음에 등장한 이명박 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정책을 평가절하하고 대신 국가 간의 무한경쟁과 광역경제권 구축 추세를 반영하여 「5+2 광역경제권」이라는 대안을 제시하였다. 이 구상은 500만 명 내외의 5대 광역경제권, 즉 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경권, 동남권과 인구 100만 명 전후의 독립된 경제권인 강원권과 제주권을 특별광역경제권으로 구분하였다. 이명박 정부가 노무현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책을 의도적으로 외면한 것은 잘못된 것이지만 광역경제권 구상을 제시한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그러나 광역권 구상은 「5+2 광역경제권」이라는 기계적인 설정에서 벗어나 지역의 특성과 통합성의 정도를 고려하면서 좀 더 유연하게 적용해야 할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지역균형발전책이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바람직한 방향은 참여정부의 지역균형발전책을 계승하면서,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광역경제권 구상을 수렴하고, 여기에 부족한 내용을 첨가 보완하는 방식으로 그 방향이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지역 간 동반 발전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먼저 중앙정부의 권한과 인력을 과감하게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 특히 재정분야에서의 과감한 이전이 필요하다. 최근까지도 우리나라에서는 지방자치를 경제적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 상대적으로 미흡하였는데, 이 부분에 대한 발상의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고서는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을 도모할 수 없다.

복지비의 확대에 따른 대안도 시급히 모색되어야 한다. 재정분권을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는 지방세정제도 개선(지방세의 신세원 확대, 재산세와 종합토지세 과표 현실화, 지방세 비과세 감면 축소), 포괄보조금 제도 확대를 포함한 지방재정의 자율성 강화 등을 들 수 있다. 최근 송전탑 문제나 원자력발전소 건설 등 환경오염 및 혐오시설을 둘러싼 갈등과 대립이 확대되고 있다. 향후 공공입지의 공정성과 환경정의적 성격의 차원에서 전기와 물을 주로 소비하는 지역이 이를 생산하는 지역 및 혐오시설을 감수하는 지역에 정당한 보상을 해주는 지역상생발전기금의 확대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우리나라와 같은 대기업 중심 경제 구조 속에서 균형발전이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대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 정부가 과거처럼 대기업에 기업 부지를 지정하고 강요할 수는 없기 때문에 각종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대기업의 지방 유치가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방 자치단체들과 지역민들 역시 기업의 경제활동에 유리한 환경 조성을 자발적으로 도모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본사의 70% 이상, 100대 기업의 80% 이상이 수도권에 본사를 두고 있다. 기업이 본사를 주력 공장이 위치한 곳에 두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한다.

지방 명문대 육성안은 지역 간 동반성장을 위한 구체적 방안 중 실현가능성이 높고, 또 국민적 공감대가 널리 형성되어 있는 안이다. 20-3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지방의 우수학생들 대부분은 지역거점 국립대학에 진학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경제와 일자리의 수도권 집중→지방 우수학생들의 서울 쏠림 현상이 반복되면서 지방대가 급격히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지방대의 쇠락은 수도권 대학 집중현상, 입시과열, 사교육비 증가 등의 부작용으로 이어진다. 이 악순환을 끊으려면 먼저 지방명문대를 육성해야 한다. 지역 거점대학 8-9개가 70-80년대 수준의 위상을 갖는 명문대학으로 부활하면 지방 수험생의 ‘인서울’ 현상은 크게 완화될 것이다.

또 지방국립명문대학은 성적이 우수하나 가난한 수도권 소재 입시생들에게 수도권 사립대를 대신할 좋은 대안으로 떠오를 수 있다. ‘반값 등록금’ 정책을 시행하는 데 매년 약 6조원의 예산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지역거점국립대학 8-9개를 명문대학으로 육성하는 데는, 지방대생들의 취업환경 개선책과 병행하여 시행할 경우, 매년 1조원 내외의 예산이면 가능하다. 이 정책으로 지역거점국립대학이 경쟁력을 가지면 지방대학 전체의 이미지가 제고되고, 또 대부분의 지방대학들이 어려움을 겪는 신입생 충원에서 지방대들 간의 선순환구조가 형성된다. 2등국민 운운할 만큼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는 지방민들의 자존심 회복에도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다. 지방 명문대가 부활할 경우 수도권 대학의 경쟁률이 그만큼 낮아져 수도권 수험생들도 수혜자가 될 수 있다. 지방 명문대학의 육성은 지역을 살리고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병폐 중 하나인 입시과열과 과도한 교육비의 감소 등 2중 3중의 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 지역에서 인재를 구하는데 애로점을 호소하는 지방 소재 기업의 고민도 완화시킬 수 있다.

지금의 추세대로라면 앞으로도 수도권으로의 인적·경제적 집중현상은 계속될 것이다. 지역균형발전을 통한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장기적으로 헌법 개정을 통해 양원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미국, 스위스, 독일 등 다수의 나라가 양원제를 도입하고 있고, 그 경우 상원은 대개 지역을 대표하면서 국가의 균형발전책을 견인해 내고 있다. 미래의 통일까지 염두에 둔다면 한반도를 몇 개의 지역정부로 개편하고 이를 통합하여 중앙정부를 구성하는 미국, 독일, 스위스 등과 같은 연방제적 정부의 구성까지 검토해야 한다. 지역간 동반성장은 국민적 통합과 국가경쟁력 고양, 그리고 통일 기반의 조성이라는 다목적 구도하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정부와 민간 사이, 민간과 지자체 사이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무엇보다 지방분권과 지역균형발전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지방자치단체의 자치역량이 강화되어야 한다. 20여년의 경험을 통해 자치역량이 점차 향상되고 있기는 하지만 일부 자치단체장의 부정부패와 중도하차, 선심위주의 정책 남발, 예산과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많은 행정인력과 이로 인한 예산 낭비 등 개선해야 할 내용이 매우 많다. 지역정부를 토대로 연방제적 정부를 구성한다는 장기적 비전까지 염두에 두면서 지방자치의 활성화와 강화를 위한 특단의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 지역의 주민들 역시 지자체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해야 한다. 말로는 지방화시대를 이야기하면서 행동은 중앙 중심의 사고에 빠져있는 관행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지방언론 등이 살아나 이런 역할의 선두에 서야 한다.

4. 국정 주요과제로 추진 필요

우파정부든 좌파정부든, 극단주의자든 온건주의자든 대다수는 경제성장이 없으면 다른 어떤 것도 의미가 없는 것처럼 말한다. 이런 성장지상론 및 국가간 무한경쟁의 분위기를 감안할 때 수도권 규제와 지역균형발전 및 지방분권정책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갈수록 커질 것이다. 그러나 앞에서도 보았듯이 수도권 집중현상은 긍정적 측면보다는 부정적 측면이 더 많고 또 총론 단계에서는 국토의 균형발전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새삼 언급할 필요도 없이 국토개발정책의 궁극적 목표는 국민의 행복 증진이다. 인간의 물질적 욕구에는 끝이 없겠지만, 일부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1인당 국민소득이 10,000달러까지는 물질이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10,000달러를 넘어선 후로는 그 증가 속도가 미미하다고 한다.수도권의 과밀화와 집중이 수도권 주민들의 행복도에 미치는 영향, 지방의 피폐가 지방민들에게 가하는 박탈감의 정도, 그리고 수도권 주민과 비수도권 주민 사이의 국론 분열에 대해 냉철한 검토가 필요하다.

독일은 통일 후 천문학적인 통일비용을 지출하며 옛 동서독 지역 간의 격차를 해소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옛 동독인들은 통일 후 자신들이 2등국민으로 전락했다고 자조하며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앓고 있다. 지금 대한민국 수도권 이남 주민들 중 상당수는 자신들이 2등국민으로 전락했다고 한탄하고 있다. 이런 경향이 심화된다면 남한 내의 갈등구조의 심화는 물론이요 남북한의 통일 환경에도 부정적 기류가 조장될 수 있다.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은 국민통합과 통일의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추진되었던 지역균형발전과 지방분권정책에도 수정·보완해야 할 점들이 많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지역균형발전책을 국가적 아젠다로 격상시켜 국정의 주요 과제로 설정, 추진해야 수도권과 지방간의 균형발전과 동반성장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광역경제권 구상 등 새롭게 제안된 정책들을 수렴하여 종합적 대안을 찾되 이념논쟁이 아닌 장기적이고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지역 간 동반성장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

한국사회에서 지역균형발전을 위한 합리적 방안과 이의 실천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영호남의 지역감정 극복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양 지역이 지금처럼 대립할 경우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합리적 논의와 대안 모색이 어렵게 되고, 그 결과 모두가 2류 지역으로의 전락을 가속화시킬 것이다. 지역균형발전과 동반성장이라는 과제를 해결하는 방향에서 영호남간의 지역주의는 물론이요 수도권 대 지방의 격차,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남한 대 북한의 차이를 극복하여 한민족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도록 하자. E21

본 기사는 월간지 <이코노미21> 12월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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